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4 회: 5권-34화 #열도폭격(列島爆擊) -->
“그렇지 않아도 우리가 만주답사를 간다니 아주 부러워하던데 정말 잘 되었습니다.”
“여비 충분히 드리라고 할 테니 편하게 다녀오십시오.”
기뻐하던 박은식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일본과 전쟁을 준비 중인데 저희들만 편하게 지내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많은 않습니다.”
“별 말씀을 다하십니다. 회장님과 교수 분들은 우리역사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것을 우리나라에서 모르는 사람 없이 모두 잘 알고 있으니 그런 말씀 마십시오.”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차준혁은 박충식이 다른 곳에서와 달리 아주 즐거워하는 것을 보고 몇 년간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에게 휴식처는 어쩌면 이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박은식과 신채호를 만나고 자신의 처소로 돌아오는 길에 박충식이 독백을 하듯 말했다.
“빨리 요서지역을 되찾아야겠어. 그래야 우리 역사의 원류인 요하 일대의 유적을 우리가 직접 발굴 하지.”
“제가 북경에서 더 한층 노력하겠습니다.”
“만주와 달리 요서는 청국도 내 줄 수 없는 곳이라 쉽지가 않을 거야.”
“그래도 해보는데 까지는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다른 분들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고 있지 않습니까.”
박충식이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차준혁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래 우리같이 노력해 보자.”
이렇게 말하면서 어깨를 두드리며 차준혁을 바라보는 박충식의 얼굴은 마치 아들을 보듯 따듯함이 가득 차 있었다.
#열도폭격(列島爆擊)
양국이 전쟁준비에 여념이 없던 3월 중순 정동에 있는 손탁호텔 커피숍으로 각국공사들이 모였다.
모여든 공사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프랑스공사 블랑시가 먼저 입을 떼었다.
“대한제국의 군사력이 일본과 전면전을 벌일 정도라니 참으로 의외입니다. 이길 자신이 있어 일본과 전쟁을 벌이겠지만 과연 대한제국이 일본을 꺾을 수 있겠습니까?”
독일공사 잘데른이 아는 척을 하고 나섰다.
“우리 독일이 파악한 것은 대한제국의 군사력이 상상이상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본관은 이번 전쟁에서 일본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독일과는 전통적으로 앙숙인 프랑스공사 블랑시는 그의 의견에 토를 달았다.
“한국이 보유한 비행선 때문에 그런 예상을 하는 것입니까?”
“비행선도 대단한 신무기인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대한제국은 우리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당한 신무기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함대도 변변하게 없는 대한제국이 동해바다를 건너 일본을 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공사께서는 대한제국이 함대가 없다고 어떻게 단정을 하십니까?”
잘데른이 마치 추궁하듯 질문하자 블랑시가 노골적으로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본관이 한 번도 대한제국의 함대를 본 적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벨기에 방카르트 공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본관이 직접 확인을 하지는 않았지만 대한제국이 엄청난 함대를 보유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방카르트 공사가 직접 확인하지 않아서 조심스럽게 말을 한 반면에 영국공사 조던은 확실한 어조로 모두에게 통보하듯 알려줬다.
“사실 본관은 대한제국이 막강한 함대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조던의 말에 각국공사들 모두 놀란 얼굴들이었다.
대한제국의 군사력에 대해 비판적이던 프랑스공사 블랑시가 놀라서 되물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각하께서 대한제국이 함대를 보유한 것을 이미 알고 계셨다니요?”
“본관이 전에 대한제국과 협상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대한제국에서 비밀을 전제로 자신들이 보유한 함대에 관한 사항을 말해준 적이 있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솔직히 본관도 그때는 대한제국의 말에 기연가미연가 했었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있었던 대한제국의 만주공략 때 일본이 보유한 마지막 해군력을 수장시켰다는 말을 듣고서 그게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독일공사 잘데른은 블랑시를 보고 그것보라며 질책했다.
“조던 공사각하의 말을 들으니 본관의 말이 사실이란 것을 인정하겠습니까?”
“끄응~~”
블랑시가 자존심이 상해 신음소리를 내자 조던이 웃으면서 두 사람을 중재했다.
“지금 한성에는 대한제국에 우호적인 국가와 중립적인 국가만 있어서 북경같이 시끄럽지 않아서 좋지 않습니까? 그러니 두 분 공사께서는 별일도 아닌 일로 마음 상하지 마세요.”
나이가 많은 블랑시가 조던의 중재에 안색을 펴며 입을 열었다.
“하긴 우리가 이럴 필요는 없지. 그나저나 북경외교가가 완전히 외교전을 벌이느라 난리도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독일공사 잘데른도 거들고 나섰다.
“본관도 북경이 지금 용광로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블랑시는 두 사람과는 다른 논제를 펼쳤다.
“북경이야 그렇다고 하고 만일 이번 전쟁에서 대한제국이 승리한다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어떻게 될 것 같다니요?”
잘데른이 되묻자 블랑시가 설명했다.
“전후처리 문제를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그러자 잘데른이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일본은 한국을 식민지로 삼으려고 했던 나라입니다. 그렇다면 한국도 일본을 식민지로 삼으려고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블랑시도 이 말에는 동조했다.
“하긴 일본이 만일 이번 전쟁에 승리한다면 한반도는 물론이고 만주까지도 식민지로 삼았을 테니 한국도 분명 그렇게 나오겠지요.”
하지만 조던 공사는 두 사람의견에 반대의견을 폈다.
“본관이 보기에는 대한제국이 무조건 일본열도를 식민지로 삼지는 않을 것입니다.”
블랑시가 조던의 의견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근거가 있습니까?”
“근거보다는 정황을 분석한 것입니다.”
“각하의 자세한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조던은 영국이 대한제국을 지지하는 대가로 전쟁이 승리하면 군항을 제공받는 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여기서 그 말을 할 수는 없었다.
“대한제국은 비록 고토였으나 한반도보다 몇 배나 넓은 만주지역을 획득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만주를 수습하는데도 정신이 없는 지경입니다. 그런 대한제국에서 아무리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해서 무조건 일본을 식민지로 삼으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을 했습니다.”
잘데른 공사가 조던의 말을 지지했다.
“각하께서 정말 제대로 보셨습니다. 본관도 그렇게 정세를 분석하고 있었습니다.”
칭찬을 싫어하는 사람이 없듯 조던은 잘데른 독일공사의 칭찬에 목례로 답례를 했다.
블랑시는 두 사람이 노는 꼴이 눈꼴시었다. 하지만 내심 불안감도 엄습했다.
‘이거 우리 프랑스가 한국과의 관계에서 두 나라보다 뒤처지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저들의 말을 들어보면 한국이 이긴다는 전제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나는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지? 만일 한국이 일본에 승리에 동아시아의 패자가 되면 우리 프랑스는 양국에 완전 뒤처지는 것 아닌가.’
이렇게 생각한 블랑시가 조던에게 질문했다.
“조던 공사께서는 한국이 이번 전쟁에서 승리한다고 보십니까?”
블랑시의 질문에 조던 공사는 조금도 주저 않고 대답했다.
“본관은 그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전함6척은 물론 상당한 무기까지 제공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한국의 승리가 가능하겠습니까?”
이번에는 조던이 잠시 생각을 하고 대답했다.
“프랑스와 본국과는 이전부터 긴밀한 관계가 있어서 솔직히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조던은 다른 공사들에게도 눈길을 주었다.
“아! 이 말은 다른 공사각하들도 들으셔도 상관없는 말입니다.”
조던은 자신이 알고 있는 고급정보를 모두에게 말해주었다.
“모든 분들은 일본이 만주에서 한국에 패배한 원인이 한국에 대한 정보부족이라고 보시는데 그것은 원인의 일부분일 뿐입니다.”
블랑시가 참지 못하고 참견했다.
“그렇다면 다른 원인이 있다는 말입니까?”
“물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