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8 회: 8권-12화 -->
철커덕·······
이오운의 지시가 떨어지자 모든 장갑차가 기관총의 노리쇠를 후퇴하며 총탄을 거는 소리가 들렸다.
“접촉 5분전.”
“······ 접촉 2분전.”
잠시 후 이제 적은 2km전방까지 접근해왔고 말발굽소리는 사방의 기세를 완전히 압도할 지경이었다. 이오운 대좌는 사격시간을 맞추기 위해 숨을 한 번 고르고 다시 10까지 세고 적이 유효사거리 안에 들어왔다는 생각이 들자 목청껏 소리쳤다.
“사격개시!!!”
이오운의 명령과 동시에 2여단 500대의 장갑차에 거치된 기관총에서 러시아기병대를 향해 총탄이 쏟아져 들어갔다.
쫘라라라라라·······
퍽퍼퍼퍼퍼퍽! 퍽! 퍽! 퍽!······
이번전투에 참여한 천마장갑차에는 국방과학연구소가 새로 개발한 기관총이 장착되어 있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이전시대 생산된 기관총 중에서 대한제국제식기관총으로 채택한 것은 2차 대전 후반기 ‘히틀러의 전기톱’이란 악명이 붙을 정도로 탁월한 성능을 자랑하던 MG 42기관총이었다.
보통기관총의 발사속도가 1분에 수백발인데 비해 이 기관총은 1분에 무려 1,200발이라고 하는 엄청난 발사속도를 자랑한다.
더구나 이 기관총은 광무보총과 같이 프레스공법을 도입되어 있어서 생산이 쉽고 생산단가가 다른 기관총에 비해 아주 낮았으며 먼지나 흙 등 이물질이 끼어 있어도 작동되는 장점이 있다. 거기에 가장 큰 장점인 것은 사격 때 탄 걸림 현상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기관총의 장점 때문에 2차 대전이 끝난 뒤 미국은 이 독일기관총을 도입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미국 방산 업체의 극단적인 폐쇄성과 무성의한 대처로 인해 생산에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이 독일기관총의 장점 중 하나인 벨트방식의 급탄 구조는 M60 기관총에 그대로 적용했을 정도로 명작이라는 말이 부족하지 않을 정도의 탁월한 성능을 자랑하는 기관총이었다.
국방과학연구소가 몇 년간의 노력 끝에 복제에 성공한 MG42기관총은 광무14년(1910년)에 개발되었다는 의미에서 ‘14광무기관총’으로 명명되었고 통상 광무기관총이라고 불렸다.
이 광무기관총은 다행히 러시아와의 전쟁이 벌이지기 직전인 3월부터 양산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전쟁이 시작되기 직전부터 천마1장갑차도 전부 교체될 수 있었고 지금 러시아군을 향해 그 광무기관총이 불을 뿜고 있었다.
쫘라라라라라·······
퍽퍼퍼퍼퍼퍽! 퍽! 퍽! 퍽!······
대한제국군기관총은 처음부터 사람이 아닌 말을 겨냥했고 기관총사격과 동시에 장갑차를 그들이 돌격방향으로 기동하면서 사격을 실시했다.
이렇게 격렬하게 적을 공격하던 어느 순간 맞은편에서 대기하고 있던 1여단이 본격 투입되었다.
쫘라라라라라·······
1여단의 공격전개방식은 2여단과 같아서 러시아기병대 가까이 접근하지 않고 토끼몰이 같이 그들을 3여단이 매복하고 있는 곳으로 몰아갔다.
하지만 러시아기병대도 무작정 말만 몰아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기병들 대부분이 탁월한 기마술로 정평이 난 코사크기병대였기 때문에 엄청난 속도로 말을 달리면서도 소지한 소총으로 사격을 가했고 총탄은 무수하게 천마장갑차를 맞춰댔다.
탕! 탕! 탕! 탕!·······
팅! 팅! 팅! 팅!·······
하지만 1km가 넘는 거리에 있는 대한제국군을 상대하기에는 쓸데없는 헛발질에 불과했다.
두두두두두두······
1·2여단이 좌우에서 포위해서 무차별 난사를 가하자 러시아기병대는 마치 도미노가 넘어가듯 무수히 쓰러져갔다. 하지만 기관총소리와 지축을 뒤흔들고 있는 말발굽소리는 그들이 죽으면서 내지르는 비명소리를 모두 묻어 버렸다.
카프카스코사크기병사단의 이바노프 사단장은 러시아기병대의 선두를 이끌면서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상하군. 우리 진형을 흔들려면 반드시 중심으로 파고들려는 시도를 해야 하는데 이건 마치 우리를 유인하는 것 같잖아? 어떻게 된 일이지?’
이바노프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무작정 돌격하던 속도를 줄이려고 손을 들려고 할 때 달리는 말발굽사이에서 병사들이 다급하게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적기다!!”
“적의 비행기다!!!”
이곳저곳에서 터지는 다급한 함성소리에 이바노프 소장이 하늘을 올려다보니 수십 대의 전투기가 자신들을 향해 날아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거 큰일이다.’
이바노프 소장은 창공전투기를 보자 조금 전 속도를 줄이겠다는 생각을 온데간데없이 최대한 빨리 전장을 벗어나기 위해 말에게 더욱 더 박차를 가했다.
“하아~”
그가 탄 말은 더욱 속도를 높아졌고 뒤에 있는 기병들도 위기를 느끼자 더욱 속도를 올리면서 그의 뒤를 따랐다.
창공비행단장 노백린 중좌는 대한제국장갑차여단이 러시아기병대를 포위하듯 몰고 있는 것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한 달여 동안 수없이 많은 출격을 해오면서 그의 비행단 조종사들의 비행술은 엄청나게 늘어났다.
조종사들에 비해 전투기가 적어서 그동안 교대로 출격을 감행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 새로 20대의 전투기가 보급되면서 교대하던 조종사들이 모두 이번에 자신의 전투기를 배정받아 첫 출격을 나선 것이다.
노백린이 무전을 열었다.
“단장이다. 보다시피 지상에서 장갑여단이 러시아기병대를 몰고 있다. 우리는 미리 숙지한 대로 2기 1편대진형으로 적을 공격한다. 공격은 내가 먼저 시작하겠다.”
이렇게 지시를 마친 노백린은 날아오던 기세로 바로 진형을 이탈했고 그의 전투기의 뒤를 이어 한 대의 전투기가 바로 뒤를 따랐다.
애앵~~
창공전투기 특유의 엔진 음을 내면서 노백린은 러시아기병대를 향해 급강하했다.
“하아! 하아!······”
이바노프 소장은 하늘에서 전투기들이 자신들을 향해 날아오자 더욱 더 말에게 박차를 가했다.
타타타타타타····· 퍼퍼벅! 퍽! 퍽!·····
애앵~~
노백린은 어느 순간 지상을 향해 기총을 난사하기 시작했고 어느 정도 기총을 쏜 후에는 추락을 방지하기 위해 바로 기수를 올렸다.
타타타타타타····· 퍼퍼벅! 퍽! 퍽!·····
애앵~~
이어서 편대원의 전투기도 똑 같은 방식으로 기총을 난사한 후 그를 따라 하늘로 솟구쳤다.
이것이 시작이었다. 40대의 전투기는 세 무리로 나눠 돌진하고 있던 러시아기병대에게 거의 재앙에 가까운 피해를 입히기 시작했다.
지상에서의 기관총사격과 하늘에서의 기총사격은 그 파괴력이 훨씬 컸기 때문에 기총사격은 달리고 있는 말을 관통하고 뒤에 있는 말까지 죽일 정도의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타타타타타타····· 퍼퍼벅! 퍽! 퍽!·····
애앵~~
창공전투기의 비행술은 마치 곡예를 하듯 기총을 난사하고 솟구치고 다시 회전해서 기총을 난사하고 솟구치는 비행술은 현란하다고 느낄 정도였다.
러시아기병대는 계속된 1·2여단의 장갑차의 기관총사격에 무수한 인명피해를 당하면서 계속 시달리고 있었는데 창공전투기까지 새로 가세하자 진형이 급격히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이들에게는 또 다른 지옥이 기다리고 있었다.
신기철 단장은 장갑차의 포위공격과 창공전투기의 기총공격을 당하면서도 무섭게 돌진하는 러시아군을 내려다보며 혀를 찼다.
“쯧쯧, 지금이라도 말머리를 돌리면 될 텐데 정말 무모하게 앞으로만 돌진하는군.”
부기장 조명석 상위가 거들고 나섰다.
“저들로서는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이곳을 무조건 통과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더구나 이제는 기계화여단이 뒤를 따라오고 있어서 돌아가기도 쉽지 않습니다.”
조명석의 말대로 1·2여단의 장갑차는 전 속력으로 달리는 기병에 조금씩 뒤처지고 있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소쿠리 같이 형태로 러시아기병대를 포위한 형국이 되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우리도 준비하자.”
“알겠습니다.”
신기철이 무전기를 들었다.
“러시아기병대가 곧 우리가 머물고 있는 곳까지 내려 올 것이니 순차적으로 폭탄투하를 실시한다. 선공은 내가 먼저 한다. 출발한다.”
지시를 마친 신기철은 그동안 정지비행을 하며 대기하던 비행선을 앞으로 이동시켰고 그가 이끄는 20척의 비행단도 서서히 전방으로 운항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