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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군장을 짊어진 본부중대장이 보고를 했다.
“연대장님 출발준비가 모두 끝났습니다.”
“모든 부대가 전부 출발준비 되었나?”
“그렇습니다.”
“그럼 출발하자.”
그러자 본부중대장이 뒤로 돌아 소리쳤다.
“부대 출발하라!!”
본부중대장의 지시가 있자 먼저 김혁이 걸음을 옮겼다. 그런 김혁 상좌를 보고 참모장 이수영 중좌가 거수경례를 했다.
“충성! 무사히 다녀오십시오.”
경례를 받은 김혁은 걸음을 옮기면서 답례했다.
“충성! 뒤를 잘 부탁한다.”
인사를 마친 김혁은 그대로 부대정문을 향해 거침없이 걸음을 옮겼다.
이렇게 전쟁준비를 하고 있는 곳은 북방대륙만이 아니었다.
유동열(柳東說 1879)공군소좌는 지상에서는 수없이 많은 이착륙을 경험했지만 항모 경기도에서는 처음 시도하는 함상이륙이라 손에 땀이 날 정도로 긴장해있었다. 유동열이 타고 있는 복엽기는 창공호복엽기로 제공호단엽기와 함께 황제가 직접 명명했고 오늘 첫 비행을 보기 위해 황제가 황태자와 함께 직접 경기도에 승선해 있었다. 경기도의 아일랜드에는 황제를 비롯해 박충식과 최경석 그리고 송의식까지 나와 있었다.
이미 엔진은 충분히 예열이 되어 있는 상태라 정비사가 내려가자마자 유동열은 전방에 깃발을 들고 대기하고 있던 관제사에게 헤드셋으로 소리치면서 엄지손가락을 높이 들어 신호를 보냈다.
“출발준비 끝.”
부아아앙~~~~
전투기엔진소리가 심하게 나서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서 이중으로 신호를 받은 관제사는 처음으로 갑판을 날아오를 유동열 소좌를 보고 힘차게 깃발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이함!!”
관제사의 신호를 받자 유동열은 힘차게 가속페달을 밟았다.
부아앙~~~·
가속페달을 밟자마자 유동열을 숫자를 세었다.
“오, 사, 삼, 이, 일!”
일소리가 끝나자마자 유동열은 조종간을 부드럽게 잡아당겼고 탄력을 받으며 달려가던 전투기는 그의 조종대로 부드럽게 하늘로 날아올랐다.
“와!~~~”
순간 갑판에 있던 정비사들이 동시에 소리쳤다.
황제도 아일랜드에서 그 모습을 보며 감탄했다.
“오~~ 성공했구나.”
황태자도 감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대단합니다. 갑판 끝까지 가지도 않고 전투기가 날아올랐습니다.”
그에 대해 공군대신 최경석이 설명했다.
“아직 포탄 등을 탑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체가 가벼워서 그렇습니다.”
“포탄을 실으면 활주거리가 늘어나는가 보오?”
“그렇습니다. 유능한 조종사라면 포탄을 탑재하고도 활주로 끝까지 가지 않고서 이함을 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조종사들은 활주로를 최대한 활용해서 이함 해야 합니다.”
최경석이 황태자에게 설명하는 사이 창공호는 연이어 이함에 성공하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50대의 함재기가 모두 이함에 성공했다.
경기도는 함재기를 75대까지 탑재할 수 있으나 아직 완전히 비행기가 보급되지 않아 50대를 탑재하고 이함 연습을 하고 있었다.
함재기가 모두 날아오르자 최경석이 황제에게 제안을 했다.
“폐하, 잠시 밖으로 나가셔서 하늘을 보십시오.”
최경석의 제안에 황제가 아일랜드 밖 난간으로 나가서 하늘을 본 황제는 바로 감탄사를 터트렸다.
“아!!~~”
그도 그럴 것이 하늘가득 50대의 함재기가 편대를 이루며 떠 있는 모습은 대단한 장관이었다.
황제가 거듭해서 감탄했다.
“대단하구나! 온 하늘이 창공호 천지로구나!”
그때 황태자가 부황의 말을 거들었다.
“이 바다의 주인이 우리 대한제국인데 그 하늘 또한 이제부터 오롯이 우리 것이 되었습니다.”
황태자의 말을 들은 황제가 파안대소했다.
“하하하하! 과연 황태자의 말이 맞도다. 우리 제국이 이 바다의 주인이니 응당 저 하늘 또한 우리 대한제국의 것이 맞도다.”
이렇게 말을 하며 황제가 다시 가가대소하자 황태자도 옆에서 모처럼 소리 내어 웃었다.
박충식은 황제부자가 나란히 서서 웃는 모습을 보며 조용하게 송의식에게 말했다.
“두 분이 정말 많이 달라지셨어.”
송의식이 바로 맞장구쳤다.
“그렇습니다. 폐하도 그렇지만 황태자전하께서 특히 많이 밝아지시고 성격도 아주 적극적으로 변하셨습니다.”
“그래, 우리 제국으로서는 두 분이 저렇게 밝아지신 것이 무엇보다 반가운 일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갑자기 박충식이 목소리를 더 낮췄다.
“황태자께서 저렇게 건강을 회복하셨는데 2세를 욕심내 보면 안 되나?”
송의식이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아도 많은 노력을 했지만 국립의료원장의 말에 따르면 이전에 당한 독극물이 치명적이라서 후세를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박충식이 아쉬운 듯 고개를 저었다.
“후~ 어쩔 수 없는 일이구나.”
이렇게 말을 주고받고 있을 때 황제가 다시 실내로 들어와 자리에 앉아서는 들뜬 기색으로 모두에게 치하했다.
“대단하오. 준비하느라 모두들 정말 고생 많았소.”
박충식이 모두를 대표하여 인사했다.
“황공하옵니다.”
“대국인 러시아와 미국을 상대해야하는 이번 전쟁 때문에 짐이 노심초사했었는데 오늘 와서 보니 한걱정은 던 것 같소이다.”
“해군이야 본래 압도적인 전력이라 문제가 없었지만 천마2장갑차의 양산이 늦어지고 있어서 러시아군과 교전할 육군이 조금은 염려되고 있는 중입니다.”
“러시아군의 전력이 소문대로 막강한가 보오.”
“유럽의 서부전선에 있던 최정예병력을 동원한 것이라 쉽게 대적할 상대는 아닌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차라리 이전처럼 시베리아철도를 폭파시켜 저들의 병력이동을 저지하는 것이 좋지 않았소?”
황제가 시베리아철도폭격을 하지 않은 것을 아쉬워하자 박충식이 그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이전에는 일본과 러시아가 전쟁 중이라 우리가 은밀하게 폭격한 것이 묻혀 질 수 있었지만 지금은 곤란합니다. 만일 선전포고도 없이 무작정 폭격을 하게 되면 국제적으로 신뢰를 잃게 되고 그렇게 되면 우리가 그동안 노력한 외교적 성과가 일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습니다.”
박충식의 설명에 황제가 손사래를 쳤다.
“절대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되지. 우리가 이렇게 큰 어려움 없이 고토를 수복하게 된 것도 다 북경에 있는 차 남작의 외교적성과 덕분인데 조금의 욕심으로 그동안 쌓아놓은 공든 탑을 무너트릴 수는 없는 일이지.”
“지난 번 폐하의 말씀대로 외교적 협상은 때로는 백만 대군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일본이 지금 저렇게 끝 모르게 추락하는 이유도 패전의 탓도 있지만 이전에 북경에서 차 공사를 납치하려던 사건이 아주 큰 작용을 하고 있습니다. 그 일로 일본은 각국의 외교적 신뢰를 잃고 외면 받으면서 외자유치를 계속 실패하고 있는 것입니다.”
황제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짐도 그렇게 들었소이다.”
“그리고 시베리아횡단철도를 폭격하는 것은 지금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만 전쟁이 시작된 후 재개하면 러시아군의 물자수송과 후속지원을 끊어버릴 수 있어서 지금과는 또 다른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저들도 철도 폭격에 대비해 군수물자를 애초에 많이 준비해 놓으면 폭격을 하더라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 아니오?”
“전쟁이 벌어지면 공군은 러시아군의 보급선이 시베리아철도의 폭격과 함께 그들이 보유한 군수물자에 대한 폭격부터 대대적으로 감행 할 예정입니다. 특히 이번 폭격에 사용되는 폭탄은 몇 년 동안 국방연구소에서 개발한 신형폭탄이라서 러시아군이 폭격에 아무리 대비한다고 해도 쉽게 피해가지 못할 것입니다.”
황제가 크게 흡족해 했다.
“벌써 거기까지 준비를 해두었구려. 그렇다면 짐은 이제 안심해도 되겠소이다.”
박충식이 여기서 살짝 황제를 띄워주었다.
“폐하께서 오늘 같이 사기진작을 위해 가끔씩 일선부대를 방문하셔서 위문해주시는 것이 장병들에게는 최고의 선물이나 다름없으니 자주 시간을 내 주십시오.”
“걱정 마시오. 짐은 물론이고 황태자도 자주 부대를 찾아보도록 하리라.”
“감사합니다. 앞으로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외적에게 우리 강토를 빼앗기는 일을 없을 것입니다.”
황제는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에 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