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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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최고지휘관들이 이렇게 밤이 늦도록 토론을 하고 있을 때 보통 때는 높은 고도에서 항공촬영 등의 정찰을 하던 웅비비행선이 소리 없이 내려오고 있었다. 

웅비비행선은 철저히 등화관재를 하고 있어서 지상에서는 웅비호가 내려오고 있는 것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다. 비행선을 조종하고 있는 기장 강운형 대위는 입이 바짝 탔다.

“바로 밑에 있는 것이 일본군지휘부막사가 맞는 것 같지?”

강운형 대위가 지적한 일본군막사는 막사를 중심으로 경계를 서듯 넓게 퍼지며 다른 막사들이 설치가 되어 있었다.

거기다 경계 병력도 다른 곳 보다 훨씬 많이 서있었고 막사의 크기도 몇 배나 컸기 때문에 위에서 내려다보면 누구나 그곳이 지휘부막사란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강운형 대위는 부기장 이도선 중위에게 한 번 더 확인을 하고 있었다.

“맞습니다. 다른 곳보다 많은 경계 병력과 막사의 크기를 봐서 분명히 일본군지휘부막사가 분명합니다.”

“후!~ 잘 해서 한 번에 끝내야 할 텐데. 이거 긴장이 돼서 말이지.”

“힘내십시오. 기장님.”

잠시 후 비행선이 목표고도에 도달했다.

“폭탄 창 개방.”

그러자 웅비비행선의 화물칸 하부가 최초로 개방됐다.

“폭탄 창 개방되었습니다.”

사무장 박 중사의 보고를 받자 강운형 대위가 심호흡을 크게 한 번하고는 다음 지시를 내렸다.

“폭탄 투하!”

강운형의 지시와 함께 폭탄 창에서 커다란 폭탄 1발이 투하되었고 웅비비행선은 곧바로 상승했다.

몇 초의 시간이 지났다.

꽈앙!~ 화아악!~~~~

비행선에서 투하된 네이팜탄은 대형이었다. 폭탄이 폭발하자 오십여 미터까지 불길이 치솟으며 3,000도의 고열과 함께 1,000평(3,300㎡)의 면적을 완전히 불바다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일본군지휘부막사가 있었다.

“으아악!~”

“아악! 뜨거워!~~”

일본군지휘부막사는 완전히 녹아났지만 그 주변으로 수많은 막사들이 설치되어 있어서 수백 명의 일본군장병들이 단 한 발의 네이팜탄에 녹아내렸고 폭발반경인근에 있다가 화상을 입은 병사들은 온 몸에 불이 붙은 채 사방으로 뛰어다녔다.

한밤중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네이팜탄이었기에 일본군들은 모두가 당황해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불을 꺼라.”

“부상병을 보살펴라.”

여기 저기 간부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자 불길을 구경만 하고 있던 일본군들이 서둘러 불길을 잡아 나갔다. 그러면서 부상병들을 처치하기 시작했지만 최고지휘관들이 갑자기 사라진 일본군들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 내는 것이 없었다.

이들의 악몽은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웅비비행선은 처음 같은 대형 네이팜탄은 아니었지만 일본군주둔지 곳곳에 이삼십 분에 한 번씩 폭탄을 투하했다. 

꽈앙!~ 화아악!~~~~

처음의 정밀폭격 때와 달리 두 번째부터는 높은 고도에서 폭탄이 투하되었으며 이 폭격에는 장춘에 있던 비행선까지 투입됐다.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은 하늘에서 떨어진 수십 발의 네이팜탄은 마치 하늘에서 내리는 저주와도 같은 것이어서 일본군을 밤새도록 공포로 물들게 했다. 어디로 떨어질지도 모를 폭탄 때문에 일본군들은 비명을 지르며 이리 저리 도망 다녀야 했고 시간이 흐를수록 통제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여명과 동시에 비행선의 폭격은 멈추었지만 일본군들의 공황상태는 한동안 계속되었다.

이윽고 지휘관 중 한 명이 더 이상 폭격이 없는 것을 알아채고는 서둘러 병사들을 위무했다. 그것을 본 다른 일본군지휘관들도 병사들을 통제하기 시작하면서 겨우 공황상태가 진정되었다.

지난 밤 모든 최고지휘관들이 폭사했으나 팔의 부상이 심해 병상에 누워있다 참사를 면한 제1군사령관 구로키 다메모토 대장이 여전히 팔에 부목을 한 채 참모의 보고를 받으며 이마를 찌푸렸다.

“사상자가 그렇게 많이 났다는 말이냐?”

“그렇습니다. 각하.”

밤사이 수십 발의 네이팜탄의 폭격으로 수천 명의 사상자가 나왔다는 보고에 구로키 대장은 입맛이 썼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오야마 각하와 각 군사령관들 시신은 어떻게 되었나?”

“사체를 수습하려고 했지만 워낙 훼손이 심해 도저히 분류가 불가능해서 어쩔 수없이 함께 수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구로키 대장의 입에서 한 숨이 저절로 나왔다.

“후!~ 오야마 각하를 비롯해 수십 명의 지휘관들 손실은 무엇으로도 회복할 수 없는 일인데 정말 큰일이로구나.”

잠시 한 숨을 쉬던 구로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사상자들 수습은 어떻게 하고 있지?”

“러시아군 포로들을 동원해 최대한 빨리 수습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군은 지난밤에 인명피해가 없었는가?”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고 하는데 사상자에 대한보고는 아직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대체 지난밤에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다는 말인가. 폭탄은 분명한데 포를 쏜 것도 아니고 하늘에서 폭탄이 떨어지다니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구로키 대장은 스스로에게 질문했지만 그의 지식으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때 참모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종군기자들 사이에서 하늘을 나는 기구(氣球)가 폭탄을 떨어트렸다는 말이 돌고 있습니다.”

“뭐라고? 하늘을 나는 기구?”

“그렇습니다. 서양에서는 이미 백여 년 전부터 전쟁에 기구를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구로키 대장이 바로 동의했다.

“그래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본관도 기구에 대해서 들은 바가 있다. 그렇다면 누가 기구를 사용해 우리를 공격했다는 말인가?” 

구로키 대장의 물음에 참모는 당연히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참모가 대답을 못하자 구로키는 그것을 추궁하지 않고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죽은 고다마 총참모장의 말이 떠올랐다.

‘이곳은 조선과 가까운 곳이다. 고다마 대장의 말대로 혹 조선이 공격을 해온 것은 아닐까?’

그런 의문이 들자 구로키 대장은 바로 참모에게 지시했다.

“귀관은 지금 즉시 기병으로 척후병을 편성해 조선반도 쪽으로 척후를 보내라.”

“알겠습니다.”

참모가 서둘러 밖으로 나가자 구로키 대장도 따라서 막사를 나서며 머릿속은 온통 대한제국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정말 조선일까?’

구로키 대장이 이런 의문을 품고 있을 때 대한제국군은 이들의 턱 밑까지 다가와 있었다.

친위군단 군단장 이준성 중장은 미르부대 부여단장 출신이었다. 차분한 성격의 이준성은 육군대신 강명철이 본래 자신보다 직위가 대좌로 한 직급 낮았지만 군 경력이 훨씬 많은 그에게 화합차원에서 육군출신 강명철에게 육군대신 지위를 양보했었다.

그 후 지난 기간 동안 김종석 국방상을 대신해 묵묵히 미르부대를 이끌어 온 그야말로 덕장(德將)의 표본과도 같은 훌륭한 지휘관이었다.

“일본군의 상황은 어떤가?”

이준성 군단장의 물음에 군단참모장 노현명 대좌가 상황설명을 했다.

“어제 밤에 있었던 웅비비행선의 야간폭격으로 일본군이 공황상태를 보이고 있었으나 예상보다 빠르게 수습되고 있습니다.”

보고를 들은 군단장 이준성이 아쉬워했다.

“그렇다면 일본군최고지휘관 중에서 폭사되지 않고 살아남은 자가 있었나 보군.” 

“저희 참모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진인사대천명이라고 어쩔 수 없는 일이지. 3군단준비상황은 어떤가?”

“우리와 같이 이미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흠. 그렇다면 2단계 작전을 시작해도 되겠군. 노 참모장.”

“예, 군단장님.”

“2단계작전을 시행하도록 공군에 연락하게.”

“알겠습니다.”

이준성의 지시를 받은 노현명 군단참모장이 온성에서 대기하고 있는 공군과 교신을 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났다.

타! 타! 타! 타!·········

온성에서 떠 오른 20대의 회전날틀이 친위군단의 머리 위를 지나 일본군주둔지 방면으로 날아갔다.

“일본군이 지난 밤 불지옥을 경험했는데 오늘은 백주대낮에 다시 또다시 불지옥을 경험하겠어.”

친위군단2여단 1대대장 이갑(李甲1877) 중좌는 머리위로 날아가는 회전날틀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런 모습을 본 21대대 본부중대장 신팔균(申八均1882) 대위가 이갑 대대장에게 질문했다. 신팔균 대위는 구한말 대표적인 무관집안 출신이었다.

그의 조부는 병조판서를 역임하면서 일본과의 개항협상대표를 맡았었던 신헌(申櫶)이었고 부친인 신석희(申奭熙) 또한 병마절도사, 포도대장 등을 역임할 정도로 무관 집안으로 이름나있었다. 그리고 신팔균 또한 불의에 끝까지 굽히지 않았던 강골의 군인이다. 

“대대장님께서는 회전날틀의 위용을 직접 목격 하신 적이 있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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