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60 회: 8권-14화 --> (260/268)

<-- 260 회: 8권-14화 -->

쫘르르르르르·······

“으악!~” 히히힝~~

“말 잡아.”  

퍼퍼벅! 퍽! 퍽!·····

뒤엉킨 러시아기병대를 향해 광무기관총은 특유의 발사음을 토해내면서 엄청난 연사능력을 그대로 발휘하면서 기병들을 벌집으로 만들어갔다.

쫘르르르르르·······

쾅!!~ 후드득~~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설치되어 있는 클레이모어는 계속 터졌고 100m의 유효사거리답게 러시아기병대에 눈덩이 같은 피해를 입혔다. 그래도 용케 지뢰지대를 벗어나는 병력들이 있었지만 기다리고 있던 광무기관총은 절대로 그들을 그대로 보내지 않았다.

그렇게 수십 분의 시간이 지났다.

“사격중지!!” 

“사격중지!!”

드디어 이동휘의 입에서 사격중지 명령이 떨어졌다. 그러자 무지막지하게 러시아기병대를 향해 사격을 가하던 기관총소리가 순간적으로 잦아들었다.

처음 클레이모어를 터트리고 참호에서 전장을 바라보고 있던 송명도 상병은 사격중지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참호를 뛰어올라가 전장을 살폈다. 

“아!!~~”

비록 1km가 넘는 거리라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전장에 서있는 러시아기병대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겼다!!”

그때 누군가 소리쳤다.

그러자 3여단 병력은 물론이고 천마장갑차에 타고 있던 1·2여단의 병력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와아!!!!!”

서로 얼싸 않고 소리를 지르고 또 눈물까지 흘리면서 믿을 수 없는 대승일 기뻐했다. 

“대한제국만세!!!” 

“만세!!!”······

사단병력이 내지르는 함성은 드넓은 후룬베이얼평원을 가득 매울 정도로 우렁찼다.

송명도 상병은 갑자기 화약 냄새에 속이 메슥거렸다. 그러다 바람에 실려 온 너무도 역겨운 피비린내를 훅하고 맞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뒤로 달려가서는 그대로 속을 게웠다.

“우웩~~ 우웩.”

송명도는 토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이상하게 승전을 했는데도 기쁨보다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는 것이었다. 송명도는 스스로도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그럴수록 눈물은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렸다.

그때 그의 등을 누군가가 두드려 주었다.

탁! 탁! 탁!

“괜찮나?”

이한기 중사였다. 송명도는 그에게 괜찮다고 말을 해주려고 했으나 그 말보다 울음이 먼저 터져 나와서 대답도 못하고 눈물만 흘렸다.

“········”

“후!~”

이한기 중사는 속을 게워내고도 울음을 멈추지 못하고 있는 송명도 상병에게 아무런 위로의 말도 하지 못하고 한 숨만 내쉬면서 등을 두드려 주기만 했다. 

그런 그들의 뒤로 이민호 일병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서 있었고 그 이민호 일병의 뒤로는 아직도 온 평원을 가득 메우는 함성소리가 끝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만세!!” “만세!!”······

훗날 북방쟁패최대격전이라 불리면서 기병대가 역사에서 퇴장하게 되는 결정적계기를 만들었다고 평가되는 후룬베이얼전투가 이렇게 러시아기병대의 전멸로 막이 내렸다. 

러시아원정군총사령관 폴리바노프 대장은 전령이 전하는 믿어지지 않는 보고를 들으면서 몇 번이고 거듭해서 확인했다.

“그 많은 병력이 전멸을 했다는 말인가?” 

며칠 간 잠도 못자고 말을 달려온 전령은 지치고 피곤했지만 너무도 엄청난 결과를 전하고 있었기에 폴리바노프 총사령관의 거듭된 확인에도 성실하게 대답을 해주었다.

“그렇습니다. 각하.”

“정말 7만 명이 전부 전멸했다는 말인가?”

“뒤에서 병력을 지휘하려고 지휘부에 남아있는 수백 명을 재외하고는 전멸했습니다.”

“허, 허어~”

커다란 덩치의 폴리바노프 대장이 탄식과 함께 의자가 부서질 듯 그대로 주저앉자 튼튼한 의자가 비명을 내질렀다.

털썩! 삐걱~~

폴리바노프 대장이 넋이 나간 듯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자 세 명의 군사령관 중 에베르트 2군 사령관이 믿어지지 않는 표정을 하며 입을 열었다.

“아무리 기병대기습이 적에게 노출되었다고 해도 소수병력도 아니고 어떻게 7만 명의 병력이 한 나절 만에 몰살 할 수 있는지 정말 믿어지지가 않는 구나.”

참모장 알렉세이에프 대장이 한숨과 함께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후~~ 지난번에도 극동군기병대 수만 명이 일본군의 기관총에 도륙이 난 적이 있지 않습니까. 제 생각에는 아마 그와 같은 경우를 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더구나 한국군에게는 장갑차와 비행기까지 모조리 동원된 전투입니다. 우리 기병대가 궤멸 된 것은 어쩌면 이미 예고된 일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참모장 알렉세이에프 대장의 의견에 지난번과 달이 이번에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이들 모두는 공군과 장갑차가 있는 대한제국과의 전투가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7만 명의 기병대가 전멸될 것이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러시아기병대의 기습공격은 밀리고 있는 전황을 단숨에 뒤엎을 기대를 한 몸에 안고 시작된 작전이었으나 너무도 어이없이 전멸이라는 결과로 돌아왔기 때문에 러시아군 최고지휘관들은 누구도 쉽게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전쟁은 침통한 심정에 빠진 이들을 그대로 놓아두지 않았다. 갑자기 방문이 열리고 참모 한명이 황급히 뛰어 들어왔다.

“총참모장각하, 큰일 났습니다.”  

알렉세이에프가 그를 질책했다.

“무슨 일인데 이렇게 사령관들 계신 앞에서 호들갑인가?”

하지만 참모는 질책에 아랑곳하지 않고 서둘러 보고부터 했다.

“한국군이 아군기병대를 전멸시킨 장갑차부대를 선두로 국경을 넘어 북진하고 있다는 척후병의 보고입니다.”

알렉세이에프 대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뭐라고? 적군이 장갑차부대를 선두로 북진을 해 온다고?” 

“그렇습니다.”

“후룬베이얼평원에서 만저우리까지 거리가 얼마인데 철갑을 둘러서 무거운 장갑차가 벌써 적의 본진과 합류했다는 말이냐?”

“장갑차는 말과 달리 기계라서 장시간 쉼 없이 기동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생각지도 않은 대한제국군의 빠른 북진에 알렉세이에프 대장이 흥분해서 소리쳤다.

“정말 큰일이구나. 기병대를 전멸시킨 장갑차를 어떻게 막는다는 말인가.”

3군 사령관 브루실로프 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총사령관 폴리바노프에게 제안했다.

“일단 적의 예봉을 우리 3군이 막고 있겠으니 총사령관 각하께서는 나머지 병력을 수습해 대응전략을 수립하십시오.”

대한제국군이 북상한다는데 총사령관 폴리바노프 대장도 마냥 넋을 잃고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알겠네.”

폴리바노프의 대답을 들은 브루실로프 대장은 황급하게 밖으로 나가 말을 타고 자신의 부대로 달려갔다. 그렇게 자신의 본대로 돌아온 브루실로프는 급하게 사단장들에게 지시해 부대를 넷으로 나눈 뒤 철조망과 함정을 파는 등 각종방어선을 구축하면서 방어태세에 돌입했다.

대한제국 북방군기계화사단은 러시아기병대를 전멸시킨 후 전장수습을 후방부대에 넘기고는 그대로 병력을 이동했다. 평원지대에서 거칠 것 없이 이동한 장갑차는 다음날 오후 만저우리에 도착할 수 있었고 동료장병들의 열렬한 환영도 받았다. 

이렇게 만저우리에 도착한 기계화사단은 하루 동안 푹 쉰 뒤 전군과 함께 드디어 북진을 시작했다.

선두에선 기계화사단의 진격은 거칠 것이 없었다.

만저우리를 출발한 북방군은 국경을 넘어 러시아국경도시인 자바이칼스크를 간단하게 점령한 후 70여km 떨어진 적의 본진이 있는 보르자를 향해 다시 북상했다.

그르르릉~~

북진하는 선봉에서 병력을 이끌고 있는 기계화여단 송요섭은 아주 기분이 좋았다. 그가 이렇게 기분이 좋은 것은 러시아기병대와의 전투에서 적을 전멸시킨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장병들의 피해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인명피해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피해는 차량전복사고나 오인사격 등에 의해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적과의 교전 중 피해는 거의 전무했다. 

“홍 참모장.”

“예, 사단장님.”

“이렇게만 인명피해가 적게 나면 얼마나 좋겠나.”

“그러게 말입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그게 쉽지 많은 않을 것입니다.”

“아마도 그렇겠지?”

“예 앞으로 시가전도 많이 있습니다.”

송요섭 사단장이 뿌듯한 심정이 묻어나오는 목소리로 말을 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