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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들어 새로 합동참모본부장에 임명된 안연태 중장의 상황보고를 시작으로 최고지휘관회의가 시작되었다.

“러시아군이 차타에서 전방으로 병력을 움직이려고 한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국방대신 김종석이 안연태 중장에게 질문했다.

“그렇다면 예상대로 러시아병력이 보르자로 이동하려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러시아군선발대가 보르자에다 주둔지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안연태가 보고를 하는 동안 그의 뒤에 설치되어 있는 스크린에는 웅비호가 촬영한 보르자지역과 치타의 상황이 순서대로 비춰졌다.

김종석이 그 장면을 보다 박충식에게 건의했다.

“전하, 이제 러시아에게 정식으로 경고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박충식도 동의했다.

“그래 저 정도면 지금이 딱 적당한 시기라고 봐야겠어.”

이렇게 말한 박충식이 강명철에게 확인했다.

“강 대신, 병력배치는 어떻게 되어 가는가?”

“특전사를 제외한 전군의 배치는 이미 완료되었습니다.”

“특전사는 다음 달에 이동할 것이니 그럼 모든 준비는 끝난 것인가?”

“그렇습니다.”

“안 장군, 러시아군의 움직임 중 지금까지 예상을 벗어난 것이 있는가?”

안연태 참모본부장이 대답했다.

“러시아군이 기병훈련을 아주 강도 높게 실시하고 있습니다.”

“기병훈련을 강도 높게 실시한다고?”

“그렇습니다. 화면을 보십시오.”

안연태의 말이 끝나자 스크린에는 러시아기병대의 훈련장면이 비춰지기 시작했다. 한동안 격렬하게 훈련하는 장면을 바라보던 박충식이 다시 안연태에게 질문했다.

“저 병력이 러시아기병의 전부인가?”

“아닙니다. 병력숫자가 삼분의 이 정도 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안연태의 보고에 김종석이 상황을 바로 추측했다.

“러시아군이 아마도 저 기병병력을 이용한 우회공격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 참모본부에서도 국방대신님 말씀대로 러시아기병대가 아군의 배후를 노리는 우회공격을 해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안현태의 설명에 박충식도 동의했다.

“저 병력만을 별도로 기동 훈련시키는 것을 보니 그럴 소지가 다분하겠어. 그렇다면 침투경로로는 어디로 예상하고 있는가?”

“저희들이 예상하기로는 몽골초원을 우회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만 정확한 침투경로는 몽골지역일대가 전부 초원지대라서 지금은 어느 한 지역을 속단할 수 없습니다.”

“그렇겠군. 그렇다면 이동시기는 언제로 예상하고 있는가?”

“빠르면 땅이 굳는 5월 하순 정도로 예상합니다.”

“흠!~ 그렇다면 그 어간이 바로 러시아군의 공격시점이 되겠군.”

“저희 참모본부의 분석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특이점은 러시아군이 이번에 동원한 대포와 기관총 등 중화기의 숫자가 예상을 훨씬 웃돈다는 것입니다.”

“그래? 어느 정도인가?”

“화면을 보면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안연태의 말이 끝나자 다시 스크린에는 커다란 바퀴가 달린 맥심기관총이 화면을 꽉 메울 정도로 나란히 도열해 있는 것이 보였고 이어서 각종 대포들도 엄청난 숫자가 치타 역 주변공터에 늘어서 있었다.

안연태가 화면을 보며 설명했다.

“수송을 위해 화기들을 저렇게 도열해 놓지 않았으면 몰랐을 것인데 다행히 저들이 열차수송을 위해 전군의 화기를 집결시켜 놓는 바람에 숫자가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파악된 수량이 얼마나 되는가?”

“맥심기관총이 천정이 훨씬 넘고 3인치(76㎜) 야전포를 비롯한 각종대포가 삼천여 문정도 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웅성웅성

예상보다 훨씬 많은 수의 중화기에 회의장이 술렁였고 박충식도 의외라는 반응을 했다.

“뜻밖이로군. 러시아가 저렇게 많은 중화기를 동원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말이야.”

“아마도 러시아지도부가 지난 극동러시아군이 일본군과 벌인 전투에서의 패전요인이 중화기가 부족해서 패전한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 정도로 많은 중화기를 동원했다는 것은 충분히 그럴 개연성(蓋然性)이 있다고 봐야겠군. 그런데 지난 전투에서 일본군기관총에 기병들이 학살에 가까울 정도로 당했는데도 10만이 넘는 기병을 다시 보낸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아.”

“그 점은 저희 참모본부에서 두 가지 관점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설명해보게.”

“하나는 러시아지휘부가 심정적으로 기병대의 전멸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무슨 근거로 그런 추정을 했는가?”

“러시아는 광활한 영토 때문에 전통적으로 기병대의 비중을 아주 높게 두고 있고 러시아군 최고지휘부에도 기병출신이 상당히 많이 진출해 있는 것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병이 기관총에 무력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아직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지병지휘관들이 일부러 사실을 축소 은폐하려는 경향이 많을 것이란 예상입니다.”

“기병출신 장성들이 군에서의 영향력이 축소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그렇게 했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번 전쟁의 발단이 된 불안한 내정으로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턱없이 열악한 공업기반으로 아직 군대를 근대화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 기병대를 중시하는데 큰 작용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박충식의 고개가 크게 끄덕여졌다.

“충분히 일리 있는 분석이네. 두 번째는 뭔가?”

“두 번째는 러시아나 만주 같은 넓은 영토에서는 기병이 아주 유용한 이동수단이고 또 최고의 공격력이라는 것을 맹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번 일본이 최초로 들고 나온 교차사격만아니라면 앞으로 당분간 기병 전력은 전력상승의 절대요인으로 충분히 대접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강명철이 옆에서 한마디 거들었다.

“그렇다면 이번 전쟁에서 우리 기관총에 한 번 더 기병대가 박살이 나야 비로소 기병의 시대가 막을 내린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이번에는 지난번과 달리 각국의 종군기자들이 아주 많이 참전하고 있기 때문에 전황이 그대로 유럽에 전해질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 전쟁을 주시하고 있는 유럽각국에게 기병이 기관총에 속수무책이라는 것이 확실하게 알려지게 된다면 아마도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 분명합니다.”

“물론 장갑차도 알려지게 될 것이겠지.”

“그건 어쩔 수 없습니다. 저희 합동참모본부의 판단으로는 이번 전쟁을 우리의 승리로 끝나게 된다면 아마도 유럽각국은 장갑차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것은 물론 본국의 장갑차수출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안연태의 설명에 강명철이 당연한 표정을 지었다.

“이번전쟁은 당연히 우리가 반드시 승리할 것입니다. 그래야 만주에 대한 러시아의 야욕을 완전히 뿌리 뽑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이번이 아니면 북방국경에 대한 문제를 확실하게 해결 할 기회가 없습니다.”

김종석도 강명철의 말에 거들고 나섰다.

“맞는 말입니다. 안 본부장의 말대로 군사무기 수출로 많은 외화를 획득하겠지만 그것은 부차적인 문제이고 우리 대한제국은 이번 전쟁을 영토 확정의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합니다.”

박충식은 세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다 공감을 표시한 후 송의식 해군대신에게 질문했다.

“송 대신, 미국의 움직임은 아직도 없는가?”

“아직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습니다.”

“미국이 먼저 러시아에게 전쟁을 벌이자고 제안을 했는데 의외로 늦게 움직이고 있어.”

안연태가 그에 대한 보충설명을 했다.

“저희 참모본부도 그 의문 때문에 중정의 도움을 받아 미국에 대해 각종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미국의 참전을 금년 말이나 다음해 초가 될 것이라는 분석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해군대신 송의식이 바로 관심을 표명했다.

“그런 결과를 얻은 이유는 뭔가?”

“미국이 이번 전쟁에 대비해 20척의 대형전함들을 조기 건조 취역시키려고 하고 있으나 아직은 기반시설이 확충되지 않고 있어 각종 함정들이 완전한 무장을 장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송의식이 공감을 표시했다.

“하긴 지금 미국의 전함건조 능력으로는 2만 톤 이상의 대형전함 20척을 동시에 건조한다는 것이 만만치가 않았을 거야.”

“그렇더라도 대형전함 20척을 동시에 건조하겠다는 무모한 시도를 하는 것 자체가 향후 미국의 군사적 위상을 예상해볼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안현태 본부장의 설명을 들으면서 신군출신 지휘관들은 이전시대 미국의 무지막지한 군사력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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