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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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이 정말 대한제국군이 맞소?”

“호오~ 이제야 제대로 말을 하시는군요. 맞소이다. 우리는 대한제국해군이고 제1함대 소속이오.”

“지금 전함은 어떻게 된 것이오?”

“이 전함은 지금 우리 대한제국특전부대가 접수 중에 있소.”

“아!~~~”

야마자키 대좌는 설마 했지만 남주원 중사의 설명을 듣자 낙담했다. 하지만 그 순간 자침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기관실에 연락하려고 진성관을 찾았으나 기관실로 통하는 진성관은 이미 대한제국군이 장악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절망했다.

비록 달빛에 의지하고 있었지만 남주원 중사는 야마자키 대좌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바로 눈치 챘다. 

“이보시오. 함장나리. 자침을 할 생각이라면 아예 꿈도 꾸지 마시오. 지금 우리 육군특전사가 무기고와 폭탄과 탄약고 접수는 벌써 끝마쳤고 이제 마지막으로 기관실을 접수 중에 있소.” 

남주원은 대한제국최초의 함정인 양무호(揚武號)의 선원출신이었다. 그런 그가 해군에 특채되어 간부훈련을 받고는 하사관에 임용되어 근무하다 이번에 일본어가 능통한 덕분에 이번 작전에 투입되었다.

“기관실까지 접수중이란 말인가?”

“그렇소.”

야마자키 대좌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몸에 기운이 쫙 빠졌다. 지금 함 내에서 개인무장을 하고 있는 병력은 장교들뿐이라 함의 가장 후위에 있는 기관실은 완전히 무방비상태였기 때문이다.

그의 낙심대로 곧이어 함교에 있던 특전사를 통해 교신이 날아왔다. 교신을 접수한 특전사대원은 곧바로 장우영 중좌에게 보고했다.

“장 중좌님, 방금 전 인명피해 없이 무사히 기관실을 접수했다고 합니다.”

남주원 중사는 야마자키 대좌에게 특전요원을 손으로 가리켰다.

“지금 저 요원이 우리 대장님께 뭐라고 보고 하는지 아시오? 바로 이 배의 기관실까지 우리 대한제국의 특전사가 완전히 점령을 마쳤다는 전언이오.”

털썩

야마자키 대좌는 기관실까지 점령되었다는 말에 허탈해서 다리가 풀리며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전함의 중요한 지점은 모두 대한제국군에게 완전히 장악되고 말았던 것이다.

털썩

낙심하는 그에게 장우영 중좌가 다가갔다.

“나는 대한제국 제1함대 소속 장우영 중좌요.”

장우영이 자신의 신상을 말해 주었으나 일본군 함장은 자신의 신상을 말하지도 못하고 넋을 놓고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엄청난 일을 당했다는 생각에 장우영은 그의 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우리가 왜 귀관을 다른 장교들같이 그 자리에서 사살하지 않고 이리로 데리고 왔는지 아시오?”

야마자키 대좌가 깜짝 놀라서 되물었다.

“아니, 이 함정의 다른 장교들은 모두 사살되었다는 것이오?”

“그렇소.”

야마자키의 머리가 갑자기 빨리 돌아갔다.

“본관만을 살려두는 이유는 항복하라는 것이오?”

“우리는 귀관이 항복을 하던 하지 않던 방금 이 전함을 접수를 끝 마쳤소.”

“·····”

“귀관은 이제 항복이 아니라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할 일만이 남아 있소.”

“그게 무어요?”

“지금 이 전함에는 900명 가까운 병력이 승선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소. 장교들이 사살되고 갑판을 경비를 서고 있던 병력과 진압과정에 일부 인명피해가 났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700명 이상이 아직도 이 함정에 남아 있소. 귀관의 말 한 마디에 그들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소. 어떻게 부하들을 살리고 싶소. 아니면 죽이고 싶소?”

야마자키 대좌는 결국 항복을 하란 말을 돌려서 말하고 있다는 생각에 장우영을 사납게 쏘아봤지만 장우영은 그가 잘 못 알아들었다고 손을 저었다.

“귀관이 뭔가 착각을 하고 있는데 이건 항복하고는 관계없이 부하들을 살리고 죽이는 문제요. 어차피 본 전함은 우리가 완전히 장악되었다는 것을 조금 전 분명히 밝힌 것을 잊은 것이오?”

“·····”

“아!~ 그리고 이대로 시간을 보내다 보면 날이 밝고 그러면 다른 전함의 도움을 받을 생각을 혹시라도 하고 있다면 그런 어리석은 생각은 하지 마시오.”

“그럼?”

“그렇소. 본 전함뿐이 아니라 다른 5척의 전함 모두 똑 같은 상황이 전개 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두시오.”

“아아~~”

야마자키 대좌는 마치 자신의 속을 들여다 본 듯 꼭 짚어서 말을 하자 다른 말을 하지 못하고 탄식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추궁은 계속되었다.

“지금부터 우리는 본 전함에 남아 있는 일본군승조원들을 처리해야 하는데 함장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빨리 결정을 내려 주시오.”

장우영의 말을 들어보니 함은 이미 대한제국군에 장악되었고 다른 함정도 상황은 자신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함에 승선해 있는 승조원들의 목숨이 자신의 말 한마디에 달려있었다.  

함장으로서 다른 조치를 할 것이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야마자키 대좌는 무책임하게 자신의 부하들을 죽음으로 내 몰수는 없었다. 그러나 항복을 하겠다는 말도 쉽게 나오지 않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갈등을 하는 야마자키를 잠시 바라보던 장우영이 갑자기 실내등을 켰다.

순간적으로 밝은 빛에 야마자키가 눈살을 찌푸렸지만 내심 깜짝 놀랐다.

“응!!”

야마자키가 놀라는 모습을 보며 장우영이 웃었다.

“갑자기 등화관제를 해제시켜 이상하오?”

“솔직히 그렇소.”

“일어나서 밖을 내다보시오.”

야마자키가 문득 느끼는 점이 있어 벌떡 일어나 창문으로 사방을 둘러보다 얼굴이 절망적으로 변하며 순간적으로 깊은 탄식이 터져 나왔다.

“아!~~~~”

6척의 일본군전함은 안전사고를 방비하기 위해 수 백 미터씩 떨어져 있었지만 육안관측이 가능했다. 그러나 등화관제로 야간에는 몸체만이 겨우 보여야하는데 각 전함의 함교에 적이 침입해서 장악하지 않으면 꺼져 있을 불빛이 모두 켜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그 장면을 보고 낙담하는 야마자키에게 장우영 중좌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제 상황파악을 분명히 할 수 있겠소.”

야마자키는 이빨을 악다물었다. 치욕스러웠지만 다른 전함도 자신의 처지와 다르지 않은 것을 확인한 이상 더 이상의 주저함은 무의미했다.

“좋소. 그대가 원하는 데로 하겠소.”

“잘 생각했소. 함장의 올바른 판단이 수많은 목숨을 구했소.”

그렇게 말을 한 장우영은 고개를 돌려 부하에게 지시했다.

“갑판의 불을 밝혀라.”  

장우영의 지시가 있자 동행한 대한제국해군장병들은 능숙하게 카츠라기의 기기를 조작했고 그러자 갑판에 일제히 불이 들어왔다. 갑판에 불이 들어오는 것을 확인한 장우영이 야마자키 함장에게 전성관을 가리키며 손짓했다.

“본 전함의 승조원들을 전부 갑판으로 불러올리도록 하시오.”

그러면서 눈짓을 하자 해군장교 한 명이 가로막고 있던 전성관에서 비켜섰다. 

야마자키 함장은 승조원들에게 항복을 알려한다는 사실에 잠깐 눈앞이 캄캄했다. 하지만 자신이 직접 지시를 하는 것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종결할 수 있으면서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생각에 숨을 한 번 깊게 쉬고는 전성관의 나팔을 잡았다.

“본관은 함장 야마자키 대좌이다. 기관실을 제외한 모든 승조원들은 지금 즉시 기상해서 갑판으로 집결하기 바란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절대 경거망동하지 말고 지금 즉시 전 승조원들은 갑판으로 모두 집합하기 바란다.”

땡 땡 땡 땡 땡······ 

함장의 지시가 있자 곧이어 비상을 알리는 종소리가 함 내에 울려 퍼졌고 야마자키 함장은 몇 번에 걸쳐 승조원들에게 경거망동하지 말도록 주의를 주었다.

장우영은 야마자키가 시키지도 않은 말까지 하고 있다는 것을 남주원 중사에게 들으면서 큰 인명피해 없이 생각보다 빨리 적함을 접수할 수 있다는 것에 안도했다. 

전함 카츠라기가 함장의 항복으로 갑판에 불이 켜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함대 다른 전함의 갑판에도 불이 순차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일본전함의 나포성공은 항복하는 순서대로 1함대에 보고되고 있었다.

“마지막 6번째 함정도 나포에 성공했습니다!!!”

1함대 참모장 홍종관 상좌는 나포작전이 시작되고 긴장을 너무 한 탓에 목이 갈라져 있었지만 보내오는 승전 보고를 목이 잠길 정도로 소리쳤다.

3여단장 윤석기 소장이나 김성태 제독도 피가 마르고 목이 타는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속속 들어오는 성공소식에 점점 얼굴이 밝아지다가 마지막으로 홍종관이 성공했다고 소리치자 서로를 바라보며 굳게 두 손을 마주 잡았다.

그렇게 악수를 마친 김성태 제독은 홍종관에게 바로 다음 지시를 쏟아냈다.

“전 함대, 등화관제를 해제하라.”

지시와 동시에 함정들이 꺼두었던 등을 밝혔다. 

대한제국함대는 일본함대와 의외로 가까이 다가서 있어서 일본함대같이 전면적으로 등화관제를 실시하고 있었다.

“회전날틀을 띄우고 잠수함전대에게 수면으로 부상해서 특전사를 지원하라고 요청하라. 전 함대는 최대한 빨리 일본함대에 접근한다.”

김성태 제독의 연이은 지시를 받은 홍종관은 잠수함전대에 교신을 하고는 1·2함대의 전 함정에도 김성태의 지시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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