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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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는 지휘관들과 상의하여 병력을 이끌고 그대로 마라도에 승선한 것은 홍종관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윤석기는 사령실의 문을 열면서 크게 소리쳤다.

“제독님. 결단을 내리셨습니까?”

김성태는 윤석기 소장이 2명의 대대장들과 함께 사령실로 들어오면서 마치 나포계획을 다시 실시하는 것처럼 물어 오자 웃음을 지었다.

“허허!~ 윤 장군도 참. 내가 그것을 결정할 권한이 없는 줄 알면서 그렇게 물어오면 내가 뭐라고 대답해야 하는가.”

윤석기는 김성태 제독의 말에 얼굴이 붉어졌다.

“아니. 저는 제독님께서 부르시기에 작전계획이 변경된 것으로 알았습니다. 성급하게 먼저 판단해 죄송합니다.”

대한제국군이 달라진 것은 바로 윤석기 소장의 질문과 답변으로 대변된다. 

이전시대 국군은 각 군이 폐쇄적일 정도로 분리된 군령체재를 유지했다. 하지만 신군이 주도하는 대한제국군체재는 합동작전의 경우 육·해·공군에 관계없이 최고선임자가 작전 지휘권을 갖도록 크게 달라져 있었다. 물론 세부작전은 각 군별로 달리 세우지만 이렇게 지휘권이 일원화 되자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삼군이 아주 잘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김성태가 손을 내저으며 윤석기의 미안함을 서둘러 털어냈다.

“아니오. 내가 윤 장군을 부른 것은 나포작전을 시행하도록 해 달라고 국방성에 작전변경요청을 하려는데 윤 장군의 생각은 어떤지 듣고 싶어서요.”

그 말에 윤석기가 반색했다.

“아! 그렇습니까? 저는 당연히 나포작전을 시행해야 한다고 봅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국방성에서 변경시킨 작전계획을 다시 변경해 달라고 건의 드리는 것이 항명으로 비춰질까 걱정이 돼서 말이오.”

“무슨 말을 그렇게 하십니까? 다른 것도 아니고 육군과 해군이 합심해서 군의 전력증강에 보탬이 되자고 벌이는 작전입니다.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웅비호의 산화로 총리께서 병력희생을 우려하고 있는데 나포작전을 또다시 건의하는 게 괜찮을지 모르겠어.”  

“우리는 전쟁을 치루고 있습니다. 쓸데없는 병력손실은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병력손실을 우려해 작전이 위축되어서는 더더욱 안 될 일입니다.”

윤석기가 이렇게 까지 나오자 김성태가 비로소 결심을 굳혔다.

“알겠소. 그럼 국방성에 다시 한 번 더 건의를 해보겠소.”

“그렇게 하십시오. 그리고 그 건의서에 저도 함께 이름을 올려주십시오.”

김 제독은 그것도 좋을 것 같아 바로 승낙했다.

“그러면 그렇게 하세.”

김성태와 윤석기가 동시에 서명한 건의서는 바로 용산의 국방성으로 바로 전송되었다.

김종석은 그 건의서를 용산에 나와 있던 박충식에게 전달하자 그는 헛웃음을 지었다.

“허허 참, 나포작전을 불허했더니 이제 두 사람이 같이 건의하는 군.”

육군대신 강명철이 강력하게 건의했다. 

“전하. 김성태 제독의 건의를 받아들여 주십시오. 어차피 전쟁입니다. 다소의 인명피해는 어쩔 수 없습니다.”

강명철이 이렇게 박충식에게 강력하게 건의하는 것은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나포계획이 취소된 것이 박충식이 계속된 신군의 희생이 위험한 계획으로 인해 더 늘어날 것을 염려해 특별히 변경한 조치였기 때문이다.

“신군출신 중에서 벌써 수백 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어.”

박충식이 이렇게 말을 하며 나포계획을 승인해 주지 않겠다는 생각을 바꾸지 않으려고 하자 김종석이 나서서 그를 설득했다.

“전하. 이전 같은 경우에는 이렇게 육군이 나서서 작전을 변경해 달라고 요청하면서까지 해군을 지원한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이번 작전을 승인하셔서 특전사의 인명피해가 다소 발생하더라도 길게 보면 우리 국군의 통합에도 아주 중요한 기점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박충식은 계속해서 주저했다.

“후~ 이번에는 일본군이 쉽게 무너지지 않아. 최악의 경우에는 자신들 전부를 희생하더라도 자침을 하려고 할 거야. 그렇게 되면 적함에 침투한 우리 병력이 몰살당할 수가 있어. 난 그게 걱정이야.”

강명철이 무슨 말을 하느냐는 표정이었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우리 특전사는 전천후병력이라 전함이 자침을 했다고 그대로 수장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박충식은 고개를 저으며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만일 일본전함이 공격을 당하다가 갑자기 자침이라도 한다면 침몰되는 전함 주변에 엄청난 와류(渦流 소용돌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특전사가 아니라 누구라도 그 와류에서 빠져 나올 수가 없어.”

이번에는 송의식 총참모장 겸 해군대신이 박충식의  우려를 불식시켜 주기 위해 나섰다.

“전하의 우려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6척의 전함은 일본해군의 최후의 보루라서 저들도 쉽사리 자침을 시도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세 명의 대신들이 모두 나포계획을 찬성하고 나서자 박충식도 마음이 조금씩 흔들렸다. 

그러자 강명철이 다시 나섰다.

“최대한 속도전을 전개해 인명피해를 최소화 하도록 지시하겠습니다. 그리고 일본이 자침시도 때 신속히 탈출 할 수 있도록 공군의 지원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자 오랜만에 용산에 들른 최경석 공군대신이 거들고 나섰다.

“작전에 직접 투입되는 회전날틀은 물론 비행선도 작전지역 상공에 배치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겠습니다.”

이렇게까지 대신들 모두가 건의하자 박충식도 더 이상은 고집을 피울 수가 없었다.

“후!~ 어쩔 수가 없군.”

그러자 네 명의 대신들의 얼굴이 급격히 밝아졌고 성격 급한 강명철이 모두를 대표해서 질문했다.

“그럼, 승낙하신 겁니다.”

“이 사람 애들 같기는 알겠네. 승낙하네. 하지만 보유하고 있는 최루탄을 최대한 퍼부어서 아군의 인명피해를 최소화 하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박충식도 마음을 완전히 굳혔다.

“기왕에 나포작전을 실시할거면 최선을 다해서 최대한 적함을 많이 나포할 수 있도록 삼군이 특별히 협조하도록 하게.”

그러자 모든 대신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렇게 박충식이 나포작전을 승인하자 전 함대의 열도진격이 잠시 보류 되었다. 그리고 동해를 출항한 2함대는 1함대의 나포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대한해협방면으로 함대의 선수를 돌렸다. 

여기에 국방과학연구소에서는 보유하고 있던 최루탄 중 연구목적의 비축량을 제외하고는 전량을 비행선에 실어 마라도 함으로 긴급 이송하였다.

김성태 제독은 상갑판에 쌓여 있는 엄청난 양의 최루탄을 보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야!~ 무슨 최루탄을 이렇게 많이 보낸 거야?”

3여단장 윤석기 소장은 아예 어이가 없었다.

“아니! 일본전함에 최루탄을 아예 들이부으라고 하나 뭐를 이렇게 많이 보냈지?”

두 사람과 같이 상갑판에 나와 있던 특전31대대장 박인환은 후배인 32대대장 류원형에게 엄청나게 쌓여 있는 최루탄을 보고 기가 막혀 한소리 했다.

“류 중좌, 이거 너무 심한 거 아냐?”

“그러게 말입니다. 최루탄은 우리가 마셔도 얼마나 독한데 어떻게 작전을 수행하라고 이렇게나 많이 보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희생을 줄이라고 보내 준 것이지만 이걸 모두 사용하면 우리 애들도 아무리 방독면을 착용한다고는 해도 고생 좀 하겠는데.”

류원형이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힘없는 군바리 까라면 까야지 어쩌겠습니까?”

하지만 박인환은 고개를 저었다.

“아냐. 철저히 작전을 새워서 사용해야지 이걸 그대로 사용하면 분명 아군에게도 상당한 무리가 따를 것 같아. 그리고 꼭 최루탄을 사용해야만 인명피해가 적게 난다는 보장도 없어.”

이렇게 되자 박인환의 긴급제안으로 작전회의가 마라도에서 열렸다. 두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언제 공격해 올지도 모를 대한제국함대를 기다리느라 6척의 일본함대승조원들은 차츰 지쳐가기 시작했다.

3월에 전함을 인수한 후 혹독한 적응훈련과 그리고 곧바른 실전배치까지 그리고 두 달이 넘는 지루한 기다림 이런 것들이 아무리 훈련을 잘 받은 승조원이라고 해도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6척전함에 타고 있는 승조원은 대부분 지상병력이었다. 급조한지 1달 밖에 되지 않은 이들은 제대로 된 훈련도 받지 못하고 바로 실전 배치되어 언제 적이 쳐들어올지 몰라서 훈련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처음과 달리 차츰 시간이 길어지면서 6척전함 승조원들 사기는 첨차 바닥끝까지 떨어지고 있었다.

딱 대한제국이 기다리던 그런 상황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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