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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백린 단장 나와 있습니까?”
“예, 노백린입니다.”
“반갑습니다. 웅비비행단장 신기철 중좌입니다.”
“예, 반갑습니다. 단장님.”
“오늘 호위 잘 부탁드립니다.”
“걱정하십시오. 무사히 둥지로 돌아가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보호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노 단장님께서는 창공호와 제공호를 모두 조종해 보셨는데 창공호가 조종이 쉽다고 하던데 직접해보시니까 어떻습니까?”
“창공호가 속도가 떨어지는 대신 공중에서의 비행선회능력이 단엽기보다 월등히 좋아 조종은 창공호가 편합니다.”
“잘 알겠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목적지인 치타까지 상당한 거리인데 왕복비행을 하는 데는 문제가 없겠습니까?”
“외부연료통을 장착했기 때문에 웅비가 폭격을 하는 동안은 비행할 수 있지만 오랜 시간 작전지역 상공에 머물 수는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각 편대에 연락해 최대한 폭격시간을 맞추라고 다시 지시해 놓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대한제국이 이렇게 창공호로 웅비비행선을 호위하는 까닭은 러시아군이 얼마 전부터 엄청나게 많은 숫자의 열기구를 치타 상공에 띄워 놓고 웅비비행선의 활동을 방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대중량의 폭탄을 싣고 있어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웅비비행선은 자칫 열기구에서 쏜 눈먼 총탄에 희생될 수도 있어서 창공호로 웅비를 호위하도록 한 것이다.
시간이 흘러 웅비와 창공이 목적지인 치타상공인근에 도착했다.
“노 단장님 전방에 많은 숫자의 열기구가 떠 있습니다.”
신기철의 말대로 치타 상공에는 수십 개의 열기구가 빼곡히 떠 있는 것을 노백린도 확인했다.
신기철의 교신에 노백린도 응답했다.
“우리도 확인했습니다.”
노백린은 각 편대장들을 호출했다.
“2편대는 전방에 보이는 열기구를 청소하라. 주의할 점은 열기구에 각종 무기를 싣고 있다고 하니 너무 가까이 접근하지 말고 상부의 풍선을 터트리는 방식으로 공격하라.”
“알겠습니다.”
노백린의 지시를 받은 2편대가 속도를 내면서 열기구에 접근하더니 그대로 기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부아~~앙~~ 타타타탕·····
퍼벅···· 펑!! 화르륵~~~~
버너를 이용해 기구속의 공기를 잔뜩 덥히고 있던 열기구는 높은 고도를 유지하고 있는 창공호전투기에서 발사되는 기총에 완전히 속수무책이었다.
기총에 맞은 열기구는 기구표면의 천이 찢겨 나갔고 과열되어 있던 열기로 총격에 폭발하면서 불꽃놀이를 하듯 불이 붙었다.
기구에 불이 붙자 열기구는 순식간에 추락했다.
“으아악~~~”
타타타탕·····
퍼벅····!!! 펑!! 화르륵~~~~
대한제국에 비행선이 아닌 창공호전투기가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러시아군이었다.
그런 그들이 비행선을 상대하려고 공중에 띄워놓은 열기구를 제2편대는 마치 커다란 표적지를 맞추듯 순식간에 격추시켰다. 이렇게 격추된 열기구는 손 한 번 쓰지 못하고 허무하게 모조리 불길에 휩싸이며 추락했다.
“임무 완수했습니다.”
“수고했다.”
2편대장의 보고를 받은 노백린은 바로 신기철을 호출했다.
“신 단장님, 치타상공 깨끗합니다.”
“우리도 확인했습니다. 이제부터 우리가 들어가겠습니다.”
“그렇게 하십시오.”
노백린과 교신을 마친 신기철이 자신의 비행단을 호출했다.
“치타상공이 아주 깨끗해졌다. 웅비비행단은 지금부터 각자 배정된 지역으로 이동한다. 열기구는 제거되었지만 지상에 대공포가 있을 것이니 절대 기체를 일정고도 이상 낮추지 말기 바란다.”
“알겠습니다.”
신기철의 지시를 받은 웅비비행선 20척은 곧 2척씩 10개의 편대로 나뉘어 넓게 분산되었고 그들의 옆으로 창공호가 호위를 위해 각각 따라 붙었다.
신기철은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린 후 자신의 목적지로 비행했다.
“단장님, 목적지입니다.”
부기장의 보고를 받은 신기철이 관측 장비로 지상을 내려다보자 말먹이인 건초가 산더미 같이 쌓여 있었고 그 옆에는 숫자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군마가 모여 있는 것이 들어왔다.
‘이거 워낙 많이 쌓여있어서 폭격조준경을 특별히 맞출 필요도 없겠어.’
“폭탄 창 개방.”
“폭탄 창 개방합니다.”
신기철의 지시가 있자 대기하고 있던 사무장이 바로 복명복창하며 폭탄 창을 개방했다. 잠시 후 폭탄 창이 개방되었다는 불빛이 계기판에 들어오자 신기철은 그래도 폭격조준경으로 지상을 확인했다.
그러다 폭탄 투하에 적당한 위치를 찾자 곧바로 폭탄투하 레버를 당겼다. 그러자 미리 투하속도를 조절해 놓은 폭탄이 순차적으로 투하되기 시작했다. 거의 동시에 그와 같이 편대를 이루고 있던 다른 비행선 한 척에서도 폭탄투하가 시작되었다.
쾅~ 화악!~~ 쾅!~ 화악~~
신기철이 투하하는 폭탄은 이번에 새로 개발된 네이팜탄으로 폭탄이 폭발하면서 엄청난 불길이 사방으로 치솟았다.
쾅!~ 꽈광!!~ 쫘악~ 쾅!~ 꽈광!!~ 쫘악~
히히힝~~~
두두두 ······
신기철이 건초더미에 폭탄을 투하한 것과 달리 같은 편대의 비행선은 다른 폭탄이 투하하고 있었으니 그 폭탄은 바로 집속탄이었다. 확산탄이라고도 불리는 집속탄은 일정거리까지 내려오다 2차 폭발로 자탄이 터져 나왔고 그 자탄이 지상에 내려오면서 다시 폭발하면서 엄청난 살상력을 갖고 있다.
사람과 달리 군마는 작은 부상에도 치명적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아서 확산탄의 폭격은 방목장에 모여 있던 군마들에게 재앙과도 같은 피해를 입히고 있었다.
땡! 땡! 땡! 땡!·······
타타타타탕·····
지상의 러시아군은 공습이 시작되자 비상종을 타종하고 공중을 향해 맥심기관총이 불을 뿜으며 발 빠르게 대항했지만 총탄이 미치지 않는 높은 고도에서 폭탄을 투하하는 대한제국공군에게는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었다.
선전포고를 하자마자 바로 다음날 대대적인 폭격이 있을 거라 생각조차 못하고 있던 러시아군은 대한제국의 강력한 공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야만 했다.
러시아원정군총사령관 폴리바노프 대장도 대한제국군의 강력한 폭격에 다른 장병들과 같이 혼비백산해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당황한 폴리바노프는 애꿎은 참모장만 닦달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선전포고를 하자마자 한국군이 공습을 감행할 수 있다니.”
참모장 미하일 알렉세이에프 대장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예상 밖으로 한국군의 공습이 강력합니다.”
“100대의 열기구가 공중을 방어하고 있어서 한국군의 공습에 충분히 대항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한국군이 생각지도 않게 전투기를 사용하여 열기구를 손쓸 틈도 없이 모조리 격추시켜 버렸습니다.”
참모장의 침통한 보고에 폴리바노프 대장이 크게 놀랐다.
“뭐라고 한국군에게 전투기가 있었다고?”
“그렇습니다.”
“아니, 전투기는 유럽에서도 아직 시험 중에 있는 것인데 어떻게 한국군이 보유하고 있는 것이지?”
“본관도 그렇게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된 것이 한국이 전투기 수십 대 몰고 와서 열기구를 모조리 격추시켜 버렸습니다.”
“하!~ 답답해서 안 되겠다. 밖으로 나가보자.”
폴리바노프 대장이 밖으로 나가려하자 참모장 알렉세이에프 대장이 적극적으로 만류했다.
“각하, 폭탄이 어디로 떨어질지 몰라 밖은 너무 위험하니 안전한 이곳에서 잠시 기다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폴리바노프 대장이 화를 벌컥 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내 병사들이 죽어나가고 있는데 적군이 폭격을 마칠 때까지 쥐새끼처럼 숨어만 있으라니 말이 되는 소리인가?”
“그래도 지금은 너무 위험하니 잠시만 기다렸다가 움직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때였다. 갑자기 지축을 뒤흔들 정도로 엄청난 폭발이 연이어 터졌다.
꽝!~ 꽈앙!~~ 쾅!~~
우수수~~~
폭발이 얼마나 거세었는지 방공호 같이 만들어 놓은 러시아군총사령부가 지진을 만난 것처럼 심하게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