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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함의 갑판에 불이 대낮같이 밝아졌고 갑판에서는 회전날틀이 연이어 떠올라 일본함대방향으로 날아갔다. 떠오른 회전날틀은 1·2함대가 일본전함들이 머무르고 있는 해역에 도착하기 전까지 각 일본전함에 해군운용요원 수십 명씩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대한제국함대는 일본함대와 별로 떨어져 있지 않아서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함대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야마자키 대좌는 사람 혼을 빼놓을 정도로 특유의 소리를 내면서 하늘을 날아다니며 줄을 이용해 해군병력을 계속 내려놓는 있는 회전날틀을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상갑판에 대낮같이 불을 켜고 회전날틀이 연신 오르내리는 마라도 함이 다가오는 모습을 보고는 놀라서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게 도대체 무슨 배지?”
마라도를 보고 놀라는 그에게 장우영 중좌가 설명해주었다.
“저 배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회전날틀은 물론 비행기를 탑재할 수 있는 항공모함이라고 하는 함정이오.”
“항공모함이오?”
“그렇소.”
“아·······”
야마자키 대좌는 장우영 중좌의 설명에도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하늘을 나는 회전날틀도 그렇지만 그것을 싣고 다니는 함정이 있다는 것은 수십 년을 바다에서 살아오고 있는 해군대좌인 그에게는 문화충격이나 다름없었다.
‘조선이 언제 이런 막강한 함대를 보유했다는 말인가. 아! 그동안 우리 대일본제국은 이런 상황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었구나.’
장우영은 야마자키의 얼굴에서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바로 짐작할 수 있었지만 그가 어떻게 생각을 하던 포로가 된 그에게 구태여 상세한 설명을 해줄 필요가 없었기에 모른 척했다.
김성태 제독은 일본함대가 있는 해역에 도착하자마자 일본전함들의 상황을 점검하도록 지시했다.
점검결과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한 김성태 제독은 곧 6척의 전함의 이동을 지시했다. 제독의 지시는 이미 함정을 장악한 대한제국해군에 의해 바로 실시되었다.
일본전함들은 잠시 후 부산을 향해 항진하기 시작했으며 주변에는 1·2함대가 호위를 하듯 포진하여 동행했다. 몇 시간 만에 대한해협을 횡단한 일본전함과 1·2함대는 일출과 거의 동시에 부산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부산항은 지난 상륙작전 때에 비해 면모가 완전히 일신해 있었다. 당시 폭격과 포격으로 폐허가 될 정도로 박살이 났던 일본조계지는 당시 상황을 전혀 알아 볼 수 없게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리고 부산항 부두 또한 2년여 간의 공사 끝에 제1부두가 완공되어있었다. 부산항 제1부두에 닻을 내린 6척의 일본전함은 가장 먼저 사살된 일본군장교들이 시신과 함께 일본군승조원들을 하선시켰다.
그리고는 각 전함에 실려 있던 장약과 포탄을 전부 대한제국함대의 전함으로 옮겨 싣기 시작했다.
일본전함에 있는 포탄은 대부분 시모세탄이었다.
대한제국은 마산에 있던 탄약고 등 일본군에게 노획한 시모세탄은 그동안의 작전과 두 달 동안 실시한 열도폭격에 거의 전부 소진시키고 있었다.
그런데 또 다시 전함과 함께 막대한 양의 시모세탄이 다시 노획되자 이 포탄도 역시 열도포격에 사용하기 위해 대한제국전함에 옮겨 실었다. 이러한 조치로 함대출전이 며칠 늦어지게 되었지만 일본의 마지막 남은 함대의 나포는 대한제국 전역을 또다시 환호성이 터지도록 만들었다.
2달간에 걸친 폭격 때 히로시마에 있는 대본영본관은 물론이고 히로시마 성도 완전히 전소되었다.
이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히로시마시내의 민간건물을 징발해 임시로 대본영으로 사용하고 있었으며 일본해군 지휘본부도 대본영의 바로 옆의 민간건물을 징발해서 사용하고 있었다.
군령부총장 이토 스케유키 해군대장은 해군의 작전을 담당하는 군령부제1부장 이케다(池田)소장의 긴급보고를 받고는 얼굴이 파랗게 질려버렸다.
“뭐, 뭐라고!! 6척이나 되는 전함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
너무도 놀라는 이토 대장의 안색을 보고는 해군의 작전을 담당하는 군령부제1부장인 이케다 소장은 곧바로 대답을 못했다.
그러자 이토 대장의 질책이 바로 날아갔다.
“이케다 소장, 지금 뭐하는 짓인가? 어떻게 된 상황인지 우물쭈물 거리지 말고 정확하게 다시 말해보라.”
이케다 소장은 이토 대장의 강한질책을 받자 어쩔 수 없다는 심정으로 보고를 했다.
“지난밤 교신 때까지도 아무 문제가 없었던 전함들이 아침이 되자 아무런 연락이 없어 시모노세키에서 연락선을 급파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전날 교신했던 해상에 가보니 전함은 물론이고 아무것도 발견한 것이 없었다고 합니다.”
이토 해군대장의 얼굴이 점점 흙빛이 되어갔다.
“정말 아무것도 없었더란 말인가?”
“그렇습니다.”
“시신이나 부유물도?”
“예, 각하.”
“아아!!~~~~”
이토 대장은 머리를 부여잡고 주저앉았다.
“이럴 수가 없어. 이럴 수가!~~~”
이토 대장은 피를 토하듯 거의 절규했다. 지난번 북해도수송함대몰살로 수뢰정조차도 별로 남아있지 않은 일본해군의 마지막 보루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너무도 절망해 하는 이토 대장을 보고 이케다 소장과 같이 들어온 일본 해군의 정보를 담당하는 군령부제3부장 야마구치(山口) 소장이 위로했다.
“각하, 지금 시모노세키는 물론 규수에 있는 어선까지 총동원되어 해역수색작업을 벌이고 있으니 곧 무슨 소식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자 이케다 소장도 거들고 나섰다.
“그렇습니다. 단순히 교신이 되지 않은 것일 수도 있으니 어떠한 판단을 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이토 대장은 자신이 총애하고 있는 2명의 부장들 말을 듣고 있었지만 일시적인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케다 소장이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이토 해군대장을 조심스럽게 불렀다.
“각하!”
“후~~”
이케다 소장의 부름을 듣자 그제야 한숨을 내쉰 이토 대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으로 다가갔다.
그가 바라본 창문 밖으로 히로시마 성이 보였으며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던 히로시마 성은 대한제국의 폭격으로 완전히 무너져 잿더미가 되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번 일로 인해 우리 대일본제국의 미래도 저렇게 잿더미가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구나.’
한 동안 잿더미가 된 히로시마 성을 바라보며 착잡한 심정을 다스리던 이토 대장이 몸을 돌려 제1부장 이케다 소장에게 지시를 했다.
“이케다 소장.”
“예, 각하.”
“귀관은 지금즉시 시모노세키로 내려가 간몬해협(關門海峽)을 지키고 있는 연안함정을 총 동원해서 아군 전함이 증발된 해역을 샅샅이 수색하도록 하라.”
이케다 소장이 난색을 표시했다.
“각하. 그렇게 되면 야하타 제철소를 방어하는데 결정적인 어려움에 직면하게 됩니다.”
이토 대장은 단호했다.
“본관이 그것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하지만 6척의 전함이 없다면 무장이 빈약한 연안함정이 아무리 많아봐야 그것으로 바다를 지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 해군으로서는 어떠한 수를 쓰더라도 전함을 찾아야한다.”
이케다 소장은 이토 대장의 결심이 확고한 것을 알고는 바로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소장은 지금 즉시 시모노세키로 내려 가보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현장에 도착할 수 있도록 하라.”
“예, 각하.”
이케다 소장이 경례를 올리고 몸을 돌려 나가려 할 때 이토 대장이 다시 그를 불렀다.
“이케다 소장.”
이토 대장이 자신을 부르자 그는 황급히 몸을 돌려 자세를 바로 했다. 그런 그를 보고 이토 대장이 굳은 표정으로 당부를 했다.
“만일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여기 있는 야마구치 소장과 함께 해군을 잘 이끌어 주게.”
이케다 소장은 이 말을 듣자 울컥했다.
“각하!~~”
하지만 이토 대장은 바로 손짓했다.
“어서 가보라. 시간이 없다.”
이토 대장이 다시 지시를 내리자 이케다 소장은 더 이상 질문을 하지 못하고 황급히 몸을 돌려 방을 나섰다. 이케다 소장은 이토 대장이 말을 듣지 않아도 그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바로 알 수 있었기에 이를 악물고 서둘러 건물을 빠져 나갔다.
이케다 소장이 나가는 것을 본 이토 대장은 모자를 쓰고 마치 결전을 벌일 듯 옷매무새를 고쳤다.
그러고는 옆에 있는 야마구치 소장에게 지시했다.
“본관은 폐하께 보고를 드리러간다.”
“다녀오십시오.”
“전함의 실종을 폐하께 보고하면 분명 어전회의로까지 이어질 것 같으니 본관이 돌아오려면 아마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니 귀관은 이 시각부터 정보수집에 총력을 기울이도록 하고 이케다 소장이 전해오는 보고는 특급으로 분류해 때와 장소를 가리지 말고 본관에게 바로 보고 할 수 있도록 조치하라.”
“명심하겠습니다. 각하.”
“후!~”
야마구치의 대답을 들은 이토 대장은 숨을 한번 크게 쉬고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