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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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육사를 나온 대한제국장교 중에서 친일파가 아닌 몇 되지 않은 장교 중 한명인 이갑 중좌는 작년의 일을 회상하며 대답해 주었다. 

“지난해 한성 수복 때 시위연대에서 근무했었는데 그때 직접 목격한 적이 있었네.”

“회전날틀이 엄청난 화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교육받았는데 정말 그 정도로 위력이 대단합니까?”

“지금이야 많이 봐서 그저 그렇지만 처음 봤을 때는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놀랐을 정도야. 그리고 회전날틀이 보유한 무력이야 용산에 주둔했던 일본군연대병력을 폭사시킨 것을 보면 더 말해 뭐 하겠나.”

“그러면 우리 대대가 직접 전투에 참전도 못하고 끝나는 것 아닙니까?”

신팔균의 말에 이갑이 크게 웃었다.

“하하! 이사람 그럴 리야 있겠나. 폭격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어차피 전투의 마무리는 우리 보병 몫이야. 그리고 적이 폭격을 받고나서 저항을 하지 않고 항복한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어디에 있겠나?”

“그래도 일본군을 조금은 남겨두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그 놈들에게 당한 게 얼마입니까?”

“하하! 이 사람 우리는 복수를 하기 위해 일본군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고토를 수복하기 위해 결전을 벌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해.”

“그건 알고 있지만 제 손으로 직접 일본군을 격살시키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나도 자네와 같이 그런 마음이 들어. 하지만 일본군이 지난 밤 폭격으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으나 직접 교전을 하게 되면 절대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야.”

이전시대 대표적인 애국투사였던 두 사람이 이런 말을 주고받고 있을 때 여단본부의 지시가 떨어졌다.

“대대장님 여단장님이십니다.”

이렇게 말을 하며 통신병이 무전기를 건넸다.

“충성. 친위21대대장 이갑입니다.”

“이 중좌 고생이 많다. 여단장 이석현이다.”

“예, 여단장님.”

“21대대는 공군의 폭격과 동시에 부대를 전진할 수 있도록 부대를 점검하고 별도의 지시가 없더라도 작전계획대로 부대를 진군시키도록 하라.”

“예, 알겠습니다.”

교신을 마치고 무전기를 통신병에게 건네며 이갑이 신팔균에게 지시했다.

“신 대위는 각 중대에게 폭격이 시작됨과 동시에 부대를 진군할 수 있도록 미리 점검해 두라고 지시하고 척후소대 상황도 점검하게.”   

이갑에게 지시를 받은 신팔균이 교신을 위해 통신병에게서 무전기를 넘겨받는 것을 본 이갑 중좌는 회전날틀이 사라진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 잠시 시간이 흘렀다.

쾅!~ 쾅!~ 쾅!~·····

폭탄의 폭발소리와 함께 엄청난 화염이 하늘로 치솟기 시작했다. 드디어 회전날틀의 대대적인 폭격이 시작된 것이다.

폭격소리와 함께 시꺼먼 연기가 치솟는 것을 본 이갑이 바로 명령을 내렸다.

“신 대위, 모든 중대에게 진격명령을 하달하게.”

신팔균 대위는 들고 있던 무전기로 바로 명령을 전달했다.

“모든 중대 진격하라. 목표는 전방고지다.”

21대대는 일본군이 주둔한 곳의 바로 능선 너머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대대장의 지시를 받은 친위21대대는 전방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각 중대별로 진격을 시작했다.

일본군을 지휘하고 있는 구로키 대장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폭탄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쾅!~ 화악~ 쾅!~ 화악!~~ 쾅!~ 화악!~·····

사방이 불바다로 만들 듯 무차별 쏟아지는 폭탄은 지난밤 폭격을 채 수습하지도 못한 일본군주둔지를 또다시 쑥대밭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회전날틀이 일본군에게 투하하는 폭탄은 일본군들이 만든 시모세폭탄이었다. 이 폭탄은 지난 밤 대한제국군이 만든 네이팜탄과 같은 위력을 내지는 못했지만 처음으로 회전날틀에 의해 폭격을 받는 일본군들을 공포로 몰아가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았다.

쾅!~ 화악!~~

“으악!~~” 

“화약고가 폭발한다. 모두 피해라!~” 

꽈과광! 꽝! 꽝!~~~ 꽝!!!!~

시모세화약 특유의 위력도 대단했지만 러시아군 포탄까지 엄청나게 쌓아둔 화약고에 떨어진 폭탄은 흡사 지진이 난 듯 어마어마한  유폭을 일으키면서 지축까지 흔들었고 반경 수백 미터를 완전히 폐허로 만들어버렸다.

구로키 대장은 수십 미터를 치솟는 불길과 버섯구름까지 솟아오르게 만든 화약고폭발로 망연자실했다.

“아!~~, 이게 대체 뭐란 말인가?”

러시아군과의 전투가 끝나고 난 후라 참호조차 제대로 만들어 놓지 않은 일본군에게 하늘에서 떨어지는 폭탄은 그야말로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특히 화약고의 대폭발은 인근에 있던 수천 명의 일본군목숨을 일시에 앗아가 버렸다. 

구로키 대장이 이러한 상황에 수습도 못하고 당황해 하면서 서있을 때 참모한 명이 황급히 달려왔다.

“각하! 이대로 계시면 위험합니다. 빨리 피신하셔야 합니다.”

“어디로 피신한다는 말이냐?”

“일단 이곳 개활지보다는 산 쪽으로 피신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어서 피신하십시오.”

그러면서 구로키 대장을 잡아끌었다. 구로키 대장은 참모의 말을 듣고는 무의식적으로 그의 말을 따라 산이 있는 곳으로 내달렸다.

쾅!~ 화악~ 쾅!~ 화악!~~ 쾅!~ 화악!~·····

그 사이에도 회전날틀은 일본군의 모인 곳만을 골라 거의 정밀 폭격하듯 폭탄을 투하하자 일본군 사상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폭탄을 모두 투하한 20대의 회전날틀은 이번에는 탑재된 K-12중기관총으로 지상을 향해 무차별 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투투투투투투······

친위 21대대에는 또 한명의 애국투사가 있었는데 그는 바로 3중대장 이장녕(李章寧1881) 대위였다.

대대장 이갑의 지시에 가장 먼저 전방고지를 접수한 이장녕 대위는 장병들에게 참호를 파도록 지시하고는 관측이 잘되는 곳에서 망원경으로 일본군주둔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러다 화약고가 대폭발을 일으키며 일본군들이 엄청나게 폭사되는 모습을 보고는 주먹을 불끈 쥐며 소리쳤다.

“정말 대단하다. 회전날틀폭격에 일본군들이 아주 도륙이 나고 있구나.”

이장녕 대위가 일본군주둔지를 바라보며 기뻐하고 있을 때 21대대의 다른 중대들도 잇따라 자신들이 목표한 지역으로 올라와 방어선을 구축했다.

전투에서 기세란 대단한 위력을 발휘한다. 

일본군은 지난 밤 소리 없이 투하되는 폭탄세례를 받으면서 지옥 같은 밤을 꼬박 새워 사기가 떨어질 대로 떨어져 있었다. 그런 일본군들이 날이 밝으면서 또다시 회전날틀의 폭격을 받게 되자 하늘에 대고 총 한 방 쏘지도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이리저리 도망 다니기에 바빴다. 

이런 일본군의 움직임은 표적지나 다름없었다.

투투투투투투······

회전날틀에 탑재된 K-12기관총사격에 고스란히 노출된 일본군들은 엄청나게 많은 숫자가 사살되었다. 회전날틀은 K-12기관총총탄이 전부 소진될 때까지 일본군을 그야말로 무지막지하게 몰아대었다. 

이윽고 폭격과 기관총사격을 모두마친 회전날틀이 기수를 틀어 유유히 온성방면으로 돌아갔다.

회전날틀이 휩쓸고 지나간 뒤의 일본군주둔지는 그야말로 폐허같이 변해버렸으며 사상자들이 온 사방에 깔려있었다.

다행히 참모의 도움으로 무사히 몸을 피한 구로키 대장은 회전날틀이 사라지자 피신했던 곳에서 몸을 일으키는 순간 눈앞에 펼쳐진 참혹한 광경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떨려나왔다.

“아!~~ 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 불과 몇 십분 만에 이 넓은 주둔지가 어떻게, 이렇게 초토화 될 수가 있다는 말인가.”

그의 눈에 비친 주둔지는 그야말로 참혹했다.

불에 타고 있는 막사는 물론이고 군수물자가 타면서 하늘로 치솟고 있는 시꺼먼 연기, 팔 다리가 날아가 고통에 울부짖는 부상자들, 거기다 넋이 나가 좀비처럼 터덜대며 무작정 사방을 돌아다니는 병사들, 수많은 폭격의 흔적과 화약고자리의 대폭발현장은 그가 수십 년간 군에서 보아온 어떠한 전쟁터보다 더 참혹했다.

너무도 참혹한 광경에 잠시 넋이 나갔던 구로키 대장은 옆구리에 찬 권총을 빼들었다.

탕!

“모두 정신 차려라.”

탕! 탕!

“부상을 입지 않은 장병들은 모두 정신 차리고 부상자를 수습하라. 대일본제국육군지휘관들은 모두 어디에 있는가! 병사들을 지휘하라!!”

탕! 탕!

구로키 대장은 차고 있던 남부권총을 하늘로 발사하면서 전장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그의 외침이 효과를 보기 시작해 먼저 일본군장교들부터 정신을 차리기 시작하더니 곧이어 부상을 입지 않은 병사들이 주둔지를 수습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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