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88 회: 6권-13화 열도상륙 --> (188/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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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 다른 일은 둘째이고 일단 대피소로 피신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사옵니다.”

“만에 기뢰를 부설해 놓아서 조선의 함대가 만안으로 들어오지 못할 것인데 짐이 구태여 이렇게 대피소로 피신을 할 필요가 있겠소?”

“그렇기는 하나 지금은 어떠한 상황이 벌어질지알 수가 없으니 일단 피신을 하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하지만 메이지일왕은 마뜩찮은 표정을 지었다.

그런 일왕을 설득하기 위해 야마가타가 다시 입을 열려고 할 때 세토내해방면에서 휘파람 같은 소리가 들렸다.

피우~~

이케다 소장은 그 소리가 포탄이 나는 소리란 것을 직감하자 다급하게 소리쳤다.

“포탄입니다.”

꽈앙!~~

명림답부 함에서 쏜 초단은 방금 전 일왕이 나온 임시왕궁을 정확히 명중시켰다. 포격을 받은 임시왕궁은 엄청난 폭발과 함께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였다. 

일왕은 물론 야마가타 원수 등 일본군지휘관들도 모두 경악했고 너무도 놀란 일왕이 말까지 더듬었다.

“여, 여기서 세토내해까지는 거리가 수십km인데 어떻게 포탄이 여기까지 날아 올 수가 있다는 말인가.”

야마가타 원수는 놀라서 말까지 더듬거리는 일왕을 다급하게 재촉했다.

“폐하, 위험하오니 빨리 대피소로 이동하셔야 합니다.”

메이지일왕도 신변의 위협을 느끼자 야마가타의 말에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고 서둘러 대피소로 들어가려고 할 때 그들의 등 뒤로 수십 발의 포탄이 연이어 날아왔다.

쾅! 쾅! 쾅! 쾅!······

송골매의 유도를 받고 날아온 수십 발의 포탄은 일왕의 임시왕궁은 물론이고 대본영이 임시로 사용하고 있는 건물일대를 완전히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렸다.

해군의 이케다 소장은 왕궁이 폭파된 것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어진 포격을 보고는 거의 넋이 나가 버렸다. 이케다 소장은 대본영이 폭파되면서 수많은 참모들과 육·해군 최고지휘관들이 죽어나간 것보다 대한제국함포의 사거리와 정밀포격이 믿기지 않았던 것이다. 

대피하는 사람들에게 이끌려 대피소로 들어 왔지만 이케다 소장의 충격은 가지지 않고 있었다. 

이런 이케다 소장을 보고 야마가타가 질책했다.

“귀관은 제국의 해군을 이끄는 지휘관으로서 조선의 함포사격을 보고 무얼 그렇게 넋이 빠져 있는가?”

야마가타의 질책에 정신을 차린 이케다 소장은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을 보고 야마가타가 벌컥 화를 냈다.

“고개를 젓다니 귀관은 본관의 말이 말 같지 않는가?”

그제야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이케다 소장은 바로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소관이 잠시 다른 생각을 하느라 각하께 결례를 범했습니다.”

쿵!! 우수수~~~~~ 쿵!! 우수수~~·~

이케다가 사과를 하고 있는 중에도 대한제국의 함포가 계속 날아오고 있는지 대피소를 덮고 있는 흙이 폭발의 진동으로 무수히 떨어져 내렸다.

“지금 같은 시국에 해군최고지휘관이 넋을 놓고 있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게 아니고 너무도 정확한 함포포격에 놀라서 그렇습니다.”

야마가타가 못마땅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함포가 거리측정을 잘 하면 잘 맞을 수도 있는 일이지 그걸 같고 무얼 그리 넋을 빼는가?”   

“그렇지 않습니다. 바닥이 고정된 육지라면 모르지만 바다에서 쏘는 함포사격은 방금 전같이 정확하게 목표를 맞추는 것은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야마가타는 일본포병의 형편없는 사격술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지만 애써 무시했다.

“귀관은 그렇다면 적국인 조선의 함포사격능력이 우리 제국보다 우수하다는 것인가?”

이케다 소장은 비록 놀라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이적행위로 몰릴 수 있게 대한제국의 사격실력이 좋다는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조금 전의 경우는 너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우연의 일치일 것이다. 귀관은 방금 전의 상황에 연연하지 말고 조선함대를 물리칠 최선의 방안을 강구해 보라.”

“예, 각하.”

이케다 소장은 대답을 하고 서둘러 해군참모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지만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나머지 참모들은 어떻게 된 일인가?”

“본부건물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습니다.”

이케다 소장은 순간 절망했다. 하지만 다른 때와 달리 비록 임시지만 자신이 일본해군을 이끌어가야 할 자리에 있다는 것을 상기했다.

“귀관은 참모들 상황이 어떤지 빨리 파악해보라.”

“알겠습니다.”

대답을 한 참모는 서둘러 대피소를 빠져 나갔다.휸슈의 히로시마가 1함대 1전대가 송골매의 유도를 받는 장거리함포사격으로 대혼란에 빠져 있을 때 1함대 2전대는 유유히 규슈의 오이타 앞바다에 도착해 있었다.

이 2전대는 전부 일본과 러시아의 나포함정으로 구성된 함대로 기함은 함대재편으로 2함대에서 옮겨온 김충선 함이었다. 이 2전대는 1전대와는 달리 세토내해로 들어가지 않고  지난 두 달간의 폭격에 비교적 안전했던 오이타를 비롯해 미야자키 등 규슈의 동쪽방면에 있던 도시를 포격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쾅! 쾅! 쾅! 쾅! 쾅!·······

1전대의 히로시마포격과 거의 동시에 2전대의 함포에서도 오이타에 무차별 함포사격이 시작되었다.

1·2함대의 함포사격이 있던 날 해삼위가 모항인 제7함대도 일본열도의 동해방면에 있는 도시인 니가타에 대한 대대적인 함포사격이 있었다.

이렇게 3개 함대가 동원된 함포사격이 일본각지에서 거의 동시에 시작되었고 해안포조차 거의 설치되어 있지 않은 일본은 속수무책을 당해야 했다. 

일본으로서는 마치 일본열도 전체가 대한제국 함대에 포위되어 함포공격을 받고 있는 보였지만 대한제국의 이 함포공격에는 중대한 문제점이 있었다. 그것은 포탄이 무한정 공급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해주에서 총·포탄이 양산에 들어가 있었으나 함포용 포탄은 쉽게 찍어낼 수 있는 포탄이 아니었다.

더구나 그동안 육군의 무장에 필요한 각종 총포탄을 생산하느라 함포용 포탄생산이 아주 더디게 진행되고 있었다.

거기다 두 달간의 공중폭격으로 일본군과 러시아군에서 노획한 포탄의 거의 대부분을 소모했던 대한제국으로서는 새로 노획한 6척의 전함에서 얻은 포탄이 아주 요긴하게 쓰일 정도였다. 

그랬기에 대한제국의 함포공격은 일본의 주요도시에 한정되어 있었고 또 몇날며칠 계속적으로 함포공격을 퍼부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정도만 해도 일본열도는 거의 공황상태에 빠지기 충분했으며 민심은 갈수록 흉흉해지고 있었다. 

그나마 일본육군이 나서서 아주강경하게 치안을 감당하고 있었기에 폭동이나 소요사태를 겨우 막아내고 있을 정도였지 그렇지 않았다면 폭동이 일어나도 벌써 일어날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렇게 한 달 동안 계속된 함포사격으로 드디어 일본은 벼랑 끝까지 내몰리면서 열도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열도상륙

대한제국군의 총본산인 용산은 이미 거대한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동안 공병대의 노력으로 국방부본관은 물론이고 육·해·공군본부가 각각 똑 같은 크기로 들어서 있었다. 해병대의 독립을 위해 별도의 건물도 건설되고 있었으며 삼군합동참모본부 또한 별도로 웅장하게 들어서 있었다.

7월 하순 합동참모본부에서는 박충식과 국방대신 김종석과 삼군 대신 그리고 중정부장 오창권과 주청공사 차준혁이 참석한 회의가 열렸다. 참석자전부 일본과의 전황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었기에 별도의 전황보고 없이 회의가 바로 진행되었다.

박충식이 먼저 송의식을 불렀다.

“송 본부장.”

송의식은 북진이 마무리 되어가고 합동참모본부가 완공되고 제대로 된 참모본부가 갖춰지면서 해군대신 겸 삼군참모본부장으로 보직이 변경되었다.

“예, 전하.”

“참모본부에서는 일본이 얼마나 더 버틸 것으로 예상하는가?”

“일본 육군참모총장인 야마가타가 본토결전을 부르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저희들 판단에는 항복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좀 더 빨리 전쟁을 마무리 짓기 위해서는 전하께서 용단을 내려주셔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과인의 용단?”

“일본에서 끝까지 항전을 주장하는 자가 야마가타이고 그 야마가타가 일말의 희망을 버리지 않는 것이 남아있는 육군병력 때문입니다. 지금으로선 남은 병력을 처리하지 않으면 지금의 일본정부 태도로서는 일본국민이 전부 죽어나가도 항복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박충식이 어이없다는 반응을 했다.

“국민들이 죽어나가는 것은 안중에도 없이 무모한 항쟁을 계속하겠다는 것인가?”

“군 병력도 소모품으로 취급하는 자들인데 일반국민에 대한 생각이야 빤하지 않겠습니까?”  

“국방상의 생각은 어떤가?”

“참모본부장의 말씀대로 출병문제를 심각하게 검토해 봐야할 것 같습니다.”

“흐음!~~”

박충식이 깊은 신음소리를 냈지만 다른 대안이 없었다.

“결국 상륙작전을 감행하는 것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말인가.”

강명철 육군대신이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어차피 각오했던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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