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7 회: 8권-11화 -->
다음날 날이 밝자마자 케렌스키 대장은 지난밤의 고심은 마치 남의 일이었던 양 새벽같이 일어나 참모장을 시켜 부대를 독려했다.
“오늘 적과의 전투가 예상되니 중간에 식사를 못할 것이다. 그러니 모든 장병들에게 아침을 든든히 먹이도록 지시하게.”
“예, 사령관각하.”
참모장 질린스키는 어제 밤과 달리 눈빛이 살아난 케렌스키 대장의 모습을 보고는 내심 안도했다.
“참모장은 각 사단장들을 소집하게. 같이 아침을 먹으면서 최종적으로 오늘 작전에 대해 한 번 더 숙의해야겠어.”
“예, 알겠습니다.”
“그럼 나는 아침 전에 잠깐 부대를 둘러보고 오겠네.”
“제가 동행하겠습니다.”
“아니, 참모장은 여기 있게.”
그러면서 케렌스키는 십여 명의 경호 병력을 대동하고는 아직 여명도 제대로 밝지 않았음에도 부대를 둘러보러 말을 몰았다.
“가자.”
다가닥 다가닥
참모장 질린스키 소장은 당당하게 앞서가는 케렌스키 대장의 뒷모습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사단장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다.
북방기계화사단 송요섭 사단장은 러시아군의 병력을 셋으로 나누고 있다는 보고를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우리의 예상대로 병력을 분산하고 있다.”
참모장 홍영기 대좌가 거들었다.
“그렇습니다. 저들도 만주에서의 학습효과가 있는데 무작정 돌격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웅비와 창공은 언제 도착한다고 하던가?”
“속도가 느린 웅비는 이미 하이랄 공항을 이륙했다고 합니다. 창공호도 만주우리에서 출격대기 상태라고 하니 적이 출발했다는 연락만 받으면 적의 진격속도에 맞춰 전장에 도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계화사단의 무력이 아무리 강력하다고 하더라도 넓은 초원에서 7만의 기병병력을 전부 상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랬기에 이번 전투에도 웅비폭격기와 창공전투기가 당연히 투입되었고 기병대를 맞아 싸워야 하기 때문에 모든 창공호와 웅비호가 이번 전투에 투입되기 위해 대기 중이었다.
“러시아기병대가 내려올 때 폭격을 해서 인마를 살상했었다면 오늘 좀 더 편하게 적을 맞을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워.”
“이쪽도 많은 병력이 내려오고 있지만 적의 본진은 보르자라서 그곳을 집중적으로 공략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도 이번에 창공전투기가 추가로 20대가 보충되었다고 하니 오늘은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홍영기의 설명에 송요섭도 동의했다.
“맞아, 이곳도 중요하지만 정말 중요한 곳은 본진공략이었지.”
“그리고 지금 우리가 하늘과 땅에서 이중 삼중으로 방어선을 구축해 놓고 있기 때문에 저들이 우리를 넘어 간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래도 조심해야해. 말의 질주속도가 평원에서는 시속 60km가 넘는다고 하니 우리 장갑차로도 추격하기가 쉽지 않아.”
그때 사단통신대장의 목소리가 송요섭의 헤드셋으로 들려왔다.
“사단장님, 웅비비행선에서 러시아군이 이동을 시작했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그래? 도착시간은 얼마나 걸리겠나?”
“지금 속도로는 세 시간 후인 정오경에 아군과 조우할 것 같다고 합니다.”
“전 예하부대에 지금 상황을 알려주고 수색대에게 전방경계에 만전을 기하라고 전해주게.”
“알겠습니다.”
잠시 후 1·2·3여단에서 여단장이 직접 보고가 들어왔고 송요섭은 다시 한 번 더 주의를 당부했다.
그렇게 송요섭이 지시를 마치자 이번에는 참모장 홍영기가 바로 일어났다.
“저는 잠깐 직할부대를 둘러보고 오겠습니다.”
“그렇게 하게.”
홍영기가 본부막사 옆에 세워놓은 말을 타고 사단본부대대 주변을 둘러보기 위해 달려가자 송요섭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러시아군이 다가올 방향을 바라보며 스스로 결의를 다졌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우리는 이 전투에서 반드시 승리해서 이 기회에 대륙의 북방을 완전 평정시킬 것이고 그 북진에는 우리사단이 항상 선봉에 설 것이다.”
이렇게 다짐하는 그의 눈에는 끝없이 펼쳐진 평원이 들어왔고 그 평원은 이제 제법 풀이 자라 초지가 된 모습도 한눈에 들어왔다.
북방군기계화사단 2여단장 이오운 대좌는 입이 바짝바짝 말랐다.
교신을 통해 러시아군이 1시간 거리까지 다가왔다는 것을 들은 지 꽤 시간이 지난 것 같았는데 아직 망원경으로도 적의 기병대가 다가오는 모습이 확인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적이 아직 보이지 않는가?”
이오운의 물음에 장갑차위에 올라서서 망원경으로 전방을 살펴보고 있던 작전참모가 바로 대답을 했다.
“아직 적의 움직임이 확인되지 않습니다.”
“이상해. 이 정도면 흙먼지가 보이기 시작할 텐데. 박 중좌, 다시 잘 살펴봐. 그리고 뭐가 보이면 바로 알려주고.”
“예, 여단장님.”
이오운은 작전참모가 적을 발견하면 어련히 보고를 할 것을 알면서도 긴장한 탓인지 자신도 모르게 또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었다. 이오운이 이렇게 긴장을 하는 까닭은 그의 여단이 이번작전의 가장 중요한 키를 쥐고 있기 때문이었다.
초조하게 기다리던 이오운 대좌에게 드디어 작전참모가 소리쳤다.
“여단장님! 전방에 먼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작전참모의 외침에 이오운이 망원경을 들어 전방을 보자 과연 수평선 끝에서 먼지가 자욱하게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이 관측되었다.
분명 말이 달려오면서 날아오르는 흙먼지였다.
이오운은 급히 지시했다.
“참모장은 지금 즉시 사단본부에 이 사실을 보고하고 우리도 이제 적을 맞을 준비를 하자.”
여단장의 지시가 있자 옆에서 보좌하고 있던 장교들이 황급히 주변을 정리하고는 초원에 널어놓았던 집기들을 장갑차 뒤에 옮겨 실었다.
“가자.”
그르릉~~~~
이미 시동을 걸어 놓고 있던 천마2장갑차는 이오운의 지시가 있자마자 바로 출발했고 참모들을 태운 몇 대의 장갑차가 그의 장갑차를 따라갔다.
이윽고 이오운은 자신의 여단이 대기하고 있는 곳에 도착했고 곧 전투준비에 들어갔다.
그렇게 십여 분이 지났다.
두두두두두두·········
초원멀리 먼지구름을 날리면서 러시아기마대보다 먼저 그들이 달려오는 소리가 지축을 뒤흔들어 놓기 시작했다. 이오운은 말이 달려오는 위압감에 속으로 적잖이 놀라고 있었다.
‘몇 만 명의 기마병이 달리면 땅이 흔들린다더니 이거 정말 사실이잖아. 야!~ 옛날 같았으면 보병은 이 느낌만 느껴도 간이 오그라들었겠다.’
두두두두두두·········
이오운 대좌가 이렇게 생각할 정도로 수만 마리의 말발굽소리가 바닥을 울렸다. 그 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위축시키고 전의를 상실하게 할 정도로 공포심이 느껴졌다.
자신도 이런데 휘하장병들도 상당히 위축될 것이란 생각이 드는 순간 여단장 이오운은 헤드셋에다 대고 소리쳤다.
“2여단! 모두 들리나!!”
“예, 들립니다!!!”
이오운이 갑자기 소리치자 모든 장병들도 부담감을 털어내려는 듯 크게 소리치며 대답했다.
“우리는 일반 땅강아지가 아니다! 그렇지 않은가?”
이오운의 싱거운 농담에 왁자하게 웃는 소리와 함께 우렁찬 대답이 터져 나왔다.
“예, 그렇습니다!!”
“우리는 세계 최강의 장갑차여단이다. 그렇지 않은가?”
“맞습니다!!!”
“세계 최강이 우리가 기껏 말소리에 기죽으면 되나 안 되나?”
“안됩니다!!!!”
“적과 맞부딪치면 적이 우리를 피해가지 우리가 적을 피해갈 필요가 전혀 없는 세계최강의 장갑차라는 것을 반드시 명심해라. 알았나!!”
“알겠습니다!!!!!”
“전방을 향해 모든 장병들 최대한 고함을 친다. 시~ 작!!!”
“아악!!!!!!~~~~”
이오운은 이렇게 부대원들을 격려하며 부담을 털어냈지만 그 격려는 자신에게 한 격려나 다름없었고 이렇게 소리치자 한결 마음이 가라앉았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이제는 흙먼지가 완전히 하늘을 메우면서 말발굽소리가 온 사방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지평선으로 러시아기병대의 모습도 보이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두·········
하늘에 떠 있는 웅비에서 직접 교신이 들어왔다.
“여단장님 적 접촉 10분전입니다.”
“전 부대 사격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