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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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거총.”

이동휘의 지시에 대대대원들 전부 소총을 들었다.

이동휘 상좌는 마치 악귀와 같이 무섭게 돌진해 오고 있는 일본군을 보면서 큰 소리로 지시를 내렸다. 

“적이 사거리까지 다가오면 K4유탄고속발사기와 K-3기관총이 앞서 달려오는 적의 기병들부터 먼저 사격을 실시한다.”

지시를 받은 대원들이 지원화기들을 점검하고 있을 때 노기 대장이 이끄는 일본군이 511대대 정면으로 다가왔다.

“지원화기! 사격개시!!”

511대대의 지원화기들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팅! 팅! 팅! 팅! 팅!········

타타타타타·····

펑! 펑! 펑! 펑! 

“으악!~~”

“아아악!!~··”

순간적으로 당한 기관총과 유탄의 공격에 일본군기병들이 우수수 쓰러져 나갔지만 한 번 달리기 시작한 그들은 지휘관들의 독려를 받으며 더욱 속도를 높였다.

그러던 어느 순간 소총의 사거리까지 그들이 접근하자 이동휘 상좌의 명령이 바로 이어졌다.

“소총수전원 사격개시.”

탕! 탕! 탕! 탕! 탕!······

타타타타탕···· 타타탕···

단발과 자동의 두 종류소총소리가 콩 볶듯 터지자 쓰러지는 일본군의 숫자가 엄청나게 늘어났다.

하지만 물러서는 순간 집중사격에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일본군들은 죽기를 각오하고 전방으로 무작정 내달렸다.

‘대단한 놈들이군. 죽기를 각오하고 달리니 사상자가 오히려 적게 나고 있잖아.’

전영진 대위는 이렇게 생각하면서 전방에서 달려오는 일본군지휘관을 향해 총을 겨눴다. 그러자 K-11복합소총의 사격통제장치가 목표물을 정확히 조준했다는 신호가 들어오자 주저하지 않고 방아쇠를 당겼다.

탕!!!

노기 대장은 부대의 선두에서 말을 타고 돌진하다 섬뜩한 생각이 들던 찰나였다.

퍽!!!

순간 엄청난 둔통이 가슴을 치고 들어왔으며 노기 대장은 달려오던 상태로 충격을 받아 그대로 말고삐를 놓치며 뒤로 날아가고 말았다.

“사령관각하!!!~~”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노기 대장은 자신의 몸이 붕 뜨는 느낌과 함께 눈앞이 갑자기 어두워지면서 의식이 끊어졌고 가슴을 관통당한 노기 대장은 그 자리에서 절명했다. 

이렇게 전영진 대위의 저격에 노기 대장이 목숨을 잃었지만 일본군의 기세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고 계속해서 무서운 속도로 돌진해 왔다.

“착검하라.”

이동휘가 백병전을 위해 명령을 내리자 전영진 대위가 황급히 그를 말렸다.

“안됩니다. 대대장님.”

“적이 바로 앞까지 진격해 왔는데 안 되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적이 다가서면 백병전을 벌이지 말고 후위부대에게 넘기라는 지시를 상기하십시오.”

“우리 대대가 나서서 백병전으로 끝을 내면 될 것을 후위부대로 까지 넘길 필요는 없잖은가.”

“필요 없는 희생은 최대한 줄이라는 군단장님의 명령이 있었습니다. 그러니 적군을 그대로 통과하도록 하는 게 좋겠습니다.”

양성환 군단장의 명령까지 거론하자 이동휘는 더 이상 자신의 주장을 내 새울 수만은 없었다.

그러자 자신도 권총을 총집에 넣고는 옆에 있던 소총을 집어 들었다.

“한 놈이라도 더 사살해서 후위부대를 돕자.”

그러면서 소총으로 적병을 사격하기 시작했다.

탕! 탕! 탕! ····

이동휘까지 나서서 사격을 해댔지만 상당수 일본군들이 그들이 매복한 곳을 지나갔다. 

일본군이 모두 지나간 것을 확인한 이동휘가 명령을 내렸다. 

“사격 중지. 사격 중지.”

잠시 후 사격이 중지되자 그는 곧바로 다음지시를 내렸다.

“적이 모두 지나갔으니 우리는 2차 매복지로 이동한다.”

“서둘러라. 2차 매복지로 이동한다.”

전영진이 본부중대 병력을 지휘했고 이동휘도 자신의 개인 물품을 챙기고는 바로 전영진의 뒤를 따랐다.

그러는 사이 날이 어두워졌고 이동휘는 휘하병력을 독려하며 빠르게 2차 매복지로 이동을 마쳤다.

이렇게 이동한 2차 매복지는 일본군선발대를 완전히 포위하는 자리로 마치 주둥이를 열어놓은 항아리가 1대대의 이동으로 주둥이마저 닫혀버린 꼴이 되었다. 이로써 일본군선발대는 사방이 완전포위된 것도 모르고 밤을 맞았다.

일본군선발대가 노기 대장까지 사살되며 포위되었을 때 일본군본대는 한창축제를 벌이고 있었다.

일본군병사들은 러시아에 승전을 거뒀다고 특별 배급된 정종을 나눠 마시며 즐거워했다. 더군다나 며칠 쉬었다 간다는 말을 들어서인지 병사들 군기까지 상당히 흐트러질 정도였으나 지휘관들은 오늘만은 특별히 제재하지 않고 있었다.

일반 장병들이 희희낙락하고 있을 때 오야마 원수를 비롯한 일본군최고 지휘관들은 국적불상의 적군에 대한 문제로 고심하고 있었다. 저녁을 먹고도 그 문제로 격론을 벌였지만 결론이 나지 않고 있을 때 오야마 원수가 윗주머니에서 회중시계(懷中時計)를 꺼내 시간을 보며 말을 돌렸다.

“지금쯤이면 선발대가 우라지오스토쿠(블라디보스토크)에 들어가지 않았을까?”

“밤이 늦으면 러시아수비대와 쓸데없는 전투가 벌어질 수도 있어서 아마 야전에서 밤을 보내고 내일 일찍 입성을 하지 않겠습니까?”

“아니야. 노기 대장의 성격상 분명 밤이 늦어도 극동총독 알렉세예프를 앞세워서라도 오늘 당장 입성하려고 할 것이야.”

총참모장 고다마 대장도 노기 대장의 성격을 생각하면서 오야마의 말에 동의했다.

“하긴, 노기 사령관각하의 성품으로 봐서는 밤이 아무리 늦어도 우라지오스토쿠로 입성을 하려고 하시려고 할 것입니다.”

“우리 본대도 오늘과 내일 이틀 정도만 이곳에서 머물다 연해주로 이동을 하세.”

“부상자들이 많은데 며칠 더 이곳에서 쉬시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오야마 원수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대본영에는 승전 보고를 받자마자 우리 병력이 얼마 없는 것을 알기 때문에 분명 북해도병력을 바로 수송하려고 할 것이다. 우리를 위해 보강되는 병력인데 우라지오스토쿠에서 기다렸다가 맞이해야 하지 않겠나.”

“그러면 러시아군 중상자는 어떻게 조치해야 합니까?”

“최대한 치료를 해주다 회복이 안 되면 어쩔 수없이 두고 갈 수밖에 없다.”

고다마 대장이 놀라며 만류했다.

“러시아군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더구나 저희 군중에는 각국에서 온 종군기자들도 상당히 많아 나중에 국제문제로 비화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병력을 더 이상 지체할 수는 없다. 우리는 최대한 빨리 우라지오수토쿠로 들어가 보충되는 병력으로 부대를 재편해서 국적불상의 적을 상대해야만 해.”

“차라리 이곳에 러시아군 중상자를 돕기 위해 군의와 위생병이라도 남겨두는 것이 어떻습니까?”

고다마의 제안에 오야마가 바로 대답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이곳에 야전병원을 세워 아군의 중상자들도 함께 치료를 받도록 조치하는 것이 좋겠네.”

“그럼 각하의 말씀대로 부상병들은 그렇게 조치하겠습니다.”

어려웠던 부상병 문제가 처리되자 오야마 원수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 문제는 그렇게 처리하고 귀관은 여전히 만주를 침공한 자들이 조선이란 생각을 버리지 않는 것인가?”

고다마 대장의 안색이 심각해졌다.

“여순 항을 침공한 함대만 아니라면 소관은 무조건 조선이라고 단언 할 수 있습니다. 대본영에서도 서양각국의 병력이동을 확인했지만 그 어느 나라도 함대를 아시아로 움직인 적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프랑스가 함대와 병력을 이동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하지 않았나?”

“프랑스는 인도지나반도에 있는 식민지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병력을 아시아로 보냈다고 했습니다.”

“서양열국 중 믿을 수 있는 나라가 어디 있는가. 전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이합집산을 밥 먹듯 하고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하는 자들 아닌가.”

“각하의 말씀 지당하십니다. 하지만 프랑스는 아군이 보고도 하지 못할 정도의 강력한 해군력을 보유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흠!~”

오야마 원수는 고다마가 아무리 여러 이유를 대면서 대한제국이 의심스럽다고 누누이 말을 하지만 그것만은 절대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귀관의 말이 일견 일리가 있으나 몇 번을 생각해도 조선이 우리를 넘볼 정도의 군사력을 보유했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네.”

“각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면 소관도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지만 이번에 연해주에서 병력이 보강되고 나면 만주방면으로 진군하는 것보다 조선반도로 먼저 진군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검토해 주셨으면 합니다.”

두 사람이 이런 대화를 주고받을 때 막사 안에 있던 일본군최고지휘관들과 참모장들은 서로 의견이 나뉘어 갑론을박했으나 대한제국의 군사력에 대한 낮은 평가를 내린 지휘관들이 절대 다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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