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6 회: 8권-20화 대한지경(大韓之境) -->
러시아군부대로 접근한 대한제국군 2여단은 조심스럽게 철망을 절단했다.
딱! 딱!·······
그렇게 철조망을 절단한 2여단은 너무도 쉽게 부대 안으로 들어가서는 연병장은 물론 부대전체에 널려있는 우마차의 그림자를 적절히 이용해 빠르게 병영과 연대본부 건물로 다가갔다.
그러기를 얼마의 시간이 흘렀다.
“1대대 목표물에 도착했습니다.”
“2대대 목표물에 도착했습니다.”······
곧이어 나머지 대대도 각자의 목표물에 도착했다는 보고를 하자 류용수는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바로 다음지시를 내렸다.
“각 대대 지금 즉시 공격을 개시하라.”
여단장의 지시가 떨어지자 2여단의 각 대대는 공격을 개시했다.
다른 대대가 병영 등을 공격할 때 문경구의 저격중대는 미리 파악해둔 탄약고를 점령하기 위해 공격을 시작했다.
틱! 퍽!! 틱! 퍽!!·····
백발백중의 저격솜씨는 탄약고를 지키던 10여 명의 러시아경비병을 순식간에 사살시켰다.
경비병이 사살되자 문경구가 바로 지시를 내렸다.
“각 팀별로 탄약고방어를 위한 방어선을 구축한다.”
지시를 받은 저격중대원들은 이미 작전계획을 숙지한 덕분에 두말없이 자신들이 방어를 담당할 곳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2여단의 러시아군수지원부대공격은 아주 신속하게 끝을 낼 수 있었다. 그 것은 러시아군들이 설마 대한제국군이 울란우데를 직접 공격해 올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랬기에 평상시와 다름없는 경비를 서고 있었고 이런 경비병들을 문경구의 저격중대에 의해 제대로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모조리 절명했다.
경비병이 없는 러시아군 병영과 연대본부건물은 완전 무방비였다. 거기다 평상시와 같이 병영 안의 불침번이 실탄을 소지하고 경계를 서고 있지도 않아서 연대병력의 러시아군을 제압하는데 불과 삼십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것도 아군은 단 한명의 인명피해도 없었으며 러시아군은 반항하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연대병력전부를 포로로 잡았다.
이러는 동안 도심지로 침투한 3여단도 울란우데시내에 있는 러시아군을 완전히 소탕했다. 날이 밝자 김영문은 말을 타고 개선장군같이 울란우데로 입성할 수 있었다.
“충성! 어서 오십시오.”
2여단장 류용수 소장은 3여단장 윤석기 소장과 함께 도시입구까지 나가서 김영문을 맞이했다.
“류 장군, 수고했어.”
“감사합니다.”
이어서 김영문은 윤석기 소장도 치하를 하고는 말머리를 같이 하고 시내로 들어갔다.
김영문이 류용수를 다시 치하했다.
“인명피해가 거의 없었다고 들었네. 수고했어.”
“십여 명의 가벼운 경상자가 발생했을 뿐입니다.”
김영문의 얼굴이 환해졌다.
“가장 반가운 소식이야. 모두 애들 썼어.”
두 사람의 대화에 윤석기 소장이 끼어들었다.
“러시아군의 경계태세가 완전엉망이라서 작지 않은 도시를 장악하는데도 크게 힘들지가 않았습니다.”
“경계가 그렇게도 허술했었나?”
“말도 마십시오. 아무리 전투가 벌어지지 않는 후방의 군수지원부대라고 해도 시내에 있는 러시아군은 전부 술집에서 제압했을 정도로 군기가 아주 엉망이었습니다. 2여단이 공격한 연대본부에서도 거의 대응을 못했다고 들었는데 다른 곳은 말하면 무엇 하겠습니까”
윤석기 소장이 이렇게 말을 할 정도로 울란우데에 주둔해 있는 군수지원부대는 말 그대로 지원부대였던 탓인지 무장도 군기도 형편없었다. 더구나 폭격을 당하기는 했지만 전장에서 550km이상 떨어져 있어서 경계근무도 거의 형식적인 수준에 불과했던 것이다.
김영문이 여단장 두 명의 안내를 받으며 울란우데 역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러시아군의 군수물자였다.
김영문은 군수물자를 보자 감탄부터 했다.
“우와!~~ 정말 엄청나구나.”
울란우데는 거의 비가 오지 않은 지역이라 군수물자를 제대로 덮지도 않고 역 인근에 산더미 같이 쌓아 놓고 있었다. 더구나 대한제국군 같이 전투식량도 변변하게 없었기에 현장에서 바로 도살할 수 있는 소와 돼지 등의 가축도 엄청나게 많았다.
“저게 도대체 얼마나 되는 거야.”
“너무 많은 양이라 아직 파악을 하지 못해 수량 확인은 어렵습니다. 그리고 화약고의 각종 총탄과 무기고에 보관되어 있는 화기들도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이놈들이 이렇게 많은 군수물자를 쌓아 둔 것을 보니 이번전쟁으로 우리제국을 아예 삼킬 작정을 하고 있었나 보구나.”
“내정불안을 외부로 돌리려고 일으킨 전쟁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류용수의 설명에 김영문이 동의했다.
“하긴, 대규모 승리를 거둬야 국민들에게 뭔가 할 말이 있었을 테니 그럴 수도 있겠지. 그랬든 어쨌든 군수물자가 이렇게 많은 것은 우리에게는 좋은 것 아니겠어.”
“그 말씀은 맞습니다. 이 정도 물자라면 이곳에 주둔할 아군 병력이 충분히 겨울을 넘기고도 남겠습니다.”
“하하, 전략요충지도 점령하고 군수물자도 노획하고 이거야말로 1석2조가 아닌가.”
“하하하하!”
김영문의 웃음에 동화된 듯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아주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대한제국은 이렇듯 간단하게 울란우데를 점령했다. 비행선으로 병력을 수송하는 누구도 생각하지도 못한 방법으로 기습을 당한 러시아군은 제대로 힘 한번 쓰지 못하고 너무도 허무하게 무너져 버렸으며 이 점령은 이번 전쟁에 있어서 중대 분수령이 되었다.
#대한지경(大韓之境)
울란우데가 점령된 사실이 러시아군에게 알려진 것은 이로부터 십여 일이 지나서였다. 참모장 알렉세이에프 대장으로부터 울란우데가 점령되었다는 보고를 받은 원정군총사령관 폴리바노프 대장은 그야말로 대경실색했다.
“뭐라고!! 베르흐네우딘스크(울란우데)가 한국군에게 점령을 당했다고?”
“그렇습니다.”
쾅! 우당탕탕!!
폴리바노프 대장이 자신도 모르게 탁자를 내리치자 탁자위에 놓인 물건들이 바닥에 떨어지며 깨져 나갔다.
“도대체 언제 한국군이 어떻게 거기까지 같다는 말인가.”
“어떻게 된 것인지 상세한 상황은 알 수 없고 십일 전 밤에 기습을 당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알렉세이에프가 전령의 보고내용을 그대로 전달하자 폴리바노프의 안색은 참혹하게 일그러지면서 주먹을 허공에다 흔들었다.
“멍청한 놈들 같으니 어떻게 경계를 하고 있었기에 연대병력이 총 한번 제대로 쏘지 못하고 사로잡혔다는 말인가.”
이때 2군 사령관 에베르트 대장이 심각한 표정을 했다.
“정말 큰일입니다. 지금 군량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베르흐네우딘스크가 점령되었다는 것을 병사들이 알게 되면 크게 동요할 것입니다.”
에베르트 대장의 말을 듣고는 순간적으로 화를 삭인 폴리바노프 대장이 참모장에게 확인했다.
“참모장, 지금 우리가 보유한 군량이 어느 정도인가?”
“아끼면 두 달 정도는 버틸 수 있습니다.”
폴리바노프 대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 군량이 겨우 그것밖에 없다고?”
“그동안 적의 공세로 인해 많은 군량이 소실되었습니다. 더구나 철도까지 파괴되어 우마차로 군량을 수송하고 있는 바람에 비축물량이 많이 없습니다.”
폴리바노프 대장이 이를 갈았다.
“뿌득. 어쩐지 얼마 전부터 한국군이 폭격도 거의 없고 포위만하고 있는 것이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었는데 이렇게 뒤통수를 맞게 될지는 정말 몰랐구나.”
“어쨌든 빨리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대로 있다가는 군량문제로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참모장 알렉세이에프가 거듭 건의를 했지만 폴리바노프 대장은 생각지도 않은 일을 당한 터라 무엇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라 잠시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서성거리기만 했다. 그렇다고 다른 사령관들도 당장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실내는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이런 침묵을 깬 사람은 3군 사령관 브루실로프 대장이었다.
“한국군과 전면전을 전개해서라도 이 난국을 해쳐나가는 수밖에는 없을 것 같습니다.”
1군 사령관 쿠로파트킨이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그건 아닙니다. 지금 우리군의 처한 상황으로는 한국군과 전면전을 벌인다는 것은 너무 무모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부르실로프 대장이 다시 전면전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