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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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의식의 설명에 황태자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과인도 전함건조에 엄청난 예산이 들어간다는 것을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그렇게 전함을 운용하는군요.” 

그러면서 황태자가 새삼스런 눈으로 원산앞바다에서 새로 진수한 항공모함을 호위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함대를 바라보며 말했다.

“부황께서 이전에 일본에게 막대한 대금을 주고 도입했던 전함도 겨우 수천 톤에 불과했었는데 만일 우리가 일본과의 해전에서 승전하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이 이렇게 많은 함대를 보유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을 거외다. 더구나 지금 우리가 보유한 전함을 구매한다고 생각하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예산이 들어갔을지 과인은 짐작조차 할 수 없소이다.”

“바로 보셨습니다. 지금까지 일본과 러시아에게서 나포한 함정을 구입한다는 것은 이전의 대한제국의 국력으로는 도입하기가 불가능 했을 겁니다. 그리고 그것보다 함대가 있더라도 그 함대를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막대한 유지비용을 감당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황태자가 바로 시인했다.

“부끄럽지만 사실이오. 돌이켜보면 신군이 오기 전까지는 제대로 된 국가예산을 편성조차 못할 정도로 황실은 물론이고 당시내각은 시대에 맞는 국가통치개념조차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전근대적인 상태였소이다.”

송의식은 그래도 대한제국을 너무 낮춰 말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5년 정도의 짧은 시간동안 이렇게 급격하게 우리나라가 개혁하고 변화할 수 있었던 것은 국민들의 민도(民度)가 그만큼 높았던 덕분입니다. 우리 대한제국이 지금까지 약소국에 머물렀던 것은 근대적으로 국정을 제대로 운영하지 몰랐던 것입니다. 거기다 권력을 쥐고 있던 자들은 위정자로써 국가발전의 사명의식도 없이 외세에 빌붙어서 개인과 가문의 영달만을 추구하려고만 했었기 때문이어서 그랬던 것입니다.”

“충분히 공감하는 말씀이오. 정말 그때는 과인도 그랬었지만 전부가 무기력하기만 했고 또 대부분의 관리들이 탐욕스럽기만 했었소.”

송의식은 황태자와 대화를 나누며 참으로 많이 놀라고 있었다. 나약하기만 하던 황태자가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고 적극적으로 밝힐 정도로 성격이 너무도 많이 변해 있었다. 본래역사에서는 이때 황제가 되었어야 할 황태자였지만 송의식이 놀랄 정도로 엄청나게 변해 있었다. 

1898년, 황제가 총애하던 김홍륙(金鴻陸)이 황제를 암살할 목적으로 황제가 즐겨 마시던 커피에 엄청난 양의 아편을 넣었었다. 이때 황제는 맛이 이상한 것을 알고 바로 뱉는 바람에 무사했으나 나이가 어렸던 황태자는 그 커피를 그대로 마시는 바람에 치아의 대부분이 빠지고 며칠간 사경을 헤매며 죽을 고비를 넘겨야만 했다. 

이후 황태자는 제대로 된 음식도 먹지 못하고 건강도 많이 나빠졌으며 외형적변화로 인해 성격까지 아주 소심해졌다. 

하지만 신군이 온 뒤 치과전공의무장교로부터 의치를 시술받고부터 황태자는 완전히 바뀌었다. 의치를 시술받은 황태자는 먼저 건강이 크게 좋아진 것은 물론 이전의 소심했던 성격까지도 매사에 적극적으로 변화했다.

거기다 고토를 수복하고 일본의 항복까지 받아내고부터는 움직임 하나하나가 자신만만해지고 위엄까지 갖춘 명실상부한 대제국의 황태자로 변모한 것이다. 

잠시 항구를 빠져 나가던 항공모함을 바라보던 황태자가 이번에는 질문을 했다.

“성능이 좋은 단엽기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함재기가 전부 복엽기인 이유가 있소?”

송의식이 간단하게 설명했다.

“복엽기는 단엽기에 비해 활주거리가 짧아서 그렇습니다.”

“아~ 그렇구나. 그런데 저 항공모함에는 얼마나 많은 함재기를 실을 수 있소?”

“75대입니다.”

황태자가가 놀란 얼굴을 했다.

“그렇게나 많소?”

“예, 전하.”

“그렇게 많은 전투기를 탑재할 수 있으면 앞으로 이 항모만 있다면 해전에서는 가히 무적이겠소이다.”

“잘 보셨습니다. 육상도 마찬가지지만 해전도 이젠 항공 전력이 최우선인 시대가 도래 할 것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전통적 해양강국인 영국은 물론이고 신흥강국인 미국도 지금 항공모함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타국은 언제쯤 저런 항모를 보유할 수 있는 것이오?”

“아마도 10년에서 15년 정도는 지나야 할 것입니다.”

황태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그 기간 동안에는 우리 제국해군이 천하무적이란 말이구려.”

“그렇기는 합니다만 저희들이 예상하는 것은 그 이후에도 외국이 우리 해군력을 따라오려면 상당한 시간이 더 필요할 것입니다.”

황태자는 송의식의 설명을 듣고는 아주 만족했다.

“하하! 어쨌든 이제부터 저 바다는 바로 우리 대한제국의 것이 되었소이다.”

동해바다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을 하는 황태자는 자신만만함으로 가득 차 있었고 송의식은 그런 황태자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그렇습니다. 지금부터 적어도 수십 년은 어떤 나라도 바다에서는 우리 대한제국을 넘보지 못할 것입니다.’

송의식이 이렇게 장담하는 것은 이유가 있었다. 

일본이 항복을 한 후 일본이 육성한 전함건조기술자 등을 대한제국으로 데리고 올 때 야기안테나의 발명자인 야기 히데츠구(八木秀次 1886)를 그의 부모와 함께 대한제국으로 데리고 왔다. 

본래 그와 동료가 되어 안테나를 공동 개발할 우다 신타로(宇田 新太郞)도 함께 대한제국으로 데리고 올 예정이었으나 안타깝게 우다 신타로는 폭격으로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1925년 야기의 주도로 발명된 ‘야기-우다 배열안테나’는 흔히 지금도 지붕위에서 볼 수 있는 TV안테나의 원형이다. 레이더는 초기에 1930년대에 독일과 영국 등에서 실용화되어 1940년대 초부터 실전에 배치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비가 내리면 성능을 거의 발휘할 수 없었고 지향성도 불충분하여 장거리 탐지에 아주 취약했었다. 이러한 초기레이더의 취약점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킨 것이 고지향성이 특징인 야기안테나이다.

그러나 일본과학자에 의해 발명된 이 안테나는 아이러니하게 일본에서는 그 장점에 대해 전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적국인 영국과 미국에게 주목을 끌면서 레이더에 적극 도입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야기안테나를 적용해 레이더의 성능을 개선시킨 영국과 미국은 300km거리까지 탐지능력을 넓힐 수 있어서 태평양전쟁에서 미국이 일본과의 해전을 승리하는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일본군도 뒤늦게 야기안테나의 장점을 알아챘으나 결국 종전이 될 때까지도 이를 실용화시키지 못하고 패전하고 만 것이다.

대한제국은 야기 히데츠구를 데리고 온 것과 같이 천재물리학자로 이름을 날리게 될 유카와 히데키(1907湯川秀樹)와 도모나가 신이치로(1906朝永振一郎), 그리고 그들의 스승인 물리학자 니시나 요시오(1890仁科芳雄)는 물론이고 일본의 각 대학 기초과학자들과 공학자들을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면서 대한제국으로 이주시켰다. 

물론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처음에는 대한제국 이주를 거부했었다. 하지만 이 후로도 지속적이고 집요할 정도의 권유와 그들이 혹할 정도의 대우 그리고 패전이후 극심해진 일본의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수많은 일본과학자들은 자진하여 가족들을 데리고 대한해협을 건넜다. 

이렇게 대한제국으로 이주한 일본과학자들은 약속대로 최고의 대우와 함께 전국의 대학과 연구소로 배치되어 그들의 역량을 대한제국을 위해 쏟아내고 있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었기에 송의식은 황태자의 자신만만해 하는 모습을 느긋하게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들이 바라보고 있는 원산앞바다에는 오늘 취역한 항모 경기도가 위풍당당하게 떠 있었다. 대한제국은 새로 취역하는 항모의 이름으로 전국의 각도의 명칭을 따서 명명했으며 최초의 항모에 경기도라는 선명을 부여했다.

1909년 연말이 되자 동아시아일대는 본격적인 전쟁의 기운이 팽배해지기 시작했으며 대한제국은 비행선을 이용해 러시아군의 동향을 빠짐없이 감시하고 있었다. 이르쿠츠크상공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던 웅비6호 부기장 홍윤석 중위는 이르쿠츠크 강변주변으로 끝도 없이 늘어서 있는 러시아군 군막을 보며 질린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야! 정말 엄청나게 몰려드는구나.”

사무장 양상수 중사도 관측 장비로 아래를 내려다보며 거들었다.

“지난 번 극동군보다 이번에 집결하는 러시아군의 무장상태는 물론이고 군율도 훨씬 좋은 것 같습니다.”

“양 사무장이 봐도 그렇지? 내가 봐도 이번 러시아군의 전력이 만만치 않은 것 같아.”

두 사람의 말대로 이르쿠츠크에 집결한 러시아병력은 유럽의 서부전선에서 차출된 최정예병력으로 이전에 만주에 주둔하던 러시아극동군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훈련이 잘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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