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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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 조문호의 보고를 들은 노영기가 양성환 사령관을 돌아봤다.

“사령관님, 순시를 여기서 끝내시고 사령부로 귀대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양성환이 바로 동의했다.

“알겠네. 다음에 시간이 나면 다시 둘러보고 오늘은 여기까지 하세.”

“조 기장, 사령부로 귀대한다.”

“예, 알겠습니다.”

대답을 한 조문호는 부드럽게 조종간을 작동해 탑승객들이 선체가 회전한다는 것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돌아서 만저우리로 귀대했다.

두 사람이 하늘에서 러시아군의 동태를 살피고 있을 때 북방군기계화사단은 사단장인 송요섭 소장의 지휘로 사단전체기동훈련을 실시하고 있었다.

기계화사단은 러시아군에게 사전전력노출을 우려해 훈련을 만저우리에서 조금 떨어진 몽골지역에서 실시하고 있었다.

3월의 북방은 봄이란 계절이 무색하게 대부분 벌판에는 눈이 쌓여 있었고 날씨도 아직은 매서운 동토였으나 대한제국기계화사단의 위용은 그 모든 것을 누르고도 남았다.

구르르릉~~~

송요섭 소장은 흑표전차포탑의 전차장석에 앉아 망원경으로 몽골벌판을 가르며 훈련 중인 흑표전차와 천마1·2장갑차의 기동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장관이구나!”

송요섭이 감탄할 정도로 기계화사단의 기동훈련은 장관이었다. 지평선까지 하얀 벌판위에 수백 대의 전차와 장갑차가 일시에 앞으로 전진 하는 장면은 장관이라는 표현이 걸맞을 정도로 온 벌판을 압도했다.

구르르릉~~~

 그런 그의 눈에 천마1장갑차 1대가 눈에 미끄러지는 모습이 발견되었다.

“저런~~” 

다행히 차체가 무거워 곧 중심을 잡았지만 송요섭은 혹시 전복되지나 않을까하는 우려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휘~~ 다행이로군.”

송요섭 사단장이 가슴을 쓸어내린 것과는 달리 운전미숙으로 차체가 미끄러진 천마1055호는 난리도 아니었다. 차체가 눈에 미끄러지자 기관총좌에 앉아 있던 차장인 홍한신 중사의 거친 질책이 터져 나왔다.

“장 상병, 정신 못 차려!!”

깜빡 실수해 장갑차를 전복시킬 뻔 했던 장익한 상병은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러내렸지만 운전대에서 절대  손을 놓지 않았다. 

“시정하겠습니다.”

“설상연습 하는지가 벌써 몇 개월인데 아직도 이런 실수를 하면 어떻게 해. 귀대해서 얼차려 받고 싶어?”

“아닙니다.”

“장갑차운전은 기동력도 중요하지만 항상 뒤에 탄 장병들을 먼저 생각하라고 했잖아. 조금 전의 상황이 전시에 발생했다면 뒤에 탄 병력은 전부 전력열외야!”

“앞으로 조심하겠습니다.”

전차장의 질책에 장익한 상병은 거듭 잘못을 사과했다. 다행히 천마1055호는 곧 대열을 유지할 수 있었고 다시 옆에서 진격하는 장갑차와 차간거리를 유지하며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멀리서 망원경으로 바라보던 송요섭이 망원경을 내리고 헤드셋으로 옆 전차에 타고 있던 사단참모장을 호출했다.

“참모장.”

“예, 사단장님.”

“다음번 장갑차 언제 올라오는가?”

“이달 말이라고 연락받았습니다.”

“이번에도 지난번과 같은 숫자가 올라오는가?”

“지난달과 같이 천마1·2각각 100대씩입니다.”

송요섭은 참모장이 불러주는 숫자가 적어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내심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우리에게는 아쉬운 숫자지만 정말 대단해. 아무리 장갑능력을 낮춰 잡았다고 해도 한 달에 200대의 생산속도라니 정말 예상 밖이야.” 

“맞습니다. 천마1이야 우리가 가져온 화물트럭을 개조해서 제작하기 때문에 생산에 큰 어려움은 없다지만 엔진과 캐터필러 등 모든 것을 새로 만들어야하는 천마2가 100대씩 양산되는 것은 정말 대단한 성과입니다.”

“그렇지. 아무리 분업이 잘 되었다고 해도 비행기 엔진까지 생산하고 있을 텐데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어.”

대한제국은 근대산업이 모든 것이 전무하다시피해서 군수산업에 필요한 모든 기반시설을 전부 새로 만들어야 했다. 처음에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대단히 어렵고 힘들었으나 모든 산업이 초기기반을 마련할 때라 군수산업이 다른 산업을 이끌어가는 형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까닭으로 생산설비와 인력이 갖춰진 뒤에는 오히려 짧은 시간에 예상보다 많은 군수물자를 양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대한제국은 전 국민 징병제라서 군수산업에서 필요한 대체인력은 넘쳐났다. 정부에서도 군수산업에 대체인력을 우선 배정하고 있어서 기술 인력을 제외하고 인건비도 거의 들어가지 않고 있었다. 

더구나 일본으로부터 배상금 명목으로 들여오는 양질의 철강제품은 각종 군수산업에 투입하고도 남을 정도로 엄청난 양이어서 생산원가가 크게 들어가지 않았다. 그리고 군수산업단지 전용 화력발전소도 이미 준공된 지 오래여서 공장가동에 어려움이 없었다.

이러한 기반위에 신군의 기술력이 합쳐지자 군수산업발전은 가히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사단장님, 앞으로 천마2장갑차가 양산되면 천마1장갑차는 생산대수가 줄어드는 것입니까?”

“그렇지 않을 거야. 국방성의 계획은 이번에 새로 개발되는 기관총을 천마에 장착할 것이라서 앞으로 장갑차 생산량이 더 늘어날 것이네.”

“그럼 앞으로도 장갑차를 더 많이 생산한다는 말입니까?”

“천마1·2장갑차의 비율이야 조정하겠지만 각 군에 전부 기계화사단을 배치하려면 그래야 되겠지. 어차피 국산 기관총도 양산될 예정으로 있어서 장갑차의 생산량을 더 늘리려고 할 게 분명해.”

“그렇군요.”

“내가 보기에는 이번 기회에 장갑차를 전 군이 필요한 숫자만 큼 생산한 뒤에나 생산량을 조절하며 지속적으로 관리에 들어갈 것 같아. 어차피 장비야 잘만 관리하면 일이십년은 계속 사용할 수 있잖아.”

“하긴 호치키스도 그렇고 맥심기관총도 잘만 관리하면 앞으로 반세기는 충분히 더 사용할 정도니 장갑차도 잘 유지보수해서 사용하면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에 러시아군이 보유한 맥심기관총이 아마도 수백정은 될 것이라서 노획만 하면 군 전력증강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야. 또 필요하면 외국에 유상원조를 해줘도 되고 말이야.”

두 사람이 이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전방을 달려가던 전차와 장갑차가 크게 원을 그리며 돌기 시작했다. 그렇게 전 사단이 차량을 회전시키고는 송요섭과 참모장이 타고 있는 전차 방향으로 일제히 돌진해왔다. 

그러한 모습은 조금 전에 부대뒷모습을 보는 것보다 훨씬 더 웅장한 장관을 연출했다.

“참모장, 저 정도 속도로 정면에서 돌진해 오면 러시아군이 감당하기가 쉽지 않겠지?”

“아마도 처음 보면 지옥의 사신을 보는 기분이 들 겁니다. 지금은 눈이 있어 완충역할을 하지만 만일 맨 땅이면 캐터필러의 진동으로 지축까지 흔들려서 위압감은 훨씬 더 증대될 것입니다.” 

“맞아. 아무리 총을 쏴대도 끄떡도 없을 테니 자네 말대로 아마 사신을 보는 기분이들 거야.”

기분 좋게 말을 주고받던 참모장이 살짝 우려를 나타냈다.

“그렇지만 러시아군이 보유한 야포에 직사(直射)로 맞는다면 문제가 생기는 것이 걱정입니다.”

하지만 송요섭의 대답은 자신만만했다.

“너무 걱정 말게. 사격통제장치도 없는 러시아가 움직이는 장갑차를 직사로 쏴서 맞춘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해. 물론 눈 먼 포탄에 맞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그런 경우까지 감안해서 적의 야포사정거리 안에서는 직진기동을 하지 못하도록 지시해 놓고 있으니 크게 문제 되지는 않을 걸세.” 

두 사람이 이렇게 헤드셋을 이용해 말을 주고받고 있을 때 드디어 몰려오던 전차와 장갑차가 두 사람을 지나쳤다.

“포탑 돌려.”

기잉~~~

송요섭의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흑표의 포탑이 180도 회전했다. 송요섭이 타고 있는 전차를 지나친 장갑차들은 얼마가지 않아 정지 하고는 타고 있던 보병들을 쏟아냈다. 

장갑차에서 신속하게 하차한 보병들은 일제히 함성을 내지르며 돌격을 감행했고 그 전면에는 13대의 흑표전차가 위풍당당하게 보병을 이끌었다. 

“와아!!~~~”

장병들은 엄청난 함성과 함께 새하얀 벌판을 가로질러 돌격했고 수천 명이 내지르는 그들의 함성은 몽골벌판을 울리며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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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중순 러시아군이 한창 이동하고 있을 때 치타중심부에 마련된 러시아군총사령부에는 10여 명의 러시아지휘관들이 모여 있었다.

사령부에 모여 있는 지휘관들은 전쟁장관에서 원정군총사령관에 임명된 알렉세이 폴리바노프 대장과 참모장인 미하일 알렉세이에프 대장 그리고 3개 집단군 사령관인 알렉세이 쿠로파트킨(1군), 알렉세이 에베르트(2군), 알렉세이 브루실로프(3군) 대장과 기병집단군사령관인 알렉산드르 케렌스키 대장, 그리고 각 군사령관을 보좌하는 참모장들도 모두 회의에 참석해 있었다.

총사령관인 폴리바노프 대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모두들 참석했으니 작전회의를 시작하겠소.”

그러면서 참모장을 바라보자 참모장 미하일 알렉세이에프 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군사지도가 걸려 있는 곳으로 갔다. 그렇게 지도 앞에선 알렉세이에프 대장은 한동안 그동안의 경과와 러시아군의 현황에 대해 지도를 보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을 듣던 3집단군 사령관 부르실로프 대장이 먼저 의문을 표시했다.

“한국군 병력이 정말 15만 명밖에 되지 않소?”

알렉세이에프 대장이 자신 있게 대답했다.

“지금까지 파악한 바로는 그 정도 병력입니다.”

“우리 병력이 30만 명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텐데 잘못 알고 있는 것 아니오?”

“확실합니다.”

“이상한 일이군. 만주에 주둔해 있는 한국군이 20만이 넘고 이번에 새로 만주에서 10만 명을 징병 했다고 하던데 어떻게 이곳에 15만 명밖에 배치를 하지 않은 것이지?”

그러자 쿠로파트킨 대장도 의문을 제기했다. 쿠로파트킨은 러일전쟁당시 극동군사령관으로 있다가 해임된 후 그동안 근신을 하고 있다 이번에 원정군의 제1군사령관에 복귀했다.

“정말 이상한 일이군. 한국은 예비군도 수십만이 훨씬 넘는다고 알려졌는데 의외로 적은 병력이 배치되어 있소.”

참모장 미하일 알렉세이에프 대장이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본관의 생각으로는 한국군이 그동안 외부로 알려져 있었던 것보다 병력이 적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30만 명의 병력이란 것을 알면서도 그 절반 밖에 배치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더라도 만주에 있는 병력이라도 전부 끌어 모아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오?” 

“그것은 아마도 저들은 첫 전투에서 패배할 것을 우려해 두 번째 전선을 형성하려고 병력을 분산 한 것으로 보입니다.”

참모장 미하일 알렉세이에프 대장의 예상에 각 군 사령관은 모두 각자의 생각에 잠겼다. 아직까지도 러시아군은 참모들의 작전수립보다 이렇게 최고지휘관들이 직접 작전계획을 수립하는 전근대적인 체재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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