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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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대한제국은 이들이 우회를 하도록 일부러 병력을 배치했었고 지난 열흘 동안 공격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러시아군의 진을 빼고 있었던 것이다. 러시아군이 바이칼을 우회할 준비를 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병사들은 자신들이 먹을 식량과 야전에서 노숙할 군장을 각자 소지하도록 했다. 그리고 이동 중 가장 큰 부담이 되는 대포도 야전포 등 비교적 이동이 쉬운 것을 제외하고는 전부 파괴시켜 버렸다.

이렇게 해서 불과 이틀 만에 준비를 갖춘 러시아군이 드디어 바이칼을 우회하는 대장정에 올랐다.

이들의 움직임은 곧바로 북방군사령부로 보고되었다. 양성환 사령관은 보고를 받으면서 아주 흡족해 했다.

“드디어 우리의 계획대로 러시아군이 움직이기 시작했구나.”

대한제국은 러시아와의 전쟁을 시작할 때부터 여러 상황을 가정하고 각종 작전계획을 미리 세워두고 있었다. 그랬기에 러시아군을 추격하면서 본격적인 북진을 하면서도 특전사 등을 동원하여 울란우데를 기습 점령하였고 치타를 포위했을 때도 북방은 적이 도주할 수 있도록 일부러 비워놓았던 것이다.

“노 장군, 저들이 치타를 완전히 비우려면 얼마나 걸리겠나?”

참모장 노영기가 바로 대답했다.

“저들의 후퇴속도가 예상보다 빨라 앞으로 이틀 후면 치타를 완전히 벗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양성환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탁자위에 놓여 있는 작전지도를 살펴봤다. 바이칼일대가 세밀하게 표시된 작전지도에는 이미 러시아군의 예상행로가 표시되어 있었다.

“저들을 추격할 준비는 다 되었겠지?”

“기계화사단은 물론이고 공군도 모든 준비는 갖추고 대기하고 있습니다.”  

“울란우데의 준비상황은 어떻게 되었는가?”

“비행장건설이 며칠이면 끝마칠 수 있다는 보고를 해왔습니다.”

“그렇다면 모든 준비는 충분히 갖춰졌군.”

양성환은 작전지도에서 눈을 떼지 않으면서 중얼거렸다.

“우리 대한제국에게 도발을 한 것이 얼마나 무모한 짓인지 반드시 알게 해주어야해. 그래야 두 번 다시 우리 강토를 넘보지 못하게 말이야.”

노영기 참모장도 양성환의 말에 강하게 동의했다.

“바이칼을 돌아가는 길이 러시아군으로서는 두 번 다시 생각하기도 싫을 정도로 길고긴 길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말을 하는 두 사람은 마치 적을 바로 눈앞에 두고 있는 장수와 같은 눈빛이었다.

러시아군은 정확히 이틀 후 치타를 모두 빠져나갔다. 러시아군이 빠져 나가고 난 그 다음날 대한제국북방군은 최대전략요충지인 치타에 무혈입성 했다.

치타에 입성한 북방군은 수많은 폭격에도 불구하고 흙이 덮여있는 덕분에 원형을 유지하고 있던 러시아원정군총사령부건물을 북방군 임시사령부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사령관이 사용하던 집무실에 대부분의 집기들이 손상된 것 하나 없이 그대로 있는 것을 본 양성환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우리가 사용할 줄을 알고 있었을 텐데 마치 우리가 잘 사용하라고 그대로 두고 간 것 같아.”

그러자 노영기도 웃으며 대답했다.

“러시아군 사령관이 낭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양성환은 러시아총사령관 폴리바노프 대장이 사용하던 책상서랍을 무심코 열었다.

“응? 이게 뭐지.”

“무엇이 있습니까?”

“이게 뭐라고 쓰여 있나?”

이렇게 말을 하며 양성환이 서랍에서 한 장의 종이를 꺼내 노영기 소장에게 건넸다. 종이에는 영어로 된 짧은 편지가 쓰여 있었고 노영기 소장은 그것을 읽어보고는 크게 웃었다.

“하하하! 러시아군 총사령관 폴리바노프 대장이 낭만이 있는 사람입니다.”

“무슨 내용인가?”

“치타와 이 사령부를 우리에게 잠시 맡긴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돌아와 다시 이 자리에 앉겠다고 했습니다.”

양성환은 그 말을 듣고는 크게 웃었다.

“하하하하!” 

한 참을 웃던 양성환이 책상을 손으로 몇 번 두드렸다. 

“그 편지를 보니 이 책상은 잘 보관했다 전쟁이 끝난 후 폴리바노프 대장에게 돌려주도록 하는 것이 좋겠어.”

“하하! 아마도 좋은 선물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두 사람이 기분 좋게 웃고 있을 때 기계화사단은 러시아군의 뒤를 천천히 따라 북상하고 있었다.

송요섭은 장갑차 몇 대가 나란히 지날 수 있도록 넓게 뚫린 길을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사람이 많으니 이렇게 넓은 길도 쉽게 낼 수가 있구나.”

참모장 홍영기가 헤드셋으로 대답했다.

“처음이라 그럴 것입니다. 조금 지나면 체력이 떨어져서 제대로 길을 뚫지 못할 것입니다.”

송요섭이 앓는 소리를 했다.

“그렇다면 이거 잘못하다가 우리가 길을 내며 전진해야 되는 일이 발생하는 것 아냐?”  

그 말에 홍영기가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 십만 명이 지나가면 없는 길도 새로 날 것이니 사단장님께서 걱정하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때였다. 그의 헤드셋으로 웅비비행선기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단장님, 웅비11편대장 우전혁 소좌입니다.”

“아! 우 소좌인가?”

“예, 그렇습니다. 우리 편대가 지금 기계화사단 상공에 도착해 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송요섭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자 비행선이 가물가물했다.

“고도가 높아 잘 보이지가 않아.”

“조금 높이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우리 편대가 적을 공습할 예정이니 사단장님 사단은 잠시 행진을 멈춰주십시오.”

“알겠네.”

송요섭은 바로 사단의 진군을 멈추도록 지시했다.

우전혁 소좌는 기계화사단이 진군을 멈춘 것을 확인하고는 자신의 편대에게 지시했다. 

“고도를 낮추면서 속도를 높인다. 진형은 일자진형이다.”

우전혁의 지시를 받은 편대는 고도를 낮추면서 가속했다. 그러자 비행선은 10여분 만에 20km이상 날았고 그 사이 비행선 4척은 자연스럽게 일자진형이 되었다.

우전혁이 지상을 살피자 러시아군이 북상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고 그 길이는 수십km나 길게 늘어서 있었다.

“각 기장은 지상의 적을 확인하고 보고하라.”

그러자 3명의 기장들이 거의 동시에 보고해 왔다.

“편대비행선 폭탄 창 개방.”

우전혁의 지시가 있자 편대는 동시에 폭탄 창을 열었다.

“지금부터 1차 폭탄 투하를 시작한다. 투하 시작.”

우전혁의 지시가 떨어지자 4척의 비행선에서는 두발 씩 8발의 폭탄이 동시에 투하되었다.

콰앙!~~~ 화악~~

이들이 투하한 폭탄은 전부 네이팜탄이었다.

울창한 삼림에 겨우 길을 내며 전진하던 러시아군에게 다 탈 때까지 떨어지지도 않는 네이팜탄은 지옥불이나 다름없었다. 

지상에서 엄청난 불길이 솟아오르는 것을 확인한 우전혁은 냉정하게 지시를 내렸다.

“전진 5km”

우전혁의 지시가 있자 비행선은 진형을 유지한 채 5km를 전진했으며 거기서 또 8발의 폭탄을 투하했다. 이런 방식으로 두 번을 더 실시한 우전혁의 비행선편대는 기수를 돌려 회항했다.

20km사이에 걸쳐 시행된 4번의 폭격은 러시아군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공습은 이제 시작에 불과했고 이 한 번의 폭격으로 몇 백 명의 사망자와 그보다 몇 배가 많은 부상병을 발생시켰다.

대한제국은 밤낮을 가리지 않았고 시간도 일정하지 않게 하루 몇 차례씩 폭탄세례를 퍼부으면서 러시아군의 피를 말렸다.  

러시아군에게는 사망자보다 부상자들이 러시아군에게는 더 부담이 되었다. 부상병 한 병에 최소 1~2명의 병사들이 필요했고 또 그로 인해 행군은 한없이 느려지기 시작했다.

“이야. 이거 효과 만점이구나.”

송요섭은 얼굴에 덮어쓴 모기장을 두드리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치타를 지나 며칠을 북상하고부터 대한제국군에게 최대의 적군이 등장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메뚜기만한 모기떼의 어마어마한 공습이었다. 

시베리아는 짧은 여름기간동안 엄청난 크기의 모기떼가 극성을 부린다. 이 모기떼는 뇌염을 전염시키는 것은 아니었지만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을 물어뜯기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잘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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