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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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된 시제품의 비행기부품이 시동장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기계식이라 지금 예상으로는 금년 말부터 매월 20여대 정도의 생산밖에 할 수 없지만 앞으로 양산체재가 갖춰지고 기술자들의 기술력이 충분히 숙련되는 1910년 이후부터는 아마도 생산속도를 조정할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은 월간생산량이 백대도 가능하다는 말인가?”

“그 정도는 당연히 생산이 가능합니다.”

최경석이 부연설명을 했다.

“방금 설명 들으신 대로 시동장치를 제외하면 부품전부가 기계식이라 생산에 필요한 공작기계만 갖추고 숙련된 기술자만 양성할 수 있다면 그보다 훨씬 많은 숫자도 생산이 가능합니다.”

생각지도 않게 많은 생산대수를 말하는 것을 들은 박충식이 혀를 찼다.

“허 참! 한 달에 백대도 엄청난 숫자인데 그보다 훨씬 많이 생산해 낼 수가 있다니 이거 도무지 상상이 안가는 일이야.”

황현만 부장이 보충설명을 했다.

“이전시대 2차 대전 당시 전쟁 당사국이었던 미국·영국·독일·일본·소련에서 생산하던 비행기대수가 가장 많이 생산할 때는 매월 천대가 훌쩍 넘었던 것을 생각하시면 충분히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때야 각국이 전투기를 양산할 충분한 기반시설이 갖춰져 있었으니 그렇지 않았겠는가.”

“비행기양산에 가장 필요한 것은 기체와 엔진제작에 필요한 기본재인 철강의 원활한 공급과 공작기계 그리고 숙련된 기술자입니다. 그런데 내년부터는 우리제국도 본격적으로 송림제철소가 가동됩니다. 더구나 규슈의 야하타에서 배상금의 대물로 도입하는 양질의 철강제품은 물론이고 북해도 무로란제철소도 정상가동을 할 수 있어서 양산은 시간만이 문제일 뿐입니다. 그리고 지금의 기술발전 속도라면 각종공작기계들의 국산화도 2~3년이면 충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기반시설여건도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더구나 우리에게는 자원의 보고인 만주와 연해주가 있고 거기에 새로운 제철소건설도 추가로 계획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렇게 말하는 황현만 대좌의 표정은 자신만만함 그 자체였다.

박충식도 황현만의 주장에 동조했다.

“하긴 2차 대전 당시 일본이 만주와 사할린에 있는 유전만 발견했더라도 아마 세계사가 크게 바뀌었을 것이야. 그건 그렇고 공군에서는 어느 정도 비행기를 생산해야 영공수호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는가?”

“당장은 주변국가 중 비행기생산을 할 수 있는 나라가 없으니 단엽기는 500대 정도를 1차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박충식이 의아해하며 다시 물었다.

“충분한 생산능력도 있는데도 구태여 그 정도로 적게 잡은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비행기는 생산도 많은 비용이 들어가지만 유지관리비용도 천문학적으로 들어갑니다. 아직 타국의 위협도 크게 없는 마당에 구태여 국방예산을 쓸데없이 낭비하는 것보다 그 여력으로 앞으로 많은 수요가 예상되는 수송기나 민간여객기개발에 치중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되어서 그렇게 결정한 것입니다.”

박충식이 아주 흡족해 했다.

“아주 훌륭한 판단이네. 이제 우리 제국의 강역도 넓어서 수송기의 수요가 곧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 자명하네.”   

박충식이 이렇게 말로써 동감을 표시하자 참석자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을 표시했다. 

이때 육군대신 강명철이 은근히 투덜댔다.

“해군과 공군은 이렇게 쭉~ 앞서가는데 가장 중요한 육군의 화기개발은 이제 소총과 기관총을 개발한 정도이니 더뎌도 너무 더딥니다.”

장병일 국방과학연구소장이 웃으며 나섰다. 

“육군대신님께서는 너무 조급해 하지 마십시오. 너무 그렇게 재촉하시면 육군무기개발과 관련된 부서 연구원들 사기가 떨어질까 걱정됩니다.”

장병일의 지적에 강명철이 어색하게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아니야. 난 우리 육군의 화기개발이 늦어지고 있어서 조금 그렇다는 거지 그렇다고 연구원들을 독촉하는 것은 아니라네.”

“육군이 불만이 있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면 반드시 육군이 만족할 수 있는 화기를 생산해 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서 육군의 무기개발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지금 대포개발은 국방연구소가 개소한 이래 처음부터 105·155mm견인포개발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많은 기술이 축적되고 있어서 앞으로 3~4년 이내에는 개발을 완료하여 실전배치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장갑차와 전차에 필요한 고출력엔진개발은 항공개발부와 함께 연구한 디젤엔진이 성공한 덕분에 장갑차는 올 연말이면 개발을 완료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강명철의 안색이 급격하게 밝아졌다.

“장갑차가 올 연말이면 개발을 완료한다고?”

“그렇습니다. 그것도 캐터필러를 장비한 장갑차로 말입니다.”

“그게 정말인가?”

어린아이처럼 거듭해서 확인을 하자 설명하던 황현만이 그예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그동안 가장 난제였던 윤활유개발도 다행히 성공을 거두고 이미 시제품이 만들어져서 각종시험 중에 들어가 있으니 제 말을 믿으셔도 됩니다.”

“정말 고맙네. 고마워.”

“그래도 양산이 되려면 내년 상반기까지는 기다리셔야하고 초기 형이라 아직은 장갑능력에서 상당한 취약점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셔야 합니다.”

“아이고, 지금까지도 기다렸는데 몇 개월 더 기다리는 거야 충분히 기다릴 수 있네. 그리고 장갑차의 장갑능력도 지금은 기관총 정도만 막아내면 되니 아무 걱정 말고.”

“그 정도 능력은 충분하고 75mm야포를 정면으로 맞을 경우가 조금 우려되는 상황입니다만 한 두 발 맞아서는 별 문제가 없을 정도의 장갑능력은 갖췄습니다.”

“장갑차가 야포를 정면으로 맞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 그것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네.”

강명철이 장갑차개발소식을 듣고 희색이 만면해하자 박충식도 따라서 웃다가 항공개발부 황 부장에게 질문을 했다.

“그런데 구태여 복엽기를 만든 이유는 뭔가?”

“그것은 엔진개발 중에 나온 산물이고 앞으로 다양한 용도로 활용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생산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전시된 엔진 중 하나하나를 손으로 가리키며 설명했다.

“비행기개발초기에 저희들은 처음에는 자동차엔진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했으나 비행기와 자동차엔진의 근본적인 구동문제로 활용이 불가능한 것을 알고 이렇게 몇 가지 엔진을 차례로 만들면서 우리가 목표한 12기통에 2,000마력의 추진력을 내는 엔진개발에 성공했던 것입니다.”

그러면서 한 엔진을 가리켰다.

“그러다 이 엔진을 개발해 놓고 보니 성능이 우수한 것을 사장시키는 것이 아까워 복엽기에 주목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면서 모형으로 제작된 복엽기 옆으로 가면서 설명했다.

“지금 외국에서 개발하고 있는 초기복엽기는 엔진 성능이 아직 형편없고 힘도 많이 약합니다. 그래서 속도가 나지 않아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기체대부분이 경량철골에 목재와 천을 덮은 형태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개발한 이 엔진은 속도도 크게 앞설 수 있고 기체도 두랄루민을 사용하여 제작한다면 하중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라서 복엽기에 장착하게 된 것입니다.”

이번에는 조금 전 시험비행 한 것과 같은 복엽기의 모형을 손으로 가리켰다.

“우리가 개발한 이 복엽기는 비록 단엽기보다 속도나 무장면에서 크게 뒤처지지만 그래도 서양이 개발하는 제품보다 성능 면에서 월등히 높고 또 우편배달이나 소형화물 수송 등의 민수용에 적용하기가 쉬운 것은 물론 활주거리가 짧아 함재기로도 충분히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어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설명을 들은 박충식이 자책했다.

“그렇군. 그래, 우리가 너무 국방에 신경을 쓰다 보니 민수용 쪽으로는 생각하지도 못하고 있었어. 가장 중요한 것이 국민인데 말이야.”

해군대신 송의식이 이의를 제기했다.

“그렇다면 함재기는 앞으로 복엽기로 완전히 결정되는 것이오?”

“당연히 그렇지가 않습니다. 함재기는 방금 전에 보신 단엽기로 함재기용 기체를 개발할 것입니다.”

“그런데 왜 복엽기가 함재기로 거론되는 것이오?”

“지금 해군에서 극비리에 추진하고 있는 항모개발이 예상대로 금년하반기 진수가 된다면 그때까지는 단엽기의 함재기개발일정이 해군의 건함일정을 따라가지 못할 것 같아 먼저 복엽기를 함재기로 사용하려는 것입니다. 이 복엽기는 단엽기보다 생산이 훨씬 쉽고 앞으로 민수용으로도 생산할 예정이라 단엽기와는 별도의 생산라인이 운용될 것입니다. 그래서 처음 건조되는 항모에는 복엽기를 탑재해 함재기운용능력을 배양하다가 단엽함재기가 개발되면 그때 순차적으로 교체를 하는 것이 해군의 군사력강화에 훨씬 도움이 될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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