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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교로 올라온 사람들은 바로 변장을 한 박인환 중좌일행으로 그들은 함교에 있던 일본군을 향해 서슴없이 소총을 발사했다.
푸슝 푸슝 푸슝 푸슝·····
퍽! 퍽! 퍽! 퍽!····
특전사요원들의 소음기가 달린 소총은 특유의 발사음을 냈고 카츠라기(葛城)함교에서 당직을 서던 니시무라 소좌와 10여명의 일본군들은 눈 깜빡 할 사이에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쓰러졌다.
“시신을 확인하라.”
박인환 중좌는 냉정한 목소리로 부하들에게 지시했고 부하들은 쓰러져 있는 일본군들을 일일이 확인했다.
푸슝 퍽!!
“한 명이 아직 숨이 붙어있어서 사살했습니다.”
이렇게 팀원 한 명이 보고를 하자 박인환은 바로 다음지시를 내렸다.
“잘 했다. 자네들 두 사람은 함교를 지키고 나머지는 나를 따르라.”
보고를 한 부하에게 함교를 지키라고 지시 한 박인환 상좌는 함교를 나와 거침없이 갑판으로 내려갔다. 그가 내려간 갑판에는 수십 명의 특전사요원들이 침투를 위해 승선인원을 초과하면서 억지로 타고 온 잠수함을 나와서 이미 승선해 있었다.
박인환은 목소리를 낮추며 질문했다.
“모두 다 올라왔는가?”
장교들 중 가장 선임인 홍인규 대위가 보고했다.
“우리 부대원은 선발대 포함 60명이 모두 올라왔으나 해군요원들은 아직 도착 전입니다.”
“그렇다면 홍 대위 자네 1개 팀이 남아 그들을 기다렸다 함께 이동하고 나머지 5개 팀은 지금부터 침투작전에 들어간다. 전원 방독면 착용하라.”
대대장의 지시를 받은 대원들은 신속히 방독면을 착용했다.
“야간투시경착용.”
박인환의 지시가 또 떨어지자 대원들은 헬멧에 부착된 야간투시경을 모두 내려 자신들의 한쪽 눈에 고정시켰다.
“전방시야확보.”
그러자 대원들은 야간투시경을 조작해 최적을 상태로 만들기 시작했다. 대원들이 야간투시경 조작을 마쳤다는 보고를 받자 박인환은 바로 다음 지시를 내렸다.
“작전을 시작하라.”
그의 지시가 떨어지자 4명의 팀장들은 신속하게 각자 팀원들을 인솔하고 자신이 맡은 구역으로 이동했다. 다른 팀원들이 이동하는 모습을 본 박인환 중좌는 자신도 신속하게 갑판을 이동했다.
“우리도 가자!”
탁 탁 탁·····
특전요원들이 이렇게 서슴없이 일본함대를 휘저을 수 있었던 것은 일본연합함대전함 중 미국산함정을 통해 미국함정의 내부를 충분히 숙지해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야간등화관제를 한 전함의 갑판은 달빛에 모든 것을 의지해야 했으나 선내는 그래도 약한 불빛이 곳곳에 켜져 있어서 사람의 형상정도는 보일 정도가 되었다.
푸슝! 푸슝! 푸슝! 퍽! 퍽! 퍽!····
박인환 중좌는 신속히 이동을 하며 복도를 비롯해 선내에서 움직이는 일본군들은 무조건 사살하기 시작했다.
“빨리 이동하라. 일본군은 전부 비무장상태니 최대한 신속하게 이동하라.”
푸슝! 푸슝! 푸슝! 퍽! 퍽! 퍽!····
박인환이 헤드셋으로 자신 있게 부하들을 독려할 수 있었던 것도 제주도의 일본군포로들 덕분이다.
일본해군은 선상반란 및 선상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평상시에는 수병들의 개인화기소지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사실을 포로들을 통해 확보할 수 있었다. 물론 장교들이 휴대하는 권총은 예외였지만 승조원들의 소총 등 개인화기는 일본군 특유의 통제 관리로 무기고에 일괄 보관시켰다 교전이 벌어질 때 비로소 무기고를 개방하여 무기반출을 한다는 사실을 포로들을 통해서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랬기에 갑판의 경계 병력을 제거하고 일단 선내도 들어선 특전사요원들의 발걸음은 거침없었다.
박인환은 자신이 맡은 구역에 도착하자 대원들을 손짓으로 위치를 지정해 주었다. 그러면서 자신이 먼저 장교들의 개인선실을 열기 시작했다.
푸슝 퍽! 푸슝 퍽!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일본군은 절대로 선실의 문을 내부로 잠그지 못하도록 되어있었다 그런 일본군장교선실을 사신(死神)이 방문한 것이다.
푸슝 퍽! 푸슝 퍽!····
박인환과 그의 팀원들은 기계와 같이 장교선실을 열고는 자고 있던 장교들을 사살해 나갈 때였다.
덜거덕
순간 한 선실이 안에서 잠겨 있었다.
‘찾았다.’
박인환은 속으로 이렇게 소리치며 뒤따르던 부하들에게 손짓을 해서 다른 장교선실을 먼저 제압하라고 이르고는 자신이 직접 잠긴 선실 문에다 소총을 그대로 발사했다.
푸슝! 푸슝!
쾅!
그러고는 발로 선실 문을 박찼다.
“누구냐.”
문을 발로 찬 소리에 놀라 아직 잠이 덜 깬 목소리가 들렸지만 박인환은 침착하게 안으로 들어가 그자의 미간을 겨냥했다. 그러자 빨간 불빛이 처음에는 무언지 몰랄 얼떨떨하던 그자는 불빛이 움직이다 자신의 미간에 머무르자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이 위로 올라갔다.
“제압해.”
박인환의 지시가 있자 뒤에 대기하고 있던 대원 한 명이 앞으로 나가 그의 손에 플라스틱 수갑을 채우고는 입을 테이프로 휘감았다.
“함장인가?”
박인환이 이번 작전을 위해 겨우 몇 마디 배운 일본어로 묻자 그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본함정에서 문을 잠글 수 있는 놈은 함장밖에 없다더니 사실이었군.’
“데리고 함교로 올라가라.”
박인환이 지시하자 2명의 대원이 신속하게 그자를 일으켜 세우더니 총구로 등을 찔러가며 신속하게 함교로 끌고 올라갔다. 박인환이 함장을 생포하는 사이 장교선실은 다른 팀원들이 모두 제압할 수 있었다.
“대대장님 제압을 완료했습니다.”
부하의 보고를 받을 때 박인환의 헤드셋에서 총소리와 함께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으악!~”
펑!~~
“콜록 콜록”
각 팀의 팀장들끼리는 헤드셋을 개방하고 있었기에 박인환은 바로 상대를 확인했다.
“어딘가?”
“2팀의 무기고입니다.”
“어떻게 된 일인가?”
“보초병을 사살하던 중 십여 명의 적병이 몰려와 어쩔 수 없이 도주를 못하도록 최루탄을 터트렸습니다.”
‘젠장 조용하게 끝날 줄 알았는데.’
박인환은 속으로 욕설을 터트렸지만 그의 입에서는 다른 말이 나왔다.
“상황은 어떻게 전개 되었지?”
“다행히 인명피해 없이 적을 모두 사살했습니다.”
“알았다. 2팀은 신속히 무기고장악을 마치고 방어선을 구축하라.”
“알겠습니다.”
박인환은 다급하게 기관실장악에 나선 3조를 호출했다.
“3팀 어디에 있는가.”
“기관실에 다 내려 왔습니다.”
“2팀 상황은 들었겠지.”
“예 모두 듣고 있었습니다.”
“기관실 장악을 최대한 서두르도록 하라.”
“알겠습니다.”
박인환은 이어서 장약고와 탄약고의 상황도 확인했다. 다행히 이 두 곳은 별다른 문제없이 장악된 것을 확인한 박인한은 부하들을 이끌고 3팀을 지원하기 위해 서둘러 기관실로 내려갔다.
박인환이 이렇게 기관실에 신경 쓰는 까닭은 미국전함의 킹스턴 밸브(kingston valve)가 바로 기관실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기관실만 장악하면 자침은 없다. 서두르자.”
박인환은 부하들을 독려하며 서둘러 기관실로 내려갔다.
전함 카츠라기 함장 야마자키(山崎) 대좌는 자다가 갑자기 잡혀와 정신이 없었다. 더구나 입을 막히니 숨까지 막히는 것 같았다.
“읍, 읍”
특전사요원들과는 달리 장우영 중좌는 해군으로 전함의 인수를 위해 나포작전에 참여하고 있었다.
장우영은 숨이 막혀 답답해하는 포로를 보자 부하에게 지시했다
“입을 열어줘라.”
찌익
“푸하!~”
야마자키 대좌는 막혔던 숨을 토해내며 잠시 숨을 헉헉댔다. 그는 당연히 누군지 물어왔다.
“그대들은 누구냐?”
그때 한 명의 하사관이 앞으로 나섰다.
“우리는 대한제국해군이오.”
순간 야마자키의 심장이 덜컥 하고 내려앉았다.
“뭐라고!!”
“잘 못 들었소? 우리는 대한제국해군이고 여기 계신 분은 장우영 중좌님이시오.”
야마자키 대좌는 기가 찼다. 서둘러 주변을 둘러보니 갑자기 피비린내가 확 올라왔으며 십여 명의 시신이 한 구석에 쌓여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 중 가장위에 누워있는 시신의 얼굴에 달빛이 선명하게 비춰졌고 그는 바로 오늘의 당직사령이었던 니시무라 소좌였다.
“아! 니시무라 소좌!”
야마자키 대좌는 그의 죽음을 보고서야 함교를 점령한 병력이 대한제국군이란 것을 확실하게 인식할 수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가?”
그러자 통역을 하던 남주원 중사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이보시오. 댁이 전함의 함장인 것 같아 말을 높이고 있지만 무슨 그런 질문이 다 있소. 어떻게 되다니 우리가 여기 놀러 온 것 같소?”
야마자키 대좌는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다행히 등화관제가 해제되지 않아 함교가 아직 어두워서 그렇지 불이 밝았다면 수치심에 죽고 싶었을 것이다. 야마자키 대좌는 잠시 머뭇거리다 다시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