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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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농약과 화학비료생산도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으니 천재지변만 아니라면 아마도 좋은 결실을 기대해도 좋을 것입니다.”

우종천의 말에 황만성이 꿈에 부푼 모습을 했다.

“정말 그렇게만 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출산장려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금년만 잘 넘기면 식량의 자급자족을 충분히 이룰 수 있을 것 같으니 말입니다.”

“그래야겠지요. 이 종자는 특히 병해충과 추위에도 강해 만주에서도 충분히 재배가 가능할 것입니다.”

“아! 정말 기대가 됩니다.”

두 사람이 이렇게 기대감이 가득한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농부들의 힘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 줄넘기고!~~”

“그러세~~.”

우종천은 그런 농부들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지금 쯤 비행선의 2차 출격이 시작되었겠군.’

이런 생각을 하면서 바라보는 하늘이 우종천은 다른 때보다 훨씬 파랗다고 느껴졌다.

며칠간의 꿀 같은 휴식을 홍선영 대위와 보내고 2차 폭격을 위해 다시 비행선에 오른 강운형 대위는 절로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흥얼거리는 강운형을 보고 궁금해진 이도선이 물었다.

“뭐가 그리 좋으십니까?”

“왜? 궁금해?”

“그렇습니다.”

“이번 휴가 때 홍 대위에게 이번 가을에 결혼하자고 청혼했었는데 홍 대위가 승낙했어.”

이도선 중위가 그럼 그렇지 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럴 줄 알았습니다.”

“아니! 선임이 결혼 한다는 데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은 또 뭐야?”

“그동안 우리들 앞에서 두 분의 애정행각을 한 것이 어디 한 두 번입니까? 당연히 강 대위님께서 이렇게 좋아하는 일은 홍 대위님과의 결혼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강운형이 무안해 하며 변명했다.

“우리가 뭘 그렇게 표시를 냈다고 그래.”

“참내. 그동안 눈꼴 시린 행동을 얼마나 많이 하셨는데 이제 와서 시침을 떼십니까?”

“그거야·····”

강운형이 우물쭈물하며 대답을 못하자 이도선 중위는 웃으며 축하해 주었다.

“하하하! 어쨌든 축하드립니다.”

“고마워.”

강운형 대위가 옆구리 찔러 절 받은 표정을 짓자 이도선 중위는 비행선 공동주파수를 열었다.

그 모습을 보고 강운형이 화들짝 놀랐다.

“이 중위 뭐하는 건가?”

“이 기쁜 소식을 알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니! 그, 그렇게 까지 할 필요가······”

강운형 대위가 뭐라고 말릴 틈도 없이 이도선 중위가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먼저 알렸다.

“알려드립니다. 웅비1호 기장 강운형 대위께서 드디어 올 가을에 결혼식을 하신답니다.”

순간 강운형은 홍선영 대위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모습이 확 스치고 지나가자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찔했다.

하지만 무전기로는 인사말이 벌써 들려왔다.

“아! 정말인가?”

“그렇습니다.”

“축하한다. 강 대위.”

“감사합니다. 신 선배님.”

선임인 3호 기장 신기철 대위가 먼저 축하를 건네자 10척의 비행선에서 축하한다는 인사말이 난무하기 시작했으며 그 바람에 동해상공이 온통 웅비호의 교신으로 들끓었다.

어쨌든 축하인사를 주고받느라 강운형은 정신이 없었고 또 많은 축하를 받아 기분이 좋아졌으나 뒤에 들려오는 한마디에 그 기분이 급전직하했다.

“강 선배, 돌아가서 봐요.”

홍선영의 딱 이 말 한마디로 동해상공을 끓어 넘치게 만들던 축하인사가 순식간에 뚝 끊겼다.

강운형은 이마에 베이는 식은땀을 손수건으로 닦으며 이도선을 도끼눈으로 노려봤으나 이도선 중위는 모른 척하며 시치미를 땠다.

하지만 기분 좋은 일인 것만은 분명했기에 그의 얼굴은 바로 풀렸다. 이렇게 기분 좋게 동해바다를 건넌 웅비1호는 이전과 같이 후지산을 돌아 북상을 했고 이번에는 요코스카를 그대로 지나쳐 동경으로 날아갔다.

동경으로 날아간 웅비1호가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일본왕궁 북쪽에 자리 잡고 있는 야스쿠니신사였다.

“목표물에 접근합니다.”

강운형 대위는 군사시설물이 아니었기에 크게 긴장을 하지 않고 야스쿠니신사로 접근했다.

“폭탄 창 개방.”

강운형은 박 중사가 폭탄 창을 개방했다는 보고를 귓전에 걸고 폭격조준기에 시선을 얹었다.

그러고 잠시 후 엄청난 크기의 목조건물인 야스쿠니신사가 조준선에 잡히자 순간적으로 그의 손이 레버를 잡아당겼다.

그러자 이번에는 5발의 폭탄이 투하되었다.

투하된 폭탄은 일본군이 만든 시모세 폭탄이었다.

꽈앙!~ 화악~~~·····

5발의 폭탄은 목조로 지어진 야스쿠니신사와 그 부속건물들을 삽시간에 불바다로 만들어 버렸다.

강운형 대위는 폭격조준기로 다음 목표물인 야스쿠니 정문을 조준할 때 모니터로 지상을 내려다보던 이도선 중위가 소리쳤다.

“어? 기장님 정문에 기관총이 보입니다.”

강운형도 폭격조준기에 기관총이 하늘을 겨냥하는 것을 확인하고는 다급하게 지시했다.

“사무장. 가스압력을 높여라. 기체(機體)를 상승시킨다!”

웅비1호는 동경시내 민간건물의 오폭을 방지하기 위해 고도를 평상시보다 낮게 잡고 있었다. 지시를 받은 박용철 중사가 서둘러 헬륨가스의 압력을 높이려고 기기를 조작하고 강운형 대위가 웅비1호의 고도를 높이기 위해 조종간을 조작할 때였다.

지상의 맥심기관총의 총구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는 것이 모니터로 확인되었다.

퍽! 퍽! 퍽! 퍽!

순간적으로 몇 발의 총탄이 비행선상부의 기체실로 박히는 것이 조종석에서도 느껴졌다. 그러자 고도를 상승시키려고 헬륨가스를 틀던 박용철 사무장이 다급하게 외쳤다.

“기장님. 3번 4번 기체실이 적탄에 피탄 되어 압력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강운형 대위가 황급히 계기판을 보자 5개의 격벽으로 분리된 상부의 기체실중에서 3번과 4번 기체실의 압력게이지의 눈금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었다.

강운형이 다시 지시했다.

“일단 3·4번 기체실의 헬륨공급을 중단시키고 다른 기체실의 압력을 최대치로 증가시켜 비행선의 중심을 잡아라.”

기장의 지시를 받은 박용철이 기기를 조작하기 위해 황급히 손을 움직였다. 그렇게 임시방편으로 기기를 조작하자 다행히 비행선은 고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때 박용철의 탄식이 다시 들렸다.

“아! 기장님, 1번 기체실의 압력도 미세하지만 계속 낮아지고 있습니다.”

박용철의 보고에 강운형이 다시 계기판을 보자 과연 1번 게이지의 눈금이 불안정하게 흔들리며 조금씩 수치가 낮아지고 있었다. 아마도 적의 총탄이 스치면서 몸체에 흠집을 만든 모양이었다.

그것을 본 강운형은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5개의 기체실중 3개가 일본군의 총격을 받아 압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2개만으로는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했고 그렇다고 적지에서 수리도 할 수 없었다.

잠시 생각을 하던 강운형이 박용철을 찾았다.

“박 사무장. 앞으로 1번 기체실의 압력이 얼마나 견딜 수 있겠나.”

박용철이 계산기로 잠시 계산을 했다.

“지금의 속도로 압력이 떨어지면 1시간은 견딜 수 있고 만일 싣고 있는 폭탄을 전부 투하한다면 3시간 정도는 견딜 수 있습니다.”

“제일 가까운 아군 함대나 잠수함이 어디 있지?”

“함대는 대부분 동해상에 있고 잠수함은 동경만 외곽에서 1척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대한제국잠수함은 이때 7척 잠수함 전부가 투입되어 일본열도 주변에서 정찰활동을 하고 있었다. 

“좋아, 그럼 잠수함에 구조를 요청하고 싣고 온 폭탄을 전부 투하한 뒤 동경만 외곽에 있는 잠수함에게 구조를 받는다.”

이도선 중위가 심각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지금 기체실의 압력이 떨어져 고도상승을 할 수 없습니다. 만일 조금 전과 같은 일본군매복이 있다면 기체에 치명상을 입을 수가 있어서 위험하니 이대로 잠수함에게 구조를 받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강운형 대위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조금 전의 피격은 우연이라고 봐야해. 어차피 우리 기체는 구조를 받고나면 폭발시켜야하니 앞으로 우리는 당분간 새로운 비행선을 배정받기 전까진 운항을 할 수가 없어. 그러니 맡은 임무를 최대한 해 놓고 가자고. 그리고 기체의 고도는 높일 수는 없지만 운항속도를 최대한 높이면 별 문제가 없을 거야.”

이도선 중위는 불안했지만 기장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최대한 조심해서 운항하셔야 합니다.”

“그렇게 하겠다.”

두 사람이 협의를 마치자 웅비1호는 바로 구조신호를 잠수함에게 보냈고 웅비1호는 이때부터 동경곳곳에 있는 주요시설물에 대한 폭격을 서둘러 감행했다.

일본의 총리공관과 국회건물 그리고 귀족원 등을 폭격하고 막 황궁을 다시 가로지르려고 할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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