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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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바노프 소장은 불과 몇 십 분의 공격에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는 자신의 부대를 보며 분통이 터졌지만 어쩔 수 없었다.

“더 빨리 달려라. 저들의 총탄이 무한정 있는 것은 아니다!!”

무서운 속도로 질주를 하고 있었기에 다른 사람에게 잘 들리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이바노프는 자신에게 다짐을 하듯 계속해서 소리쳤다.

“빨리, 빨리!!”

기병의 속성상 보유한 무장이 소총과 칼뿐이었기에 학살에 가까운 피해를 당하면서도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최대한 빨리 달려 전장을 벗어나는 길 뿐이었다.

그렇게 부하들을 독려하며 달리던 이바노프는 뭔가 서늘한 느낌이 들어 하늘을 올려보자 커다란 폭탄이 줄줄이 떨어지는 것을 발견했다.

“아! 폭탄이다!!”

깜짝 놀라 자신도 모르게 소리치며 말머리를 틀려고 하는 순간 공중에서 엄청난 폭발음이 들렸다.

꽝!~ 쫘악~~~~~

이바노프는 순간 달리고 있는 자신의 몸을 수없이 많은 무언가가 뚫고 지나가는 느낌을 받으면서 그대로 절명했다.

꽝!~~ 쫘악~~~~

웅비호가 투하한 폭탄은 대부분 자탄이 폭발하는 집속탄이었다. 달리는 기병대의 머리위에서 폭발한 집속탄의 자탄은 당연히 엄청난 파괴력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완전히 노출된 상태인 기병대에게 폭탄 한 발이 축구장 한 면 정도는 가볍게 넘는 몰살시키는 위력의 집속탄은 개활지의 기병대에게는 거의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웅비에서는 간간히 네이팜탄도 투하되었다. 

그것은 불을 무서워하는 짐승의 속성을 이용하여 러시아기병대가 3여단이 매복한 곳으로 몰기 위해서였다.

“여단장님. 적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망원경으로 이미 전장을 살펴보고 있었던 3여단장 이동휘는 러시아기병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있었다.

두두두두두·······

이동휘는 아직도 지축을 뒤흔들며 달려오는 러시아기병대의 진격에 혀를 내둘렀다.

“오면서 상당한 피해를 입었을 텐데 아직도 이 정도라니 기병대의 위력이 대단하구나.”

“이전 같았으면 7만의 기병병력은 수십만의 보병으로도 막기가 어려웠을 겁니다.”

“하긴 기병과 보병은 1:10이란 말이 있을 정도였으니 정말 대단하구나. 대단해.”

“그래도 이제는 한낮 표적에 지나지 않습니다.”

“참모장의 말대로 이 시대는 이제 기병은 의미가 없어. 오늘의 전투가 외부에 알려지면 아마도 보병의 병력운용 면에서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 해 질 거야.”

“기병이 없어지겠죠?”

“그렇게 되겠지. 군마육성과 기마병양성에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는데 이제 한낮 표적지 신세라는 것을 알게 되면 어느 나라가 막대한 예산을 퍼부어가면서 기병을 양성하려고 하겠어.”

그렇게 긴장을 풀기 위해 잠시 한담을 나누던 이동휘는 적이 어느 정도 다가오자 참모장에게 지시했다.

“다행이 1·2여단이 몰이를 잘해 줘서 적병이 우리가 매복한 곳으로 들어올 것 같으니 계획대로 작전을 진행하라는 지시를 내리게.”

“예, 여단장님.”

송명도 상병은 적이 다가온다는 연락을 받기 전부터 땀으로 손은 물론 온 몸이 젖어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이한기 중사가 등을 두드려 주며 격려했다.

“송 상병, 내가 지시할 때 격발기를 누르기만 하면 되니 너무 긴장하지 마라.”

“예, 중사님.”

이한기의 말에 씩씩하게 대답은 했지만 송명도 상병은 시간이 지나면서 속까지 울렁거렸다.

‘젠장, 누르기만 하면 되는데 왜 이렇게 긴장이 되는 거야. 땀이 나다 못해 이젠 속까지 다 울렁거리잖아.’

그때 옆에 있던 부사수 이민호 일병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힘들면 제가 할까요?”

송명도 상병은 이민호 일병이 자신의 긴장된 모습을 걱정해서 하는 말이지만 오늘따라 왠지 그 입을 한 대 쥐어박고 싶었으나 꾹 참았다.

“아니, 괜찮아.”

“긴장을 많이 하셔서 그런지 땀을 너무 많이 흘리고 계십니다.”

송명도는 축축한 손바닥을 바지에 닦으며 말했다.

“긴장이 되는 것 사실이지만 이건 내가 맡은 임무야.”

그러면서도 눈을 전방에서 떼지 않았다. 이들이 있는 곳은 3여단 기관총매복지입구였다. 6월의 몽골초원은 이제 막 풀이 자라는 시기라 가까이에서 살펴보지 않으면 위장포를 덮어 위장한 매복지를 적이 발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망원경으로 전방을 살펴보던 이한기 중사가 어느 순간 소리쳤다.

“온다.”

그 소리에 송명도는 고개를 앞으로 내밀었다.

두두두두두두··········

어느 순간 몸이 먼저 적이 온 것을 알아챌 정도로 땅이 진동했다.

‘이야!~ 기병 돌격이 대단하다더니 정말 지축이 울리는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전방을 살펴보고 있을 때 자욱한 먼지가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것이 보였고 이어서 러시아기병대가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한기가 서둘러 주의를 주었다.

“절대 내 명령 없이 먼저 격발기를 누르지 마라.”

“알겠습니다.”

“무조건 기다려!”

“예.”

이렇게 거듭해서 주의를 한 이한기 중사가 이제는 망원경을 내려놓고 전방을 주시했다. 이렇게 말은 했지만 그 자신도 긴장되었다.

‘송 상병에게 긴장하지 말라고 했지만 나도 긴장되긴 마찬가지네.’

그러면서 슬며시 땀으로 흥건한 손을 바지에 닦았는데 그 모습을 송명도가 보게 되었다.

‘이 중사님도 긴장되시나보구나.’

이한기 중사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긴장하고 있는 모습을 보자 송명도 상병은 한결 마음이 가라앉았다. 

이들이 이렇게 전방을 주시하고 있을 때 러시아기병대를 향해 무섭게 쏟아지던 폭격이 어느 순간 끝이 났다. 

카프카스 코사크기병사단의 연대장인 세묘노프 대령은 이바노프 사단장이 폭사한 뒤 기병대의 선두에서 병력을 이끌고 있었다. 세묘노프 대령의 얼굴은 전투가 시작되면서 일방적인 공격을 받은 탓에 거의 흙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불과 얼마 지나 않은 시간에 지상과 공중에서 상상할 수 없는 공격을 받은 러시아기병대는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곧 장군으로 진급할 세묘노프 대령은 숱한 전투에 참전했었지만 그의 솔직한 심정은 두려웠다.

‘정말 무섭구나. 일본의 식민지라고만 알고 있었던 한국이 언제 이런 막강한 군사력을 갖추고 있었단 말인가.’

그는 최대한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야 공격을 하던 퇴각을 하던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신없이 질주하고 있을 때 세묘노프 대령은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이상하네? 갑자기 폭격이 중단 되었잖아?’

그런 생각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비행선이 서서히 멀어지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됐다. 드디어 폭탄이 떨어졌는가 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돌진하는 속도를 조금 줄이면서 뒤를 따르던 사단참모장 이르만 대령에게 속도를 줄이라고 말하려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이었다.

“눌러!”

이한기 중사가 소리치자 송명도 상병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격발기를 힘껏 눌렀다.

쾅! 쾅! 쾅!······

순간적으로 10발의 클레이모어가 그대로 폭발했다. 

세묘노프 대령은 고개를 돌리는 순간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수십 미터 뒤에서 자신을 따르던 이르만 대령의 몸이 찢겨나가듯 터지는 모습에 경악했다. 

“이르만 대령!!!”

하지만 이것은 시작이었다.

“사격 개시.”

송명도 상병의 클레이모어격발이 신호였다. 

송명도가 클레이모어를 설치한 지점은 매복지의 중간 정도 되는 곳이었다. 송명도에 의해 처음으로 클레이모어가 폭발하는 것을 신호로 매복해 있던 기관총진지가 일제히 열리면서 러시아기병대를 향해 교차사격을 감행했다.

타타타타타타····· 퍼퍼벅! 퍽! 퍽!·····

3여단의 공격방식은 적의 선봉에 먼저 타격을 입히는 방식이라 순식간에 러시아기병대의 선두가 공격을 당하면서 매복지 가운데에서 독안에 든 쥐와 같이 갇혀버렸다.

그리고 그들의 뒤로 1·2여단의 장갑차가 계속 총격을 가하며 밀고 내려오고 있었기 때문에 러시아기병대는 순식간에 뒤엉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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