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3 회: 8권-17화 -->
잠시 후 K-9포대에서 모든 좌표의 입력을 마쳤다는 보고가 올라오자 참모장 홍영기가 송요섭 사단장에게 보고했다.
“사단장님, K-9포대가 좌표입력을 모두 마쳤다는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송요섭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지금 즉시 포격을 실시하라는 명령을 하달하라.”
“예, 알겠습니다.”
쾅!~
송요섭의 명령에 K-9포대에서 초탄이 발사되었다. 그리고 잠시 후 웅비비행선으로부터 초탄의 타격점을 수신 받고는 다시 한 번 더 좌표수정을 거친 15대의 자주포대가 드디어 단발정밀포격을 시작하였다.
쾅! 쾅! 쾅! 쾅!············
25저격사단 연대장 로마노프스키 대령은 대한제국군의 포격에 러시아포대가 날아가는 장면을 보고는 경악해서 넋이 나가버렸다.
꽝!~~ 꽈광!~~ 꽝!~~ 퍼엉~~·······
“아~ 아~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
그가 넋이 나갈 정도로 놀란 이유는 대한제국의 포격이 초탄을 제외하고는 너무도 정확하게 러시아포대를 하나씩 타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어. 어떻게 쏘는 족족 아군 포대가 날아갈 수 있다는 말인가!”
그때 포병장교 한명이 로마노프스키 대령에게 다급하게 보고했다.
“연대장님, 이상하게 적의 포대는 보이지도 않습니다.”
너무도 정확한 포격에 놀라고 있었던 로마노프스키 대령은 고개를 돌려 대한제국군이 있는 곳을 바라봤으나 그 어디에도 포대는 물론 포연조차 보이지 않았다.
로마노프스키 대령은 절규했다.
“어디야!! 포격지점이 어디냔 말이다!! 어디서 포격을 하는지를 알아야 대 포병사격이라도 해볼 것 아닌가!~~~”
로마노프스키 대령이 억울해서 절규하고 있었지만 수십km 후방의 구릉너머에 있는 K-9자주포대가 보일리가 만무했다. 그렇기 때문에 로마노프스키 대령의 절규는 벌판에서 내지르는 메아리 없는 외침에 불과했다.
꽝!~~ 꽈광!~~ 꽝!~~ 퍼엉~~······
자신이 지휘하는 포대가 손도 쓰지 못하고 날아가는 광경을 보고 울부짖던 로마노프스키 대령도 얼마 지나지 않아 대한제국의 포격에 그의 몸은 형제도 없이 날아가 버렸다.
대한제국군 K-9포대는 연발포격을 하지 않고 마치 확인사살을 하는 것처럼 단발로 포격하며 러시아군포대를 차곡차곡 무력화시켜나갔다. 이렇게 단발포격을 하는 까닭은 좌표가 정확한 것도 있었지만 아직 정비시설이 완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라서 연발사격에 따른 고장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러시아포대가 포격을 받는다고 해서 러시아포병이 대포를 이동을 시키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에 k-9자주포의 단발포격은 너무도 정확히 목표물을 타격했다. 2분에 한발씩 충분히 시간을 두고 포탄을 발사했지만 15대의 자주포의 포격은 순차적이라서 융단폭격을 퍼붓는 것과 다름없었다.
반경 50m까지 인명을 완전 살상시키고 150m까지가 유효반경인 K-9포탄의 위력은 러시아군포대를 한 발에 2~3문씩 철저하게 고철로 만들어버렸고500여 문의 러시아포대를 완전히 무너트리는 데는 300발 포탄이면 충분했다.
그야말로 이 시대의 대포에 비해서는 가공할 위력이 아닐 수 없었다.
자주포대가 포격을 멈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참모장 홍영기가 송요섭 소장에게 보고했다.
“사단장님, 적의 포대가 전멸되었다는 웅비의 보고입니다.”
송요섭도 망원경으로 전방을 살펴보다가 포격이 멈추는 것을 보고는 결말을 짐작하고 있었으나 한 시간도 걸리지 않고 너무도 짧게 끝이 난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아군포격이 정밀하다고는 해도 500문이나 되는 포대를 무력화시키는데 겨우 한 시간도 걸리지 않다니 참으로 대단하다.”
“아직 러시아군이 대 포병사격에 대한 정확한 전술개념이 도입되지 않아서 이렇게 무력하게 당한 것입니다. 더구나 여기는 사방이 트인 개활지라 포대의 은폐엄폐가 거의 어렵기 때문에 이런 좋은 전과를 거두게 된 것입니다.”
“하긴 웅비가 하늘에서 항상 내려다보고 있었으니 꼼작도 못했겠지. 그건 그렇고 각 여단은 출발했어?”“그렇습니다. 지금 1·2여단의 천마2장갑차와 흑표대대가 선두로 출발한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이제부터 진짜시작이니 모두 각오 단단히 하라고 해.”
기계화사단1여단장 박영기 대좌는 천마2장갑차의 차장석에서 부대를 진두지휘하고 있었다.
그르르릉!~~~
이미 적의 포병대가 궤멸되었다는 보고를 들었기에 1여단의 진군은 느긋하기만 했다. 그렇게 얼마동안의 진격을 하자 드디어 적이 부설해 놓은 철조망이 나타났다.
뿌지직 그르르릉!~~~
하지만 천마2장갑차는 캐터필러를 이용해 철조망을 지탱하는 목재기둥을 여지없이 부셔버리며 그대로 돌진했다.
투투투투투!······
핑, 핑, 핑, 핑, 핑,·······
이때부터 러시아군의 맥심기관총이 불을 뿜었다. 하지만 아직 유효사거리에 미치지 못한 총탄은 장갑차에게 전혀 피해를 입히지 못하고 사방으로 튕겨나갔다.
러시아군의 맥심기관총이 불을 뿜자 박영기 대좌가 바로 지시를 내렸다.
“적의 기관총을 향해 대응사격을 시작하라.”
박영기의 지시를 받은 1여단은 장갑차에 장착된 광무기관총으로 러시아기관총을 향해 그대로 대응사격을 시작했다.
쫘라라라라·······
엄청난 발사속도였고 또한 맥심기관총보다는 2배 가까이 되는 유효사거리를 가진 광무기관총은 맥심기관총진지를 날려버리기 시작했다.
투! 투! 투! 투! 투! ·······
쫘라라라라·······
대한제국군과 러시아군이 사용하는 기관총의 각기 다른 총성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유효사거리와 발사속도에서 밀리던 맥심기관총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급격하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러시아군의 기관총진지는 전부 무너지고 말았다.
천마2장갑차는 이렇게 러시아기관총진지를 무력화시키면서 철조망을 그대로 밟고 통과해서 얼마간 전진할 때였다. 예하부대 대대장의 목소리가 헤드셋으로 통해 다급하게 들려왔다.
“여단장님, 전방에 적이 파놓은 함정이 있습니다.”
보고를 받은 박영기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전방에 함정이다. 전 부대 제자리에.”
박영기의 지시가 있자 1여단의 장갑차가 바로 정지했다.
“흙주머니로 함정을 메워라.”
그러자 장갑차의 뒷문이 열렸고 뒤따라온 3여단 장병들이 함정을 메우는 것을 도와주기 위해 재빨리 다가가 모래주머니로 함정을 메우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전방에서 매복하고 있던 러시아저격병들의 소총에서 일제히 불을 뿜었다.
탕! 탕! 탕! 탕!······
퍽! 퍽!······
“으악!~” “아악!~~”
러시아군기마대를 상대할 때도 큰 인명피해가 없었던 기계화사단에서 드디어 사상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러시아저격병들의 저격솜씨가 대단해 순식간에 상당한 장병들이 죽어나갔다.
쫘라라라라·······
그러한 모습을 보고 1·2여단의 장갑차의 기관총이 불을 뿜었다.
박영기 대좌가 황급히 지시를 내렸다.
“모두 장갑차 안으로 일단 후퇴하라.”
이러는 사이에도 광무기관총은 특유의 발사음을 날리며 러시아저격병들을 사살하기 시작했다.
쫘라라라라·······
자신의 병사들이 쓰러지는 것을 보고 이동휘는 이를 갈았다.
“이놈들!! 두고 보자.”
그때 그의 헤드셋으로 1여단 박영기 대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3여단장님, 1여단 박영기 대좌입니다.”
“예, 이동휘입니다.”
“저격병들이 참호를 의지해 계속 총격을 가하고 있어 3여단 복합소총중대를 지원해주셨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북방군기계화사단 3여단에는 K-11복합소총을 전문적으로 운용하는 별도의 부대가 운용되고 있었다. 이는 대한제국군이 대폭 증강되면서 신군출신들이 각급부대지휘관으로 흩어지자 K-11복합소총의 효율적인 운용을 위해 새롭게 부대를 편성하였으며 그 부대 중 하나가 3여단 본부대대에 소속된 복합소총중대였다.
복합소총중대 중대장 김태훈 대위는 여단장의 지시를 받자마자 부대를 이끌고 전방으로 나갔다.
쫘라라라라라·······
탕! 탕! 탕! 탕!·······
그때까지도 대한제국의 기관총과 러시아저격병들의 소총 대응사격은 멈추지 않고 계속 되었으며 특히 러시아군의 저격병들에 의한 장갑차장들의 피해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