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18 회: 7권-7화 --> (218/268)

<-- 218 회: 7권-7화 -->

이날 밤 같은 해안에서 러시아산 소총 1만정과 10정의 맥심기관총, 그리고 다량의 총탄 등이 필리핀독립군에게 넘겨졌다. 넘길 물량이 많은 탓에 하역작업은 새벽까지 이어졌고 중정요원 박상원은 하역작업이 끝난 뒤 여명이 밝아올 무렵 필리핀독립군과 함께 다시 울창한 밀림 속으로 들어갔다. 

9월 초 해주에서는 역사를 바꿀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것은 지난 3년간의 각고의 노력 끝에 드디어 비행기개발에 성공을 거둔 것이다.

박충식은 최경석이 부담을 가질 것을 우려해 그동안 비행기개발에 대한 문제를 일체 입에 담지 않고 있었다. 육군과 해군에서도 그동안 비행기에 대해서는 최경석이 먼저 입을 열지 않으면 거론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같이 되어 있었다.

최경석도 이러한 주변의 배려를 알고 있었기에 3년의 기간 동안 아예 해주에 관사를 마련해 놓고 비행기제작을 진두지휘하다 이번에 드디어 완성을 보게 된 것이다. 비행기가 개발을 완료했다는 소식을 듣고 박충식은 물론이고 대신들과 전군의 수뇌부, 그리고 민간인으로는 북경의 차준혁과 북해도의 의친왕이 시험비행을 보기위해 한걸음에 달려왔다.

시험비행 당일 해주비행장활주로에는 10대의 비행기가 위용을 드러내고 당당히 서있었다. 비행장에 도착한 박충식은 활주로에 도열되어 있는 비행기를 먼발치에서 보자마자 그동안 고생한 최경석에게 수고했다는 인사부터 먼저 건넸다.

“최 대신, 그동안 정말 고생들 많았네.”

“저도 그렇지만 지금 보시는 모든 결과물은 우리 연구원들이 그동안 밤잠도 제대로 못자고 노력한 덕분입니다.” 

이렇게 말을 하는 최경석의 뒤로 그동안 함께 고생한 100여 명의 연구원들이 정렬해 있었다. 박충식은 연구원들에게 다가가 한명도 빠짐없이 악수를 나누면서 그동안 고생했다는 격려를 해주었다.

이렇게 격려를 마친 박충식이 감회어린 표정으로 다시 비행기를 바라봤다.

“우리제국을 위해 공군에서 참으로 큰일을 했어. 그동안 말은 안 해도 과인은 물론이고 많은 사람들이 언제 비행기개발을 끝마치나 마음 졸이면서 기다리고 있었네.”

“저희들 부담을 줄여주려고 그동안 배려를 해주신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제작을 하려니 정말 힘들었지만 그래도 다행이었던 것은 마라도에 해리어기를 정비했던 경험 많은 정비사들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 정비사들이 모두 연구원이 되어 비행기개발에 주역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3년 만에 이런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만일 그렇지 않고 저 혼자 매달렸다면 아마도 더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이고 자칫했으면 해군같이 외국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을 것입니다.”

이 말에 박충식이 충분히 공감했다.

“대한제국에서 비행기에 대한 개념조차 갖고 있는 기술자가 단 한명도 없었으니 충분히 그랬을 거네. 우리 연구원들이 없었다면 최 대신이 정말 고생 많이 했을 거야.”

박충식은 이렇게 공감을 하면서 고개를 돌려 그동안 고생을 한 연구원들을 고마운 눈길로 한 번 더 둘러보았다. 

“저쪽에 시험비행 할 조종사들이 비행기와 함께 전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같이 가보세.”

최경석의 안내를 받으며 활주로를 가로지르자 비행기 앞에 10명의 조종사들이 도열해 있었다. 시험비행에 참여할 비행기조종사들은 절반은 신군출신이고 또 절반은 대한제국군 출신이었다.  

노백린(盧伯麟 1875) 중좌는 박충식이 다가오자 가슴에서 무언가 벅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신군이 한성을 수복한 뒤 숙군작업을 마치고 병과를 결정할 때 당시 노백린 정위는 앞으로 하늘을 날게 된다든 설명을 듣고는 두말하지 않고 공군을 자원했다.

이후 3년 동안 긴 시간을 기다린 탓에 같이 자원한 동료들이 전역할 때까지 하늘을 날지 못하게 될까 걱정하는 소리도 많이 했었지만 그는 공군을 자원한 결정을 단 한 번도 후회를 한 적이 없었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가상비행훈련과 혹독한 지상훈련을 받는 동안 상당수 조종사들이 공군을 포기하고 육군으로 다시 병과를 바꾸었다. 하지만 그는 절대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주어진 훈련을 받으며 하늘을 날아오를 때가 오기만 기다렸다. 

노백린 중좌는 그렇게 묵묵히 기다리다 고대하던 비행기시작품이 나왔을 때 그는 신군출신보다 가장 먼저 비행기시승을 자원했다. 

이 후 몇 달간의 시승임무를 아주 성공적으로 완수한 노백린은 그동안 최고의 조종능력을 발휘하면서 신춘출신 조종사를 제치고 10대의 시험비행편대 편대장에 당당히 임명되었다. 

신군출신 조종사들도 노백린의 편대장 임명에 누구한 명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정도로 그의 조종 실력은 탁월했으며 공군에 대한 열정은 거의 신앙에 가까울 정도라는 것도 인정받았다.

이윽고 박충식 일행이 도열한 조종사들 앞으로 다가오자 편대장 노백린이 조종사들을 지휘했다.

“전체 차렷.”

“대공 전하께 대하여 경례.”

“충!! 성!!”

10명의 시승조종사들의 인사를 받은 박충식이 노백린에게 가장 먼저 다가갔다.

“자네가 이번에 편대장이 된 노백린 중좌인가?”

“그렇습니다. 전하.”

“노 중좌의 공군에 대한 열정이 누구보다 대단하다는 보고를 그동안 받고 있었다. 오늘 시험비행을 잘 부탁한다.”

“전하의 기대하심을 충심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자네의 활약을 지켜보겠다.”

“감사합니다.”

노백린은 박충식이 지켜보겠다는 말을 듣자 다른 어떤 말보다 가슴에 와 닿았다.

‘그래, 우리 공군은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내가 군에 몸을 담고 있는 동안 대한제국공군을 누구도 따라 올 수 없는 세계최강의 군대로 만들어 내고 말 것이다.’

노백린이 이런 다짐을 하고 있을 때 박충식은 나머지 조종사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었고 최경석의 안내로 뒤에 도열해 있던 200명의 조종사들과도 일일이 악수를 나누었다.

이렇게 모든 연구원들과 조종사들에게 그간의 노력을 일일이 치하한 박충식은 일행들과 함께 관제탑으로 올라가서는 관제사들과도 악수를 나누고는 준비된 의자에 착석했다. 이러는 동안 10명의 조종사들은 각자가 조종할 비행기조종석에 착석을 했고 연구원들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는 기기를 최종적으로 점검했다. 

이윽고 연구원들이 비행기에서 내려오고 사다리가 치워지자 공군대신 최경석이 역사적인 시험비행의 직접 관제하려고 무전수화기를 들었다.

“전 편대 엔진가동.”

최경석의 관제지시를 받자 노백린을 비롯한 조종사들이 바로 엔진스위치를 돌렸다. 

부릉~~~

기체가 가볍게 떨리며 시동이 단번에 걸렸고 노백린이 잠시 기다렸다 시동스위치에서 손을 떼면서 관제탑에 보고했다.

“1호기 엔진가동 정상입니다.”

이어서 그의 헬멧으로 나머지 9명의 조종사들이 관제탑으로 보고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이어서 관제탑의 지시가 떨어졌다.

“1호기부터 전 편대 활주로로 이동하라.”

최경석의 지시가 다시 떨어지자 노백린은 부드럽게 가속페달을 밟으며 조종간을 조종해 기체를 활주로로 이동시켰다.

“1호기 활주위치로 이동완료 했습니다.”

관제탑에서 노백린의 비행기가 활주위치에 도착한 것을 확인한 최경석은 노백린의 음성보고를 듣자 바로 다음 지시를 내렸다.

“계기점검.”

“고도계, 속도계, 유량계, 기압계······· 모든 기기 정상입니다.”

시험비행인 탓에 노백린이 각종기기들의 명칭을 일일이 부르며 작동유무를 확인하면서 보고를 마치자 관제탑의 최경석이 바로 이륙승인을 내렸다.

“1호기, 지금 이륙해도 좋다.”

“1호기, 관제탑관제에 따라 이륙을 시작합니다.”

노백린은 긴장을 풀기 위해 크게 숨을 한번 내쉬고는 가속페달을 서서히 밟기 시작했다.

부우~~~

그러자 비행기의 속도가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하면서 활주로를 질주했다. 기체가 탄력을 받자 노백린이 계기판을 보면서 더욱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부아~~~~아~~

순간적으로 엄청난 가속이 붙은 기체가 최고 속도를 내며 활주로를 달렸고 어느 순간 활강해도 좋다는 계기판의 불이 들어오자 노백린은 조종간을 아주 부드럽게 잡아당겼다. 그러자 1호기의 기체가 달리는 추력에 의해 가뿐하게 땅을 박차며 떠올랐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