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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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대위가 전방의 상황을 살펴보고 지시를 내렸다.

“각 소대별로 지역을 나눈다.”

그러면서 3개 소대를 적이 파놓은 함정을 따라 길게 형성된 러시아저격병들의 매복지를 적절히 나눠서 배치하고는 자신도 소대를 이끌고 전방으로 다가갔다.

핑!~ 퍽!!

순간 김태한은 저격병의 총탄이 자신을 스치며 뒤에 있는 누군가를 맞춘 느낌이 들자 그 자리에서 엎드리며 소리쳤다.

“엎드려!”

“으으~~”

전방을 노려보던 김태한의 귀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다쳤나.”

중대주임상사인 강진용 상사가 보고했다.

“송일식 상병이 저격병의 총탄에 어깨 관통상을 입었습니다.”

김태한은 낮은 포복으로 황급히 다가가자 송일식의 오른 쪽 어깨에서 피가 솟구치는 것을 위생병이 압박붕대로 임시처지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으으~”

“어떨 거 같은가?”

“다행히 총탄이 관통을 해서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 것 같습니다만 출혈이 심해서 빨리 후송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강진용 상사의 보고를 들은 김태한은 중대원 중에서 덩치가 큰 두 명에게 송일식을 부축시키고는 위생병을 딸려 보냈다.

그들 4명이 빠져나가자 병력이 쑥 빠진 느낌이었다.

‘젠장, 전투도중에 사망자보다 부상자들이 전투력저하에 더 큰 요인이라고 하더니 정말 그러네.’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김태한 대위에게 강진용 상사가 포복으로 다가왔다.

“중대장님, 아무래도 적의 저격병들에 아군이 노출된 것 같으니 여기서 적을 상대해야겠습니다.”

강진용의 말에 김태한이 전방을 살펴보았다. 대략200~300m전방어름에 적의 저격병을 위한 참호가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게 좋겠습니다. 다른 소대도 저격위험이 있으니 너무 전진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김태한은 강진용이 부대원들을 분산 배치하는 것을 보고는 자신의 소총의 조종간을 유탄발사모드로 고정시킨 후 사격통제장치를 가동하고는 조준렌즈에 눈을 댔다. 

그 순간 200미터 전방의 참호에서 2명의 저격병들이 숨어있는 것이 열상에 감지되었다. 김태한은 20mm유탄의 볼트액션 노리쇠를 후퇴시켜 총탄을 장전했다.

“·········”

그러고는 숨을 멈춘 후 방금 전 러시아저격병이 감지된 곳으로 총구를 향하자 어느 순간 사격통제장치의 조준선에 적이 들어오며 신호가 들어왔고 김태한은 부드럽게 방아쇠를 당겼다.

탕!~ 퍽! 쫙!

발사된 유탄은 러시아저격병이 있는 참호위에서 지연신관에 의한 2차 폭발을 일으켰고 그렇게 쏟아진 자탄은 숨어있는 2명의 러시아저격병을 그대로 절명시켰다. 김태한은 사격통제장치에서 적형태의 열상이 급격히 색이 변하는 것을 보고는 적이 절명한 것을 짐작하고는 소총을 내렸다.

“후!~”

처음으로 적군을 직접 조준 사격한 김태한은 속이 별로 편치 않았다. 하지만 김태한은 이렇게 편하지 않은 자기 자신을 스스로 자책했다.

‘특전사저격수들은 렌즈에서 피가 터지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보고도 아무반응이 없다는데 육군대위란 놈이 겨우 열상에 감지된 반응이 꺼진 것을 갖고 이게 무슨 청승이야.’

이런 마음이 들자 다시 몸을 돌려 포복자세를 하고는 전방으로 기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런 그를 보고 중대원들도 천천히 전방으로 기어나갔다. 

러시아저격병들이 의외의 반격으로 진격을 하는데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으나 K-11복합소총중대가 나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의 반발은 이내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장갑차가 적의 저격병의 방어선을 뚫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그 이유는 러시아군이 대한제국군의 공격에 대비해 참호와 교통호를 상당히 넓게 파두었기 때문에 그것이 바로 함정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웅비호의 대대적인 폭격과 전투기가 기총세례를 퍼부은 끝에 1차방어선은 돌파할 수 있었지만 러시아3군의 악착같은 대응에 대한제국군도 상당한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1차방어선을 돌파한 뒤 의외로 러시아군의 저항이 격렬한 것을 안 대한제국북방군은 2차 공격에서는 처음부터 공군의 지원을 받아 철저하게 공중폭격에 이은 포격부터 먼저 실시했다.

러시아군도 이에 격렬한 포격으로 반발했으나 웅비호의 항공관측과 K-9자주포의 대 포병레이더에 여지없이 노출되면서 또다시 궤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다.

러시아군은 포병전력의 궤멸을 만회하기 위해 어쩔 수없이 남아있는 기병대를 전장에 투입했다. 

하지만 이는 러시아군의 결정적 패착이었다. 

이미 기병대를 상대해본 경험이 있는 대한제국군은 장갑차와 기관총을 적절히 운용하며 여유있게 기병대를 상대했다. 아군에게는 사람보다 훨씬 큰 표적지나 다름없는 러시아기병대가 전장에 투입되자마자 대한제국군에 별다른 피해도 입히지 못하고 거의 학살을 당하듯 전멸되고 말았다.

이렇게 되자 러시아군은 어쩔 수없이 보르자방어를 포기하고 치타방면으로 철수를 해야만 했다. 그러나 치타까지의 철수는 요원했다. 동청철길은 이미 폭격에 곳곳이 끊겨나가 있었기에 모든 병력이 도보로 후퇴해야만 하는 러시아군에게는 올 때와 다름없는 지옥으로 가는 길이나 다름없었다.  

대한제국군은 이들을 따라 북진을 하면서 절대 서두르지 않고 꼬리를 잘라먹듯 러시아병력을 차곡차곡 타격을 입히면서 전진했다. 러시아군은 이 철수작전에서도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것은 물론이고 도망병까지 속출할 정도로 사기가 최악으로 떨어졌다.

어쨌든 악전고투 끝에 러시아원정군은 8월 중순이 되어서야 겨우 치타에 다시 도착할 수 있었다. 

다행히 전장이 보르자방면이었기에 치타에는 폭격을 받은 것을 제외하고는 이전에 사용하던 시설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러시아군은 최대한 빠르게 방어선을 다시 구축할 수 있었다.

원정군총사령관 폴리바노프 대장은 병력을 수습한 보고를 받자 허탈한 탓에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을 지으며 홀쭉해진 볼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허허, 30만 명의 병력이 몇 달도 되지 않아 불과 10만도 남지 않았단 말인가.”

힘든 전투와 철수과정에서 크게 고생한 탓에 몰라보게 살이 빠진 폴리바노프 대장이었다. 참모장 알렉세이에프 대장은 그가 얼마나 심하게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철수과정에서 대한제국군의 공세를 그나마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어서 이 정도 병력이라도 수습할 수 있었습니다.”

“후!~ 큰일이야. 포병대와 기병대가 거의 전멸되어 이제 보병만 남아있는데 어떻게 저들의 공세를 막아낼 수 있을지 걱정이야.”

절망적인 말을 하는 폴리바노프 대장에게 2군사령관 에베르트 대장이 위로를 했다.

“이르쿠츠크에는 20만 명의 지원 병력이 고스란히 남아 있으니 아직은 희망은 있습니다.”

“철도도 없는데 그 병력을 어떻게 이동시킨다는 말이오?”

“우마차를 동원한다면 힘은 많이 들겠지만 이동은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일단 이르쿠츠크로 전황을 알려 최대한 빨리 병력을 충원 받는 것이 좋겠습니다.”

폴리바노프 대장도 지금으로선 그 방법 최선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수밖에는 없을 것 같으니 참모장은 이르쿠츠크로 전황을 알리고 병력 충원을 최대한 서둘러 달라고 요청하게.”

“예, 각하.”

참모장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면서 1군사령관 쿠로파트킨 대장이 의문을 제기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철수과정에서 생각보다 적의 폭격과 공세가 적었던 게 마음에 걸립니다.”

그러자 2군사령관 에베르트 대장도 의문에 동조하고 나섰다.

“맞습니다. 철수과정에서 적군이 이상하게 총공세로 밀어 붙이지 않고 적당히 공격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혹시 적이 다른 속셈이 있는지 철수하는 내내 의문이 들었습니다.”

폴리바노프 대장 또한 그동안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런 철수 내내 그런 의혹을 갖고 있었다.

“본관도 그러한 의혹이 들기는 했소. 이상하게 적의 공세가 우리를 이곳으로 몰고 있는 느낌이었소.”

“한국군이 뭔가 다른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오?”

“지금 한국군이 치타주변에 포위망을 구축한 채 공세를 가하지 않고 있는 것도 그렇고 철수과정에서 거칠게 밀어 붙이지도 않는 것이 분명 뭔가 다른 이유가 있어 보입니다.”

에베르트 대장이 이렇게 말을 하자 방안에 있는 다른 사람들은 불길한 기분을 느꼈는지 모두의 안색이 심각하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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