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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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시오, 공사. 우리 대한제국은 국경을 압박해 오는 귀국병력을 철수하라는 것이지 선전포고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지 않소. 그리고 우리 대한제국이 귀국에 선전포고를 하면 안 되는 일이라도 있소이까?”

“대러시아제국을 어떻게 보고 감히 한국 같은 소국이 선전포고를 먼저 하다니 정녕 나라가 망하길 바라는 것이오.”

차준혁은 폰 슈파이어의 오만불손한 태도를 보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공사가 타국을 보고 감히 라고 어처구니없는 표현을 쓰다니 러시아에서는 외교를 그 정도밖에는 하지 못하는가 보오.”

차준혁이 자신을 대놓고 질책하자 폰 슈파이어가 눈에 불을 켰다.

“본 공사는 전쟁을 하겠다는 당사국까지 예우할 인내심은 없소.”

차준혁도 기세에서 절대 밀리지 않았다.

“반드시 귀하는 자신이 한 말을 후회하게 될 날이 올 것이오.”

“그럴 일은 죽었다 깨어나도 절대 생기지 않을 것이오.”

폰 슈파이어 공사가 이렇게까지 막말을 하고 나오자 차준혁은 그를 한 번 노려본 후 그의 집무실을 박차고 나왔다. 늘 침착하기만 하던 차준혁이 평상시와 달리 폰 슈파이어와 설전을 벌이자 그를 수행하고 있던 이상설이 러시아공사관을 나오자마자 질문부터 했다.

“각하, 오늘은 다른 날과 전혀 달라 보이십니다.”

조금 전 얼굴까지 붉히며 험한 소리를 하던 차준혁이 이상설의 말에 안면을 싹 바꾸며 웃었다.

“왜, 많이 이상한가?”

“솔직히 방금 전의 모습을 처음 뵈었습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우리 대한제국을 비하하는 것은 절대 참을 수가 없어서 그랬어.”

“그렇더라도 너무 강하게 대응하셨습니다.”

“이 참서관.”

“예, 각하.”

“만일 우리 제국이 이전같이 힘이 없었으면 폰 슈파이어가 어떻게 했을 것 같은가?”

이상설이 잠시 생각하다 대답했다.

“아마도 문전박대하고 만나주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차준혁의 대답은 전혀 달랐다.

“아니, 그렇지 않을 것이야. 폰 슈파이어는 분명 나를 만나준 뒤 더 할 수 없는 치욕을 안겨줬을 것이야. 그리고 우리는 제발 전쟁을 벌이지 말아달라고 손이야 발이야 빌면서 통사정 하겠지만 저 자는 거만하게 눈을 내려 깔고는 콧방귀를 끼면서 들은 채도 하지 않았을 거야.”

이상설이 바로 수긍을 했다.

“맞습니다. 조금 전에 본 폰 슈파이어 공사라면 분명히 그렇게 하고도 남았을 것입니다.”

“외교도 국력이 뒷받침 되어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고 조금 전처럼 힘으로 하자고 맞받아 칠 수도 있는 것이네.”

이상설은 아버지 이범진이 러시아공사로 재직하고 있을 때 국력이 약하면 어떤 서러움을 당하는지 몸으로 직접 경험했었기에 차준혁의 말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했다.

“정말입니다. 외교는 곧 국력입니다.”

“우리 제국은 이번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야. 그것도 러시아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정도로 완전한 승리를 거둘 것이야. 만일 러시아가 그런 참담한 패전을 하고 나면 거만한 폰 슈파이어 공사가 그때는 어떤 얼굴을 하고 나를 만날지 너무도 궁금해지는군.” 

이렇게 말을 하는 차준혁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대한제국이 경고를 한지 5일이 지나도 러시아가 아무런 맞대응을 하지 않고 계속해서 병력을 남하시키자 이번에는 대한제국이 정식으로 러시아제국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이 소식은 전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기 충분했다.

비록 일본에게 승리하면서 신흥군사강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대한제국이었지만 유럽에서도 최강의 육군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타가 인정하는 러시아제국과 군사력을 비교할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두의 예상을 깨고 대한제국이 먼저 선전포고를 하고 나서자 전 세계 모든 이목은 러시아와 대한제국이 결전을 벌일 대륙의 북방으로 집중되었다.

대한제국이 선전포고를 한 다음날 새벽이었다. 

만저우리 후방에 있는 하이랄(해위이海拉爾)은 북방군주둔지인 만저우리에서 200여km 떨어진 곳으로 만주9도의 하나인 흥안도(興安道) 도청소재지다.

다른 도청소재지와 같이 하이랄에는 공항이 개설되어있었고 이 공항에는 지금 20대의 웅비1형비행선이 이륙을 위해 활주로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대한제국은 금년부터 새롭게 웅비2형 대형비행선을 제작하고 있어서 기존의 비행선과 구분하기 위해 1·2형으로 선명을 분리해 놓고 있었다.

하이랄은 후룬베이얼초원에 자리 잡고 있어서 사방으로 지평선이 보였다. 이러한 초원지대에 세워진 공항에 20대의 비행선편대가 활주로에 늘어서 있는 모습은 웅장한 풍경을 연출했다.

초기 웅비비행선의 기장 중 가장선임이었던 신기철은 이때 중좌로 승진해 있었고 비행단장으로 20대의 비행선편대를 이끌고 있었다. 

신기철 중좌는 이번 작전을 진두지휘하기 위해 하이랄까지 달려온 공군대신 최경석에게 출전신고를 하고 있었다.

“충성!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수고하고 모두 무사히 잘 다녀오도록 하게.”

“반드시 그렇게 하겠습니다.”

최경석에게 인사를 마친 신기철이 헤드셋으로 각 비행선에 지시했다. 

“전원, 승선.”

신기철의 지시가 떨어지자 20척의 비행선 앞에 대기하고 있던 조종사와 사무장 등은 신속하게 승선했다. 신기철도 몇 년간 조종을 해서 이제는 눈을 감고도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알정도로 익숙해진 웅비비행선에 승선했다. 

잠시 후 20척의 비행선은 관제탑의 지시를 받으며 차례로 하늘로 떠올랐다. 떠오른 비행선은 최대적재량의 폭탄을 탑재한 탓에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천천히 고도를 높이며 북상을 시작했다.

이렇게 20척의 웅비비행선이 북상을 시작하고 1시간이 조금 넘었을 때 만저우리에 임시로 만들어 놓은 비행장에서 대기하던 20대의 복엽기들이 웅비비행선을 호위하기 위해 하나 둘 이륙을 시작했다.

부아아앙~~·····

활주거리가 짧은 20대의 복엽기는 순식간에 모두 이륙했다.

하이랄 비행장관제탑에서 만저우리 임시비행장에서 20대의 창공호가 이륙을 마쳤다는 보고를 받은 최경석은 관제사에게 지시했다.

“창공호 비행단장을 연결해 주게.”

지시를 받은 관제사가 바로 무선 통신기를 넘겨줬다.

“이미 연결되어 있습니다.”

수화기를 넘겨받은 최경석이 먼저 복엽기인 창공호의 편대장을 찾았다.

“노백린 단장인가?”

“예, 각하. 중좌 노백린입니다.”

“첫 출전이라 많이 긴장될 것인데 기분이 어떤가?”

“저를 포함해 조종사들 모두 아무 문제없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행이다. 모쪼록 비행단을 잘 이끌어 웅비를 잘 보호하고 무사히 귀환하기 바란다.”

“임무반드시 완수하겠습니다.”

우웅~~

관제탑과 교신을 마친 노백린은 기분 좋게 들려오는 엔진소리를 들으면서 각 편대의 편대장과 교신을 시도했다.

“각 편대 편대장들은 본관의 말이 들리는가?”

“2편대 잘 들립니다.”

“3편대도 잘 들립니다.” ·······

이전시대에서는 비행기 편대에 각각 고유의 이름을 붙여 불리는 전통이 있었으나 지금은 간단하게 아라비아숫자로 편대를 구분했다. 그렇게 자신이 직접 지휘하는 편대를 제외한 4개 편대의 편대장들이 교신에 이상이 없음을 보고해 오자 노백린이 모두에게 지시를 내렸다.

“곧 하이랄에서 이륙한 웅비비행단과 조우하게 된다. 각 편대는 미리 지시받은 위치를 정확히 찾아서 비행선을 잘 보호하기 바란다.”

노백린의 지시가 떨어지자 각 편대장들은 자신의 편대를 이끌고 분산하기 시작했고 곧이어 북상하는 웅비비행단과 만난 창공비행단은 웅비비행단을 사방에서 호위하고는 같이 북상을 시작했다.

우웅~~~~~~

신기철은 창공비행단이 자신의 비행단을 호위하는 모습을 지켜보다 무전기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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