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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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직까지 미국은 그 정도의 군사력을 보유한 것은 아니었다. 지금도 유럽이민자들이 미국으로 대거 몰려가고 있었으나 국가발전의 중요한 역할을 할 유럽의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대한제국의 위상이 점차 높아지고 있었다. 

구애라고 표현할 정도로 대한제국에서는 유럽에서 과학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고 이러한 노력은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빛을 발휘하고 있는 중이었다.

미국이라면 펄쩍 뛸 정도로 싫어하는 강명철 육군대신이 안 본부장의 설명에 냉정하게 반응했다.

“전쟁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이번 전쟁은 미국이 먼저 도발해 온 것이라 반드시 승리해야하고 또 우리 제국의 군사력은 이를 충분히 막아낼 수 있습니다.”

안현태 본부장도 한마디로 동의했다.

“물론입니다.”

김종석 국방상도 동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시간이 지나면 달라지겠지만 지금의 미국은 아직 초강대국이라고 불릴 정도는 아닙니다. 우리 대한제국이 이번 양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게 되면 분명히 세계정세는 일대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송의식도 동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당연한 일입니다. 이번 전쟁을 우리 제국은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양성환 북방군사령관이 걱정스러운지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무모하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2년 만에 20척의 대형전함을 동시에 건조할 정도 미국의 국력은 막강한 것이 사실인데 미국을 너무 경시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송의식이 그의 걱정을 불식시키려고 웃으며 설명했다.

“양 사령관님께서 걱정하시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지금의 우리 해군전력으로는 미국의 어떠한 도발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습니다.”

“이번 한 번은 그렇다고 해도 미국이 온 국력을 쏟아 부으면서 전함을 계속 건조하며 도발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습니까?”

“그 점은 전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우리의 대응에도 한계가 있는 것인데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닙니다. 그들이 태평양을 넘어오는 데로 모조리 수장시키면 됩니다.”

너무도 쉽게 말하는 송의식의 말에 양성환은 쉽게 동의하지 못했다.

“태평양이 얼마나 넓은데 미국함대를 모두 찾아서 막아낼 수 있다는 것입니까?”

“당연히 미국함대를 모두 찾아내 격멸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을 하면서 송의식은 참모들에게 지시해 동아시아와 태평양지도를 벽에 걸도록 했다.

“이 지도를 보면 태평양은 한없이 넓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면서 송의식이 지도에 표시를 했고 그가 표시한 지역은 북해도 일대와 오키나와 일대였다.

“보시는 데로 미국함대는 반드시 이 지역을 통과해야만 우리 제국을 직접 침공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보유한 비밀무기는 이 지역을 넘어오는 어떠한 도발도 사전에 탐지해 낼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이 방어선을 넘어오는 미군함대는 모조리 찾아내 수장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양성환도 레이더가 비밀무기라는 것은 알고 있어서 송의식의 설명을 어느 정도 이해는했지만 그는 다시 의문을 제기했다. 

“그런데 방어선에서 일본본토는 왜 제외시킨 것입니까?”  

이때 박충식이 나섰다.

“그 이유는 과인이 말을 하겠소.”

양성환이 황급히 몸가짐을 바로 했다.

“경청하겠습니다, 전하.”

박충식은 마치 왕을 대하듯 몸가짐을 황급히 바로 잡는 양성환을 보고 내심 고소를 지었다.

‘이거 정말 너무 예의를 많이 차리는군.’ 

그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대공이 된 후 시간이 흐를수록 신군출신 최고지휘관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을 대할 때마다 과할 정도로 예의를 차리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례는 몇 년이 지나도 편하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하기 그지없었는데 양성환이 회의석상에서 다시 그런 행동을 하자 내심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회의도중이라 그의 행동을 제지하는 말을 하지 못하고 설명부터 먼저 했다. 

“과인은 미군이 일본에 상륙하는 것이 우리에게 훨씬 유리하다고 생각하오.”

양성환이 깜짝 놀랐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겨우 손아귀에 쥔 일본인데 허무하게 미국에 내어 줄 수는 없습니다.”

“미국이 만일 일본에 상륙한다면 일본인들을 해방군으로 보겠소. 아니면 점령군으로 보겠소?”

뜻밖의 질문을 받은 양성환이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잠시 생각한 뒤 대답했다.

“이전의 관계가 있어서 일본의 입장에서는 해방군으로 보지 않겠습니까?”

“과인은 꼭 그렇게만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오.”

“그럼 침략군으로 생각한다는 것입니까?”

“일본은 패전을 한 뒤 차관제공도 아예 하지 않고 완전히 등을 돌리는 바람에 혹독한 시절을 보내고 있어서 미국에 대해 엄청난 반감을 갖고 있소. 그래서 이번에 미국의 제안을 거절하고 우리에게 파병을 제안을 했던 것이오.”

“아~ 그렇습니다.”

“물론 극우주의자들 같이 아직도 우리에게 패전한 것에 자존심 상해하며 이를 가는 자들이 많겠지만 미국도 그에 못지않은 반감을 보이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오.”

“그렇다면 우리나 미군이나 일본의 입장에서는 모두 침략군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만일 침략군 두 나라가 자기 땅에서 전투를 벌인다면 일본은 어떻게 될 것 같소.”

“그렇게 된다면 일본은 정말 뒤집어지겠습니다. 처음부터 국력이 약한 것도 아니었는데 자신의 영토가 남의 전쟁으로 초토화된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을 것입니다.”

양성환의 말에 박충식이 적극 동감을 표시했다.

“일본에서 전투가 벌어지면 분명히 그렇게 될 것이고 영토가 쑥대밭이 되는 것은 물론 일본의 국론마저도 둘로 갈릴 것이오.”

“참전파와 반전파로 말입니까?”

“그건 아니오.”

양성환은 바로 생각이 나지 않아서 되물었다.

“그러면 어떻게 나뉜다는 말입니까?”

“물론 반전파도 있겠지만 아마도 한국과 미국을 각각 지지하는 세력으로 양분될 것이 거의 분명하오.”

여기까지 설명을 듣자 양성환 사령관은 상황이 차츰 이해되기 시작했다.

“아~ 그렇겠습니다. 그런데 혹시 지금 해군에서는 미국군이 일본에 상륙하기를 일부러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까?”

박충식이 크게 웃었다.

“하하하!, 양 사령관이 이제야 짐작이 되는 가 보오.”

박충식이 웃자 양성환도 따라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 제가 해전을 잘 몰라서 전하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조금 이해가 되었습니다. 지금 해군에서는 일본열도를 일부러 비워놓고 미군이 상륙을 하도록 기다리는 일종의 유인작전을 실행한다고 보면 되겠습니까?”

“바로 그렇소. 우리가 판단하기에 미국이 만일 일본에 상륙한다면 7함대가 있는 동경방면 보다는 시코쿠나 규수방면으로 상륙할 것이 분명하오.”

“그럴 것입니다. 미국도 상륙병력을 수송하는 처지라 우리 제국7함대를 반드시 피하려고 할 것입니다.”

“만일 미국이 상륙하고 난 후 일본의 국론이 양분되면 상황이 볼만해질 것이오. 그리고 우리 제국으로서는 일본이 혼란스러워지면 질수록 좋은 일 아니겠소?”

양성환이 웃으며 동감했다.

“하하. 맞습니다.”

“일본은 중앙집권체재가 되고 수십 년이 지났다고는 하나 아직 각 지방의 통합이 완전히 이뤄진 것은 아니요.”

“그렇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군대조차도 육군과 해군이 극명하게 갈려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잘 보셨소. 만일 일본의 국론이 미국의 상륙으로 인해 극렬하게 양분된다면 자칫 나라가 사분오열 될 수도 있을 것이오.”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 대한제국의 입장에서는 더 할 수 없이 좋은 결과가 되겠습니다만 거기까지 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럴 것이오. 하지만 쉽게 회복하지 못할 정도로 상당한 혼란이 생길 것은 분명하오.”

“만일 미군이 일본에 상륙하고 난 뒤 적당한 시기에 해상을 봉쇄한다면 미군이 아주 곤란해 질 것인데 봉쇄작전도 펼쳐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박충식이 크게 웃었으며 해군관계자들도 따라서 같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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