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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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벌어질 경우 종군기자들의 참전을 허락하는 것이 보통이었으나 대한제국은 이러한 기자들의 종군 요청을 전부 거절하면서 기자들의 원성을 엄청나게 많이 샀다.

하지만 대외적으로 아직 공개되면 안 될 무기가 많은 대한제국군으로서는 이러한 기자들의 원성을 아예 무시했고 전황에 대한 브리핑을 국방성에서 상세히 해주는 것으로 기자들의 종군을 대신했다. 

대한제국은 비록 4월1일 선전포고는 했지만 곧바로 일본을 공격하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기자들도 용산의 기자실을 점점 지겨워하고 일본의 경계심도 조금은 풀어졌을 4월 하순의 어느 날이었다. 

10척의 비행선이 조용히 한반도를 이륙했다.

3개월 마다 3척씩 건조되는 비행선은 이제 12척이나 되었다. 이 12척의 웅비선 중 시베리아정찰을 담당하는 비행선과 필리핀방면을 담당하는 비행선 2척을 제외한 10척이 몇 개월 동안 거의 일본열도를 훑듯이 정밀하게 정찰하던 것을 드디어 끝내고 폭격을 위한 폭탄을 싣고 출격한 것이다.

한반도를 이륙한 10척의 비행선은 폭탄을 잔뜩 싣고 있어서 평상시보다 느린 시속 150km의 속도로 동해를 가로질렀다. 그러다 울릉도를 지나면서 비행선들은 미리 배정받은 목표지역으로 가기위해 일제히 각 방향으로 분산되었다.

강운형 대위가 조종하는 웅비1호가 배정받은 곳은 동경만 미우라 반도의 끝에 자리 잡고 있는 일본최대의 해군공창이 있는 요코스카(橫須賀)와 그 인근에 들어서있는 일본최대의 공업시설이었다. 

웅비1호가 일본본토를 가로지르던 중 어느새 후지산의 하얀 머리를 보이기 시작했다. 기장인 강운형 대위가 그 모습을 보고 긴장하기 시작했다.

“후지산이 보이는 것을 보니 슬슬 준비를 해야겠어.”

웅비1호는 일본본토를 횡단한 후 후지산이 있는 시즈오카에서 해안을 따라 북상할 예정이었다. 

웅비1호가 후지산을 지날 무렵 부기장 이도선 중위가 시간을 알려왔다.

“도착 한 시간 전입니다.”

“박 중사.”

“예 기장님.”

“폭탄 창 점검을 해보게.”

“폭탄 창 점검합니다.”

사무장 박용철 중사가 레버를 당기자 폭탄창이 열렸다는 신호가 조종석의 계기판과 박용철이 앉아 있는 벽면에 동시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이것을 확인한 박용철이 당겼던 레버를 원위치 시키자 폭탄 창이 닫히면서 빨간불이 꺼졌다.

“이상 없습니다.”

“좋아. 지금부터 전부 정신 바짝 차리자고.”

이윽고 웅비1호가 후지산을 완전히 넘자 강운형은 고도를 천천히 낮추기 시작했다. 그렇게 고도를 낮추던 웅비1호는 곧 해안에 도착했고 강운형은 거기서 기수를 북쪽으로 돌려 서서히 북상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곧이어 사가미만이 나오고 만의 건너에 목적지인 미우라 반도가 보이자 부기장 이도선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목표도착 십분 전입니다.”

“고도를 폭격고도로 조정한다.”

비행선이 다시 고도를 천천히 낮추기 시작했고 기장인 강운형 대위의 조종에 의해 비행선은 미우라 반도를 돌아 동경만의 요코스카 항으로 접근했다.

“폭탄 창 개방.”

“폭탄 창 개방했습니다.”

지시를 받은 박용철 중사가 폭탄 창을 개방하자 강운형 대위는 폭격조준기를 당겨서 지상관측을 시작했다.

강운형의 조준기에 바다가 보이다가 드디어 일본해군의 공창과 전함으로 보이는 함정을 건조하고 있는 선거(船渠)가 보이기 시작했다. 강운형은 해군공창지붕에 조준기의 십자조준선이 맞혀지자 투하레버를 잡아당겼다. 그러자 개방된 폭탄 창으로 10발의 폭탄이 순차적으로 투하했고 폭탄을 투하한 비행선은 그대로 요코스카를 지나 항진했다.

쾅!~ 쾅!~ 쾅!~······

10발의 폭탄은 정확히 목표물을 명중해서 요코스카해군공창의 대형공장은 물론이고 그 옆에 있는 대형 선거를 무참히 폭파시켰다. 비행선의 뒤로 거대한 폭발이 있었지만 옹비1호는 요코스카 항의 옆에 줄지어 늘어서 있는 공장위로 또다시 폭탄들을 투하시켰다.

폭격을 받은 공장들은 순식간에 화마에 휩싸였다.

쾅!~ 쾅!~ 쾅!~······

드디어 대한제국의 열도폭격이 시작된 것이다. 

10대의 비행선이 동원된 1차 폭격은 일본의 3대 군항(軍港)인 요코스카(도쿄 만에 위치)의 해군공창과 구레(히로시마)항의 해군공창 그리고 사세보(나가사키의 옆에 있음)항에 있던 나가사키 미쓰비시조선소가 최우선 폭격 대상이었다. 

그리고 북해도의 무로란에 이제 막 건립을 마친 일본제철소도 고철로 만들었으며 내륙각지에 있던 육군무기제작소들도 빠짐없이 폭격했다. 

1차 폭격은 한 달간에 걸쳐 수없이 진행되었고 이중삼중의 폭격을 당한 일본의 군사시설과 공업시설들은 회복하기 어렵게 초토화되어 버렸다. 

이러한 군사시설 폭격에 일본도 맥심기관총으로 대공사격을 하며 격렬히 저항했으나 아직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은 대공사격은 단 한 척의 비행선도 격추시키지 못하고 수많은 총탄만 낭비했다.

대한제국의 폭격에 벗어난 군사시설과 대규모공업시설은 하나도 없었지만 딱 한 곳은 예외였다.

그곳은 바로 일본본토와는 간몬해협으로 갈라져 있는 규슈의 후쿠오카 기타큐슈에 있는 일본철강의 본거지인 야하타(八幡)제철소로 대한제국은 이 제철소만큼은 털끝 하나도 건드리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군은 폭격에 대비해 미국에게 제공받은 맥심기관총의 절반이상을 야하타 제철소와 그 인근에 있는 각종제작소의 대공방어에 투입했으나 대한제국의 철저한 폭격제외로 맥심을 꿩 총으로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본토는 물론 같은 규슈에 있는 사세보까지 폭격을 당해 초토화된 마당이라 일본군은 오히려 제철소 방어에 모든 군사력을 집중시켰다. 

폭격은 군사시설에 국한 된 것만이 아니었다.

6월에 접어들자 웅비호의 2차 폭격이 시작되었다. 이번 2차폭격의 대상은 이세신궁과 우사신궁, 그리고 야스쿠니신사 등 일본제국주의와 조금이라도 연관 있는 문화시설물에 대한 폭격이었다.

이세신궁 같이 20년에 한 번씩 새로운 신궁을 건설하는 경우에는 폭격이 실제적인 큰 피해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일본의 정신을 태워버린다는 상징적인 의미는 어떠한 군사시설물의 파괴보다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일이었다.

특히 이세신궁 부지는 면적이 넓고 삼림이 울창해 대대적인 폭격이 있은 후 몇날 며칠 동안 화마에 휩싸이며 원시림에 가까울 정도로 울창한 숲을 거의 잿더미로 만들어 버렸다.

이렇듯 1차 폭격은 무력을 제압하는 것이었다면 2차 폭격은 정신력을 제압하기 위한 폭격이었다.  

웅비1호는 지난 한 달 동안 10여 차례의 출격으로 요코스카는 물론이고 그 인근에 있던 공단을 철저하게 파괴시키고는 며칠간 휴가를 받았다.

강운형 대위는 이 휴가기간을 그의 공개애인인 홍선영 대위와 함께 꿀 같은 시간을 보냈다.

웅비비행선 10척이 휴가에 들어갔던 5월 말 경 경기도 일원에 있는 농무성 직영농장에서는 농무대신 우종천의 지휘로 대대적인 모내기가 실시되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대한제국관리출신으로 신군출신 우종천을 보좌하고 있는 농무성 식량정책국장 황만성이 신이 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저 정도 면적이면 내년과 후년이면 한반도는 물론 만주지역까지도 신품종을 충분히 보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종천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내년에는 하삼도는 충분히 보급이 가능할 것이고 후년에는 황 국장 말대로 만주를 포함한 전국에 보급이 가능할 겁니다.”

“신군은 정말 대단합니다. 어떻게 이렇게 추위에 강하고 낱알 수도 배가 넘게 달리는 신품종 벼를 개량해 낼 수 있는 것입니까?”

우종천은 황만성의 질문을 슬며시 얼버무렸다.

“그동안 부단히 육종연구를 한 덕분이지요.” 

우종천이 이렇게 말을 얼버무린 까닭은 지금 모내기를 하고 있는 볍씨가 사실은 당뇨가 심했던 민간수송선박선원이 갖고 있던 현미로부터 시작된 것이기 때문이었다.

 우종천도 민간수송선박 출신으로 선원이었지만 그는 특이하게 농대출신이었다. 제주수복 당시 다른 사람과 달리 그는 선원이 가져온 현미에 주목했다. 20kg 두 포대를 수경재배를 거쳐 싹을 틔운 우종천은 애지중지하면서 거의 화초와 같이 모를 심었다. 다행히 벼는 잘 자랐고 본토를 수복하고 난 후에는 온실을 만들어 증식을 시도한 끝에 금년에는 이전에 내장원농장이었던 경기도지역에 있는 농무성 직영농장에 대대적으로 모내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우종천도 기대감이 가득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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