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68 회: 5권-28화 #외교전(外交戰) --> (168/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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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이 나서서 일본과 전쟁을 하고 그 결과를 공유하자는 말에 맥도날드는 바로 승낙했다.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 대영제국으로서도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대한제국이 일본과의 협상을 책임지는 대신 군항의 항만 등을 건설하는 것은 귀국이 책임져 주십시오.”

맥도날드가 바로 수락했다.

“좋습니다. 우리 대영제국이 그 정도는 충분히 부담할 수 있습니다. 단 인력수급이 문제가 되겠군요.”

“그거야 일본인들을 동원하면 쉽게 해결될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별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기분이 좋아진 맥도날드가 웃으며 대답했다.

“말씀하십시오. 본관이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조건 도와드리겠습니다.”

“귀국에서 그동안 일본에 전함건조기술을 상당히 이전해 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 대한제국도 귀국이 일본에게 한 배려를 받고 싶습니다.”

“아! 그 문제는 아쉽게도 본관이 결정할 일이 아니니 그 문제도 본국에 귀국의 의사를 품신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하하하! 모든 일이 다 잘 마무리되면 본관도 더 없이 좋은 일이 아니겠습니까?”

웃으며 오히려 되묻는 맥도날드를 보면서 차준혁은 전함건조기술이전 문제도 크게 어렵지 않게 풀릴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감사합니다. 각하.”

맥도날드는 차준혁이 아예 감사의 인사를 하는 것을 보고는 크게 웃었고 차준혁도 그 웃음을 따라 같이 크게 웃었다.

“하하하!” “하하하!”

오찬까지 함께하며 나눈 두 사람의 협상은 거의 한나절 꼬박 시간이 걸릴 정도로 길게 이어졌지만 두 사람은 서로가 원하는 바를 얻었기에 화기애애하게 만찬까지 즐기고 나서야 끝이 났다.

다음날 영국공사 맥도날드는 영국인이 운영하는 육국(六國)호텔로 북경에 주재하는 공사 중 일본공사를 제외한 각국공사를 초대했다.

이미 차준혁이 영국공사관을 방문한 것이 소문이 나 있어서 각국공사들은 맥도날드가 일본을 제재하기 위해 초대란 것을 미리 짐작하고 육국호텔로 모여 들었다.

육국호텔에 모인 각국공사들은 격론 끝에 미국의 반대를 물리치고 일본에 대한 제재를 결정했고 이렇게 결정된 제재는 즉각 청국외교부로 통보되었다. 이미 서양각국의 반식민지나 다름없었던 청국으로서는 각국공사들이 결정한 제재방침을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범죄를 저지른 일본국에 대한 제제수위는 강력해서 청국에 주재하는 모든 일본병력의 즉각 철수와 납치주범인 하야시 곤스케 공사의 일본송환이었다.

일본정부는 타국공사납치라는 중대범죄가 발각된  탓에 이러한 결정에 반발을 하지 못하고 제재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되자 일본은 그동안 공을 들이던 대륙진출이 물거품으로 변할 처지가 되었고 일본의 외교적 위상 또한 범죄국가로 낙인찍히면서 끝을 모르고 추락했다.

일본의 제재로 타격을 본 청국사람은 원세개였다.

그것은 그가 전력을 기울여 육성하고 있는 육군의 교관들이 전부 일본군들이기에 때문이었다. 

외교제제로 인해 일본군교관들도 함께 추방되자 원세개가 크게 당황했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만들어 놓은 일본군체재를 무시하고 아무 국가의 군사교관을 초빙할 수는 없었다. 

하는 수없이 원세개는 일본육군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독일에 교관파견을 요청했다. 의화단사건 때 공사가 피살되었던 독일은 본래라면 이런 요청은 당연히 거부했겠지만 청도를 비롯해 산동일대를 야금야금 먹어 들어가고 있던 터라 거금을 받는 조건으로 교관파견을 승인한다.

울며 겨자 먹기였지만 육군육성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교관이었기에 원세개는 거금을 들여 독일교관을 초빙했다. 그러나 독일교관이 도착할 동안 군대육성에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는 청국은 근대육군육성계획에 막대한 차질을 빚게 된다.

#외교전(外交戰)

겨울에 접어들자 대한제국은 하루하루가 정신이 없는 계절이 되었다. 11월이 되자 그동안 독일에서 연수를 받고 있던 1,000명의 연수생이 귀국했다.

떠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황제가 참석한 대대적인 환영을 받으며 귀국한 연수생들은 함께 들여온 수많은 공작기계와 함께 송림의 제철소와 조선소 그리고 해주의 군수산업단지 등으로 일제히 분산 배치되었다.

제철소와 조선소는 1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기반시설이 대부분 구축되어 있어서 연수생의 귀국으로 본격적인 제철소건설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그와 더불어 소총을 비롯한 각종 무기제작과 개발에도 더 한층 탄력을 받게 되었다. 여기에 일본을 징계하기 위한 각종준비를 착착 준비해가는 대한제국의 겨울은 날씨도 잊었고 밤낮도 없었다.

시간이 흘러 1907년이 되었다. 

본국이 이렇게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북경의 대한제국공관을 청국주재 러시아공사 폰 슈파이어가 방문했다.

“어서 오십시오. 공사.”

“반갑습니다. 공사.”

이미 두 사람은 차준혁이 부임한 후 협상을 위해 몇 차례 만남이 있던 터였다. 

차준혁도 그동안 북경에서 영국의 도움을 받아 각국과 체결했던 불평등조약을 다시 채결하느라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당연히 일본은 협상에서 제외된 것은 물론 국교까지 단절시켜 버렸다.

그리고 다른 나라들과는 영국공사 맥도날드의 도움으로 별다른 무리 없이 수교협상을 새로 채결할 수 있었다. 

외교관추방을 당해 관계가 극도로 냉랭했던 미국은 처음에는 협상에 아주 비협조적이었고 협상조차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 바람에 상당한 시간을 걸려야 했지만 영국공사 맥도날드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다행히 불평등조약은 해결할 수 있었다. 

이러한 협상결과로 한반도에 있었던 외국의 조계지를 1906년 말을 기점으로 모두 없앨 수 있었다. 

러시아는 임목채취권을 비롯한 불평등한 이권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고 하는 바람에 새로운 국교협상채결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었다. 차준혁은 그동안 능글맞을 정도로 끈질기게 협상을 물고 늘어지는 폰 슈파이어 공사에게 질려버릴 정도였다.

그러나 해가 바뀌면서 더 이상 러시아와의 협상에 매진하지 않아도 된다는 본국의 명령이 차준혁의 어깨에 걸려있던 짐을 크게 덜어주었다.  

협상을 하면서 대한제국에서 항상 러시아공사관을 방문했었는데 해가 바뀌고 며칠 되지 않은 시점에 러시아공사가 직접 대한제국공관을 방문한 일은 의외였다.

참서관 이위종의 능숙한 러시아어통역을 받으며 폰 슈파이어를 맞이한 차준혁의 안색은 그 어느 때보다 담담했다.  

인사를 마치고 원탁에 앉은 폰 슈파이어에게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차준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으셨기에 공사께서 우리 공관을 다 방문해주신 것입니까?”

폰 슈파이어 안색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했다.

“오늘은 본관이 공사께 여쭤볼 말이 있어 이렇게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본관에게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말씀하십시오.”

폰 슈파이어 한숨과 함께 질문했다.

“후!~ 귀국이 본국이 부설한 동청철도는 물론 본국영토인 연해주를 강점한 것이 사실입니까?”

차준혁은 동청철도에 대한 것은 의도적으로 무시하며 대답했다.

“본국이 연해주를 수복한 것은 맞지만 강점이 아닙니다.”

차준혁이 연해주에 대한 것을 선선히 시인하자 폰 슈파이어는 역시하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수복이란 말을 듣고는 무슨 말이냐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지금 수복이라고 했습니까?”

“그렇습니다.”

“무슨 그런 말을 하는 겁니까? 연해주는 본국이 청국과 1860년 채결한 협정으로 본국영토가 된지 오래된 땅입니다.”

차준혁은 냉랭한 표정을 하며 반박했다.

“주인은 따로 있는 영토를 가지고 다른 나라와 맺은 계약이 유효하다고 보십니까?”

폰 슈파이어는 어이가 없었다.

“아니! 이게 무슨 억지를 부리는 것입니까? 연해주의 귀국의 영토라니요?”

“증거자료를 보여드릴까요?”

폰 슈파이어는 청국과의 영토협상으로 수십 년이 지난 자국영토를 가지고 증거운운하자 기가 찼다.

하지만 차준혁이 너무도 당당하게 나오자 증거가 무엇인지 일단 한 번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좋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한 번 보겠습니다.”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차준혁은 바로 이위종에게 지시했다.

“이 참서관은 관련 자료를 가져오세요.”

지시를 받은 이위종이 잠시 자리를 비우자 폰 슈파이어가 차준혁에게 영어로 질문했다.

“혹시 영어를 할 줄 아십니까?”

“약간은 할 줄 알고 있습니다.”

그러자 폰 슈파이어 공사가 영어로 조심스럽게 질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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