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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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의 폭격은 전쟁이 벌어지고 두 달동안 거의 매일 진행되었다. 이렇게 되자 중앙시베리아에서는 말을 타거나 우마차를 이용해야 하는 이십년 전 시대로 되돌아가 있었다. 

자연히 군수물자는 극심하게 부족한 사태가 벌어졌고 이십만 명에 달하는 추가지원 병력은 이동에 제동이 걸려버려 이르쿠츠크에 발이 묶였다. 

이러한 상황이었기에 대한제국북진은 주변을 완전히 장악하면서 차곡차곡 전진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일부러 속도를 늦추는 것은 아니었기에 북진하고 사흘이 되자 보르자전방에 있는 러시아군의 1차 방어선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사단장님. 10km전방에 적의 방어선입니다.”

송요섭이 망원경을 들어 전방을 살폈다. 

“철조망도 그렇고 참호도 그렇고 나름대로 상당히 준비가 되어 있어.”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천마1장갑차는 전부 뒤로 물리고 천마2장갑차와 흑표가 선두에 선다. 그리고 천마2장갑차에 탑승한 3여단 병력을 전부 하차시키고는 적의 함정에 대비해 흙주머니를 싣도록 하라.”

“알겠습니다.”

송요섭의 지시로 부대재편이 빠르게 진행되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참모장 홍영기 대좌가 보고했다.

“사단장님. 부대재편을 마쳤습니다.”

보고를 받은 송요섭이 다음 지시를 내렸다.

“적의 포병이 대폭 확충되었다고 하던데 적의 포병좌표는 확인 되었나?”

“곧 웅비호가 보내준다고 공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웅비는 언제 도착하는가?”

“삼십분 정도 있으면 도착합니다.”

“알겠다. 잠시 이곳에서 휴식을 취한다. 우리 사단의 공격은 K-9포대가 적의 포대에 대한 포격을 마치는 시점을 공격시점으로 한다. 참모장은 이와 같은 사항을 군사령부와 예하여단에게 통보하도록 하라.”

“예, 사단장님.”

송요섭이 지시가 있자 홍영기는 황급히 지휘차량을 내려가 바로 옆에 있는 사단통신대로 갔다.

백병전의 영웅인 김혁 상좌는 자신이 이끄는 북방군 1사단 제2연대와 함께 기계화사단의 바로 뒤를 따라 북진하고 있었다. 김혁 상좌는 기계화사단이 잠시 휴식을 취한 뒤 공격한다는 연락을 본부로부터 수령하자 턱 끈을 풀고는 쓰고 있던 철모를 벗었다. 

그 모습을 보고 연대참모장 이수영이 웃었다.

“철모가 많이 불편하신 가 봅니다.”

김혁이 질린 표정을 지었다.

“머리를 방어하는 데는 좋을지 몰라도 무게가 많이 나가고 불편해서 아직은 적응이 쉽게 되지가 않아.”

대한제국군은 러시아와의 전쟁을 시작하면서 철모를 본격적으로 보급했다. 하지만 이전의 신군이 쓰던 헬멧처럼 특수플라스틱으로 만들 기술이 아직 없었기에 보급되는 철모는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처음 보급되는 철모는 당연히 무거웠고 내부의 플라스틱헬멧도 있어서 김혁과 같이 구대한제국군출신들에게 철모란 무겁고 불편하기 짝이 없는 군수품에 불과했다.

“무겁고 불편하긴 하지만 철모는 앞으로 아군들의 수많은 생명을 구하는 구명줄역할을 톡톡히 할 것입니다.”

“그거야 당연히 그렇겠지만 무게가 만만치 않아서 아직은 어색하기만 해.”

이렇게 말을 하면서 김혁은 철모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대한제국군에 보급되고 있는 철모는 이전시대 명품으로 각광을 받은 슈탈헬름이란 이름으로 불렸던 독일군철모와 똑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러시아제25저격사단의 포병연대장인 로마노프스키 대령은 3군의 모든 부대에서 끌어 모은 수백 문의 야포와 중포가 늘어선 모습을 보며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않고 있었다. 그러한 모습을 본 포병1대대장 쥬라프스키 중령이 염려스러운 표정으로 질문했다. 

“연대장님,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습니까? 안색이 편치 않아 보이십니다.”

로마노프스키 대령은 대답을 하면서도 얼굴을 펴지 않았다.

“전군에 있는 대포를 너무 한 곳에만 모아놓은 것 같아서 걱정이 되어서 그래.”

“한국군의 침공을 공격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돌아가신 사단장께서 지시하신 일입니다. 적의 장갑차를 격파하기 위해서는 집중포격을 하는 것이 최선이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이런 포진은 문제가 있어. 만일 적의 폭격공격이라도 받게 되면 우리 포병은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하잖아.”

“그런 생각이 있으시면 군사령관각하께 부대배치변경에 대해 건의를 드려보시지 그러십니까?”

로마노프스키 대령은 고개를 저었다.

“후~ 이미 건의했지 왜 안했겠나. 하지만 장갑차의 공격을 격파하려면 대포의 집중포격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하시면서 그대로 강행하라고 명령을 내리셨어.”

로마노프스키 대령의 생각과는 달리 포병1대대장 쥬라프스키 중령은 폭격에 대한 위험부담을 감안하더라도 장갑차에게는 집중포격을 하는 것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폭격에 대비해서 어느 정도 포간거리를 띄워서 진지를 구축해 놓는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더구나 우리 군으로서는 적의 장갑차를 막을 방법이 집중포격밖에는 없으니 어느 정도의 위험은 감수해야 한다고 봅니다.”

쥬라프스키 중령이 이렇게 말을 했어도 로마노프스키 대령의 고개는 좌우로 저어지기만 했다.

“적이 눈앞에 와있어서 어쩔 수는 없지만 전군의 포대를 이렇게 모아 놓는 것은 미친 짓이야. 위험부담이 너무 많아.”

두 사람이 이런 말을 주고받고 있을 때 그들의 머리위로 웅비비행선 1척이 정찰을 위해 다가왔다.

그러자 쥬라프스키 중령이 황급하게 로마노프스키 대령에게 말했다.

“피하십시오. 저렇게 정찰하는 비행선이 우리군의 장성과 고급지휘관을 노린다고 합니다.”

로마노프스키 대령도 그 말을 들었던 터라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황급히 방공호로 대피했다.

하지만 웅비비행선은 다른 목적이 있었다. 기장인 이평진 소좌는 지상을 내려다보며 혀를 내둘렀다.

“히야~ 정말 많이도 가져다 놓았구나.”

그가 내려다보는 지상에는 5백여 문의 대포들이 오와 열을 거의 정확히 맞춰 포진해 있었다. 

“만일 저 대포들이 동시에 포격한다면 아군 장갑차도 상당한 피해를 입겠는데요?”

부기장 윤석환 상위의 질문에 이평진 소좌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그렇겠다. 잘 못하다가는 큰일 나겠어.”

그러면서 그는 양상수를 불렀다.

“양 상사,”

“예, 기장님.”

“지상에 있는 러시아포병이 전부 잡힐 수 있도록 촬영할 수 있겠나?”

그러자 촬영장비로 잠시 지상을 내려다보던 양상수가 대답했다.

“고도를 조금 더 높여 주십시오.”

양상수의 말에 이평진은 그 자리에서 바로 비행선의 기체를 수직 상승시켰다. 

그렇게 얼마동안 상승했을 때였다.

“잡히기 시작합니다. 조금만 더 올라가십시오.”

이윽고 더 기체가 상승하자 양상수가 소리쳤다.

“됐습니다.”

“전부 다 나오나?”

“예, 기장님.”

“그럼, 촬영장면을 그대로 북방군 본부로 전송해주도록 해.”

“그렇게 하겠습니다.”

양상수가 촬영한 화면은 군 본부로 바로 전송되었다. 북방군의 작전참모부에서는 전송되어 오는 화면에 미리 웅비호가 항공 촬영해 놓은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된 작전지도에 그대로 대입하였다.

화면은 바로 겹쳐졌고 이 화면은 다시 작전지도의 축적에 맞춰 다시 조정되었다. 그러자 작전참모부에 소속된 장병들은 500문의 러시아대포의 좌표를 순식간에 만들어 냈으며 이렇게 생성된 좌표는 기계화사단으로 실시간 전송되었다.

기계화사단통신대장은 좌표가 전송되자마자 황급히 송요섭에게 보고했다.

“사단장님, 본부에서 러시아포병의 좌표를 보내왔습니다.”

송요섭은 반색을 하며 바로 지시했다.

“귀관은 그 좌표를 즉시 K-9포대로 송신하게.”

“알겠습니다.”

500여 문이나 되는 러시아포대의 좌표는 하나도 빠짐없이 K-9포대에 전달되었고 15대의 자주포는 수신된 좌표를 나눠 각자의 사격통제장치에 좌표를 전부 입력했고 모든 입력이 끝나는데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다. 

드디어 신군의 최신군사기술이 전장에서 첫 선을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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