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06 회: 6권-31화 --> (206/268)

<-- 206 회: 6권-31화 -->

홍선영도 최경석과 같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잘 키울게요. 당신의 아이로 부끄럽지 않게 정말 잘 키우겠어요. 사랑해요. 지금도 사랑하고 있고 앞으로도 영원히 당신만을 사랑할 겁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그녀가 올려다보는 늦가을의 하늘은 더 없이 청명하고 높았다.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 일본열도에 무차별 폭격이 진행되고 한 달이 되어갈 무렵 외무대신 이범진은 영국공사 조던을 외무성으로 불러들였다.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자마자 조던 영국공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외상께서 무슨 일로 우리 본관을 부른 것입니까?”

“그동안 대영제국이 우리 제국에 대해 크게 배려를 해주셨는데 이번에 다행히 귀국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황이 잘 진행되고 있는 가 봅니다.”

“그렇습니다. 일본이 무조건 항복을 하려고 우리 대한제국과 협상을 모색하고 있다는 첩보가 입수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그래서 본국이 귀국에 제안한 오키 섬의 군항건설을 미리 준비해 주십사하고 이렇게 공사를 모신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본국에 외상각하의 말씀을 그대로 보고하겠습니다.”

그러면서 차를 한 모금 마신 조던 공사가 이범진에게 질문을 했다.

“그런데 귀국이 요즘 독일과 군사교류가 활발하다고 하던데 사실입니까?”

“아, 그건 독일이 제작하고 있던 비행선에 대해 정보를 조금 제공해준 것뿐입니다. 물론 무상은 아니고 독일에서 들여온 제철소건설대금을 대환하는 조건이었습니다.”

“그렇습니까?”

조던이 은근한 어조로 이범진에게 질문했다.

“대한제국이 갑자기 엄청난 군사력을 보유하게 된 것이 다른 세상에서 온 신군들 때문이라고 하던데 사실입니까?”

“하하하! 누가 그런 말을 하던가요?”

“솔직히 말씀드려 그동안 대한제국은 일본에 의해 나라가 좌지우지 될 정도로 국력이 약했던 것은 사실이지 않습니까? 그런 귀국이 일본과 러시아를 누를 수 있는 군사력을 갑자기 보유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란 것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일입니다. 더구나 대한무역공사가 판매하고 있는 신약들은 정말 혁명적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조던이 이렇게 말을 하고 있지만 지금 전 세계는 갑자기 부상한 대한제국으로 인해 난리가 나 있었다. 그로인해 대한제국과 외부와의 접촉이 가능한 상해에는 모든 나라의 첩보원들이 모여 들어서 대한제국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려고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는 중이었다. 

오죽했으면 일본을 공공연하게 지원하며 대한제국과 일전을 불사할 계획까지 갖고 있던 미국조차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모든 것을 보류하고 첩보원을 상해로 파견해 놓은 상태였다.

조던 공사의 의문을 이범진은 웃음으로 넘겼다.

“하하, 우리 제국은 이제 막 시작입니다. 일본과 러시아를 이긴 것은 양국이 벌인 전쟁의 결정적인 틈새를 노려 승리한 것이란 것은 공사께서도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더구나 기술이 부족해 독일과 귀국에서 각종 기술들을 도입하고 있다는 것은 공사께서도 잘 알고 계시는 일이 아닙니까?”

“그렇기는 하지만 비행선의 경우도 그렇고 자동차도 그렇고 이건 본관이 듣도 보도 못한 것들입니다.”

“우리 제국이 이렇게 급격한 국력신장에는 하늘의 도움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면서 이범진이 잠시 차로 목을 축인 후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 제국은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타국의 영토를 침범하는 경우는 절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본국과 동맹을 맺은 국가들과는 본국이 보유한 고급정보를 일정부분은 공유 할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조던 공사가 반색했다.

“아!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우리 대영제국도 해당됩니까?”

“물론입니다.” 

조던 공사는 이범진의 말에 대만족했다.

“귀국의 배려에 대영제국을 대표하여 감사를 드리는 바입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고 본국이 수복한 지역 등이 전부 안정이 될 수 있을 몇 년 정도의 시간은 있어야 합니다.”

“당연히 그래야겠지요. 당분간 귀국이 바쁘다는 것은 본관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본국은 귀국과의 동맹을 먼저 파기하지 않을 것을 이 자리에서 다시 한 번 더 확약 드립니다.”

“귀국의 배려에 감사드리며 양국 간에 좀 더 발전된 협력방안이 있는지 본관도 최선을 다해 점검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외상각하.”

그러면서 이범진은 슬쩍 오늘의 본론을 꺼냈다.

“그리고 지난번에도 말씀드린 적이 있었지만 우리 대한제국은 미국이 상당히 우려스럽습니다.”

“어떤 것이 말입니까?”

“미국은 얼마 전 전함6척을 양도하는 등 지금까지 우리 대한제국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에게 막대한 지원을 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런 미국이 만일 일본이 항복을 하게 되면 어떻게 나올지가 걱정입니다.”

“미국도 이제 대한제국의 실제적인 힘을 알게 되었으니 섣불리 도발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우리 제국으로서는 그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흠!~”

조던 공사는 이범진의 고민이 이해가 되었다. 같이 전쟁만 하지 않았지 미국과 한국은 지금 적대국이나 다름없다. 조던은 잠시 고민을 하던 딱 부러지게 말했다.

“우리 대영제국은 만일 귀국과 미국사이에 불미한 일이 있더라도 절대 중립을 지킬 것을 약속드립니다.”

“아!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미국은 우리 대영제국과는 전통적인 맹방이기는 하나 얼마 전 미일비밀협약에서도 밝혀진 바와 같이 아시아에서는 서로 견해를 달리하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우리 영국은 한국과 미국 양국 간에 각자 동맹을 맺고 있으니 절대 중립을 지키는 것이 대영제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됩니다.”

“알겠습니다. 귀국의 정확한 입장을 밝혀주신 공사각하께 감사드립니다.”

“별 말씀을 다하십니다.”  

이날의 회동은 이렇게 영국의 의중을 확인하는 것으로 화기애애하게 끝이 났다. 공사관으로 돌아간 조던 영국공사는 오늘 회동에 대한 사안을 바로 본국으로 전송했으며 며칠 후 영국정부로부터 대한제국과의 협력방안을 최대한 모색하라는 전문을 받게 된다.

조던 공사가 돌아간 다음날 이번에는 독일공사 잘데른이 이범석의 요청으로 외무성을 방문했다.

조던 공사와 같이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자 역시 잘데른 공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일본문제로 공사가 다망하실 텐데 어떻게 오늘은 시간이 나셨나 봅니다.”

“하하! 공사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을 보니 그동안 너무 격조해 공사께서 많이 섭섭하셨나 봅니다.”

이범석의 농담에 잘데른도 웃으며 받았다.

“하하! 별 말씀을 다하십니다. 본관은 일본과의 전쟁이 막바지라 바쁘실 텐데도 시간을 내주신 것이 고마워서 그렇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공사각하를 뵐 시간은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어쩐 일이신지요.”

“지난 번 공사께서 제안하신 양국 간 군사동맹문제를 논의하고자 오시라고 했습니다.”

잘데른 공사가 반색을 했다.

“아! 그렇습니까? 듣던 중 반가운 소리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우려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말씀하십시오.”

“본국이 지금 영국과 전함건조기술과 증기터빈엔진기술대한 본격적인 기술이전을 받고 있어서 귀국과 군사동맹을 맺은 것을 알면 문제가 되지 않을까 걱정 됩니다.”

“그 문제는 걱정 마십시오. 우리 독일제국도 영국과 거의 대등한 전함건조능력과 증기터빈제작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니 영국이 본국과의 동맹을 문제 삼는다면 우리 독일제국이 대한제국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아! 만일의 경우 그렇게 된다면 본국으로서는 걱정이 없습니다.”

“그럼 양국 간 동맹은 언제쯤 채결하는 게 좋겠습니까?”

“일본이 아마 조만간 항복을 할 것 같습니다. 그때 본관이 아마 협상대표로 일본에 파견될 것 같으니 적어도 11월 말은 되어야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그동안 실무진끼리 협상을 먼저 시작하면 되겠습니다.”

“그게 좋을 것 같아 각하를 오시라고 한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직원들에게 협상준비를 하도록 지시해 놓겠습니다.”

잘데른 공사는 기대하고 있던 군사협상이 시작된다는 생각에 크게 고무되어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