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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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공사님께서 중재를 하고 있는 미국공사에게 정확히 전해 주십시오. 우리 대한제국은 일본에 무조건 항복을 바라며 다른 협상은 일체 없다고 말입니다. 만일 일본이 끝까지 항전을 하겠다고 한다면 우리 대한제국은 일본을 완전히 봉쇄해서라도 열도를 침몰시켜 버리고 말 것이라고 말입니다.”

맥도날드 공사가 차준혁의 강경발언에 놀라했다.

“그건 너무 심한 말씀입니다. 세상이라는 것이 한일 양국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차준혁이 그 말에는 바로 수긍했다.

“물론 일본이 미국과의 관계도 있는데 제 말이 너무 강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일본은 그 민족의 특성상 이번에 완전히 눌러버리지 않으면 뒤에서 칼을 갈면서 기회를 노리다 언제 우리 대한제국의 등에 비수를 꽂을지 모르는 자들입니다.”  

맥도날드는 오랫동안 아시아에서 외교관 생활을 하고 있어서 일본인의 속성에 대해 누구 못지않게 잘 알고 있었다.

“하긴 본관이 생각해도 일본이란 나라는 믿을 수 없는 나라이기는 합니다.”

“공사각하께서도 알고 계시니 더 말씀을 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이 말도 함께 전해 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말씀하십시오.”

“지금까지 우리 제국은 일본민간인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최대한 선별적으로 폭격을 했지만 만일 항복을 하지 않고 계속 버틴다면 이제부터는 일본의 모든 도시에 무차별 폭격을 감행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본을 아예 회복불능으로 만들어 버리겠다고 말입니다.”

“귀국은 일본을 식민지로 만들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물론 일본에게 대가는 반드시 철저하게 받아내야겠지만 우리 제국으로서는 일본을 식민지로 만들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조금 전에 말씀드린 대로 일본을 회복하기 어렵게 만들어 놓거나 아니면 아예 식민지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차준혁이 강경한 발언은 미국공사를 통해 일본공사관의 사토 참사관에게 전달되었다. 주청공사인 하야시 곤스케가 공사관습격사건으로 아직 부재인 상태라 사토 참사관에게 전달된 대한제국의 강경발언은 일본정부의 격렬한 반발을 유발시켰다. 

하지만 이미 배는 떠났고 날은 저문 형국이라 일본의 격한 반응은 그렇게 오래가지 못했다.

일본의 반발이 전해지자마자 대한제국은 이때부터 일본열도에 대해서 무차별한 폭격을 감행했다.

이러한 폭격은 이전과는 전혀 달리 무차별적으로 진행되면서 일본국민들에게 많은 피해를 입혔지만 폭탄재고량의 부족으로 역시 선별적이기는 하였으나 공포를 심어주기에는 충분했다. 이러한 무차별폭격이 한 달간 이어지자 일본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손을 들고 만다.

일본은 이전과 같은 방식인 북경에서 미국과 영국을 통해 자신들의 의사를 전해왔다. 그들은 항복은 하겠으니 반드시 천황제는 유지해달라는 조건으로 중재를 요청해 온 것이다. 차준혁은 이전과 다른 제안이라 즉답을 하지 않고 이를 곧바로 본국으로 전송했다. 

한성에서는 차준혁이 보내온 비밀전문을 갖고 긴급회의가 열렸다.

“일본의 새로운 제안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지 좋은 의견이 있으면 말씀해 보시기 바랍니다.”

박충식의 모두(冒頭)발언에 보건대신 유길준이 감격한 목소리로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 대한제국이 드디어 일본의 항복을 받아냈습니다. 신은 먼저 대공전하와 신군들에게 먼저 영광을 돌리며 감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국방대신 김종석이 바로 말을 받았다.

“내무상의 말씀은 감사하나 이는 우리들만의 힘만으로는 절대 이뤄낼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대한제국의 황제폐하와 대공 전하 그리고 모든 신민들이 합심하여 이룩한 결과입니다.”

박충식도 이 말에 동감했다.

“국방상의 말씀대로 이 모든 결과는 우리 모두가 만든 것입니다. 내무상의 인사는 고마우나 대한제국군에서 신군을 별도로 구분 짓는 것은 위화감을 조성할 수도 있으니 이제부터는 더 이상 거론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유길준이 바로 사과했다.

“신의 생각이 짧아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주의하겠습니다.”

하지만 유길준은 미안한 기색보다 일본을 이겼다는 감격이 얼굴에 가득 차 있었다. 이러한 표정은 회의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한결같았다.

재무대신 이상재가 박충식에게 질문했다.

“전하, 지금 우리가 점령한 오키나와와 북해도는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이상재의 질문에 박충식이 웃으며 대답했다.

“재무상께서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우리 국군이 피를 흘려 쟁취한 영토인데 일본과 항복협상을 하더라도 절대 돌려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자 문교대신 박은식이 적극적으로 동조하고 나섰다.

“재무상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우리 아들딸들이 피 흘려 얻은 영토를 그대로 돌려주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더구나 두 곳은 본래 일본영토가 아니고 불과 몇 십 년 전 힘으로 강점한 지역이라 일본도 무조건 반대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박은식이 문교대신 겸 국사학회 회장답게 역사까지 들먹이자 여기저기서 그의 주장을 동조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으음!~~”

박충식은 자심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냈다. 본래의 계획은 해양영토를 위해 오키나와는 자국영토로 편입시키고 북해도는 돌려줄 계획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박은식과 이상재가 나서서 반환불가를 주장하고 여러 대신들도 여기에 동조하자 갑자기 대응 할 말이 없어졌다. 거기다 이번에는 해군대신 겸 합동참모본부장 송의식이 나섰다.

“전하. 재무대신님과 문교대신님의 말씀도 일리가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의 계획을 수정해서 발전적으로 생각하시면 어떻겠습니까?”

“어떻게 말이오?”

“오키나와는 계획대로 우리 제국영토로 편입을 시키고 북해도는 원주민인 아이누인의 국가를 세워서 독립시켜 우리 제국의 위성국으로 삼으면 어떻겠습니까?”

“위성국으로 삼는다고?”

“그렇습니다.”

송의식의 말에 문교대신 박은식이 반색했다.

“그거 좋은 생각입니다. 그렇게 되면 아이누인은 독립을 쟁취하게 되고 우리 제국은 속국을 하나 만드는 일거양득을 거둘 수 있겠습니다.”

해군대신 송의식이 다시 거들었다.

“북해도가 독립하게 되면 본국 북방영토와의 완충지대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어서 국토방위에도 훨씬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누족의 인구가 얼마나 되는가?”

박충식의 질문에 국방대신 김종석이 대답했다.

“신이 알기로 아이누족의 인구가 이십여 만 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정도라면 나라를 세우기에는 인구가 너무 적은 것 아닌가?”

송의식이 대답했다.

“사할린과 쿠릴열도지역의 아이누인도 몇 만 명은 될 것이니 그들도 설득해 이주시키고 북해도로 이주한 일본인들도 지금 꽤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일본인들에게 본국귀환이나 새로운 국적취득의 거취를 결정하게 한다면 아마도 상당수는 북해도에 남으려고 할 것이니 인구문제는 어느 정도는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박충식은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추운 고장이라 식량사정도 만만치 않은 것 아닌가?”

그러자 이번에는 농무대신 우종천이 나서서 식량사정에 대해 설명했다.

“지금 경기일원에 추수를 기다리는 신품종볍씨는 북해도의 기후에도 충분히 수확할 정도로 추위에 강한 품종입니다. 이 품종을 북해도에서 재배시킨다면 식량문제는 전혀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더구나 북해도는 평지가 많아 대규모목축업을 하는데 아주 유리해서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식량이 남아 돌 것 입니다.”

“그 정도라면 나중에라도 식량의 자급자족에는 큰 문제는 없겠소.”

식량문제에 대해 확실한 대답을 듣자 박충식이 처음의 부정적인 태도에서 독립 쪽으로 의중이 선회하는 것을 보고 송의식이 다시 나섰다.

“아이누인도 독립문제로 일본과 여러 번 마찰을 빚고 또 많은 종족들이 학살까지 당한 적이 있어서 아마 저희들이 나서서 독립을 시켜 준다고 하면 환영을 할 것입니다.”

상공대신 이종운 박사도 북해도독립에 거들었다.

“더구나 일본이 무로란에 제철소를 건설할 정도로 북해도에는 석탄과 철광석 등의 지하자원도 풍부해서 인구가 문제이지 독립 후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은 충분 합니다.”

이종운 박사까지 나서서 독립에 찬성하고 나서자 회의장 분위기는 급격하게 독립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여기까지 의견들이 모이자 박충식도 찬성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모든 분들이 북해도독립에 찬성을 하니 그렇게 추진하도록 합시다.”

“알겠습니다. 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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