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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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집단군사령관들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총사령관 폴리바노프가 그들의 생각을 멈추게 했다.

“세부작전계획은 다시 세우기로 하고 일단 전체 병력이동부터 논의하도록 합시다.”

코로파트킨 대장이 바로 동의했다.

“그게 좋겠습니다. 지금은 전체적인 병력운용을 확정짓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러자 각 대장들은 순서대로 각자가 생각하고 있는 병력운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그들의 생각은 대략 비슷했고 그것을 총사령관 폴리바노프 대장이 정리했다. 

“사령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기병을 우회시켜 적을 공격하는 방안으로 모아지는 것 같은데 맞소?”

쿠로파트킨 대장이 바로 동의했다.

“그렇습니다. 이 일대는 만주와 같이 대부분이 평원이라 기병을 운용하기 아주 좋은 환경입니다. 더구나 한국군은 이곳 지형에 어두워 우리가 케룰렌 강까지 우회해서 공격할 것이라고는 거의 생각하지 못할 것입니다.”

참모장 알렉세이에프 대장도 적극 동의했다.

“참모장으로서 1군 사령관각하의 의견에 적극 동의합니다. 이 지도를 보시면 우리가 있는 이곳 치타에서 캐룰렌 강 유역까지 내려갔다 북상하려면 상당한 거리를 이동해야 합니다. 이러면 지형에 어둡고 기병운용 경험이 적은 한국군으로서는 우리가 이렇게 먼 거리를 우회할 줄은 감히 생각조차 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의 말대로 걸려있는 지도에는 치타에서 우회해 케룰렌 강 유역에 있는 케룰렌(지금의 처이발상 시)까지 내려갔다 강을 따라 다시 북상해 호륜 호( 呼倫湖 후룬 호(Lake Hulun)호반을 따라 올라가다 만저우리 아래까지 붉은 줄이 그어져 있었다.

후룬 호는 몽골에서는 달라이 누르(Dalai nuur)라고도 불리며 몽골지역에서 발원하는 케룰렌 강(Хэрулэн гол)이 유입되어 조성된 호수로 충청북도면적의 1/3이나 되는 넓은 호수이다.

총사령관 폴리바노프 대장이 붉은 줄에 시선을 두며 질문했다.

“저렇게까지 내려갔다 올라오면 이동거리가 상당히 나오지 않은가?”

“대략 1,000km 정도 됩니다.”

“그렇게 많이 우회할 필요가 있소?”

“이 정도는 우회를 해야 적이 눈치 채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최종적으로 본진이 머물 보르자(Borzya)에서 출발하지 않고 처음부터 치타에서 우회를 하는 것이 작전의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러시아군은 치타에서 병력을 최종 수습한 뒤 치타에서 350km떨어진 보르자(Borzya)에 본진을 주둔시킬 계획을 갖고 있었다. 보르자는 대한제국군이 주둔해 있는 만저우리와는 약130km떨어져있고 몽골 쪽으로는 40여km떨어진 지역으로 보르자 강과 오논 강의 지류가 만나는 전략요충지다.

폴리바노프 대장이 계속 우려를 표시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1,000km를 우회하는 것은 너무 먼 거리라고 생각되오. 차라리 보르자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지 않겠소?”

그때 기병집단군사령관 알렉산드르 케렌스키 대장이 나섰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5월 말이 지나 땅이 굳어지면 그 정도거리는 우리 코사크기병대의 기마술로는 며칠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입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동안 군마를 먹일 건초는 어떻게 조달하려고 하시오?” 

“며칠간 먹일 건초 정도는 별도로 말을 이용해 같이 운반을 하면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더구나 6월의 몽골지역은 사방이 초지라서 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군마를 방목하겠다든 것이오?”

“이동을 할 때는 건초와 초지의 풀을 적당히 섞어서 먹이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기병이 우회기동 한 뒤 바로 적과 교전을 해야 하니 적당한 시기를 봐서 본대에서 건초보급을 해주면 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이들이 이렇게 건초에 대해 신경을 쓰는 까닭은 기병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병사보다 군마였기 때문이다. 군마는 어려서부터 군마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일반 말들보다 다루기는 쉬웠으나 먹이가 부실하면 급격히 체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총사령관 폴리바노프 대장은 케렌스키 대장의 설명을 듣자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병력은 얼마를 보내는 것이 좋겠소?”

“기습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적어도 군단규모 이상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때 사령관들의 토의를 듣고 있던 참모들 중 한 명이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제기했다.

“소관이 알기로 지난 번 일본군과의 전쟁에서 우리 러시아기병이 일본군기관총으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봤었다고 합니다. 그런 일본군을 이긴 한국군이라 기관총의 효용에 대한 것은 어느 나라보다 잘 알고 있을 텐데 기병을 너무 과신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이 말을 들은 기병집단군사령관 케렌스키 대장이 화를 벌컥 냈다.

“귀관은 우리 기병이 지난번과 같이 기관총에 몰살을 당한다는 말인가?”

케렌스키 대장이 너무 강하게 질책하자 참모의 목소리가 위축되었다.

“그런 말은 아니고 반드시 그에 대한 주의가 있어야 한다는 뜻에서 말씀을 드린 것입니다.”

케렌스키 대장이 얼굴까지 붉히며 설명했다.

“본관도 극동군기병대가 일본군에게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당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것은 사령관이었던 파벨 폰 렌넨캄프 소장의 부족한 용병술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네. 그러나 우리 원정군기병대는 병력도 10만이 넘지만 부대를 나눠 기습작전을 전개할 것이니 절대 극동군과 같이 허무하게 당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아주게.” 

총사령관 폴리바노프 대장도 적극적으로 거들며 나섰다.

“지난 번 극동군이 전멸한 것은 총사령관이었던 리네비치 대장의 지휘능력부재가 결정적 요인이었소. 여기 1군사령관인 알렉세이 쿠로파트킨 대장이 총사령관으로 있을 때는 비록 몇 번의 전투에서 밀리기는 했지만 그건 일본군을 내륙으로 유인해 고사시키려고 작전상 후퇴를 한 것에 불과했었소. 그런데 리네비치 대장이 그 후 어리석게 병력을 운용해 전멸을 시켜 버린 것이니 이제 더 이상 그 일은 거론하지 마시오.”

케렌스키 대장에 이어 총사령관까지 지휘관의 탓을 하며 나오자 문제를 제기했던 참모는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했고 다른 참모들 누구도 기관총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더 이상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자 폴리바노프 대장이 케렌스키 대장에게 지시를 내렸다.

“본관은 총사령관의 직권으로 케렌스키 대장이 지휘하는 기병집단군 3개 군단 중 2개 군단을 차출해서 기습작전을 벌이는 것을 승인하겠소.”

“감사합니다.”

총사령관 폴리바노프가 기습작전을 승인하자 이번에는 제2집단군사령관 알렉세이 에베르트 대장이 참모장에게 질문했다.

“알렉세이에프 대장, 한국군이 비행선 같은 신무기가 많다고 하던데 그에 대한 대비는 되어 있는 것이오?”

알렉세이에프 대장이 설명했다.

“우리 제국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아직 비행선을 제작할 기술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비행선에 대비해 열기구를 가져왔습니다.”

“지금 하늘에는 한국군비행선이 매일 우리 쪽을 정찰하고 있는데 열기구가지고 되겠소? 다른 대안을 준비한 것이 없소?”

“솔직히 없습니다.”

“그렇다면 적의 공습에 완전 무방비라는 말 아니오.”

“열기구가 어느 정도는 막아줄 것입니다.” 

에베르트 대장이 그 말에 코웃음을 쳤다.

“이보시오, 참모장. 제대로 전진후진도 못하는 열기구가 하늘을 육지같이 돌아다니는 비행선을 어떻게 막아낸단 말이오.”

이렇게 말을 한 에베르트 대장이 이번에는 총사령관 폴리바노프 대장에게 질문했다. 

“총사령관 각하.”

폴리바노프는 날카로운 성격의 에베르트가 무슨 질문을 할지 미리부터 긴장되었다. 

“말씀해 보시오.”

“제가 듣기로 전쟁장관으로 계실 때 독일에서 비행선을 도입하려고 시도했다고 들었는데 진척이 없는 것입니까?”

폴리바노프가 조금 전과 달리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후~ 비행선을 도입하려고 독일 측과 접촉을 한 적이 있었지만 독일이 한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비행선제작기술을 도입했다면서 일언지하에 거절당했소.”

에베르트 대장도 따라서 한숨을 내쉬었다.

“후~ 역시 양국 간의 군사동맹 때문에 역시 안 되는 일이었군요.”

“그나마 독일이 이번 전쟁에 중립을 표방한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시오.”

1군사령관 쿠로파트킨 대장이 나섰다.

“독일이 중립을 표방한 것은 우리로서는 다행이지만 한국이 독일을 포함한 유럽 국가에게 도와달라고 하지 않고 중립을 지켜달라고 했다는 것이 영 찜찜합니다.”

“헛된 자만심일거요.”

“국운이 좌우되는 전쟁을 벌이는데 전력을 다해야지 어느 나라가 자만심을 내세울 리가 있겠습니까? 본관은 방금 전 에베르트 대장이 말씀한대로 한국군이 강력한 신무기를 보유한 때문인 것 같습니다.”

크로파트킨 대장까지 이렇게 말을 하자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의 안색이 침중해졌다.

이런 무거운 분위기를 털어내려는 듯 3군사령관 부르실로프가 나섰다.

“지금 우리는 차르의 특명으로 한국을 만주에서 몰아내기 위해 전쟁을 하려는 것입니다. 다소간의 어려움은 있을지 모르겠으나 우리 대러시아제국육군은 무조건 이 전쟁에서 승리해야 합니다. 그러니 모두 마음을 다잡고서 남은 기간 결전준비를 철저히 하면 충분히 적을 섬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부르실로프의 말을 들은 총사령관 폴리바노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르실로프 대장의 말씀대로 우리는 반드시 이번 전쟁에서 승리해야 합니다. 지금 본국에서는 20만 명의 병력이 추가로 대기하고 있습니다. 한국군이 신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월등한 병력숫자로 밀어붙인다면 승산은 분명 우리에게 있을 것이라 자신합니다.”

부르실로프 대장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맞습니다. 우리 대러시아제국은 예비군만 해도 백만이나 되고 이번 전쟁은 차르께서 지난 번 일본과의 전쟁과는 달리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실 것이니 우리가 패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입니다.”

두 장군이 일어서서 결의에 찬 말을 하자 다른 지휘관들도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각자 한마디씩하며 결의를 다졌다. 이렇게 러시아군 작전회의는 결의를 다지면서 끝이 났지만 처음 신무기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던 에베르트 대장은 걱정스런 안색이 끝내 풀지 못하고 자신의 부대로 돌아가야만 했다.

4월이 중순이 되자 한 달 보름간 치타에서 병력을 최종 수습 점검한 러시아군이 본격적으로 남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러시아군의 움직임은 항공정찰 중이던 웅비비행선에 의해 포착되었고 곧바로 대한제국군지휘본부가 있는 요동으로 보고되었다. 

보고를 받은 대한제국국방성은 전군최고지휘관회의를 요동에 있는 합동지휘본부로 비상소집했고 박충식은 이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주요 대신들과 함께 전용비행선을 타고 요동으로 이동했다.

                                    (7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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