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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 우리가 지금 하는 북진은 이전에는 상상 속에서도 생각하지 못하던 일이었는데 그게 현실이 되고 있으니 말이야.”
“이제 시작입니다. 우리가 먼저 시작한 것이 아니고 러시아가 먼저 벌인 전쟁입니다. 이번기회에 반드시 북방은 완전히 평정해야 합니다.”
“그래, 앞으로 이런 기회도 쉽게 나오지 않아. 참모장 말대로 이번에 북방을 완전히 평정해야 두 번 다시 외침걱정을 하지 않고 살 수 있을 거야.”
이렇게 말을 한 뒤 송요섭은 북방으로 진격하고 있는 장갑차를 자랑스럽게 바라보았다. 1.000여대의 장갑차와 15대의 흑표전차 그리고 K-9자주포는 위풍도 당당하게 초원을 온통 메우며 전진하고 있었다.
대한제국군이 이렇게 북진을 하고 있을 때 러시아방어선의 최전방을 담당하고 있는 제3 집단군은 이미 각종 방어선을 구축하고는 대한제국군을 기다리고 있었다.
러시아3군의 가장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제25저격사단 사단장 알렉세이 사카로프 소장은 전령이 전하는 보고를 들으며 이맛살을 찌푸렸다.
“적의 장갑차가 그렇게 많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초원 전체가 저들의 장갑차로 도배를 한 채 다가오고 있습니다.”
장갑차의 무력에 기병대가 전멸을 당한 것으로 알고 있던 사카로프 소장이 고개를 저었다.
“이거 정말 큰일이군. 들리는 말로는 소총은 물론이고 기관총도 통하지 않는 괴물이라고 하던데 무엇으로 저들을 상대해야 할지 모르겠어.”
“장갑차가 아무리 단단하다고 해도 우리의 야전포에는 견디지 못할 것입니다.”
참모장의 말에 말도 안 된다며 고개를 저었다.
“움직이는 장갑차를 어떻게 대포로 막아낼 수 있다는 말인가.”
“그래도 집중적으로 포격을 하다보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게 효과가 있을까?”
“효과가 있든 없든 지금으로서는 그 방법 이외에는 대안이 없습니다.”
참모장의 말에도 사카로프 소장은 확신이 서지 않았지만 그가 생각해도 지금으로선 포병으로 대응하는 방법밖에는 없다는 생각을 했다. 사카로프 소장이 결심을 하고는 참모장에게 지시를 내렸다.
“지금 우리가 보유한 야포로는 아무래도 부족할 것 같으니 귀관은 지금 즉시 사령부에 연락해 포병을 대폭 지원하도록 요청하라.”
“예, 각하.”
참모장이 서둘러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며 사카로프 소장은 근심어린 얼굴로 혼자 중얼거렸다.
“장갑차 같은 최신무기를 보유한 한국군인데 야포도 우리보다 우수한 포를 보유하지는 않았는지 모르겠구나. 만일 그렇다면 숨을 곳도 별로 없는 이 허허벌판에서 대 포병사격(對砲兵射擊)을 당한다면 아군 포대는 괴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을 텐데 그것도 걱정이로구나.”
이런 저런 고민을 하며 독백을 하던 사카로프 소장이 군막을 제치고 밖으로 나왔다.
러시아군은 이전에 만주에서 일본군과 전투를 벌일 때는 참호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었었다. 그러나 이제는 참호에 대해 아주 잘 숙지하고 있어서 이번 전쟁에서는 참호를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그랬기에 지금 사카로프 소장이 바라보고 있는 벌판에는 이중 삼중으로 아주 잘 만들어진 참호와 그 참호를 연결하는 교통호가 마치 거미줄 같이 늘어서 있었다.
“남진하는 동안 폭격을 당해 병사들을 절반이상을 잃은 것이 참으로 아쉽구나. 이럴 때 병사라도 많았으면 병력숫자로라도 밀어붙일 수가 있었을 텐데 말이야.······”
이렇게 독백을 하던 그의 눈에 웅비비행선이 떠 있는 것이 들어오자 주먹을 쥐고 흔들며 하늘에 대고 소리쳤다.
“저 놈이 원흉이야. 저 놈이 원흉!”
그가 하늘을 보고 주먹을 흔들며 소리치는 모습을 하늘에 떠 있던 웅비4호 기장인 이평진 소좌의 눈에 들어왔다.
“저거 지금 우리보고 욕하는 거 같지?”
부기장 홍윤석 상위가 웃으며 대꾸했다.
“그동안 당한 게 있어서 저러는 가 봅니다.”
“아~ 이럴 때 포탄을 싣고 와서 불벼락을 내려야 하는데 아깝네. 아까워.”
“아까워도 어쩔 수 없습니다. 오늘은 정찰이 주 임무라서 폭탄을 싣고 오지 않았습니다.”
홍윤성이 마치 놀리는 것처럼 말을 하자 사무장 양상수 상사가 웃으며 이평진을 거들고 나섰다.
“기장님, 예비용 포탄이 있는데 그거라도 떨어뜨릴까요?”
“무슨 소리야? 그걸 사용하면 돌아가서 사유서를 작성해야 되잖아.”
“그렇기는 하지만 밑에서 약을 올리는 자가 고위급지휘관인 것 같아서 사용했다고 보고서를 작성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지휘관?”
“예, 아무래도 사단장으로 보이는데요?”
“사무장, 화면 당겨보게.”
양상수 상사가 화면을 당겨주자 화면에는 밑에서 욕을 하는 자의 군복이 장군복장인 것이 확인되었다. 러시아군은 이때까지도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사병과 장교 그리고 장군들의 군복이 각각 달랐다.
“정말이네? 저게 정말 미쳤나. 장군이란 자가 폭격도 겁내지 않고 밖으로 다 기어 나오고?”
이평진이 이렇게 험한 소리를 하는 것은 초기 폭격 때 러시아장성들과 장교들이 병사들과 다른 군복으로 인해 집중적으로 폭격을 당하자 그 뒤로는 웅비비행선이 떠 있으면 군막을 벗어나지 않고 조심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답답하다고 군막을 나온 사카로프 소장이 웅비에게 제대로 걸린 것이다.
“어떻게 할까요?”
“어떻게 하긴 당연히 떨어트려야지. 폭탄 창 개방.”
“폭탄 창개방합니다.”
폭탄 창이 개방되었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이평진이 조종석 앞에 있는 폭격조준기를 끌어당겼다.
그러기를 얼마 후 지상의 사카로프 소장의 군막이 조준기의 십자조준선에 정확하게 걸리자 이평진은 서슴없이 폭탄투하레버를 잡아당겼다.
사카로프 소장은 아무생각 없이 웅비4호를 보며 투덜대다가 갑자기 머리위에서 폭탄이 투하되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라며 그 자리를 피하기 위해 무작정 도망쳤다.
콰앙!!!~~
“으아악!~”
하지만 얼마가지 못하고 그는 등 쪽에 어마어마한 충격을 받으면서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3군사령부로 가기 위해 사단장군막을 나와 말을 타고 가던 제 25저격사단참모장 메흐만도로프 대령은 폭발소리에 놀라 황급히 몸을 돌렸다. 방금 전에 그가 나온 사단장군막은 폭격을 받아 완전히 박살이 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사단장님!!”
메흐만도로프 대령이 깜짝 놀라서 소리치며 황급히 다시 돌아왔으나 사카로프 소장은 이미 불귀의 객이 되어 있었다. 그것도 형체를 거의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시신을 남긴 채 폭사당한 것이다.
“아아~~ 이럴 수가~~.”메흐만도로프 대령은 너무도 허망하게 폭사한 사카로프 소장의 시신을 보면서 잠시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다가 그래도 참모장이란 직책을 맡은 군인답게 바로 정신을 차렸다.
“사단장님의 시신을 수습하라.”
메흐만도로프 대령의 지시가 있자 주변에 몰려든 장병들은 서둘러 그의 시신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부하들이 사단장의 시신을 수습하는 모습을 본 메흐만도로프 대령은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봤다. 단 한발의 폭격이었지만 수십 개의 군막이 폭격의 여파로 거의 황폐해진 것이 눈에 들어오자 메흐만도로프 대령이 지시를 내렸다.
“폭격에 당한 사상자가 더 있는지 살펴봐라.”
그의 지시가 있자 옆에 있던 장병들이 빠르게 무너지고 불탄 군막으로 다가갔다.
이러한 모습은 고스란히 웅비4호에 의해 촬영되었고 웅비4호는 잠시 상공에서 그 장면을 촬영하고는 기체를 서서히 이동시켰다.
대한제국군은 북진을 하는데 있어서 절대 무리하지 않았다. 그것은 보르자의 러시아군이 거의 고립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베리아횡단철도는 전쟁이 시작되고부터 무차별 폭격을 받아 이르쿠츠크에서 치타까지의 노선은 새로 노선을 깔아야 할 정도로 철저히 파괴시켰다.
더구나 바이칼노선은 이제 철길을 다시 놓을 수 있을지를 걱정할 정도로 폭격으로 인근 지형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거기다 얼마 전부터는 범위를 넓혀 이르쿠츠크에서 서진하면서 철도를 폭격하는 중이었고 서진한 거리가 이제는 1,000km가 넘게 진행 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