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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새벽 해삼위와 제주에서 예정대로 원정군이 출발을 했다. 해삼위를 출발한 수송함대는 7함대가 제주는 당연히 1함대의 호위를 받았다.
두 항구의 부두에는 이른 새벽임에도 지역주민들이 나와서 손을 흔들며 열렬한 환송을 해주었다.
그리고 제주에서 출항한 1함대와 수송함대는 도고 제독과 사토 참모장 그리고 아키야마 참모 등 일본군 3명의 환영하지 않는 전송도 함께 받았다.
두 함대는 항해거리가 달랐으나 운항 속도를 조절해 정확히 오일 만에 각각의 상륙지점 도착했다.
작전을 감행하기 전날 밤 공진규 해병사령관은 해병1여단장 정태수와 특전사1여단장 김영문을 불러 최종적으로 상륙작전에 대해 협의를 했다.
상륙작전은 해병대가 벌이기로 되어 있었으나 특전사여단장 김영문은 오키나와에 병력이 별로 없는 것을 이유로 공진규에게 먼저 제안을 했다.
“사령관님. 오키나와를 방어하는 일본군이 대대병력뿐이라면 우리 특전사가 회전날틀로 하강작전을 감행해서 속전속결로 끝을 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해병1여단장 정태수가 펄쩍 뛰었다.
“김 여단장님의 말씀대로 속전속결로 끝을 맺는 것도 좋지만 현지에 대대병력이 주둔하고 있다는 것은 항공관측에 의한 추정에 불과해 어떤 변수가 있을지 지금으로선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본래계획대로 우리 해병대의 수륙양용장갑차를 이용한 상륙작전을 주공(主攻)으로 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김성태 제독이 정태수여단장의 말에 찬성했다.
“정 여단장의 말에 찬성합니다. 지금 현지 상황을 확실히 알 수 없는데 작전도중 돌발변수가 발생한다면 자칫 큰 인명피해가 날 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이번 출정 때 대공 전하께서 특별히 장병들의 인명피해에 대해 신신당부를 하셨는데 해병대가 수륙양용장갑차를 앞세워 상륙작전을 한다면 쓸데없는 병력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공진규 사령관은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않고 김영문을 바라봤다. 그러자 김영문이 아쉬운 표정이 역력했지만 바로 수긍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주공은 해병대에게 양보하겠습니다.”공진규 해병사령관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특전사의 결단에 감사를 드리네. 그렇지 않아도 대공께서 병력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신신당부를 하셨는데 특전사가 이렇게 양보를 해주니 걱정을 한 시름 덜은 것 같네.”
“아닙니다. 저도 같이 온 전우들이 벌써 수백이나 고혼이 된 것이 늘 마음에 걸렸습니다.”
김영문의 말에 김성태 제독이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어쩌겠나. 군인의 숙명이 그런 것을”
김성태까지 신군의 희생을 입에 담자 분위기가 갑자기 착 가라앉았다. 작전회의를 하겠다고 모인 자리가 자신의 말로 숙연해지자 김영문은 가라앉은 분위기를 털어내려고 일부러 목소리를 밝게 했다.
“주공은 해병대에 양보했으니 나머지는 우리 특전사가 책임지고 처리하겠습니다.”
공진규도 따라서 목소리를 밝게 했다.
“알겠네, 특전사의 활약을 기대하겠네. 그리고 해병1여단은 쓸데없는 인명피해 없이 작전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세부작전을 잘 세우도록 하게.”
장태수도 덩달아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참모들과 협의해 최선의 방안을 수립하겠습니다.”
이렇게 지휘관들이 돌아가며 분위기를 띄우려고 하자 가라앉았던 분위기가 이내 사라졌다. 그러자 공진규가 해삼위를 출발한 동진부대를 걱정했다.
“우리 남진부대는 마라도가 있어서 상륙작전을 원활히 감행할 수 있지만 해삼위를 출발한 동진부대는 마라도도 없고 북해도에 주둔해 있는 일본군병력도 상당하다고 들었는데 걱정입니다.”
김성태 제독이 그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동진부대는 군수지원함인 백록이 장비수송 및 하역을 지원하고 있고 잠함과 고속침투함정도 전부 투입되어서 우려보다는 잘 진행될 것입니다.”
“그렇기는 해도 동진부대가 상륙작전 경험이 없는 것이 우려스럽습니다.”
“그 점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니 잘 해내기를 비는 수밖에 없습니다.”
공진규 사령관이 아쉬워했다.
“요동반도에 주둔해 있는 해병2여단을 동원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서 병력이 적다는 것이 이번같이 아쉬울 때가 없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참모본부에서 이번 일본작전이 끝나면 해병대에 대한 병력증가를 적극 검토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아직 제국의 인구가 적어서 병력이 크게 늘어나기는 힘들 것입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김영문이 나섰다.
“만주지역에 있는 한족을 비롯한 만주족과 몽골족들이 귀화를 마치면 인구걱정은 조금 덜지 않겠습니까?”
대한제국은 만주수복을 마치고 난 뒤 남아있던 주민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으로 이민족에 대한 동화정책을 펼치고 있는 중이었다.
“지난 러일전쟁 때 일본의 약탈이 너무 심해서 주민 대부분이 요서와 북경방면으로 피난을 가는 바람에 남아 있는 사람이라야 몇 백만도 안 되네. 더구나 한족 중 귀화를 하지 않겠다는 인구도 아직 상당수 있어서 시간이 더 있어야 할 것이야.”
공진규의 설명에 김영문 대좌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자 공진규의 설명이 이어졌다.
“그래도 일본군이 하나 잘 한 것은 인종청소야. 만일 일본군이 이년동안 엄청난 수탈과 폭정을 펼치지 않았다면 요동지역의 한족 때문에 우리도 상당한 곤욕을 치렀을 것이야.”
장태수가 공진규의 말을 적극적으로 거들었다.
“맞습니다. 만주가 아무리 우리 고토라고 하더라도 유조변장(柳條邊牆 본래는 명나라 때 요동일대에 설치한 버드나무로 만든 국경이었으나 청나라가 만주지역에 봉금령을 실시하면서 변장의 위치가 봉황성과 길림까지 연장되었다)안의 요동지역은 한족들이 그동안 뿌리 내리고 산 세월이 얼마입니까. 아마 일본군이 고의적으로 한족을 몰아내는 정책을 펼치지 않았다면 아마 우리 제국도 한동안 한족들 때문에 상당한 곤욕을 치렀을 뻔 했습니다.”
김성태가 웃으며 대화에 참여했다.
“하여튼 일본이 계속해서 우리를 도와주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지금시대에서 어쩌면 그것이 일본과 우리 대한제국 모두의 숙명일지도 모릅니다. 우리 제국이 세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일본을 눌러야 하고 일본도 자신들의 국익을 위해 대륙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한반도를 거쳐야 하니 말입니다.”
공진규의 말에 모든 사람이 동감을 표시했다.
다음날 남진부대의 오키나와상륙작전은 여명과 동시에 웅비비행선의 폭격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만주가 박살이 나고 본토가 결전에 돌입해 있었지만 오키나와는 모든 풍파를 비켜난 탓인지 대한제국의 공격을 받자 예상과 달리 너무도 무기력하게 무너져 버렸다.
오키나와함락은 대한제국이 일부러 무선교란을 실시하지 않아 곧바로 일본대본영에 전달되었다.
이무렵 히로시마 대본영은 박쥐같은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웅비비행선이 히로시마상공에 아예 교대로 상주하면서 일본군이 드나드는 곳이면 낮이고 밤이고 폭탄을 투하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대공사격 때문에 비행선의 고도가 높아 정밀폭격은 할 수 없었지만 잊어버릴 만하면 한발씩 떨어지는 폭탄에 사상자가 차곡차곡 발생했고 시간이 지나자 이런 인명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렇게 되자 어쩔 수없이 군인들은 주간이동이 금지되고 일출전과 야간에만 통행하는 박쥐같은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일본육군참모총장 야마가타 아리토모 원수는 대본영에서 육군의 통신을 담당하는 육군참모부제3부장 아베(安倍) 소장의 보고를 받자 깜짝 놀라 소리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무엇이라고!! 오키나와에 조선군이 침공을 하고 있다고? 언제 말인가?”
아베 소장은 침통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방금 전 오키나와에 주둔해 있는 부대에서 보내온 긴급전문입니다. 그리고 ······”
“그리고 또 뭔가?”
“조선군의 군세가 너무 강해 얼마 버티지 못하겠다는 보고도 함께 해왔습니다.”
털썩
야마가타는 뒤통수를 한 대 맞은 심정이었다. 그런 그의 심정을 대변하듯 목소리가 심하게 가라앉았다.
“육군의 모든 병력을 야하타 제철소와 본토 사수를 위해 배치시켜 놓았는데 생각지도 않은 오키나와를 침공하다니.”
그때 밖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지자 아베 소장이 밖에다 소리쳤다.
“밖에 무슨 일인가?”
그러자 황급히 문이 열리면서 정보부서 참모가 들어와서는 아베 소장에게 다급하게 보고했다.
“각하,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인데 총장각하 앞에서 이렇게 호들갑인가?”
“북해도에 조선군이 상륙을 했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야마가타와 아베가 놀라서 동시에 소리쳤다.
“뭐라고!!”
“뭐라고!!”
와락
아베 소장은 놀라서 소리치며 참모의 손에 들린 전문을 빼앗듯 잡아챘다.
“이, 이게 대체 ·······”
전문을 읽던 아베 소장이 놀라서 말까지 더듬거리자 야마가타가 재촉했다.
“전문내용이 뭔가?”
아베의 인상이 있는 대로 찌그러지면서 보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