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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섬의 일부에는 군부대가 들어와 있었고 또 일부는 드넓은 면적에 아스팔트를 깔아 비행장으로 사용 중에 있었으며 마포와 영등포방면으로는 다리까지 당당히 놓여 있었다.
여의도에 도착해 비행선을 내린 제말 파샤의 눈에는 몇 척의 비행선이 눈에 들어왔고 그 옆에 있는 격납고 앞에 복엽기가 도열해 있는 것이 들어왔다. 차준혁이 복엽기를 손으로 가리켰다.
“저기 보이는 것이 우리 제국에서 생산한 비행기입니다.”
“아! 그렇군요.”
제말 파샤는 당장 비행기를 보고 싶었지만 일에는 순서가 있었다.
“황제폐하를 알현하기 위해 마차가 준비되어 있으니 저리로 가시지요.”
차준혁이 손짓하는 곳을 바라보니 황실에서 특별히 보내준 상부가 개방된 4대의 화려한마차가 나란히 서 있었다. 제말 파샤일행이 마차에 나눠 타고 차준혁이 제말 파샤의 옆에 타자 마차는 바로 출발했다.
다가닥 다가닥!
이윽고 마차가 출발하고 얼마를 가자 제말 파샤는 속으로 크게 놀랐다.
‘아니 마차가 전혀 흔들림이 없구나.’
혹시나 해서 주의를 기울여도 마차의 흔들림이 거의 없자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질문했다.
“이 마차는 어떻게 거의 흔들리지가 않습니다.”
“예, 이 마차에는 본국에서 개발한 노면의 충격을 흡수하는 장치인 현가장치(懸架裝置)가 부착되어 있어서 이렇게 흔들림이 거의 없는 것입니다.”
“그렇군요.”
마차는 이렇게 천천히 마포대교를 건너 넓게 뚫리고 아스팔트포장까지 된 도로를 따라 마포를 지나면서부터 도로변에는 환영인파가 차츰 보이기 시작했다. 제말 파샤는 도로변에 있던 주민들이 자신을 보고 손을 흔들며 반가워하자 의아해 하며 차준혁을 돌아봤다.
“1,240여년 만에 형제의 나라에서 사신이 왔다고 하니 주민들이 환영을 하는 가 봅니다.”
“1,240여년이요?”
“고구려가 멸망한지 그 정도 되었습니다.”
“아 그렇군요.”
설명을 들은 제말 파샤는 환대를 해주는 대한제국에 크게 고마웠다. 하지만 이런 고마움은 시작에 불과했다. 마포에서부터 간간이 보이기 시작한 환영객들은 숭례문이 가까워지자 인파로 변했고 성문을 지나자 환영인파가 연도를 가득 메웠다.
“와~~~”
환영인파가 손에는 언제 준비했는지 오스만제국의 국기와 태극기가 보이기 시작했고 주민들은 그것을 힘차게 흔들어 대면서 환영했다. 처음으로 이렇게 큰 환대를 받으며 크게 고마워하던 제말 파샤는 어느 때부터인가 자신도 모르게 손을 흔들어 환영인파들에게 답례를 했다.
그러다 마차가 주작대로로 접어들자 깜짝 놀랐다.
“아! 정말 대단합니다.”
제말 파샤가 감탄할 정도로 주작대로는 5층으로 늘어선 정부청사를 비롯해 그 앞의 조경은 물론이고 이전에 청사로 쓰던 전각들이 조경 사이에 그림같이 정비가 잘 되어 있는 것이 한 눈에 들어왔다.
거기에 정면의 광화문은 물론이고 황제궁인 금오궁과 황태자궁인 동궁까지 마치 하나의 거대한 그림 같이 조성된 모습을 보고는 제말 파샤가 감탄을 터트린 것이다.
“우리 제국황도인 이스탄불도 아름답지만 한성도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제말 파샤보다 더 많이 놀란 사람은 2번째 마차를 타고 있는 바이페르트였다.
‘이게 정말 한성이란 말인가. 내가 총영사로 있을 때와는 전혀 딴판으로 변했구나. 어떻게 5년 만에 도시가 이렇게 변할 수가 있는 것인가. 정말 동양의 말대로 상전벽해 된 곳이 바로 한성이구나.’
바이페르트가 이런 생각을 하며 주작대로를 지날 때 정부청사 곳곳에 현수막이 내걸려있는 것이 보였다.
‘1,240년 만에 방문하는 형제를 환영합니다.’
제말 파샤는 오스만어와 한글로 적힌 대형 환영현수막을 보면서 자신들을 진심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는 것을 세삼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마차가 경복궁 앞 해태석상을 지나 하마비 앞에 멈추었다,
“여기서부터는 황제폐하 내외분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예외 없이 내려서 걷는 것이 우리 제국의 법도이니 마차에서 내리셔야 합니다.”
제말 파샤는 두말없이 차준혁을 따라 내렸고 마차에 내린 일행과 함께 광화문으로 걸어갔다.
황궁을 수비하는 경위원 총관과 외무대신 이범진이 광화문 앞까지 마중 나와 있었다.
경위원 총관이 제말 파샤에게 거수경례를 했다.
“충! 성! 오스만제국 사신께서 형제의 나라인 우리 대한제국을 방문하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군인인 제말 파샤가 오스만제국식의 군례로 답례를 했다,
“환대에 감사드립니다.”
이어서 이범진이 한 발 앞으로 나왔다.
“어서 오십시오. 대한제국 외무대신 이범진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오스만제국의 공공사업부장관 아흐메드 제말이라고 합니다.”
“파샤께서 오스만제국을 개혁하기 위해 많은 일을 하신다는 것은 이 먼 동방에까지 소문이 나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뵙고 싶었는데 정말 잘 오셨습니다.”
“너무도 융숭한 환대를 받아서 오늘은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하하! 1240년 만에 다시 찾은 형제나라의 귀빈 아닙니까? 당연히 환대를 해야지요. 자, 일단 들어가십시다. 폐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예, 각하.”
이렇게 외무대신 이범진이 인사를 나누고는 제말 파샤를 황제에게 안내하기 위해 같이 걸었다.
그 탓에 한 발 뒤로 물러선 차준혁이 놀라서 두리번거리는 바이페르트 영사 옆에서 말을 걸었다.
“한성이 많이 바뀌었지요?”
말이 떨어지자마자 바로 감탄사가 터졌다.
“이야~ 정말 이게 예전에 본관이 근무했던 한성이 정말 맞는가 싶습니다. 어떻게 몇 년 만에 이렇게 완전히 변할 수 있는 것입니까?”
“하하! 사람이 노력해서 안 되는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동안은 우리 제국이 도약을 준비하는 기간이었었다고 이해해 주십시오.”
“그래도 그렇지 이건 정말 변해도 너무 변했습니다.”
그러면서 은근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들리는 소문에 대한제국에 하늘에서 내려온 신군이 있다는데 맞습니까?”
그말에 차준혁이 크게 웃었다.
“하하! 천사도 아닌데 하늘에서 어떻게 내려옵니까? 그저 허황된 소문입니다.”
“나도 지금까지 그렇게 믿고 있었지만 막상 한성을 보니 기연가미연가 합니다.”
“물론 신군으로 불리는 강력한 군대는 있지만 그렇다고 하늘에서 내려 온 것은 아닙니다.”
바이페르트가 바짝 다가섰다.
“그럼 그 신군은 어디서 온 군대입니까?”
“조금 먼 곳에서 왔습니다.”
“외계에서 왔다는 말입니까?”
“예?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씀을 하십니까?”
차준혁의 놀라는 모습에 바이페르트가 말꼬리를 내렸다.
“아니 먼 곳이라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더라도 외계는 너무 억측이십니다. 이 지구상에는 아직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깊은 오지와 사람들이 아직 찾지 못한 미지의 땅도 많이 있습니다.”
“그렇기는 합니다. 그래서 탐험가들이 있는 것이지요.”
“우리 제국을 도와준 신군은 바로 그 곳에서 온 군대로 본래 대한제국과는 같은 민족입니다. 그래서 이상한 소문이 난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바이페르트는 더 묻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여기서 마무리를 지었다. 두 사람이 이렇게 주고받는 말은 지금 대한제국을 바라보고 있는 주변국가의 시선그대로였다. 차준혁도 원세개는 물론 북경에 있는 각국외교관들에게 몇 차례 이런 말을 들었지만 대답은 지금과 한 결 같이 대답했다.
제말 파샤는 금오궁에서 오찬까지 같이하면서 황제의 지극한 환대를 받았다. 연말이 준공목표인 황제의 궁과 황태자궁은 9월 말이 되자 황제궁전인 금오궁은 이미 대부분의 공사를 마치고 지금 소소한 내부공사마무리를 하는 중이라 손님을 맞이하기에는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황궁에서 오찬을 마친 제말 파샤는 다시 마차를 타고 여의도로 돌아왔다.
이때 여의도에는 항공개발부 황현만 부장이 기다리고 있었으며 이미 복엽기와 비행선 그리고 여의도의 한 쪽 끝에 있는 군부대에는 시범사격장이 준비되어 있었다.
대한제국에서 비행실력이 가장 좋은 노백린 공군중좌는 복엽기시범비행을 위해 전날 여의도에 도착해 있었다.
복엽기조종도 단엽기조종처럼 많이 해본 경험이 있는 노백린이라 조종을 하는 것은 전혀 부담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평상시와 달리 외국에 판매를 할 복엽기라서 무전기를 떼어내고 또한 다운그레이드 된 상태로 조종을 해야 하므로 관제탑과 교신을 할 수 없다는 것이 크게 답답했다.
이윽고 제말 파샤가 도착하자 기다리던 황현만 부장과 인사를 서로 나눈 후 관람석에 착석했다.
황현만이 신호를 보내자 그와 동시에 노백린이 탄 비행기 앞으로 정비사 두 명이 사다리를 들고 달려 나왔다. 비행기 앞에서 사다리를 편 정비사들은 한 명은 사다리를 단단히 잡고 다른 한 명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는 프로펠러를 두 손으로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