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3 회: 6권-18화 -->
“조선군이 하코다테 항을 점령하고는 북해도내륙으로 병력을 이동 중이라고 합니다.”
야마가타가 낙심했다.
“아!~~ 이럴 수가 우리가 완전히 허를 찔렸구나. 설마 오키나와와 북해도를 공격해 올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구나.”
낙심하던 야마가타가 갑자기 생각이 난 듯 아베에게 황급히 질문했다.
“조선군의 병력은 얼마나 된다고 하던가?”
아베가 전문을 보면서 보고했다.
“적병이 수만 명 정도라고 합니다.”
이렇게 보고를 하는 사이 다른 참모가 다시 전문을 가져왔고 아베가 그것을 받아 읽다 놀랐다.
“각하! 북해도에 상륙한 조선군에게 처음 보는 철갑으로 두른 신무기가 있다고 합니다.”
“철갑차라고 했나?”
“그렇습니다. 자동차인데 기관총탄도 뚫지 못하는 철갑을 사방에 두르고 있어서 아군이 아무리 공격을 해도 손상조차 입지 않고 오히려 상부에 거치된 기관총으로 반격을 해오는 바람에 지금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해도 주둔 병력이 대한제국의 공세에 속수무책 당하고 있다는 보고를 들은 야마가타 원수는 답답해서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그동안 항상 무시하기만 했던 대한제국군에 대해 처음으로 놀라움을 표시했다.
“조선군에게 그런 신무기를 만들다니 참으로 놀랄 일이구나.”
그때 또다시 참모가 전문을 가지고 황급히 달려왔다. 아베가 그 전문을 읽다 얼굴이 하얘졌다.
“이, 이게,······”
“이번에는 또 무슨 전문인가?”
“무로란(室蘭 실란)에도 조선군이 상륙해 점령을 했다고 합니다.”
“뭐라고! 벌써 무로란까지 점령을 당했다고?”
“그렇습니다.”
야마가타는 자신도 모르게 탄식했다.
“아!~ 무로란까지 점령을 당했다면 도청이 있는 삿포로(札幌 찰황)도 얼마 남지 않았겠구나.”
그러다 또 한 명의 참모가 가져온 전문을 받고는 야마가타와 아베가 절망했다.
“각하 이시카리(石狩 석수 북해도의 동해안방면에 있는 항구 삿포로와 붙어있다)에도 조선군이 상륙해 지금 삿포로가 위험하다고 합니다.”
“······”
세 번째로 대한제국군이 북해도에 상륙했다는 보고를 받자 야마가타는 허탈했다. 대한제국군이 시간차를 두고 북해도에 상륙작전을 실시하는 바람에 충격이 쌓이듯 차례차례 보고를 받은 야마가타는 한동안 말을 못하다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조선군이 기가 막히게도 방어병력이 별로 없는 북해도의 허를 찔러 세 곳에서 동시에 상륙작전을 감행했구나.”
“북해도에는 병력도 별로 없는데 침공한 조선군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걱정입니다.”
야마가타 원수는 갑자기 어깨가 무거워지면서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터져 나왔다.
“후!~”
아베 소장은 항상 강하게만 보였던 야마가타 원수가 자신의 앞에서 땅이 꺼질 듯 한숨을 내쉬자 갑자기 그가 작아보였다.
“폐하께 어떻게 보고를 드려야 할지 참으로 걱정이구나.”
이렇게까지 나약한 말을 하자 아베 소장은 그동안 높게만 보며 모셔왔던 이전의 야마가타 원수가 아니란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제국의 군사력을 한 손에 거머쥐고 천하를 호령하던 저분도 저렇게 무력해졌는데 결국 우리 일본제국이 이렇게 무너지고 마는 것인가.’
이렇게 생각하던 아베 소장이 머릿속의 생각을 털어내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소장이 폐하를 알현하겠습니다.”
아베의 이 말에는 야마가타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아무리 나쁜 소식이라고 하더라도 내가 보고 드리는 것이 맞다.”
그렇게 말을 하며 야마가타가 모자를 쓰자 아베 소장은 자신의 손에 들고 있는 전문을 두 손으로 야마가타 원수에게 바쳤다.
메이지일왕의 반응도 야마가타와 다르지 않게 격하게 반응했고 허무하게 주저앉았다. 연락을 받고 일왕의 거처로 황급히 달려온 이토 히로부미와 사이온지 총리도 반응은 매한가지였다.
이날 하루 종일 북해도의 전황이 시시각각 전해지면서 네 사람의 얼굴은 점점 굳어지다가 마지막으로 도청이 있는 삿포로가 함락되었다는 전문을 받자 그들의 얼굴은 모두 흙빛으로 변했다.
나름대로 강하게 견디던 메이지일왕도 삿포로가 함락되었다는 소식에 고개를 저었다.
“후!~ 어떻게 하루도 견디지 못하고 북해도와 오키나와가 조선군에게 점령을 당해버린단 말인가.”
메이지일왕의 질책 아닌 질책에 야마가타가 입을 열지 못하자 이토 히로부미가 대신 나섰다.
“모든 병력을 혼슈와 규슈의 야하타에 집결을 시켜버려서 북해도를 방어할 병력이 적어서 그렇습니다.”
이토의 변명에 메이지일왕이 처음으로 이토 히로부미에게 화를 냈다.
“후작은 말을 삼가시오. 북해도와 오키나와는 우리 제국의 영토가 아니오?”
“그게 아니라 적은 병력으로 전국을 방어하기가 용이하지 않아 가장 중요한 곳에 병력을 집중시키느라 육군으로서는 어쩔 수없는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메이지일왕이 고개를 저으며 세 사람을 둘러봤다.
“경들은 지금의 상황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소?”
일왕의 질문에 세 사람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고 다시 이토 히로부미가 나섰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신은 도무지 감을 잡지 못하겠습니다.”
“후작은 생각해보시오. 이전에 조선과 무슨 일이 생기기만 하면 갑자기 무선통신이 먹통이 된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그런 일은 전혀 없이 전황이 시시각각 전해지고 있는 것이 이상하지 않소?”
메이지일왕의 지적에 이토 히로부미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아!!!~”
“짐은 지금 같은 현상이 조선의 짓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경의 생각은 어떻소?”
“그, 그게······.”
이토 히로부미는 즉답을 하지 못하고 야마가타를 바라봤다. 일왕의 질문에 야마가타는 그동안 결정적인 것을 놓치고 있었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후!~ 이제와 보니 소장이 미처 그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게 다 신의 불찰이옵니다.”
“총장이 그렇게 자책할 필요는 없소. 짐도 조금 전에서야 그런 생각을 한 것뿐이오.”
사이온지 총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열었다.
“총장 각하.”
“말씀해 보시오.”
“이건 소관의 짐작일 뿐인데 혹시 조선이 야하타 제철소를 일부러 폭격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생각지도 않았던 말에 메이지일왕의 눈이 커졌다.
“무엇 때문에 야하타 제철소만 제외시켰다고 생각하시오?”
“제철소가 온전하기 때문에 지금처럼 우리 육군 병력이 제철소방어를 위해 병력을 최대한 집결시켜 놓을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조선은 야하타는 그대로 두고 오키나와와 북해도를 침공했습니다. 마치 성동격서(聲東擊西)같이 말입니다.”
사이온지 총리의 설명을 듣자 야마가타 원수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하얗게 질려버렸다.
“총리께서는 우리가 조선의 계략에 우리가 말려들었다는 것이오?”
“오키나와와 북해도를 공격한 것으로 봐서는 조선군이 일부러 야하타 제철소를 폭격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단순한 제 추측이지만 우리 육군병력을 그곳에 집중시키기 위해 조선군이 고도의 모략을 쓴 것 같습니다.”
이토 히로부미가 탄식을 했다.
“하!~ 조선이 무로란의 제철소를 폭파시키고 야하타의 제철소만 남겨두었을 때 저들의 저의를 파악했었어야 했어.”
당사자인 야마가타는 할 말을 잃어버렸고 나머지 사람들도 허망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메이지일왕이 길게 한 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후!~ 아무래도 이대로 계속 끌고 나가다가는 잘못하면 제국의 안위마저 위태로워질 수가 있겠소.”
메이지일왕의 탄식에 야마가타가 허리를 숙이며 피를 토하듯 외쳤다.
“폐하. 지금 우리 제국이 조선에 패한 것은 아닙니다. 아직 우리에게는 결전을 기다리는 십만의 병력이 남아 있사옵니다.”
하지만 메이지일왕의 고개를 가로 저어졌다.
“아니오. 조선이 지금 우리에게 경고를 보내고 있다는 것을 모르시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조선은 분명 야하타는 물론 본토를 직접 공략할 수도 있었지만 북해도와 오키나와를 공격했을 것이오. 그렇지 않다면 이전과 달리 일부러 무선교신이 되도록 놔두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드오.”
“그것은 아직은 추측일수도 있습니다.”
“짐도 짐의 생각이 추측이기를 바라지만 한 곳도 아니고 두 곳의 전황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은 짐의 생각에는 조선이 우리에게 지금 경고를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드오.”
“폐하.”
야마가타가 또 다시 자신의 의견을 토해내려 하자 메이지일왕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만일 조선이 다른 곳과 같이 기구를 이용해 야하타 제철소를 폭격한다면 방어할 자신이 있소?”
“그, 그건······”
메이지일왕이 다시 고개를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