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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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란 사이토 제독은 데라우치와 함께 서둘러 고물로 이동했다. 이윽고 그들이 후미에 도착하자 관측장교가 대기하고 있다가 손짓을 했다.

“각하, 저쪽입니다.”

사이토 제독과 데라우치 대장은 황급히 망원경을 들어 선단후미 전방을 살펴보자 수송선단 뒤의 수평선으로 10여척의 함대가 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사이토 제독은 순간 낙담했다.

“하!~ 이거 큰일이구나.”

“상황이 좋지 않은가?”

“우리 호위함대의 무장이라야 기함을 빼면 겨우 연안방어수준에 불과한데 이십여 척이나 되는 함정을 보유한 대규모함대가 앞뒤로 포위하고 있으니 상황이 여의치가 않습니다.”

사이토 제독의 낙담한 표정에 데라우치의 안색도 심각해졌다. 하지만 그는 호통을 치며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모두 힘을 내라. 적을 앞에 두고 있다.”

사이토 제독은 부하들이 보는 앞에서 지휘관으로서 표정관리를 못한 것을 자책하며 낙담한 표정을 바로 바꿨다. 

“선수(船首)로 가시지요.”

본래의 표정을 회복한 사이토 제독이 데라우치 대장을 대동하고 다시 이물(배의 앞머리)로 돌아왔다. 그때 이들에게 또다시 불길한 보고가 있었다.

함대참모가 심각한 표정으로 사이토 제독에게 보고했다. 

“제독각하. 갑자기 무선교신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사이토 제독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기계이상 아닌가?”

“아닙니다. 기계는 정상적으로 작동됩니다.”

“다시 해보게. 무선교신을 계속 시도하다보면 교신이 될 것이야.” 

“알겠습니다.”

참모를 함교를 보낸 사이토 제독의 안색이 다시 어두워졌다. 

‘지금까지 변수가 생길 때마다 무선교신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도 무슨 일이 생기는 것이 분명해. 더구나 적들이 앞뒤로 포위한 상태가 아닌가.’

사이토 제독은 이렇게 생각하면서 고개를 돌리다 데라우치 대장과 딱 눈이 마주쳤다. 사이토 제독은 냉정하기로 소문난 데라우치 대장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이 똑똑히 보였고 데라우치가 불길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조금 젓는 것도 눈에 들어왔다.

육군과 해군을 대표하는 두 지휘관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서로를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

이러한 일본호위함대 기함의 갑판모습은 영상을 통해 그대로 2함대 기함 윤집으로 전송되었다.

조기순 상좌는 기함에 데라우치가 승선되었다는 것을 알고부터 말이 곱게 나오지 않고 있었다.

“저놈들이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고 있습니다.”

“적의 기함과의 거리는 얼마인가?”

“35km입니다.”

“그렇다면 불꽃쇼를 시작할 때가 되었네.”

“지금 바로 시작할까요?”

“그렇게 하지.”

공 제독의 승인을 받은 조기순 참모장이 무전기를 들었다.

“전 함대 전달한다. 지금부터 불꽃쇼를 시작한다. 다시 반복하지만 각 함은 자신들에게 할당된 목표만 정확히 타격하기 바란다. 반드시 우리 함대는 건설대신님의 사비로 사는 술을 얻어먹어야 하지 않겠나?”

“하하하하! 알겠습니다.”·····

건설대신 박연수가 도기진 제독에게 술 한 잔 사겠다는 말이 어느 틈엔가 2함대전부에게 술을 사는 것으로 바뀌어있었다. 

그렇게 기분 좋은 농담을 하면서 각 전함에 지시를 마친 조기순 참모장이 기함의 함장 김하진 대좌에게 고개를 돌렸다.

“함장님. 우리도 시작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알겠네.”

대답을 마친 김하진은 부하들에게 지시했다.

“전 함에 전투준비를 알리고 수리온 2대를 출전시켜라.” 

애앵~~~~~

함장의 지시가 떨어지자 윤집 함에는 사이렌이 울렸다. 사이렌 소리가 끝이 나기도 전에 이미 시동을 켜놓고 대기하고 있던 회전날틀 2대가 순차적으로 떠올랐다. 

하늘로 떠오른 2대의 회전날틀은 바로 적의 기함인 사츠마로 날아갔고 기함이 이물과 고물 상공에 도착한 회전날틀은 싣고 온 폭탄을 정확히 일본군기함의 갑판에 각각 투하했다.

쾅! 쾅! 후아악~~~~

일본군들이 처음 보는 회전날틀에 대응조차 못하는 순간 투하된 폭탄은 네이팜탄으로 갑판위에서 전황을 지휘하던 사이토 제독과 데라우치 대장을 순식간에 녹여버린 것은 물론이고 갑판위에 있던 모든 일본군지휘관들을 불지옥으로 보내버렸다.

쾅! 쾅! 후아악~~~~

회전날틀은 네이팜탄을 2발씩을 더 투하해 기함을 완전히 무력화시켜 버렸다. 6발의 강력한 네이팜탄에 적중된 기함 사츠마는 엄청난 불길에 휩싸여 버리면서 마치 불꽃쇼를 연상시킬 정도로 갑판위에 적재해있던 적재물들이 간간이 터지면서 불길의 한동안 더욱 배가시켰다.

이러는 사이 2함대는 포위망을 점점 좁혀갔다. 

그러다 김충선 함과 여여문 함 등 2함대 소속 함정들이 탑재된 주포의 포격거리가 되자 각 함의 함포는 일제히 불을 뿜기 시작했다.

쾅! 쾅! 쾅! 쾅! 쾅!······

러시아와 일본군에게서 나포한 함정들은 기함 윤집 같이 자동사격통제장치가 설치되어있지 않아서 직접 사거리를 측정해야하기 때문에 초탄에 명중탄을 바로 내지는 못했지만 각 함정들은 몇 십 발의 포격을 통해 자신들에게 몇 척씩 할당된 일본호위함대 소속 함정들을 모조리 수장시켰다.

이것으로 끝이었다. 연안함정을 모조리 끌어 모아 호위함대를 만든 일본의 무모함은 상대도 되지 않는 정규함대의 포격에 장착되어 있는 눈먼 어뢰조차도 한 번 제대로 쏘지 못하고 모조리 동해바다로 수장되어 버린 것이다. 

이어서 병력을 수송하고 있던 수송선에게 항복공작이 시작되었다. 이미 엄청난 불꽃쇼와 함께 호위함대가 모조리 수장된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 수송함대는 한나절도 지나지 않아 항전을 포기하고 모두 백기를 내 걸었다.

이틀간의 배 멀미로 이미 녹초가 된 일본육군은 무력하게 무너졌고 일부 수송함이 반항을 하려고 시도하자 오히려 선상반란을 일으킬 정도로 이들은 심한 배 멀미에 바다라면 진절머리를 내고 있었다.

이들이 이렇게 무력하게 항복한 이유 중 하나는 지휘관의 부재였다. 냉철하고 과시하기 좋아하던 데라우치 대장은 연대장급 이상의 최고지휘관들을 처음부터 기함에 불러놓고 매일같이 작전회의를 열고 있었기 때문에 각 수송선에는 병사들을 통제할 최고지휘관들이 없었다.

이렇게 해서 북해도병력은 건설대신 박연수의 뜻대로 오롯이 포로로 만들어버렸다.

“하하하! 아주 잘되었습니다.”

한성 주작대로에 있는 총리부에는 2함대 사령관이 직접 보내온 전문을 받아들고는 건설대신 박연수가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했다.

박충식과 의친왕 그리고 차준혁은 대소를 터트리고 있는 박연수를 보고 모두 입가에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런데 박 대신.”

“예, 전하.”

“자네 이번 작전에 성공하면 2함대 전부에게 술사겠다고 했나? 그것도 자비로 말일세.”

박연수가 깜짝 놀라서 손사래를 쳤다. 

“아닙니다. 저는 2함대사령관께 술을 산다고 했지 2함대 전체에 술사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전문에는 그렇게 나와 있는데.”

박연수는 황급히 전문을 모두 읽은 후 순간적으로 얼굴이 해쓱해졌다.

“이건 뭐가 잘못 전달 된 것입니다. 쥐꼬리만 한 공무원월급으로 어떻게 2함대 병력전부에게 술을 산다고 했겠습니까?”

“그래도 군중(軍中 군대가 출정해 있는 동안)에 희언(戱言 농담과 같은 실없는 소리)은 없다는 것을 박 대신은 잘 알고 있을 테니 책임을 져야지.”

박연수도 전문을 재미있게 보내려고 약간의 농담을 섞어서 보냈었기에 박충식의 말을 무조건 아니라고 할 수도 없어서 진땀을 흘리며 말을 더듬었다.

“아, 아, 아·······”

그 모습을 본 모든 사람이 크게 웃었다.

“하하하하!”·····

다른 사람들이 웃자 박연수는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때 의친왕이 웃으며 나섰다.

“박 대신님, 짐을 같이 덜까요?”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상황을 보아하니 2함대 사령관께서 말을 부풀린 것은 아니고 밑에 장병들이 그렇게 만든 것인가 본데. 어차피 나온 말을 그냥 넘기는 것은 사기에도 좋지 않으니 과인이 조금 거들겠습니다.”

박연수의 허리가 바로 굽혀졌다.

“말씀이라도 감사합니다. 전하.”

의친왕이 웃으며 박충식에게 건의했다.

“대공 전하. 일이 이렇게 된 거 전승축하도 할 겸 전 장병들에게 폐하의 이름으로 어주(御酒)를 하사하면 어떻겠습니까? 폐하께 진언은 과인이 올리겠습니다.”

“말씀은 좋은데 우리 군 장병도 이제 삼군을 합치면 25만 명이 훌쩍 넘습니다. 가능한 일이겠습니까?”

“양이 문제가 되겠지요. 부황께 승전을 보고 드리면 당연히 뭔가를 하사하려고 하실 것입니다. 그때 폐하께 주청을 드려 전 장병들에게 한잔씩이라도 돌아갈 수 있을 정도로 어주를 하사받고 나머지는 막걸리 등으로 보내주면 되지 않겠습니까?”

박충식도 의친왕의 제안에 흔쾌히 찬성했다.

“그 정도라면 큰 문제는 없겠습니다.”

의친왕이 바로 일어났다.

“대공 전하께서 승낙을 하셨으니 과인이 선걸음에 바로 부황을 뵈러 가겠습니다.”

“그렇게 하십시오.”

그러면서 박충식이 차준혁에게 2함대가 보내온 전문과 그들이 보내온 자료들을 건네주었다.

“차 비서관이 전하와 함께 폐하를 배알해서 승전 보고를 드리도록 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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