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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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회도 장주현의 사회로 시작되었다. 

“연회를 시작하기 전 황제폐하께서 인사말이 있으시겠습니다.”

연회의 절차에 대해 미리 보고를 받았던 황제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궁내성직원이 마이크를 재빨리 황제 앞에 가져다 놓았다.

“오늘 우리 대한제국의 승전을 기념연회에 각국공사 분들이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주시고 있는 것에 짐은 먼저 감사드립니다.”

동시통역을 통해 황제의 인사를 받자 각국공사들은 목례로 답례를 했다.

“그리고 우리 제국을 이끌어가고 있는 대공과 각료, 각 도의 도정을 책임지고 있는 20명의 도지사, 그리고 오늘의 승전을 위해 노력한 군 장성들과 전국 각지에서 오신 귀빈들에게도 짐은 감사를 드리는 바입니다.”

비록 고개를 숙이지는 않았지만 황제에게 인사를 받자 김구는 감탄했다.

‘황제께서 우리들에게도 인사를 하시다니 정말 세상 많이 바뀌었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돌리자 같은 테이블의 옆 좌석에 앉아있는 충청도도지사 유인석도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60이 넘은 나이에도 의병장으로 이름이 높았던 유인석의 소문은 김구도 익히 알고 있었다.

‘참으로 대단한 분이시다. 유학자이며 고령이신데도 불구하고 의병장 등으로 평생 조국을 위해 헌신하신 분이 아닌가. 나도 저분같이 후회 없는 삶을 살아야겠다.’

승전축하연회는 황제의 간단한 인사말이 끝나고 내각을 대표한 박충식과 주한외교사절을 대표한 블랑시의 건배제의와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대한제국이 이렇게 온 나라가 승전축제를 벌이며 기뻐하고 있던 시간 동해건너 일본의 동경은 패전국의 수도답게 그야말로 무거운 기운이 잔뜩 내려앉아 있었다. 

이토 히로부미가 휘청거리는 몸을 겨우 추슬러가며 김충선 함상에서 항복문서에 날인을 하고 있을 때 고광진 여단장이 이끄는 대한제국 친위3여단은 동경 항에서 병력을 하선하고 있었다. 이후 하선을 마친 친위3여단병력은 동경도심으로 들어가 가장 먼저 왕궁을 장악했다.

이어서 일본정부청사는 물론이고 국회의사당 등의 건물들을 속속 장악한 뒤 그곳에 걸려있는 일장기를 모조리 내리고는 태극기를 전부 게양시켰다. 

펑! 펑! 펑! 펑!······

한성에서부터 동행한 기자들은 이러한 일장기 하강과 태극기 게양 모습을 빠짐없이 사진에 담았다. 

일본왕궁을 장악한 친위3여단은 대부분이 폐허가 되어있었지만 그래도 왕궁을 지키고 있었던 일본군을 모두 무장해제 시킨 후 그 자리에서 신분을 확인하고는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도록 조치했다.

그러고는 왕궁 공터에다 여단본부군막을 세웠다.

왕궁에 입성한 친위3여단에는 10여 명의 대한제국경찰과 10명의 학자가 동행하고 있었다.

“철저히 수색하라.”

3여단과 같이 온 10명의 경찰들은 모두 메이지궁전과 함께 산화한 세 명의 웅비영웅들 시신수습에 투입되었다. 메이지궁전은 목조로 지어진 탓인지 건물이 전소되었으나 경찰은 3여단의 병력지원을 받아 아주 조그마한 유골이라도 찾기 위해 젓가락까지 동원할 정도로 노력했다. 

이렇게 며칠간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정말 다행히도 얼마간의 시신을 수습 할 수 있었다.

10명의 경찰들이 이렇게 영웅들 시신수습을 시작할 때 10명의 학자들은 3여단 병력의 지원을 받아 왕궁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일본왕궁의 건물들 대부분은 폭격에 대부분 불타 없어졌지만 그렇다고 모든 건물이 소실된 것은 아니었다. 

지금 학자들이 찾아가는 건물은 폭격을 할 때 특별히 주의를 했기 때문에 약간의 불에 탄 흔적은 있었지만 거의 원형그대로 남아 있었다. 

10명의 학자 중 한 명이 가져온 사진을 들고서 앞에 있는 건물과 대조하기 시작했다.

“저 건물이 정창원(正倉院)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러자 다른 한 명도 사진과 건물을 비교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봐도 정창원이 확실한 것 같습니다.”

“자! 그럼 시작하십시다.”

건물이 정창원인 것을 확인한 이들은 정문에 걸려있는 커다란 자물쇠를 기구를 이용하여 부쉈다. 

우지끈

삐거덕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 학자들은 안에 있는 물건들을 보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의 앞에는 수많은 유물들이 잘 정리된 채 쌓여 있었다.

“이야. 대단합니다.”

“정말 많이 모아 놓았군요.”

그때 제일선임인 학자가 놀라고 있는 사람들에게 주의를 주었다.

“놀랄 시간이 없습니다. 일단 물건들 분류부터 시작하십시다.”

“예 알겠습니다.”

9명의 학자들은 대답을 하고는 지원을 나온 장병들과 함께 서둘러 물건들의 분류를 시작했다.

정창원은 다름 아닌 일본왕실보물보관창고였다.

일본왕실이 생기고부터 왕실로 들어온 귀중한 유물들을 모두 정창원에 보관해 두고 있었던 것이다.

학자들은 정창원의 보물 중 대한제국과 관련된 유물을 가장먼저 분리했다. 유물을 분리하는 도중 사국시대유물은 물론이고 남북국시대와 고려·조선시대 등 시대별로 귀중한 각종 유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본토에도 거의 남아있지 않은 희귀고서적과 서화 등도 수백 점 발견되어 학자들을 환호하게 만들었다. 

학자들은 정창원의 유물을 분리하면서 일본의 것이 명백한 유물은 일체 손을 대지 않았다. 이렇게 분리한 대한제국유물들은 전부 사진을 찍은 후 나무상자에 아주 단단하게 포장되어 모조리 본국으로 후송시켰다.

대한제국유물송환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으며 이 후 일본전역을 몇 년간에 걸쳐 철저하게 조사하고 발굴하여 모조리 본국으로 송환 조치시켰다.

김충선 함에서 항복조인식을 마친 외무대신 이범진은 협상단과 함께 동경에 들어가서는 일본이 마련해 놓은 협상장으로 들어갔다.

이미 동경과 규슈의 야하타를 비롯한 일본전국에 배치되어있던 일본군의 무장해제가 진행되고 있었기에 이토 히로부미의 어깨는 더 할 수없이 쳐져있었다.

그런 이토 히로부미를 보며 이범진이 승자의 아량을 베풀었다.

“피곤하시면 잠시 쉬었다 해도 됩니다.”

 하지만 이토 히로부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시작해도 됩니다.”

“그럼 먼저 그동안 비밀 협상한 사항을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범진의 말이 끝나자 배석해 있던 대한제국외무성관리가 가져온 서류를 가방에서 꺼냈으며 일본외상인 고무라 주타로도 미리 준비한 서류를 꺼내 책상위에 올려놓았다.

“먼저 군대해산에 관한 사항입니다. 이미 실무진들이 협상한 대로 군대는 해산을 하고 육군은 자국방어를 위해 최소한의 자위대만을 두고 해군은 폐지되어 해안경비대로 대체되어 연안방어만을 하기로 결정한 것에 이의 없습니까?”

이토 히로부미가 고개를 저으며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의 없습니다.”

“그러면 이 서류에 서명을 하십시오.” 

이토 히로부미는 이범진이 건네는 서류를 읽고는 손을 가볍게 떨었다. 서류에는 자위대의 병력 증강 때 반드시 대한제국의 사전승인을 받도록 되어 있었다. 거기다 연안방어도 300톤 미만 함정만을 운용하도고 이 함정도 증설을 할 경우 반드시 대한제국의 사전승인을 받도록 되어 있었던 것이다. 

한동안 서류를 들고 있던 이토 히로부미는 일본이 대한제국에게 군대감축과 더불어 해군을 아예 없앤 적이 있었기에 별다른 반대를 하지 못하고 긴 한숨과 함께 서명을 했다.

이토가 서명한 서류를 건네받고 자신이 서명한 서류를 건넨 이범진이 다른 서류를 꺼냈다.

“다음으로 북해도독립과 오키나와 등의 할양문제입니다.”

이 문제가 나오자 이토 히로부미의 안색이 일그러지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북해도를 독립시키고 오키나와를 할양하는 것은 우리 일본제국이 패전을 했다고 해도 너무 심한 처사입니다. 제고해 주십시오.”

“북해도와 오키나와는 본래부터 일본의 영토가 아닌 것으로 아는데 아닙니까?”

“그건 그렇지만 두 지역은 본국의 영토가 된지 이미 오래 전입니다.”

“아무리 오래 되었다고 남에게 빼앗은 것이 내 것이 됩니까?”

“그러나 영토와 물건은 엄연히 다른 것입니다.”

“그렇다면 본국이 만주를 수복한 것도 잘못된 일이겠습니다.”

“그, 그건······”

만주를 들고 나오자 이토 히로부미가 바로 반박을 하지 못했고 이범진은 그런 그를 강하게 질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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