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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6 회: 7권-15화 거듭되는 외교성과 --> (226/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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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있는 힘을 다해 프로펠러를 두 손으로 힘차게 돌렸다.

푸룩 푸룩 부르르릉~~~

약간의 둔탁한 소리가 한두 번 터지더니 시동이 단번에 걸렸다. 시동이 걸린 것을 확인한 정비사들은 사다리를 갖고 뛰어서 격납고로 들어갔다.

시동이 걸리고 잠시 엔진을 공회전 시킨 노백린은 시동을 걸기위해 막아둔 공기조절밸브를 열었다.

부아~~~~

그러자 공기가 들어가며 엔진이 부드러운 소리를 내기 시작하며 정상작동을 했고 노백린은 밟고 있던 브레이크를 서서히 떼면서 가속페달을 살며시 밟았다.

돌~돌~돌~돌~

노백린은 단엽기에 비해 추력이 현격히 떨어지는 복엽기엔진이었고 기체가 철골조에 목재와 천으로 덮인 상태라 소음이 유난히 크게 들려왔지만 그런대로 무난히 비행기를 활주로에 정면에 세웠다. 그런 그의 시선에 활주로 중앙에 두 개의 깃발을 높이 들고 X자를 표시하고 있는 관제사가 들어왔다.

노백린은 그 관제사에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노백린의 신호를 받은 관제사는 몸을 돌리고는 그대로 빨간 깃발을 두 세 차례 힘차게 전방으로 휘두르며 이륙신호를 주고는 활주로에서 재빨리 빠져 나갔다.

부아아앙~~

관제사가 활주로를 완전히 빠져 나간 것을 확인한 노백린의 복엽기는 곧 출발을 했다. 출발과 거의 동시에 가속을 붙였으며 양력이 좋은 복엽기라서 짧은 거리를 달려 사뿐하게 이륙에 성공했다.

제말 파샤와 바이페르트가 그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

“오!~ 대단합니다.”

“정말 부드럽게 날아오릅니다.”

그러자 비행기를 처음 본 수행원들은 저마다 감탄사를 연방 터트렸다.

부아아앙~~~

가볍게 창공으로 날아오른 노백린은 여의도를 따라 선회비행을 했다. 

‘이거 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복엽기속도가 느려도 너무 느려. 그래도 회전반경이 짧아서 곡예비행이 쉬운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속도감이 너무 없어서 타는 재미가 별로 없어.’

이렇게 생각하던 노백린은 여의도 상공에서 각종 곡예비행을 시연했다. 그 모습을 보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연신 감탄하던 제말 파샤가 고개를 돌려 황현만 부장에게 질문했다.

“저 비행기의 속도는 얼마나 되고 비행시간은 얼마정도 됩니까?”

“최고속도는 150km/h정도이고 100km정속비행을 하면 6시간 정도는 비행을 할 수 있습니다.”

“이야~ 대단합니다.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제말 파샤는 대단한 만족을 했다. 

그리고 이어진 비행선의 시범과 총기류의 시범사격도 아주 만족감을 표시했다. 

여의도비행장에는 장교클럽은 물론이고 조종사들의 관사도 별도로 마련되어 있어서 오스만제국과 대한제국과의 무기구매협상은 여의도에서 바로 시작되었고 협상은 사흘의 시간이 걸렸다. 매매가격은 하루 만에 결정이 되었으나 비행기의 하자보증에 관한 면책사항을 놓고 양자 간에 협상할 내용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협상은 화기애애하게 진행되었다. 

대한제국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적당한 가격을 제시했고 오스만제국은 대부분 흔쾌히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랬기에 구매협상은 별 어려움 없이 단 번에 끝을 낼 수 있었고 무기는 2번에 걸쳐 이라크의 바스라 항까지 분할수송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이 협상에서 대한제국은 오스만제국에게 상당한 배려를 해주었다. 그 배려는 바로 조종사들의 교육을 대한제국이 전담해 주기로 한 것이다. 제말 파샤는 당연히 이 제안에 대환영을 표시했으며 양국 간의 정식수교도 이 자리에서 정식 채결하였다.

#거듭되는 외교성과

양국 간에 채결된 무기구매계약의 대금지급은 삼각거래방식을 채택했다. 구매는 오스만제국이 했고 대금의 지급은 독일이 했으며 독일은 구매대금을 송림의 제철소건설대금의 잔금과 대한제국이 구매하는 공작기계대금으로 상계처리하고 모자라는 금액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정리했다.

러시아산과 미국산을 포함한 35만 정에 달하는 소총과 1,000문이 넘은 대포, 그리고 수십 정의 기관총, 거기에 100대의 복엽비행기와 10척의 비행선까지 오스만제국이 구입하는 무기구매대금은 실로 엄청났다. 

처음 예상보다 엄청난 차관을 제공해야 하는 독일로서도 이정도 규모면 상당한 부담이 될 정도였다. 하지만 국가 간의 약속을 했던 독일은 독일제국황제 카이저의 전권을 위임받은 잘데른 공사가 직접 계약서에 날인을 하면서 오스만제국과의 신의를 지켰다. 

차준혁은 구매계약을 마친 후 바이페르트와 별도로 자리를 가졌다.

“구매대금이 너무 많아 독일이 부담되겠습니다.”

바이페르트가 선선히 시인했다.

“오스만제국이 생각지도 않게 비행기와 비행선까지 대량으로 구입하는 바람에 구매대금이 처음예상보다 크게 많아져서 본국도 솔직히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귀국이 국가재정에 부담이 될 정도로 오스만제국에 이토록 많은 공을 들이는 이유가 러시아 때문입니까?”

“러시아도 그렇지만 중동에서의 영국의 영향력확대를 견제하려는 것도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본관이 알기로 오스만제국의 재정이 아주 좋지 않다고 하던데 차관상환에는 문제가 없겠습니까?”

“그거야 본국에서 알아서 할 일이지만 금액이 너무 커서 본관의 판단으로는 차관을 현금으로 상환 받는 것보다 아마도 대물 등 다른 방식으로 상계 처리될 것 같습니다.”

차준혁이 걱정을 했다.

“그렇게 되면 독일제국은 국가 간의 신의를 지켰다는 명분은 얻었지만 재정의 부담은 어쩔 수가 없겠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뭔가 획기적이고 좋은 방안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제국도 요즘 군비확충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어서 형편이 별로 좋지 않은데 말입니다.”

바이페르트가 이렇게 푸념비슷한 말을 하자 차준혁은 그 말을 놓치지 않았다.

“그럼 우리 제국이 귀국에게 획기적인 제안을 한 번 드려 봐도 되겠습니까?” 

제안이라는 말에 바이페르트의 귀가 쏠렸다.

“무슨 좋은 방안이 있습니까?”

“지금 말씀드리는 것은 개인의 사견인데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괜찮습니다. 말씀하십시오.”

“귀국이 몇 년 전 스페인에게서 현금으로 구매한 태평양의 영토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바이페르트는 차준혁의 말을 듣자 곧바로 한 곳을 떠올렸다. 그곳은 바로 남태평양에 있는 캐롤라인제도와 미국이 강점한 괌 섬을 제외한 마리아나제도로 1899년 독일은 이 두 제도를 2천5백만 페세타를 주고 스페인에게서 매입한 곳이다. 

스페인은 미국과의 필리핀전쟁에서 패전한 뒤 아시아에서 철수하면서 이제도를 독일에게 현금으로 매각했던 것이다. 

“아! 남태평양의 캐롤라인제도와 마리아나제도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맞습니다. 만일 독일이 마리아나제도와 캐롤라인제도를 재매각하실 의향이 있으시다면 본관이 정부에 매입의사를 타진해 볼 수 있습니다.”

“예? 그 제도를 귀국에 재매각하라는 말씀입니까?”

생각지도 않은 제안에 바이페르트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차준혁의 표정은 은근했다.

“그렇습니다.”

바이페르트는 바로 부정적인 대답을 했다.

“쉽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독일제국의 카이저께서는 지금 식민지를 확장시키는데 아주 공을 들이고 있는 중입니다.”

“그렇더라도 넓은 바다에 분산되어 있는 섬이라서 어차피 그 제도는 귀국으로서도 명분만 있지 실속은 별로 없는 지역으로 알고 있는데 귀국의 카이저께 진언을 드린다면 재매각을 할 가능성도 있지 않겠습니까?”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던 일이라 지금으로서는 뭐라고 예단을 할 수 없습니다.”

“제 사견이지만 영사께서도 한 번 심도 있게 검토해 보십시오.”

“아무리 사견이라고 전제하지만 공인이신 공사께서 이런 의견을 말씀하신 이유가 뭡니까?”

“우리 제국은 대륙영토에 대한 욕심이 별로 없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지난번 청국과의 무기매각협상에서도 자원개발권이나 산동지역의 영토를 주겠다는 것도 거절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바다는 솔직히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는 지역이라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상해에 주재하고 있기 때문에 대한제국과 청국과의 무기매각협상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바이페르트는 그제야 차준혁의 말이 이해가 되었다.

“아~ 그래서 지난 번 청국의 제안을 거절하고 상해와 심천지역 토지를 매입한 것이군요.”

“거기에는 귀국이 산동지역경영에 주력하고 있는 것도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본국은 귀국에 배려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속이 없는 해양영토에 관심을 가진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차준혁이 잠깐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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