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21 회: 7권-10화 --> (221/268)

<-- 221 회: 7권-10화 -->

송의식이 그제야 이해를 하고 크게 고무되었다.

“항공개발부의 그렇게까지 배려해준 것에 대해 해군을 대표해 감사를 드리겠소이다.”

박충식이 설명을 듣다 갑자기 크게 감탄했다.

“참으로 대단하구나. 이렇듯 하나의 중요한 기술이 개발되고 나니 그 여파가 곳곳에 미치고 연쇄반응도 일으켜서 민간의 수요대처는 물론 군사력도 동시에 동반상승하게 되는구나.”

황현만이 크게 공감을 표시했다.

“정말 바로 보셨습니다. 이번에 엔진을 개발하면서 저희들도 느끼는 것은 기술의 파급효과입니다. 이 시대 사람들은 경험을 쌓아야 할 수 있는 일을 우리는 이미 지식으로 갖고 있기 때문에 중요기술 하나가 개발되면 그 하나의 기술이 가져올 파급효과는 상상이상으로 많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장 장병일이 바로 나섰다.

“대부분의 군사기술은 민수용으로 전환하는 것이 아주 용이해서 앞으로 우리 제국의 산업발전을 당분간은 군사기술이 이끌어 나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화학분야만은 오히려 정 반대라는 것을 모두들 알고 계실 것입니다.”

장병일이 예외로 지적한 대로 화학분야는 이전시대 화학 산업연구소 교수출신들이 서한만의 안주유전의 대규모 석유화학단지건설을 주도하면서 각종시설들을 단계별로 완공해 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거기에 추가로 유전이 개발될 예정인 만주의 대경지역에 초대형 화학단지건설도 추진하고 있었다. 

특히 안주석유화학단지에서는 작년 하반기부터는 화학비료들과 암모니아 등 각종화학제품들이 순차적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어서 농업을 비롯해 각종산업발전에 엄청난 밑거름이 되고 있었다.

박충식이 다시 질문을 했다.

“회전날틀개발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가?”

황현만 부장이 다시 자세히 설명했다.

“회전날틀은 그동안은 비행기개발에 전력을 쏟는 바람에 연구여력이 없어서 본격적인 개발을 할 수 없었습니다만 금년 초부터 별도로 팀을 구성에 개발해 들어가 있습니다. 회전날틀개념은 이미 완전히 정립된 상태라 처음부터 엔진개발에 착수해 들어가 있어서 아마도 앞으로 10년 이내 시제품개발을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엔진개발은 지금 한 것으로도 일단 충분하지 않은가?”

“아닙니다. 회전날틀도 지금 보시는 왕복엔진을 적용하지 않고 아예 처음부터 가스터빈엔진을 개발해서 장착할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 더 걸리고 있는 것입니다.”

박충식이 이 말에 반색했다.

“아!~ 벌써부터 제트엔진개발을 하고 있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물론 지금 개발을 시작한 가스터빈엔진은 회전날틀은 물론이고 비행기와 선박에도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로의 전용이 가능해서 이 엔진개발이 성공된다면 파급효과가 아마 상당히 있을 것입니다.”

설명을 들으면서 차준혁은 이렇게 앞으로 몇 년 만 계속된다면 대한제국군사무기는 비약적으로 발전 하게 될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서 파생되는 민간산업도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도 비로소 알게 되었다.  

보고를 묵묵히 듣고 있던 의친왕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수송기는 개발에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 같습니까?”

“지금의 개발속도로는 대형은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겠지만 중소형 수송기는 물론 20인승이하의 소형여객기는 앞으로 5~7년 정도면 완성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대형기종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가봅니다.”

“그렇습니다. 대형수송기도 그렇지만 특히 대형여객기는 엔진부터 기체 등 모든 것을 새로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비행선을 대형으로 만들어 많은 수의 승객과 화물을 운송하는 것이 훨씬 실익 면에서 좋지 않겠습니까?”

이번에는 최경석이 의친왕의 질문에 대답했다.

“좋은 지적을 하셨습니다. 앞으로 비행기가 양산되더라도 당분간 비행거리 등의 한계와 실용성 면을 감안한다면 당분간 비행선은 더 많이 활용 될 것이고 대형비행선도 아직은 충분한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그 문제는 우리 공군에서 적극검토 중에 있습니다.”

“앞으로 북해도에는 많은 항공수송수요가 예상되는데 긍정적으로 검토해 주기를 바랍니다.”

“전하의 말씀대로 적극적으로 참조하겠습니다.”

이렇게 많은 대화가 오고가는 바람에 시간이 상당히 지나갔다. 최경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간이 되어서 시험비행 나갔던 편대들이 귀대 할 때가 되었으니 자리를 다시 관제탑으로 옮기겠습니다.”

최경석의 말대로 관제탑으로 자리를 옮긴 사람들은 20대의 단엽·쌍엽기가 모두 무사히 착륙하는 것을 확인한 후 공군에서 주최한 만찬에 참여했다. 

 만찬에는 20명의 조종사들도 함께 참석해서 그들의 첫 비행을 축하해 주었고 만찬이 끝나고 뒤풀이가 시작될 무렵 차준혁은 의친왕과 함께 박충식과 별도의 자리를 가졌다.

박충식이 차준혁에게 술을 손수 따라주었다.

“외국에서 고생이 많지?”

“이제 시간도 2년 정도 지나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습니다.”

“청국정부의 상황은 어떤가.”

“서태후의 병환이 점점 심각해져서 아무래도 해를 넘기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박충식이 이전시대 서태후가 죽은 연도를 기억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그렇군. 다른 문제는 없는가?”

“이번에 일본의 노획무기와 맞교환한 상해와 심천의 본국영토에다 청국정부에서 철조망을 치고 있고 병력까지도 별도로 배치했습니다.”

“청국이 철조망을 치고 있다고?”

“예, 두 곳이 상해와 홍콩 인근이라 청국유민들이 대거 유입될 것을 우려해 제가 강력하게 경비를 서 줄 것을 부탁했더니 원세개가 경친왕에게 건의해서 아예 철조망설치작업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박충식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호~ 그거 우리에게 오히려 좋은 일이잖아. 아직 상해나 심천으로 보낼 사람들도 선발하지 않았는데 말이야.”

“그렇습니다. 그리고 철조망도 본래의 경계선에서 각각 50m씩의 거리를 띄운 뒤 양면으로 철조망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비용은 분담하기로 했나?”

“원세개가 자신들이 모두 전담하겠다고 해서 동의해주고 그 대가로 본국에 남아있던 일본산총탄과 포탄을 모두 넘겨주기로 했습니다.”

그러면서 넘겨줄 물량을 간략하게 보고했고 설명을 들은 박충식도 만족했다.

“그 정도 조건이면 상호 만족할 수준이군. 우리로서는 잉여물자를 모두 넘겨줘서 좋고 저들로서는 철조망 설치대금보다 훨씬 많은 대가를 받을 수 있어서 좋고 말이야.”

“그래서 요즘 원세개가 우리 대한제국과의 이번 협상에서 최고의 협상력을 보였다고 청국정부에서의 위상이 하늘을 찌를 듯합니다.”

“좋은 현상이군. 그 덕분에 차 공사가 북경에서 활동하기가 훨씬 좋아졌겠어.”

“원세개가 처음부터 저에게 호의적이었는데 지금은 인간적인 신뢰를 할 정도로 신임을 하고 있습니다.”

“청국국민들이 우리 제국을 보는 시선은 어떤가?”

“일본의 학정을 피해 요서지역으로 넘어갔었던 요동거주주민들이 요하가 국경선으로 획정되는 바람에 귀환을 하지 못해 상당한 불평이 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더구나 이번에 서양과 달리 정식으로 대금을 주고 영토를 매입했기 때문에 오히려 상당히 호의적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그곳에 살던 원주민들은 강제로 내쫒았나?”

“아닙니다. 제가 청국조정에 강력하게 요청을 해서 민원이 생기지 않도록 개인소유토지의 경우 적절한 보상을 해 주거나 인근지역에 대토를 해주도록 요구했었습니다. 다행히 청국도 원주민이주에 적극적이어서 아주 무난하게 마무리 지을 수 있었습니다.”

박충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네. 어차피 당분간 북경은 원세개의 영향력아래에 있을 것이니 앞으로도 그와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그런데 원세개가 며칠 전 저에게 은밀히 제안을 해온 것이 있습니다.”

“무슨 제안을 했는가?”

“혹시 대륙의 토지를 더 매입할 의향이 없는지 말입니다.”

“그런 제안을 한 이유가 있겠지?”

“그렇습니다. 청국은 아무래도 독일이 산동 반도를 야금야금 먹어 들어가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청도에 독일의 동아시아함대가 모항으로 기항을 하고 있는 것이 목에 걸린 가시 같은가 봅니다. 그래서 저에게 산동 반도 쪽의 토지매입을 제안했습니다.”

“차 공사가 어떻게 답변했는가?”

“그럴 계획이 없다고 딱 잘랐습니다.”

박충식이 숨도 쉬지 않고 칭찬했다.

“아주 잘했네.”

대화를 듣고 있던 의친왕의 의아해했다.

“차 공사, 자금이 없는 것도 아닌데 청국이 일부러 팔겠다고 하는 영토를 매입하지 않는 이유는 뭔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