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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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을 친위21대대장 이갑 중좌가 고지에서 내려다보고는 곧바로 무전기를 들어 군단본부에 일본군 주둔지에 대한 상황보고를 했다.

이갑 중좌의 상황보고를 받은 이준성 군단장은 곧바로 1·2·3여단장을 호출하고는 3단계작전의 실시를 명령했다. 미르부대가 주축인 친위군단은 중대지원화기인 KM-181(60mm)박격포와 대대지원화기인 KM-187(81mm)박격포를 함께 묶어 다른 군단에는 없는 화기대대를 여단별로 운용하고 있었다.

군단장 이준성의 지시를 받은 각 여단장들은 예하화기대대에 명령해 3단계작전인 박격포포격을 지시했다. 지시를 받은 화기대대는 포반 별로 기준 포를 발사한 후 사거리 조정을 마치고는 대대적인 포격을 시작했다.

텅! 텅! 텅! 텅! 텅! 텅!········

최대사거리 3,590m인 KM-181(60mm)박격포와 최대사거리6300m인 KM-187(81mm)박격포는 분당 30발의 발사속도를 자랑하듯 거의 융단포격을 하면서 가뜩이나 초토화된 일본군주둔지를 자근자근 다져놓았다. 

쾅! 쾅! 쾅! 쾅!·········

융단포격을 하듯 일본군주둔지를 다져놓던 박격포포격이 일정시간이 지나자 갑자기 포격을 뚝 중단시켰다.

“시간이 되었군.”

시계를 들여다보며 포격시간을 확인하던 이준성 군단장은 포격이 멈출 시간이 되자 이번에는 기계화여단을 호출했다.

“송요섭 여단장, 나 군단장이다.”

“예 군단장님, 기계화여단 송요섭 대좌입니다.”

“기계화여단 병력은 어디에 배치해있는가?”

“계획대로 일본군을 사면에서 포위하고 대기 중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간부로 기계화여단의 4단계작전을 시행하라.”

“알겠습니다.”

군단장과 교신을 마친 송요섭은 여단 공용주파수를 개방했다.

“드디어 기다리던 우리 기계화여단의 진격이 시작되었다. 계획한대로 선공은 흑표가 맡고 후위는 천마가 맡는다. 부대 준비되었나!!”

“예!!”

부하들의 우렁찬 대답에 기분이 좋아진 송요섭은 잠깐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한번 짓고는 바로 냉정한 표정으로 돌아가더니 한마디 한 마디 말을 끊으며 명령을 내렸다.

“대한제국 친위군단 기계화여단은 일본군을 향해 돌격하라!”

순간 그의 헤드셋에서는 귀가 멍멍할 정도로 엄청난 장병들의 복창소리가 들려왔다.

“돌격하라!!!!!”

송요섭 대좌의 말을 부대원들이 복창하고 나자 가장 먼저 흑표전차가 출발했다.

그르르릉~~~

드디어 흑표전차가 육중한 몸을 세상에 처음으로 선보였다. 

대한제국군은 러시아군과 일본군의 전투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주둔지였던 온성을 출발해 갖은 고생을 해가며 은밀하게 두만강을 도강한 후 양군격전지인근을 넓게 포위망을 구축했었다.

그렇게 포위망구축을 마친 대한제군군은 회전날틀의 공세와 때를 같이하여 친위군단과 2·3군단은 물론이고 노기 대장이 이끄는 일본군선발대와 치열한 백병전을 벌여 비록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나 끝내 일본군선발대를 전멸시킨 5군단까지 가세해서 포위망을 서서히 압축해 들어갔다.

이렇게 사방을 압축해 들어가던 포위망은 기계화여단의 진격과 거의 비슷한 시각 일본군주둔지를 거의 완벽하게 포위할 수 있었다.

친위3여단 2대대장 김혁(金赫 1875) 중좌는 자신에게 지급된 일본군의 남부(南部)권총을 그대로 두고 무라다 소총을 들고서 이번 전투에 참여했다.

 ‘왜노(倭奴 일본인을 비하하는 말)들에게는 총알도 아깝다. 내 이 총검으로 반드시 네 놈들을 도륙을 내버리고 말리라.’

그렇게 생각한 김혁 중좌는 자신이 들고 있는 소총을 힘껏 움켜쥔 후 부하들에게 독려했다.

“진격하라! 각 중대는 공격대형을 유지해서 장갑차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속보로 전진하라!”

대대장의 독려를 받은 친위32대대는 앞서 진격해 나가는 흑표전차와 천마장갑차를 일정하게 거리를 유지한 채 뒤따라 전진했다. 

만주일본군들이 회전날틀폭격과 박격포포격을 받아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을 때 러시아군 포로들도 공격의 주공(主攻)에서 비켜나 있었지만 그들의 입은 피해상황은 일본군과 거의 다르지 않았다.

일본군선발대와 함께 연해주로 출발했던 알렉세예프 극동총독을 비롯한 많은 장성들은 일본군선발대와 함께 전원이 몰살되었다. 

거기에 대한제국의 무차별폭격으로 극동군총사령관 리네비치 대장을 비롯한 대부분의 장성들이 폭사되거나 중상을 당해 전력에서 제외되어서 러시아군의 장성급지휘관은 제1시베리아군단 군단장 슈타겔베르크 중장과 군단참모장 이바노프 장군만이 남아 있는 정도였다.

러시아군은 본래부터 전공(戰功)이 없어도 귀족들을 장성으로 임명하는 관례가 있어서 다른 나라보다 장성들이 훨씬 많았으며 장성들 나이가 많기로도 따라올 나라가 없을 정도로 유명했다.

그런 러시아군에서 두 명의 장성만 살아남았다는 것은 대한제국공격이 얼마나 대단했음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슈타겔베르크 중장이 박격포포격이 끝난 틈을 이용해 병력수습을 지시하고 돌아온 참모장 이바노프 소장에게 확인했다. 이바노프 소장의 군복은 온 몸이 자잘한 부상을 입어 피에 온통 물들어있었다

“아군피해는 얼마로 확인되었는가?”

“대략 적인 보고였지만 절반 정도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슈타겔베르크 중장이 질린 표정으로 고개 저었다.

“하!~ 불과 한나절 사이에 정말 말도 안 되는 피해를 입었군.”

“상황을 살펴보니 일본군피해가 아군보다 훨씬 더 심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장성급지휘관들 생사는 확인이 되었는가?” 

이바노프 소장이 고개를 저었다.

“남아있는 장성급지휘관은 각하와 저를 제외하고는 몇 명의 중상자가 확인 되고 있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전부 폭격에 전사했다는 말인가?”

“유품을 수습해 봐야 확실히 알 수 있겠지만 지금으로선 막사에 모두 함께 있다 폭격을 당한 것으로 봐서는 폭사당한 공산이 큽니다.”

슈타겔베르크 중장도 고개를 저었다.

“후!~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모르겠구나?”

이바노프 소장도 질린 얼굴을 했다.

“정말 엄청난 폭격과 포격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밤 공중폭격은 기구에 의한 것이라고 해도 오늘 하늘에서 날아다니는 물체가 도대체 뭔지 모르겠습니다. 각하께서는 그런 게 있다고 들어본 적이 있으십니까?”

“나도 방금 전의 하늘을 날아다니는 물체는 처음 본 것이네. 어떻게 그런 것들이 하늘을 날아 다기고 또 폭탄까지 투하할 수 있는지 직접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가 않아.”

“몇 년 전부터 미국의 발명가들이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것을 신문기사로 읽은 적이 있었습니다만 방금 전과 같이 생긴 것은 절대 아니었습니다.”

“그건 그렇고 도대체 어느 나라가 벌인 짓인지 파악이 되었나?”

“지금으로선 전혀 파악할 수 없습니다.”

“내가 보기에 일본군도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가?”

“그렇습니다. 일본군도 상대에 대한 파악을 전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도대체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고 이렇게 일방적으로 당해야 하는지 정말 미치겠군.”

그때 이바노프 소장의 눈이 아주 커졌다.

“각하. 저기 전방에서 다가오는 것이 무엇입니까?”

“뭐가 말인가?”

이바노프의 말에 황급히 고개를 돌린 슈타겔베르크 중장은 이바노프 소장같이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저건 또 뭐지?”

이들이 눈을 부릅뜨고 바라본 것은 멀리서 다가오는 흑표전차와 천마장갑차였다. 러시아군 포로들이 임시 수용되어 있는 곳이 일본군과는 조금 떨어져 있는 곳이라 삼면에서 진격해 들어오는 흑표전차와 천마장갑차가 일본군보다 먼저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뿌연 먼지를 뒤로 하고 다가오는 흑표전차를 이바노프 소장이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뚫어져라 바라보다 경악해서 소리쳤다.

“각하. 대포가 철갑을 두른 채 스스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슈타겔베르크 중장은 이바노프 소장의 말을 듣고 자세히 바라보자 그의 눈에도 흑표가 들어왔다.

“아니, 아니, 우마가 끌지도 않는데 대포가 저절로 움직이고 있다니 저런 괴사가 다 있나. 도대체 어떤 군대가 저런 엄청난 무기들을 보유하고 있는 거지?”

슈타겔베르크 중장이 말까지 더듬으며 이바노프 소장과 같이 놀라고 있을 때 일본군도 다른 방면에서 다가오는 흑표와 천마를 발견했다. 

너무도 엄청난 참변을 당한 구로키 대장은 오히려 차분해져 있었으며 망원경으로 흑표와 뒤를 따르는 천마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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