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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요섭 사단장이 지도를 보며 여단장들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어차피 평원에서의 전투는 정면대결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정면대결은 무조건 우리에게 승산이 있고 더 다행인 것은 웅비호가 상공에서 적의 진격방향을 미리 알려줄 것이니 적군이 우리를 절대 피하지는 못할 것이란 거다.”
기계화사단의 보병여단인 3여단 여단장 이동휘 대좌가 특유의 콧수염을 만지며 질문했다.
“우리 3여단이 미리 매복을 하고 적을 기다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이 넓은 초원에서 매복을 어떻게 하겠다는 말인가?”
“이 근방이 전부 초원이라고는 하나 모든 지형이 기병이 다닐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더구나 이곳은 남쪽에 강이 흐르고 있어서 더욱더 그렇습니다. 러시아기병대가 이 강을 도강하면 후룬 호를 아주 돌거나 북상을 위해 다시 또 도강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서 절대 도강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진격방향을 대강은 유추할 수 있습니다.”
“흐음~”
송요섭이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자 이동휘 대좌의 목소리가 더욱 차분해졌다.
“그렇다고 그들이 온 길을 다시 되돌아갈 리도 만무하기 때문에 그들은 반드시 병력의 기동이 용이한 이 지역을 통과한 후 북상할 것입니다.”
이동휘는 이렇게 말을 하며 작전지도의 한 곳을 짚었다.
“만일 이 지역에 우리사단이 먼저 기다리고 있다가 1여단과 2여단의 장갑차가 좌우로 합공을 한다면 제 생각에는 러시아기병대는 절대 후퇴하지 않고 정면 돌격을 시도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가 작전지도위에 놓인 부대기표를 손으로 일일이 가져다 놓으면서 설명을 이어갔다.
“우리 군이 이렇게 양방향으로 공격해 들어가면 적은 자연스럽게 정면으로 돌진 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정면 돌격하는 러시아기병대를 우리 3여단이 매복한 곳으로 유인하기만 한다면 지난번 러일전쟁당시 장춘전투에서 러시아기병대를 상대로 대승을 거뒀던 일본군보다 훨씬 더 큰 전과를 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송요섭은 이동휘 대좌의 설명을 듣자 일리가 있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다 참모장 홍영기를 바라봤다.
“홍 참모장, 3여단장의 제안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참모장 홍영기도 적극 찬성했다.
“3여단장님의 유도작전은 상당히 일리가 있는 작전으로 보입니다. 다만 적군이 3여단 매복지를 무사통과했을 때와 매복지보다 넓게 공격해 오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주공격선 후방의 병력배치와 2차 방어선을 보다 확실하게 구축해 놓고 작전을 전개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참모장답게 홍영기는 간단하게 병력배치구상까지 밝히자 이동휘의 제안은 송요섭에 의해 바로 채택되었다.
“좋다. 그렇다면 3여단장의 의견대로 병력을 배치하자. 그리고 지금 우리 후방에는 2개 사단이 방어전선을 구축해 놓고 있으니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참모장 홍영기가 작전지도에 나와 있는 북방군 2개 사단 매복 장소를 손으로 짚으며 설명했다.
“러시아기병이 이곳까지 오려면 아직 이틀정도의 시간이 남아있으니 2차 방어선을 이렇게 넓은 학익진 형태로 약간 변경을 주는 것이 좋겠고 우리 3여단의 매복도 적의 병력이 넓게 공격해 올 것을 감안하여 이런 형식으로 이중으로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홍영기와 이동휘의 손에 의해 작전지도에 놓인 부대표식은 아래가 넓게 뚫린 깔때기가 이중으로 되어 있는 모양이었고 그것을 크고 작은 둥근 대접이 이중으로 받치고 있는 형태였다.
홍영기의 설명은 이어졌다.
“특히 이 배후에 설치할 두 번째 매복진지는 전투가 벌어졌을 경우 전방의 기관총진지로 오인사격을 할 우려가 있어서 조금 급격하게 매복지를 좁히는 방식으로 매복진형을 구축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참모장 홍영기의 설명은 그대로 수용했다.
“알겠네. 내가 후방부대 사단장들에게 이번 작전에 대해 설명을 하겠으니 참모장은 세부 내용에 대해 각 사단 참모장들을 불러 상세히 설명해 주도록 하게.”
“예, 사단장님.”
이렇게 해서 기계화사단은 이동휘의 보병여단장의 제안을 채택하여 후룬베이얼 평원에 대규모매복지를 구축하기로 결정했다.
적이 이틀거리까지 다가와 있었기 때문에 매복지구축은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빨리빨리 해라.”
매복지의 입구가 4km가까이 벌어져 있어서 한 가운데로 들어오는 적군이 기관총격을 모면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매복지 중간 중간에는 전방지향지뢰인 클레이모어를 설치하고 있었다.
“이봐! 송 상병, 너 지금 클레이모어를 반대로 설치하고 있어 둥근 방향이 전방이라고 했잖아. 당장 위치 바꿔.”
클레이모어설치를 맡은 3여단 간부들은 설치되고 있는 클레이모어를 일일이 점검하고 위치를 수정하느라 여기저기서 진장된 고함소리가 터져 나왔다.
“땅에 묻으면 폭발력이 감소되니 지상에 고정만 시켜 놔라.”
“아냐! 너무 한 쪽으로 치우쳤어.”
매복지에 여단병력이 매복을 하기 때문에 그 지역이 엄청나게 넓어서 중간에 설치하는 클레이모어개수만 해도 수백 개에 달했다.
‘이게 정말 위력이 대단할까?’
송명도 상병은 거꾸로 설치하던 클레이모어를 바로 놓으면서도 그 위력에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영상으로만 폭발장면을 봤었고 한 번도 실전에서 폭발한 것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효과가 확실하니 설치하라고 하겠지.’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영상에서 본 폭발위력을 생각하며 지뢰를 조심스럽게 다루어 설치를 마치고 한숨을 쉬려고 했으나 곧바로 이어진 간부의 지시에 그는 서둘러 몸을 움직여야만 했다.
“송 상병, 지뢰설치가 다 되었으면 도화선을 잘 끌고나가라.”
“예, 알겠습니다.”
“가면서 도화선을 확실히 덮어 주는 것도 잊지 말아라.”
“예, 알겠습니다.”
돌돌돌~~~~
송명도 상병은 둥근 원통에 말려있는 도화선을 이미 파놓은 도랑 속으로 조심스럽게 풀어놓자 부사수인 이민호 일병이 주변의 흙과 돌로 도랑을 잘 덮어서 도화선이 노출 되지 않도록 하면서 송명도 상병의 뒤를 따라갔다.
여단장 이동휘 대좌는 그의 성격답게 전 여단이 투입된 매복지 구축을 위해 말을 타고 다니면서 모든 것을 직접진두지휘하고 있었다.
“마상(馬上)에서 보이지 않게 하려면 기관총진지를 깊게 파야한다.”
“저쪽은 엄폐가 부족하니 주변의 풀로 더 위장하라!”
“후면매복은 총구를 전방에서 일정각도 이상 돌리지 못하게 반드시 총구를 고정시켜야 한다.”
“사각(死角)이 있는 것을 확인하라!!”
이동휘 연대장은 매복지를 몇 번이나 왕복하면서 부족한 점을 지적하거나 또는 말에서 내려 장병들과 같이 직접 야전삽으로 함께 땅을 파면서 진지구축을 돕기도 했다.
이러한 이틀간의 밤낮 없는 노력 끝에 3여단매복지가 무사히 완성되었다. 매복지가 완성되자 송요섭 사단장이 말을 타고 참모들과 함께 매복지를 둘러보았다. 매복지는 한눈에 봐도 은폐엄폐가 확실하여 적을 맞이할 준비가 아주 잘 되어 있었다.
송요섭이 그 자리에서 이동휘 대좌를 칭찬했다.
“이 정도면 잘 되었어. 이 여단장, 이틀간 고생 많았네.”
“저보다 장병들이 이틀 동안 많이 고생했습니다.”
“하긴, 이정도로 잘 조성하려면 모두 다 고생들 많이 했을 거야. 그런데 기관총의 실탄보급은 어떻게 되었나?”
“중기관총은 물론이고 경기관총의 총탄보급도 충분히 끝마쳐서 우리 여단은 모든 전투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정말 고생했네.”
송요섭은 이동휘의 똑 부러진 대답에 다시 한 번 치하한 뒤 참모장에게 기분 좋게 지시했다.
“참모장, 고생한 3여단 장병들에게 오늘 저녁 특식을 내려주도록 조치하게.”
“알겠습니다.”
“자!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으니 적을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구나.”
송요섭이 이렇게 자신 있게 말을 할 정도로 1여단과 2여단의 장갑차는 물론이고 3여단의 매복과 사단직할부대인 전차부대까지도 전투준비를 모두 끝내놓고 있었다. 하지만 만사 불여튼튼이었고 특히 적과의 교전 전날은 더욱 조심해야 했다.
그랬기에 송요섭은 철저한 경계도 잊지 않았다.
“러시아기병대의 본대가 내일 오전 중에 이곳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오늘 밤은 가장 조심해야 하니 참모장은 지금 바로 전 사단에 오늘 밤 경계근무는 주의해서 경계를 서도록 특별지시를 하달하게.”
“알겠습니다.”
대답을 한 홍영기 대좌는 사단장의 지시사항을 전달하기 위해 바로 말머리를 돌렸다.
이렇게 대한제국기계화사단이 적을 맞을 준비로 여념이 없을 때 러시아기병대는 기계화사단과 반나절거리까지 다가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