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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충식이 이상재에게 질문했다.
“재무상께서는 그럼 일본의 병력파병을 받아들이지 말자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지난번에 일본군의 무장을 완전히 해제시켰기 때문에 만일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재무장에 대한 부담을 우리 대한제국이 모두 져야 합니다. 더구나 병력을 유지하는 비용도 우리가 부담해야 하는데 그럴 바에야 차라리 이번에 만주에서 귀화 중에 있는 한족이나 다른 민족들을 징집하는 것이 훨씬 좋을 것 같습니다.”
대한제국은 전국적으로 진행되는 각종공공사업과 대규모 군사력증강사업으로 조금씩 재정압박을 받고 있었다. 그나마 일본의 배상금과 대체복무자와 포로 등의 무임금 노동력 때문에 겨우 균형을 맞추고 있는 상태라서 나라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이상재가 이런 제안을 하게 된 것이다.
이상재가 재정문제를 거론하자 강명철이 적극 동의했다.
“그거 참으로 좋은 생각입니다. 가뜩이나 정부재정이 팍팍한데 구태여 우리가 예산을 들여 일본군을 재무장시켜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럴 바에야 지금까지 병역의무를 부여하지 않고 있던 만주출신귀화인들에 대해서 이번 기회를 이용하여 본격적인 징병을 실시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재무대신 이상재도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정말 좋은 의견입니다. 어차피 병력을 증원할 것이라면 우리제국국민이 된 만주귀화인들을 대상으로 한 징병을 실시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됩니다.”
박충식도 두 사람의 의견에 내심 동조하며 내무대신 민영환에게 질문했다.
“내무상, 만주귀화인을 징병한다면 그에 따른 문제는 없겠소?”
“그동안 충분한 교육을 통해 귀화를 하게 되면 반드시 국민의 의무인 병역의 의무를 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더구나 지금 귀화인들 중에서 자원입대자들도 상당수 나오고 있는 상태입니다.”
“만주귀화인의 총 인원이 어떻게 되는가?”
민영환이 자료를 찾아보며 설명했다.
“그동안 600만 명 정도가 귀화를 했습니다. 더구나 귀화를 거부한 사람들에 대한 청국송환시기가 다가오고 있어서 요사이 귀화를 신청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대한제국이 만주를 수복하고 처음 만주지역인구를 조사할 때보다 이때에 이르러 거주인구가 상당히 늘어나 있었다. 그 이유는 만주일대 흩어져 거의 부족생활을 하고 있는 만주족들과 도시근교가 아닌 만주지역오지로 이주해 있던 한족들의 숫자가 의외로 많았기 때문이었다.
초기인구조사에서 누락되었던 사람들은 한반도주민들의 대대적인 만주이주정책 때문에 숫자가 밝혀졌고 이렇게 추가로 밝혀진 인구가 상당한 숫자라 지금까지 조사된 바로는 거의 천만에 가까운 인구가 만주지역에 거주하고 있었다.
대한제국은 이들의 자국민 편입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쳤고 귀화를 위한 유예기간을 설정했고 그 기간이 1909년까지로 한정하고 있었다. 만일 이 기간 내 귀화를 하지 않는 사람은 전부 청국으로 송환시키기로 양국 간에 처음부터 합의를 해 놓은 상태였다.
박충식이 김종석에게 의견을 물었다.
“국방상, 군에서는 귀화인들의 징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귀화를 하고 처음 하는 징병이라 어차피 한 번의 약간의 혼란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본인들이 원해서 귀화를 결정한 것이고 군을 나오지 않으면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에 우려스러울 정도의 혼란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더구나 청국과 같이 무지막지하게 징병하는 것이 아니라서 저도 귀화인징병은 적극 찬성입니다.”
“언어소통이 문제가 되지 않겠어?”
“귀화당시 언어소통시험을 봤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겠지만 그래도 원활한 소통을 위해 병력을 미리 징병을 한 뒤 군사훈련을 하면서 모국어를 가르치는 것이 오히려 언어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병참(兵站)은 문제가 없겠는가?”
김종석이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금년부터는 북해도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신품종볍씨가 보급되어서 지금상태로는 오히려 군량은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입니다. 거기다 군복 등 각종 보급품도 지금 군에서 보유하고 있는 여유물량이 많아서 별 문제가 없습니다.”
김종석의 자신만만한 대답을 들은 박충식은 이번에는 송의식에게 질문했다.
“전함의 개장은 어떻게 진행되어 가고 있나?”
“2년 전부터 진행되고 있는 전함개장작업은 이제 막바지에 있어 금년 말이면 모든 함정의 개장을 완전히 끝마칠 수 있을 것입니다.”
“원산에서 작업 중인 비밀전함은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지?”
“상갑판설치를 마치고 지금은 내부공사 중에 있어서 가을이면 시험운항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말을 듣자 박충식이 크게 흡족해 했다.
“그래, 그 정도면 해군은 충분한 준비는 갖추었다고 봐도 되겠어.”
이어서 박충식은 육군과 공군의 준비상황을 보고를 받았으며 양군도 해군같이 흡족한 대답을 했다.
박충식이 회의장의 각료들을 돌아본 후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지금까지 과인이 각 군의 보고를 구태여 여러 대신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받은 이유는 우리 군이 항상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입니다. 그러니 미국과 러시아가 어떠한 도발을 하더라도 우리 군은 충분이 이를 물리칠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으니 여러 대신들께서는 전 국민이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절대 동요하지 않고 생업에 충실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대처해 주시기 바랍니다.”
박충식의 설명에 모든 대신들의 허리가 일제히 숙여졌다.
“알겠습니다!!!”
각료들의 대답을 들은 박충식이 이어서 군에 대해 지시를 내렸다.
“국방성은 만주에 대한 최초의 징병을 준비기간이 필요하니 6월부터 실시하도록 하게. 그리고 각 군은 지금부터 훈련강도를 서서히 높이도록하고 해군은 오키나와와 남양군에 해병대병력을 추가배치하고 해양영토 수호를 위해 곧바로 함대를 재편하도록 조치하게.”
“알겠습니다, 전하.”
각 군에 대한 지시를 마치자 박충식은 이번에는 외무대신 이범진을 불렀다.
“외무상.”
“예, 전하.”
“외무상께서는 북경을 비롯한 유럽의 공관에 특급지시를 내려 각국과의 외교에 총력전을 전개하고 오늘자로 내외신기자들에게 미국과 러시아에 대한 공식 비난성명을 발표하도록 하시오.”
이범진이 바로 우려를 표명했다.
“전하, 개전을 하려면 아직 상당한 시일이 필요한데 지금 비난성명을 발표하는 것은 시기가 너무 이릅니다.”
그러자 송의식 해군대신도 우려를 표명했다.
“외상의 말씀이 맞습니다. 너무 일찍 우리가 비난성명을 발표하게 되면 미국도 노골적으로 총력외교전을 펼칠 수가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영국과 독일 같은 우리에게 우호적인 국가들의 등을 돌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
“흐음!~”
박충식도 생각해보니 너무 일찍 양국을 자극해서 그들을 도발시키면 자칫 대한제국이 고립무원의 처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알겠소. 그렇다면 비난성명은 당분간 자제하고 지금부터 각국을 상대로 총력외교전을 전개하여 다른 나라가 미국을 지원하지 못하도록 만드는데 주력해 주시오.”
“일본의 제안은 병력파병은 거절하는 것으로 답변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오. 그리고 이준 주일공사로 하여금 일왕을 예방하여 생각지도 않은 제안을 해준 것에 대한 본국의 고마움을 표시하도록 하시오.”
“예, 전하.”
외무대신에게 지시를 마친 박충식이 이번에는 중앙정부부장을 불렀다.
“오 부장.”
“예, 전하.”
“일본이 미국의 제안을 거부할 정도로 강경파가 힘을 잃었다고는 하나 분명 저들은 어떠한 짓을 획책할지 모르니 지금부터 일본에 파견된 요원들에게 일본의 강경파요인들의 동향을 철저히 감시하도록 하게.”
“그렇지 않아도 특이 동향이 포착되어 보고를 드리려던 참이었습니다.”
“그게 뭔가?”
“전쟁에서 패한 후 그동안 칩거하고 있던 일본군부의 대부인 야마가타 아리토모가 얼마 전부터 동경에 올라온 뒤로 일본대본영출신 참모들을 은밀히 접촉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되었습니다.”
“야마가타가 참모들을 접촉하는 이유는 알아냈는가?”
“아직 거기까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흐음~ 그래.”
신중한 성격인 김종석이 이 말을 듣자 바로 문제를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