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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러시아군 지휘관들로서는 돌아갈 곳이 없기 때문에 이렇게 무리해서라도 남진을 고수했을 것입니다.”
“그건 안 소장 말이 맞을 거네. 러시아가 이번 전쟁을 일으킨 까닭이 러시아국내에 불안정한 정국을 외부로 돌리기 위한 방편이었는데 만일 그대로 돌아갔었다면 본보기를 보이기 위해서라도 최고 지휘관들은 살아남기 어려울 거야.”
“그렇습니다. 그 중에서도 지난번에도 극동군을 말아먹은 적이 있던 쿠로파트킨 대장 같은 인물은 처벌대상 1순위가 분명하기 때문에 자신이 살기위해서라도 이런 엄청난 희생을 감수하고 남진을 감행 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질렸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젓던 강명철이 러시아기병대에 대해 질문했다.
“러시아군기병대가 불리한 전황을 바꾸기 위해 우회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었는데 그들의 움직임이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는가?”
러시아기병대의 움직임은 특급현안이라 안연태 본부장이 작전지도를 일일이 짚어가면서 설명했다.
“말씀하신대로 러시아기병대가 드디어 우회를 시작했습니다. 저희 참모부의 예상으로는 몽골방면으로 기병대를 크게 우회시킨 뒤 다시 북상을 시도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은 후룬베이얼평원을 가로질러서 우리군의 본대가 주둔하고 있는 만저우리의 후방을 치려고 계획하는 것 같습니다.”
강명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로서도 이대로 계속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그 것밖에는 쓸 수가 없었겠지. 안 장군의 예상으로는 러시아기병대가 언재쯤 아군과 격돌할 것 같은가?”
“지금 우회하는 속도를 감안하면 삼일이내 대기하고 있는 아군의 기계화사단과 마주칠 것 같습니다.”
강명철이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양성환 북방군사령관을 찾았다.
“북방군사령관을 연결해주게.”
잠시 후 안현태가 연결이 되었다며 무선수화기를 건넸다.
“양 사령관이오?”
수화기에서 양성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 각하.”
“적을 막아내느라 수고가 많소이다.”
강명철의 치사에 양성환이 겸손해했다.
“지금까지는 적의 남하를 막으려고 폭격을 하느라 공군이 고생했고 저희들이야 아직까지는 경계만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자 강명철은 러시아기병대의 이동상황을 설명했다. 양성환도 러시아를 감시하고 있는 웅비비행선으로부터 이미 보고를 수시로 받고 있었기에 그에 대한 상황을 잘 알고 있다는 답변해주었다.
강명철이 준비상황에 대해 확인했다.
“북방군기계화사단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양성환 사령관이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지금 기계화사단이 보유하고 있는 화력으로는 적군이 아무리 많은 기병병력으로 돌격해 와도 모조리 격퇴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그 방어선이 뚫리기라도 한다면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 하니 후방에 2차 방어선을 철저하게 구축해 놓아야 할 것이오.”
“그렇지 않아도 2개 사단병력이 기계화사단의 뒤를 받치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후방방어선이 뚫리지는 않을 것이니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기대했던 대답을 들을 강명철의 시선이 작전지도로 향했다. 그 지도에는 러시아기병대의 진군방향이 붉게 그어져 있었다.
“이번 러시아의 기병기습을 무사히 막아 내고나면 바로 북진을 시작해야 하니 각 예하부대에 철저한 준비태세점검을 지시하시오.”
양성환이 반색했다.
“그렇다면 러시아기병대와의 전투가 끝나자마자 바로 북진을 시작하는 것입니까?”
“그렇소이다. 승리의 여세를 몰아 북진할 것이오.”
“알겠습니다. 철저하게 준비시키겠습니다. 각하.”
수화기를 내려놓은 양성환 사령관은 가슴이 뿌듯했다. 그토록 기다리던 북진을 드디어 감행하게 되었고 자신이 지휘하는 북방군이 북진의 선봉에 서게 되었으니 가슴이 뿌듯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수화기를 내려놓은 양성환이 참모장 노병기 소장에게 지시했다.
“노 참모장. 며칠 후에 있을 기계화사단의 성패에 따라 북진을 바로 시작해야 하니 전군 사단장에게 전투태세점검을 철저히 하도록 재차 지시해 놓게.”
노영기 소장의 안색도 크게 밝아졌다.
“전투가 끝나면 바로 북진하는 것입니까?”
“그렇다네. 육군대신각하의 명령이 떨어졌네.”
그러면서 강명철과 통화한 내용을 전해주었다.
사령관의 지시를 받은 참모장 노영기는 옆에서 대기하고 있는 통신장교에게 지시했다.
“사령관님의 말씀 들었겠지?”
“예, 참모장님.”
“지금 즉시 우리 북방군 예하부대에 육군대신님의 지시사항을 즉각 전달하게.”
“알겠습니다.”
북방군 기계화사단장 송요섭 장군은 예하부대장들과 함께 작전회의를 하는 도중 사령부에서 하달된 명령을 전달받고 크게 고무되었다.
“이번 러시아기병대와의 전투에서 승리하면 바로 북진을 개시한다는 명령이 떨어졌다.”
1여단장 박영기 대좌가 가장 먼저 반갑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계화사단은 일반보병사단과 달리 2개 기계화여단과 1개 보병여단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그 예하에 대대가 편재되어 있었다.
“그게 정말이십니까?”
“그래, 방금 전에 군사령부참모장이 육군대신님의 명령을 전달했어.”
“하! 이거 정말 잘 되었습니다.”
천마2장갑차가 전부 배치되어 있는 기계화사단 제1여단은 이번 작전에서도 선봉이었고 또 북진을 하게 되면 역시 선봉이었다. 그래서 여단장인 박영기 대좌가 제일 먼저 북진계획을 반기고 있었지만 2여단장 이오운 대좌도 박영기와 같이 북진을 반기기는 마찬가지였다.
“우리 사단이 승전할 것을 미리예상하고 승전의 여세를 몰아가자는 북진계획을 세우시다니 역시 우리를 확실히 믿어주십니다.”
송요섭도 강명철의 성격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여단장 이오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양반의 성격을 생각하면 승전의 여세를 몰아 북진하려는 것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 아니겠어?”
박영기가 거들었다.
“맞습니다. 우리 땅을 넘보려고 침략해 오는 자들인데 당연히 강력하게 밀어붙여야죠.”
“자! 북진은 이번 전투에서 승전을 한 뒤 고민을 하고 지금은 러시아기병대를 맞을 준비를 하자고.”
“알겠습니다.”
“참모장, 웅비비행선에게서 전송된 사진을 보여주게.”
송요섭의 지시가 있자 모니터에 바로 화면이 비춰졌다. 기계화사단 참모장 송영수 대좌가 화면을 보고 설명했다.
“지금 보고 계시는 장면이 캐룰렌(처이발상) 북방에서 남진하고 있는 러시아기병대입니다.”
송영수의 설명대로 화면에는 온 사방에 흙먼지를 날리며 달리는 러시아기병대가 가득 차 있었다.
“병력숫자는 얼마나 되어 보이는가?”
“7만 명 내외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송요섭은 감탄했다.
“이야! 지금 내려오는 러시아기병이 전체 기병병력은 아닐 것인데 상당한 숫자야. 이렇게 많은 숫자가 동원된 것을 보니 그동안 계속된 폭격에도 불구하고 일반보병보다는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게 입었던 것 같구나.”
“아마도 폭격이 있을 때마다 군마를 타고 폭격지점을 수시로 이탈하면서 피해를 줄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저 러시아기병대를 우리가 막아내면 보르자의 러시아군 병력은 십만 명도 안 되는 숫자밖에 남지 않는다는 것 아닌가?”
“지금까지 파악한 바로는 그렇습니다.”
송요섭이 주먹을 꽉 쥐었다.
“그래, 이번전쟁에서 우리 기계화사단이 한번 역사를 만들어보자고. 이번에 우리가 러시아기병대만 큰 피해 없이 물리칠 수 있다면 남아 있는 러시아보병병력이야 크게 힘들이지 않고 싹쓸이 할 수가 있을 거야.”
후륜베이얼 평원은 몽골지역 동북방에 있는 평원으로 후륜 호와 베이얼 호수를 끼고 있으며 그 면적이 한반도보다 넓은 26만㎢나 되는 그야말로 대초원지대다.
러시아기병대는 몽골방면으로 크게 우회 남하하여 몽골 동북방 산맥에서 발원하여 후륜 호로 들어가는 강인 케룰렌 강을 끼고 다시 북상하여 대한제국군의 후방을 공격하려고 계획했었지만 이러한 러시아기병대의 기동작전은 처음부터 대한제국군에 노출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