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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귀국에서 벌써 비행기제작에 성공했습니까?”
“그렇습니다. 마침 몇 개월 전 제작을 마치고 그동안 시험비행까지 완벽하게 끝내서 이제 실전배치를 하려고 준비 중에 있습니다.”
바이페르트가 놀라며 진정으로 감탄해했다.
“아아~~ 대단하군요. 비행선에 이어 비행기까지 제작에 성공하다니 귀국의 항공기술은 정말 대단합니다.”
“감사합니다.”
두 사람의 대화에 제말 파샤가 끼어들었다.
“귀국에서 비행선도 제작하십니까?”
제말 파샤의 질문에 바이페르트가 친절하게 설명했다.
“대한제국의 비행선 제작기술이 아주 뛰어나 우리 독일제국도 기술을 도입해 간 적이 있을 정도입니다.”
독일까지 기술을 도입해 갔다는 말에 제말 파샤는 그 자리에서 결정을 내렸다.
“좋습니다. 비행기뿐이 아니라 귀국에서 판매를 하시겠다면 비행선까지도 도입하겠습니다.”
제말 파샤가 생각 외로 너무 통 크게 나오자 차준혁은 오스만제국이 무리를 하는 것은 아닌지 오히려 걱정이 되었다.
“비행기·비행선 모두 구입을 하시려면 상당한 자금이 있어야 하는데 독일에서 도입하는 차관으로 충분히 감당하시겠습니까?”
“자금문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러면서 제말 파샤가 바이페르트를 바라보자 바이페르트가 확실하게 대답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자금은 우리 독일이 전부 책임지도록 하겠습니다.”
“양국 간의 우호가 아주 대단하시군요.”
그러자 바이페르트가 설명했다.
“우리 독일제국은 그동안 오스만제국과의 각 종 교류를 지속 해 오고 있었고 군사 면에서도 고문단을 파견하는 등의 많은 인적교류가 있어왔습니다. 더구나 이번에 새로 바뀐 정권이 군사력증강에 아주 큰 관심을 보이고 있어서 우리 독일의 국익을 위해서라도 오스만제국에 대대적인 차관을 제공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차준혁은 독일과 러시아 그리고 러시아와 오스만제국과의 서로 물고 물리는 국제관계를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은 러시아의 지나친 영토욕심이 늘 문제가 됩니다.”
“바로 보셨습니다. 더구나 귀국도 러시아와는 사이가 안 좋은 것으로 아는데 오스만제국의 군사력 증강은 결국 귀국에도 크게 도움이 되는 일일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우리 제국도 오스만제국과는 남다른 오랜 인연을 봐서라도 최대한 협조를 하겠습니다.”
이 말을 들은 아흐메드 제말 파샤가 놀란 얼굴로 질문을 했다.
“우리 오스만제국이 귀국의 원조국가였던 고구려와 형제였다는 것을 공사각하께서도 알고 계셨습니까?”
제말파샤의 질문에 차준혁이 바로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귀국이 고구려와 형제였던 돌궐(突厥 투르크의 중국어 차음)의 후손이라는 것을 우리나라에서는 역사교과서에도 실려 있을 정도로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차준혁의 설명에 아흐메드 제말 파샤는 물론 뒤에 있던 그의 수행원들도 깜짝 놀란 얼굴을 했다.
“정말입니까?”
“하하! 비행기와 비행선을 보시려면 어차피 본국을 방문하셔야 하는데 그때 본국에서 발행한 역사교과서를 선물해 드리겠습니다.”
제말 파샤는 두 손을 하늘로 들고 감사해했다.
“알라께서 우리를 동방으로 인도한 것이 다 이런 이유가 있었습니다. 알라께 영광을~”
그의 말에 따라 수행원들도 동시에 외쳤다.
“알라께 영광을.~”
대한제국이 정립이 되면서 국사학회는 그동안 수많은 역사서를 발굴조사하면서 사대사상에 물들어 있던 대한제국역사관을 대대적인 수정보완 했다.
박은식과 신체호가 주도하는 국사학회에서는 이러한 역사발굴을 통해 수많은 역사적 진실이 새롭게 밝혀졌고 돌궐과 고구려의 관계 또한 완전히 재정립되었다. 그러고 돌궐이 당나라의 이간책으로 분열되면서 수백 년간 서진해 나라를 세운 것이 오스만제국의 전신인 셀주크 투르크라는 것을 밝혀낸 것은 물론이고 고구려제국 시절에는 양 민족이 형제와 다름없이 가까웠다는 관계까지도 상세히 국사교과서에 기술해 놓고 있었다.
“우리 오스만제국도 우리 투르크민족이 귀국이 말하는 돌궐(突厥)민족의 후손이라는 것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제국에서도 고구려를 계승한 대한제국을 형제의 나라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아주 많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제말 파샤의 목소리는 감격에 차 있었지만 차준혁은 오히려 미안해했다.
“잊지 않고 우리 제국을 지금까지 기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제국은 그동안 잊고 있었다가 요사이 역사를 재정립하면서 귀국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귀국에서는 벌써부터 그 사실을 알고 계셨다니 우리 제국이 오히려 미안할 지경입니다.”
“아닙니다. 이제라도 서로에 대해 알게 되었다니 참으로 다행한 일입니다.”
이렇게 서로 말을 나누고 나자 이후의 일은 당연히 순풍에 돛을 달았다.
고구려가 멸망하고 그동안 교류가 끊겼던 돌궐의 후신인 오스만제국의 사신인 제말 파샤의 방한을 국정홍보처에서는 아예 국가행사로 만들어 버렸다.
만주고토를 수복하고 일본에게 항복을 받아내면서 국민들의 자긍심이 하늘로 치솟고 있을 때 고구려 멸망 후 ‘1,240년 만에 이뤄진 형제의 방문’이란 국가이벤트는 국민들의 관심을 폭발적으로 유발시키기 충분했다.
대한제국정부는 이들에 대한 예우로 차준혁도 이용하지 못하는 특별비행선을 편성해 줄 정도였다.
차준혁과 오스만제국협상단이 북경을 떠나는 날이 되었다. 청국에서는 처음 보는 웅비비행선을 보기 위해 북경외곽에 임시로 마련된 비행선착륙장으로 경친왕과 원세개는 물론이고 청국정부고위인사 대부분과 수십만 명의 군중이 모여들 정도로 대단한 주목을 받았다.
북경에 날아온 비행선은 홍선영이 조종하는 웅비2호선이었다. 착륙장에 무사히 내린 홍선영은 비행선 밖까지 직접 영접을 나왔고 홍선영은 먼저 차준혁에게 거수경례를 했다.
“충성! 어서 오십시오.”
“반갑습니다. 기장님.”
인사를 받은 차준혁이 오스만제국협상단을 소개했고 제말 파샤일행은 조종사가 여자인 것을 알고 많이 놀라는 모습들이었다.
홍선영의 안내를 받고 사람들이 자리에 착석을 마치자 홍선영의 목소리가 실내 확성기를 통해 영어로 흘러나왔다.
“형제의 나라인 오스만제국의 귀빈을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여러분들을 한성까지 모시게 될 저는 웅비2호의 기장인 대한제국 공군소좌 홍선영입니다.”제말 파샤는 물론이고 아직 비행선을 타 보지 못한 바이페르트는 기내안내방송을 들으며 아주 신기해하는 표정들이었다.
“잠시 후 이륙을 할 것이니 손님들께서는 안전벨트를 매주시기 바랍니다.”
홍선영의 말이 끝나자마자 사무장과 남자승무원이 다가와서는 일일이 탑승자들의 안전벨트를 매어주며 점검했다.
제말 파샤는 처음 타는 비행선이라 궁금한 것도 많고 하늘을 난다는 생각에 두려움도 들어 차준혁에게 질문했다.
“이륙할 때 비행선이 많이 떨립니까?”
“아닙니다. 잠깐 떠오른다는 느낌이 있을 뿐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허리에 이런 것을 매야 합니까?”
“이륙과 착륙 도중에는 사람이 움직이면 안 되어서 그렇지 이륙을 마치고 정속비행을 하게 되면 다시 풀라는 안내방송을 나올 것입니다.”
“아! 그렇군요.”
제말 파샤는 차준혁의 말대로 잠깐 흔들리더니 순간 기체가 위로 떠오른다는 느낌이 들었다. 제말 파샤가 황급히 고개를 돌려 밖을 내다보자 기체가 떠오르면서 지상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차츰 밑으로 내려다보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제말 파샤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다.
“아!~”
그렇게 한 동안 떠오르던 비행선은 잠시 하늘에서 멈추었고 그때 안전벨트를 풀어도 좋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그러면서 비행선은 하늘을 미끄러지듯 소음도 거의 없이 동쪽으로 날기 시작했다.
제말 파샤는 물론이고 바이페르트도 창가에서 떨어지지 않고 아래경치를 감상하며 연신 감탄했다.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자 이들은 모두 자리로 돌아가 취침했고 비행선은 다음날 오전 한성에 도착했다. 이들이 이렇게 늦게 한성에 도착한 것은 환영식의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잠시 후 본 비행선은 여의도비행장에 도착할 예정이니 손님여러분께서는 자리에 착석해 안전벨트를 다시 매주시기 바랍니다.”
한 번 경험이 있어서인지 사람들이 능숙하게 벨트를 맸지만 다시 사무장이 일일이 손을 봐주었다.
이윽고 비행선이 여의도에 착륙했다.
여의도는 이때 완전히 상전벽해 되어 있었다.
여의도제방은 완전히 축조되어 있었고 상류 측 저지대는 흙으로 메워져 섬이 완벽히 조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수용되었던 수많은 죄수들은 전국각지로 흩어지면서 이들이 사용하던 수용소는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