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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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우리 합중국은 일본에 막대한 전비를 지원해 주었습니다만 결과는 일본의 무조건 항복이었습니다. 이는 한국의 군사력이 일본을 넘을 정도로 절대 만만히 볼 것이 아니란 것을 반증하고 있는 것입니다. 더구나 한국과 우리 합중국은 아직 직접적인 무력충돌은 없었으니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하지만 태프트의 의견은 전혀 달랐다.

“부통령께서 모르시나 본데 지난 번 본국 외교관을 추방할 때 뭐라고 그랬는지 아시오?”

“잘 모르겠습니다.”

“그때 한국은 일본과의 밀약을 결국 선전포고나 다름없다고 정의했었고 더구나 1871년에 있었던(신미양요를 말함) 양국 간의 소소한 충돌까지 거론하면서 당시 피해에 대한 배상까지도 요구했었소.”

부통령 제임스 셔먼은 처음 듣는 말이었다.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그렇소. 그것을 미뤄봐서도 우리 합중국과 한국은 분명 한 번은 부딪혀야 될 수밖에 없다고 본인은 생각하고 있소.”

한국과의 다툼을 피하고 싶었던 제임스 셔먼은 태프트의 말을 듣자 더 이상 반대를 하지 못했다.

그가 생각해도 한국이 한 말은 선전포고나 다름없었기 때문으로 이번에는 제임스 셔먼이 태프트 대통령에게 되물었다.

“그런데 왜? 그때 한국을 곧바로 징계하지 않았습니까?”

“그것이 바로 우리 합중국이 일본의 군사력과 국력을 너무 믿은 판단착오였었소. 솔직히 말을 해서 루즈벨트 대통령이나 전쟁장관으로 있었던 내가 일본을 너무 믿은 탓에 지금의 결과를 초래하고 만 것이오.”

베이커 국무장관이 솔직하게 자기 탓을 하는 태프트를 위로했다.  

“그때는 누구나 아시아최강이라는 일본의 국력을 믿었었지 한국이 그렇게 무참하게 일본을 제압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었습니다.”

베이커 장관의 위로가 있자 태프트가 깊은 한 숨을 내쉬었다.

“후!~ 그렇기는 하지만 그때 무리를 해서라도 필리핀에 주둔하고 있는 병력을 만주로 파병했어야 했었어.”

“그렇게 되었다면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게 되는 최악의 사태를 맞이할 수도 있었습니다.”  

태프트가 고개를 저었다.

“그것 때문에 결국은 주저되어 실행에 옮기지 못했는데 결과가 일본의 항복이라는 최악의 결과가 초래되어서 이렇게 문제가 되는 것 아니오.”

그러면서 굳은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봤다.

“우리 합중국은 지금까지 한국에 대해 어떠한 제재도 가하지 않고 있소. 만일 한국의 도발에 이대로 계속 놀아난다면 우리 합중국이 중점을 두고 있는 파나마는 물론이고 카리브와 중남미 각국들이 반미전선을 결성할 수도 있소. 그러니 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한국에 대해 군사적 제재를 가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오.”

무력제제에 대해 처음에는 반대 입장에 서있다 대통령의 설명을 듣고서 찬성으로 돌아선 부통령 제임스 셔먼이 뜻밖의 제안을 했다.  

“그렇더라도 한국의 군사력을 생각한다면 우리 합중국 혼자서 모든 부담을 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부통령께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보니 좋은 의견이 있소?” 

“일본은 무조건항복을 한 뒤 군대까지 해산한 마당이라 여력이 없을 것이지만 한국과 은원이 아직 남아있는 나라는 러시아입니다. 제 생각에는 한국과 일전을 불사하려면 러시아와 공동보조를 맞추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의외의 제안에 태프트가 크게 놀랐다.

“러시아와 공동보조를 하자고요?”

“그렇습니다. 지금 유럽에서는 독일의 급진적인 세력 확장을 막기 위해 영국·프랑스·러시아가 협력을 하고 있으니 우리 합중국이 러시아와 손을 잡는다고 하더라도 외교적으로 하등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봅니다.”

“흐음!~”

태프트 대통령은 생각지도 않은 제안에 잠시 생각을 하다 바로 결정을 내렸다.

“그렇게 합시다. 베이커 장관?”

“예, 각하.”

“장관이 러시아로 가서 러시아총리를 한 번 만나보는 것이 좋겠소.”

이렇게 말을 꺼내며 거구의 몸을 앞으로 하자 베이커 장관과 셔먼 부통령의 몸도 자연스럽게 탁자 쪽으로 쏠렸고 세 사람은 한동안 머리를 맞대고 밀담을 나누었다.

며칠 후 베이커 장관은 약간의 수행원만을 대동하고 유럽행 정기여객선에 몸을 실었다. 얼마 후 영국에 도착한 베이커 국무장관은 도버해협을 건너 파리에서 극비리에 러시아 총리를 만나게 된다.

이러한 양국움직임은 파리에 주재하는 국정원요원에 의해 포착되었고 바로 본국으로 보고되었다.

박충식은 중앙정보부장 오창권의 보고를 받으며 의아해했다.

“이상한 일이로군. 양국의 사이가 소원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무슨 일로 국무장관이 파리까지 날아가서 러시아총리와 극비회동을 한 것이지? 외무상.”

“예, 전하.”

“양국의 고위급인사가 만나야할 현안이 뭐가 있소?”

외무대신 이범진이 고개를 저었다.

“우리 외무부가 파악하기로는 양국 간 당장의 현안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박충식이 오창권에게 고개를 돌렸다.

“중정에서 알고 있는 현안은 없는가?”

“저희들도 파악된 것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자들이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은밀한 무언가를 획책하고 있다고 봐야겠군.”

오창권이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제 생각에는 우리 제국이 독일로부터 남양군을 매입한 것이 미국을 자극한 것 같습니다.”

박충식의 안색이 심각해지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오 부장의 의견대로라면 양국이 공동으로 우리 제국을 노린다는 말인데·······”

박충식이 뭔가를 생각하자 이범진이 오창권에게 질문을 했다.

“오 부장, 필리핀독립운동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지금까지는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었고 곧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는 보고를 보내 왔습니다.”

이범진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질문했다.

“필리핀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이 십만 명 정도라고 하던데 무장병력 삼만 명이면 병력이 부족하지 않겠습니까?”

오창권이 자신 있게 대답했다.

“정규전을 벌이면 병력차이로 절대 열세를 보이겠지만 필리핀정글을 이용해 게릴라전을 벌일 것이기 때문에 그 정도 병력차이면 충분히 싸워볼만합니다.”

“필리핀내부에서 최대한 교란을 해 줘야 미국의 발목을 붙잡을 수 있을 텐데 그들이 잘 해낼지 걱정입니다.”

이범진의 말이 끝나자 박충식이 고개를 저었다.

“처음 우리가 필리핀독립군에게 러시아무기를 지원해준 까닭은 필리핀독립군을 지원하는 것이 러시아라는 의심이 들도록 해서 양국이 손을 잡지 못하도록 하는데 있었지만 지금 미국이 러시아와 접촉을 하는 것으로 봐서는 그러한 공작이 큰 의미가 없어진 것 같소이다.”

“그렇더라도 필리핀독립군의 선전은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게 되지 않겠습니까?”

그때 오창권 부장이 부정적인 발언을 했다.

“꼭 그렇다고 볼 수많은 없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그럼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말입니까?”

“우리들이 필리핀독립군을 지원한 애초의 목적은 러시아와 미국이 손을 잡지 못하도록 하는데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지금 양국이 먼저 만난 것으로 봐서는 그런 공작이 먹혀들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오히려 러시아군 무기를 노획했던 우리 제국을 의심할 공산이 아주 큽니다.”

이범진은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아!~ 그렇군요.”

“그래서 역으로 미국이 본국과 전쟁을 하려고하면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대대적인 군사력을 동원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습니다.”

박충식도 그 말에 동의했다.아무래도 우리 제국이 단단히 준비를 해야겠어.”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박충식은 그 자리에서 비서실장에게 국방장관과 삼군장관을 모두 불러들이도록 지시했다. 

이러한 한성의 긴박한 움직임은 북경의 차준혁에게도 긴급전문으로 알려졌다. 본국의 전문을 받아든 차준혁은 영국공사관으로 맥도날드 공사를 예방했다.

“어서 오십시오. 공사.”

“그동안 업무가 바빠 각하를 자주 찾아뵙지 못했습니다.”

차준혁의 말을 들은 맥도날드가 크게 웃었다.

“하하하! 쉬어가면서 하세요. 차 공사는 아직 젊은데 너무 일에 파묻혀 살면 청춘이 아깝습니다.”

“하하하! 아직 그 정도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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