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9 회: 5권-9화 -->
“대포가 스스로 움직이다니 정말 한 번도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기물이구나.”
“각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이상한 것들이 사방에서 몰려옵니다.”
참모가 어쩔 줄 몰라 하며 명령을 바라자 구로키 대장이 침착하게 지시를 내렸다.
“일단 사상자 수습은 다음에 하고 먼저 전 병력에게 지시해 방어선을 구축하라.”
구로키의 지시를 받은 참모가 서둘러 주변에 대고 소리쳤다.
“적이다! 각 지휘관들은 병사들을 독려하여 최대한 빨리 방어선을 구축하라!!”
삐익!~~ 삐익!~~
일본군장교 중 누군가가 호각을 불면서 병사들을 독려하자 다른 장교들도 주변에 있던 일본군병사들을 독려하기 시작했다.
“신속하게 움직여라!!”
“빨리 방어선을 구축하라!!”
지난밤은 물론이고 조금 전까지 폭격과 포격을 받았어도 몇 년간 전투를 치룬 일본군들은 적이 공격한다는 지휘관들의 지시가 있자 순식간에 정신을 차리고 방어진형을 갖추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본군들이 방어진형을 구축하도록 내버려둘 흑표가 아니었다. 흑표전차포격은 이전에 일본군들이 받았던 것과 전혀 다른 직사포포격이다.
더구나 흑표전차포격은 인명살상목적이 아니었다.
꽝!
콰앙!~
엄청난 관통력을 가진 흑표의 주포에서 쏘아진 포탄은 일본군기관총진지를 완전히 박살내 버렸고 진지에 있던 십여 명의 일본군들을 형체도 없이 나려버렸다.“적의 포격이다. 피해라.”
꽝!······
콰앙!~······
흑표전차는 기관총진지를 비롯한 일본군의 남아있던 시설물들을 마치 표적지 포격을 하듯 하나하나 폭파시키며 천천히 일본군을 압박해 들어갔다.
흑표전차는 독일의 레오파트신형전차와 견줄 정도로 높은 성능을 자랑하는 최신형전차다. 흑표는 시속70km의 속도를 낼 수 있었으나 후방의 보병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속도를 늦춰 진격하고 있었다.
전차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는 일본군들에게 이렇게 서서히 다가가는 것이 더욱 큰 공포를 유발하고 있었다.
15대의 전차가 100여 발의 포탄을 사방에 발사하고 나자 일본군의 기관총과 대포들은 무용지물로 변해버렸다.
“전장청소가 대충 끝났다! 이번에는 천마가 돌격하라!!”
송요섭 대좌의 명령이 있자 흑표전차의 뒤를 졸졸 따라오던 천마장갑차가 속도를 높여 흑표를 추월했다.
부웅~~
80대의 천마가 흑표 앞으로 나오면서 장착된 호치키스기관총을 일본군에게 난사하기 시작했다.
투투투투투투······
“으악!~~~”
퍽 퍼퍽
“아악!~~~”
참호도 없이 개활지의 약간 구릉진 곳에 엎드려 있었던 일본군들은 자신들의 기관총이었던 호치키스기관총세례를 받자 속수무책으로 죽어나갔다.
탕! 핑! 탕탕!! 핑핑!!·····
물론 일본군들도 그대로 당하지는 않고 반격을 시도했지만 사방을 철판으로 둘러쳐진 천마장갑차의 방어력을 소총탄이 뚫고 들어가지는 못했다.
투투투투투투······
기관총을 장착한 80대의천마가 사방을 포위한 채 서서히 압박해가자 일본군들도 결사적으로 총을 쏘며 반격을 했지만 바위에 계란던지기였다.
하지만 이러한 압도적인 무력의 우위에도 대한제국군은 일본군을 끝까지 몰아붙이지 않고 일정거리까지 진군한 후 사방을 포위한 채 더 이상 진군해 들어가지 않았다.
어느 순간 양군의 기관총소리가 멎었다.
구로키 대장은 압도적인 화력으로 압박해오던 적군이 일정거리를 유지한 채 사방을 포위하고는 사격을 멈추자 의아했다.
“적이 왜? 더 이상 공격을 해오지 않는 것인가?”
그러자 옆에 있던 참모가 눈빛을 반짝했다.
“저들이 총탄을 모두 소진한 것으로 보입니다.”
조금 전까지 절망에 휩싸였던 구로키 대장은 참모의 말에 갑자기 일말의 희망이 생겨났다.
“남은 병력 중에서 결사대를 조직해 포위망을 뚫어 보자.”
“어느 방면을 뚫는 것이 좋겠습니까?”
순간 구로키는 난감했다. 적들이 사방에서 포위해 온 것을 보면 노기 대장이 이끄는 선발대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별다른 묘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장춘은 여기서 너무 멀다. 그러니 노기 대장이 선발대를 이끌고 간 연해주 방면을 돌파하도록 하자.”
그러자 참모도 구로키 대장과 같이 어제 출발한 선발대가 무사하지 못할 것이란 생각에 다른 의견을 제시하려 했으나 구로키 대장이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겠지만 이게 최선이다. 만일 선발대가 문제가 있더라도 이 상황을 본국에 전하려면 연해주 방면을 뚫는 것이 맞다.”
“알겠습니다.”
참모는 인사를 하고는 서둘러 주변 병사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일본인들의 움직임은 웅비비행선은 물론 고지위에 있던 아군에게도 고스란히 노출되었고 즉각 송요섭 여단장에게 전달되었다.
송요섭은 기가 찼다.
“이 놈들이 특공대를 조직하려고 설치고 있다고? 참 어이가 없네. 항복하라고 시간을 주었더니 별 희한한 짓을 다 하고 있어.”
송요섭은 바로 이준성과 교신했다.
“군단장님, 일본군들이 특공대를 조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우리 군단 보병에게도 직접 전투할 기회를 주는 것이 어떻습니까?”
송요섭의 건의에 이준성이 잠시 생각했다.
“그렇게 하자. 앞으로 많은 전투를 치러야 하는데 보병이 장갑차와 항상 같이 있을 수는 없으니 그게 좋겠어.”
송요섭의 제안은 즉각 채택되었고 곧바로 군단장의 지시로 친위1·2·3여단의 보병이 장갑차의 바로 전면으로 나갔다.
구로키 대장이 이러한 대한제국군의 병력배치를 보고는 참모의 판단이 맞았다고 생각하며 결사대로 투입할 병력을 최대한 늘렸다.
“전원 착검.”
지휘관의 지시로 일본군결사대는 소총에 미리 대검을 착검했다.
친위32대대장 김혁 중좌의 부대는 이때 연해주 방면에 자리 잡고 있었다. 7~800미터 전방에서 일본군이 착검을 하는 모습을 망원경으로 확인한 김혁은 자신의 대대대원들에게도 지시를 내렸다.
“전원 착검.”
부대원들이 착검을 하는 것을 확인한 김혁이 다음 지시를 내렸다.
“기관총장전 대기하라!”
김혁이 지시한 기관총은 분대지원화기인 K-3경기관총이다. 미르부대는 본래 상당한 화기를 가져왔으나 갑자기 병력이 늘어나 지원화기들을 재편해야했기 때문에 대다수 보병에게는 지원화기의 보급이 아직은 되지 않고 있었다.
그래도 친위군단이었기에 각 소대별로 1정씩의 경기관총이 보급되어 있었다. 하지만 분당 발사속도가 700~1,000발에 유효사거리 800미터이며 이전과 달리 부사수가 별도로 있어서 많은 총탄을 수급할 수 있는 K-3경기관총은 이 시대 최강의 분대지원화기였다.
착검을 마친 일본군결사대 2,000여 명이 32대대 방향으로 서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드디어 말로만 듣던 만세돌격이 감행되는 것을 직감한 김혁 중좌는 긴장했지만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부대원들을 격려했다.
“침착하라. 기관총은 아직 사격을 하지마라.”
이윽고 적과의 거리가 500미터 정도가 되자 김혁의 지시가 떨어졌다.
“기관총 사격개시.”
투투투투투투투·······
허리를 숙이고 속보로 전진을 하고 있지만 아직 돌격을 할 때는 밀집대형을 고수하는 일본군은 갑자기 K-3경기관총의 사격을 당하자 속수무책으로 우수수 쓰러졌다.
호치키스기관총이나 맥심기관총같이 멀리서 보면 한눈에 봐도 기관총같이 생긴 것만 보아오던 일본군들은 일반 소총사이에서 갑자기 쏴대는 기관총세례에 처음에는 제대로 대응도 못했다.
하지만 결사대라 그런지 이내 대응사격이 나왔다.
탕! 탕! 탕! 탕!······
속보로 전진하면서 돌격소총도 아닌 단발식 소총으로 쏴대는 총탄은 적중률이 거의 없는 단지 위협에 불과 했다. 그러나 이 사격과 동시에 일본군의 돌진이 시작되었다.
결사대 지휘관이 일본도를 빼들고 소리쳤다.
“진군속도를 높여라.”
“으아!~~~~”
“아!~~~”
일본군들은 공포심을 없애려는 듯 자신이 내지를 수 있는 최고로 소리 지르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 사이에도 K-3경기관총은 사격을 멈추지 않았고 달려오는 일본군결사대 중 많은 수가 기관총세례를 받고서 쓰러졌다.
투투투투투투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