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9 회: 7권-8화 -->
노백린은 떠오른 기체가 정확하게 수평이 유지되도록 조종하며 아주 부드럽게 하늘로 날아올랐다.
“우와!~~”
짝짝짝짝······
숨을 죽이고 바라보고 있던 관제탑에 있던 관람자들은 노백린이 조종하는 1호기가 이륙에 성공하자 누구 할 것 없이 함성과 함께 두 손에 불이 나도록 손뼉을 쳤다. 하지만 관제를 맡은 최경석은 물론 함께 관제하는 관제사들은 일체의 흔들림도 없이 다음 순서를 차례로 진행 했다.
“2호기 이륙해도 좋다.”
“2호기 관제탑의 관제에 따라 이륙합니다.”
·········
이어서 10대의 비행기가 하나하나 아주 부드럽게 모두 이륙에 성공을 했고 그 때마다 박수와 함성은 계속 이어졌다. 그러다 마지막 10대가 이륙을 마치자 모든 사람들이 일어나 기립박수를 쳤고 이번에는 관제사들까지 일어나 환호했다.
“와아!!!~~~~”
이렇게 하늘을 날아오른 10대의 비행기는 이 당시 각국에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던 쌍엽기가 아니라 단엽기였다.
시험비행은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10대의 단엽기가 모두 하늘로 날아오르자 활주로 격납고에서 다른 비행기 10대가 천천히 이동해 활주로로 나와서 도열했다.
박충식이 그 비행기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아니! 저건 복엽기 아닌가?”
“그렇습니다. 복엽기입니다.”
“복엽기도 제작을 했었는가?”
“그렇습니다. 자세한 것은 시험비행이 끝난 뒤 개발보고를 드릴 때 설명 드리겠으니 지금은 복엽기 시험비행을 먼저 보시겠습니다.”
최경석의 설명에 박충식은 어련히 잘 알아서 했겠지 라는 표정을 지으며 두 말하지 않았다.
이미 시동을 걸고 활주로로 이동한 복엽기는 단엽기와 같은 순서로 모두 하늘로 날아올랐다. 하지만 활주로를 달리는 속도가 단엽기보다 훨씬 느리다는 것을 한눈으로 봐도 알 수 있을 정도였고 복엽기는 단엽기보다 훨씬 짧은 거리를 활주하다 날아 올랐다.
이렇게 공군에서 준비한 비행기가 아무 탈 없이 순차적으로 이륙을 마치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하늘로 가장 먼저 날아오른 노백린은 뒤따라 올라온 9대의 비행기들이 편대를 갖출 때가지 속도를 조절해가며 해주상공을 선회하고 있다가 모든 비행기가 정해진 위치에 무사히 자리 잡는 것을 확인하고는 관제탑과 교신했다.
“여기는 1호기, 관제탑 들리십니까?”
“잘 들린다. 기체는 어떤가?”
“기체 아무 이상 없고 비행도 아주 순조롭습니다.”
“하늘의 상태는 어떤가?”
최경석의 질문에 잠시 창공을 살핀 노백린은 감격에 찬 나머지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우리 대한제국 하늘은 너무도 높고 맑습니다.”
노백린의 감동을 그대로 전달받은 최경석도 감격에 찬 목소리로 다시 질문했다.
“그렇게 좋은가?”
“그렇습니다. 각하.”
두 사람의 목소리가 감격에 겨워 약간 떨리는 것이 확성기를 통해 관제탑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전달되었다. 그때 박충식이 일어나 최경석에게 다가가자 최경석이 바로 무전기수화기를 그에게 건넸다.
“노 중좌. 박충식이다.”
노백린의 깜짝 놀란 모습이 목소리에 묻어났다.
“아! 대공 전하.”
“노 중좌, 이제부터 자네들에게 우리 제국의 하늘을 부탁한다.”
박충식의 격려를 받은 노백린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우렁차게 터져 나왔다.
“알겠습니다, 전하. 이제부터는 우리 보라매가 이 하늘의 주인입니다. 앞으로 어떠한 적이 우리 영공을 침범해 오더라도 반드시 이를 모조리 섬멸할 것입니다.”
“과인은 오늘 노 중좌가 약속한 것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걱정 마십시오. 우리 빨간마후라들은 내 조국의 창공을 목숨으로서 지켜낼 것입니다.”
“고맙다. 그리고 수고하라.”
“감사합니다.”
노백린과 교신을 마친 박충식이 수화기를 최경석에게 건네자 최경석이 노백린과 다시 교신했다.
“노 중좌.”
“예, 각하.”
“자네 편대는 계획대로 한성으로 내려가 축하비행을 하고 부산까지 다녀오라.”
“알겠습니다. 각하.”
“비행할 때 전국 각지에 있는 통신소하고 교신하는 것도 잊지 말고.”
“계획대로 임무완수하고 귀환하겠습니다.”
“알았다. 수고하라.”
단엽기 편대와 교신을 마친 최경석은 이어서 복엽기 편대와도 교신을 시도해 신의주까지의 비행을 지시했고 교신 중간에 박충식이 복엽기편대장과 교신을 해서 노백린과 똑 같이 격려를 해주었다.
이윽고 20대의 비행기가 해주상공을 벗어나자 최경석이 관제를 관제사에게 넘겼다.
“전하, 시험비행 이륙이 무사히 끝났으니 이제 개발보고를 위해 마련된 장소로 자리를 옮기시지요.”
“그렇게 하세.”
최경석의 안내를 받으며 관제탑을 내려온 박충식과 일행들은 비행장격납고 옆에 별도로 지어진 연구동으로 이동했다.
최경석이 사람들을 안내해 연구동에 있는 발표장으로 들어갔다. 발표장은 비행기를 개발하면서 각 연구원들의 성과발표를 하던 곳으로 오늘은 개발보고를 하기 위해 그동안 만들어진 엔진이 몇 종류가 받침대 위에 전시되어 있었다.
최경석이 박충식을 비롯한 귀빈들과 함께 미리 마련된 자리에 앉자 흰 가운을 입은 연구원이 기다리고 있다 연단으로 올라갔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국방과학연구소 항공개발부장 공군대좌 황현만이라고 합니다.”
황현만은 마라도에서 비행단부단장출신이었다.
“먼저 대공 전하와 의친왕 전하 그리고 군 최고지휘관분들을 모시고 이번에 시험비행을 하게 된 것에 대하여 저희 항공개발부는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짝! 짝! 짝!······
참석자들이 황현만의 인사에 박수로 화답했다.
“저희 항공개발부는 처음부터 복엽기가 아닌 단엽기를 개발하기로 목표를 정하고 그 모델로 이전시대 2차 대전 당시 유명했던 미국의 P-51D형 무스탕을 모델로 삼았습니다.”
이렇게 말을 하는 동안 그의 뒤에 있는 화면에는 무스탕의 사진들과 설계도면들이 파노라마처럼 비춰지고 있었다.
“이 무스탕은 미국의 비행기설계기술과 영국의 엔진이 합쳐진 작품으로 이전시대 한국전쟁 당시 최고의 활약을 펼친 바가 있을 정도로 프로펠러기종 중 성능이 최고를 다툴 정도로 유명한 전투기입니다.”
신군출신들은 물론이고 의친왕을 비롯한 구대한제국군출신 지휘관들도 이제는 이전시대란 개념에 대해 확실히 알고 있었기에 황현만의 설명에 이의한 번 없이 경청하고 있었다.
“비행기기체는 제주에서 시작된 설계계획단계 때부터 두랄루민가공생산을 염두에 두고 있어서 처음부터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았으나 문제는 장착될 엔진개발이었습니다. 처음 우리는 이전시대에서 가져온 자동차 중 최고급차의 엔진을 떼어다가 실험을 해봤으나 자동차엔진과 비행기엔진의 구조적인 차이 등으로 안타깝게도 추진력이 우리가 요구하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화면에서는 자동차와 비행기엔진의 전혀 다른 구조와 같은 구조에 대해 아주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도형화된 그림들이 연이어 나왔고 황현만은 누구나 들어서 알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설명을 계속했다.
“······ 그래서 우리 항공개발부는 이전시대 영국제 롤스로이스멀린 비행기엔진을 모델로 엔진을 직접개발하기로 결정하고 그동안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3년간 노력한 끝에 드디어 개발에 성공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황현만이 전시된 엔진 중에서 가장 크고 전면에 프로펠러가 달려 있는 엔진을 소개했다.
“이러한 엔진개발성공은 마라도의 정비부에 있던 자동밀링과 컴퓨터수치제어(CNC)선반 등 이 시대에는 없는 각종 공작기계가 몇 대나마 있었던 덕분에 그나마 3년 만에 성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만일 지금 도입되고 있는 공작기계로 개발했다면 아무리 우리들이 자료가 많고 엔진정비경험자가 다수 있었더라도 공작기계도입시간 등 여러 요인 때문에 앞으로 3~4년은 족히 시간이 더 걸렸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말에 국방대신 김종석이 질문을 했다.
“그렇다면 지금의 공작기계로는 엔진을 양산을 할 수 없다는 말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정밀부품가공은 당분간 CNC밀링과 자동선반이 필요하겠지만 이미 엔진개발에 양산에 필요한 정확한 규격이 완성된 이상 앞으로 기술자를 숙련시킨다면 기존의 공작기계를 갖고도 충분히 양산이 가능합니다. 더구나 아직은 모든 엔진에 전자부품이 거의 들어가지 않아서 큰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다행이로군. 그렇다면 월간 생산대수는 몇 대 정도로 예상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