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불순한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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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불순한 오해
2022.04.04.
그런 날이 있다.
왠지 집에 들어가면 안 될 것만 같은 그런 날.
그런 직감은 터무니없는 망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오랜 데이터로 축적된 확률의 결과이다.
“내가 그 새끼 가만히 안 둘 거야.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 엄마? 내가 얼마나 좋아해 줬는데!”
“얘, 다해야. 일단 진정해.”
오늘도 어김없이 직감은 들어맞았다.
조심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서자 난장판이 된 내부가 보였다.
소유의 의붓언니인 다해가 히스테리를 부리고 있었다.
그녀가 이토록 발작하는 이유는 대부분 하나다.
남자 친구인 재현과 사이가 틀어졌을 때.
“엄마. 엄마가 걔 좀 죽여 줘. 그럼 안 돼? 엄마는 할 수 있잖아. 석재현이 다른 여자랑 있는 꼴은 절대 못 봐! 차라리 죽어 버리는 게 나아.”
자신이 지금 얼마나 끔찍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알고나 있을까.
미친 사람처럼 고함을 지르며 화를 낼 때의 다해는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 같았다.
마구잡이로 날뛰며 공포심을 자아냈다.
그럴 때는 연옥조차 딸을 통제하기 어려웠다.
“석재현, 이 개X끼!”
불똥이 튀지 않도록 최대한 숨죽이고 지나치려 했지만 다해의 광기 어린 눈은 애꿎은 소유에게로 향했다.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다해의 입버릇이었다.
성적이 나빠져도, 원하던 대학에 떨어져도, 날씨가 안 좋아도 모두 소유 탓이라고 했다.
연옥과는 달리 다해는 첫 만남부터 소유에게 적대적이었다. 무슨 생각인지 연옥도 딸들의 사이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좋니? 재벌가에 시집갈 생각 하니까 좋아 죽겠지?”
소유가 걸음을 멈추고 작은 한숨을 쉬었다.
요 며칠, 소유는 절벽 끝에 매달린 것처럼 극도로 힘들었다.
어머니의 의지로 원치 않은 결혼을 빠르게 진행하게 되었음을 억지로 받아들여야 했고, 가장 사적인 문제를 업무 진행하듯 논의하는 태오로 인해 마음이 너덜너덜해졌기 때문이다.
소유도 사람인지라 참을성이 바닥이 났다.
소유는 제발 다해가 이쯤에서 멈춰 주길 바랐다.
“재벌가 며느리 되면 이제 나를 더 우습게 보겠다?”
“석재현이랑 싸웠어?”
다해와 달리 차분한 목소리의 소유가 되물었다.
다해가 그토록 죽고 못 사는 재현이라면 소유도 아는 사람이었다.
바로 소유의 소꿉친구였기 때문이다.
“그런 거라면 내가…….”
“이 미친X이.”
역시나 예상대로 다해는 멈출 생각이 없었던 모양이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해가 장식장의 작은 액자를 던졌다.
액자는 아슬아슬하게 소유를 빗겨 나갔지만, 바닥에 형편없이 내팽개쳐졌다.
익숙하지 않은 뜨거운 불씨가 소유의 안에서 자라났다. 진화하려 애써도 그것은 점점 크기를 키워 나갔다.
소유의 시선이 바닥으로 향했다.
“왜, 강화 그룹 장남도 모자라서 이젠 재현이까지 꼬시려고?”
깨진 액자 속엔 어린 소유와 건강한 아버지가 다정하게 껴안고 있었다.
소유가 터벅터벅 걸어가 액자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착각하지 마. 재현이는 그냥 네가 오래된 친구라서 냉정하게 굴지 못할 뿐이야.”
액자 위의 유리를 털어내자 아버지의 얼굴이 오롯이 보였다.
그것을 들고 일어서는 소유의 얼굴은 방금 전보다 한층 식어 있었다.
“널 특별하게 생각한다고…….”
“그런데 왜 화풀이를 내게 해?”
밭은 호흡처럼 말이 터져 나왔다.
소유조차도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뭐?”
소유의 예상하지 못한 반박에 다해가 잠시 주춤했다.
언제나 다해의 말에 죽은 듯이 몸을 수그리던 소유였다.
“아니. 그렇잖아. 재현이는 나를 친구 이상으로 생각 안 하는데, 왜 무슨 일만 생기면 내 탓을 하냐고.”
손끝에 작은 유리 조각이 바스락거렸다.
현재 소유의 마음처럼.
“그리고, 언니. 원한다면 이 결혼 언니가 대신해. 그렇게 좋은 재벌가 며느리, 언니가 해.”
“이게 진짜!”
“어차피 다 뺏어갔잖아, 지금까지.”
화가 섞이지도 않았고, 조곤조곤한 목소리였건만 이상하리만큼 큰 파장이 일었다.
“너 오늘 잘 걸렸다.”
다해가 익숙한 솜씨로 소유의 긴 머리를 휘어잡았다.
가녀린 소유의 몸이 다해의 손짓에 이리저리 휘둘렸다.
“눈에 보이는 게 없지?”
소유는 손에 쥔 액자를 바닥을 향해 뒤집었다.
사진 속 아버지일지언정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때는 언니에게 예쁨받으려고 노력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필사적인 노력에도 다해는 언제나 소유를 미워하고 경계했다.
조금의 곁도 주지 않았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을까.
하라는 대로 다 했잖아.
달라는 대로 다 줬잖아.
그런데 왜 나를 사랑해 주지 않아.
어린 소유는 답을 알 수 없는 질문을 던지며 매일 밤 자책했다.
그러기를 십여 년, 이젠 소유도 지쳤다.
녹초가 되어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얘, 다해야! 이거 안 놓니?”
한동안 이어지던 일방적인 폭력은 공 여사의 중재로 끝이 났다.
평소에는 모른 척하기 일쑤더니 웬일로 둘 사이에 개입했다.
“내일도 강 부사장 만나야 하는데 머리를 뜯어놓으면 어쩌니. 오해하겠다.”
소유가 짧게 웃었다.
“머리가 산발이 다 됐네. 내일 미용실부터 다녀와.”
역시나 이마저도 강태오 씨 때문이었구나.
“그리고 소유가 언니한테 먼저 사과하고 화해해. 좋은 일 앞두고 자매끼리 싸워봤자 본인 얼굴에 침 뱉기다.”
분명 폭언을 쏟아 낸 것도, 머리채를 쥐어 잡은 것도 모두 다해였는데, 이번에도 연옥은 소유에게 사과를 종용했다.
‘한 번만 더 흠집 내면 그 목을 확 비틀어 버릴 거라고.’
왜인지 그 낮은 목소리가 머릿속을 맴돌며 가슴 한구석이 뜨거워졌다.
처음으로 소속감을 느끼게 해 준 그 말이, 반복 재생되었다.
그 사나운 말이 마음속에 감추고 감추었던 진심을 건드리고, 자극했다.
연옥과 다해가 자신에게 지속적으로 흠집을 내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실감했다.
그들은 소유를 함부로 대할 자격도 없었고, 소유 또한 그들에게 그런 대접을 받을 만큼 큰 잘못을 한 적이 없었다.
소유의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져 처절하게 짓밟힐 때, 그녀를 지켜주는 존재는 없었다.
나도 나를 외면했었으니까.
“얼른. 사과하렴.”
소유가 잠자코 있자 연옥이 다소 강압적으로 변한 말투로 재촉했다.
“……제가 왜요?”
“뭐, 뭐?”
꺼지기 직전이던 나약한 용기가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언니가 잘못했는데, 왜 내가 사과를 해야 해요?”
그 모든 부조리함을 견디고, 강제로 결혼까지 하게 된 마당에 이 정도의 질문조차 던지지 못하는 건 명백히 문제가 있었다.
“정소유!”
소유는 액자를 소중히 가방 속에 넣었다.
“우리 회사를 위해 팔려 가는 것도 나고, 다 포기한 것도 난데, 왜 내가 사과까지 해야 해요?”
소유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언제나 따뜻하게 웃어 주던 아버지가 유독 그리운 밤이었다.
“내가 잘못했다면 당연히 사과하겠지만.”
소유가 이번만큼은 피하지 않고 다해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난 잘못한 거 없어요.”
남들에겐 아주 미약한 반항처럼 보이겠지만 놀랍게도 그건 소유가 살면서 한 가장 큰 반항이었다.
그러나 전처럼 두렵지 않은 건 이전처럼 연옥이 마음대로 굴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연옥은 어떻게든 강화 그룹을 잡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소유가 반드시 필요하다.
‘강태오의 약혼자’라는 자리만으로도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다는 게 허탈했다.
그만큼 그는 강한 사람이라는 게 다시 한번 증명되었다.
소유는 침묵 속에 서 있는 연옥과 다해를 두고 자박자박 현관으로 걸어 나왔다.
그러다 문득 연옥에게 물었다.
“어머니한테 한 번이라도 내가, 딸이었던 적 있어요?”
“…….”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이미 예상했으면서도 소유의 마음은 헐겁게 덜컹거렸다.
소유는 그대로 현관문을 박차고 나왔다.
* * *
집에서 나와 정처 없이 걸었다.
자동차의 경적 소리도, 왁자지껄한 취객들의 수다도 흘려보낸 채 걸음에 모든 걸 맡겼다.
그렇게 걷다 보면 아버지가 입원해 계신 병원에 도착할 줄 알았는데, 그녀의 종착지는 의외의 장소였다.
소유가 처량하게 화려한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초라한 자신과는 정반대의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소유가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여긴 왜 온 거야. 반길 사람도 없는데.”
강화 호텔.
한 달 후에 남편이 될 사람이 부사장으로 있는 장소.
그렇다고 하여 결단코 훌륭한 안식처가 될 수는 없는 공간.
소유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뒤로 돌았다.
아버지가 있는 병원으로 가 지친 몸을 뉘어야겠다.
“나 만나러 온 거 아닌가? 어디 가지?”
그런데 그때, 내내 머릿속을 맴돌던 낮은 목소리가 소유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놀란 소유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돌렸다.
짙게 선팅이 된 차창이 내려가고, 그 남자, 태오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시간에 그를 만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그런 꼴을 하고서.”
태오의 시선이 소유의 머리와 가슴께에 닿았다.
그제야 뒤늦게 자신의 상태를 확인한 소유였다.
아까 전 다해와의 소동으로 머리는 거의 산발이 되어 있었고, 블라우스의 단추는 다 떨어져 속옷이 보이기 직전이었다.
얼굴이 빨개진 소유가 황급하게 블라우스를 움켜쥐었다.
태오가 뒷좌석에서 내리자 그의 차가 홀연히 사라졌다.
“재워 줄까?”
어찌나 정신이 없었던지 태오가 반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인식하지 못했다.
“보다시피 내가 방이 좀 많아서.”
태오가 여유롭게 제가 운영하는 호텔 로비로 손짓했다.
그러나 선뜻 들어갈 수 없었던 소유는 고개를 저었다.
“태, 태오 씨 보러 온 거 아니에요. 그냥 지나가는 길에…….”
“지나가는 길에 강도라도 만났나 봐?”
소유는 슬그머니 말을 돌리려고 했다.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이만 가 볼게요.”
그리고 그에게서 도망가려고 했지만, 그의 커다란 손이 그녀를 당겼다.
어림도 없다는 듯.
소유의 몸이 튕기듯 단숨에 그의 앞으로 다가섰다.
태오의 숨결이 모두 닿을 정도였다.
옅은 향수 냄새가 소유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여기서 자고 갈래요, 아니면 지금 나랑 그 강도 잡으러 갈래요?”
비속어 하나 쓰지 않았지만, 단언컨대 가장 살벌한 질문이었다.
“또 흠집을 냈잖아. 내가 분명히 경고했는데.”
그는 당장이라도 먹잇감을 향해 달려들 기세로 거친 숨을 내뱉었다.
“날 무시하는 건가?”
맹수는 먹잇감을 아주 잔인하게 갈기갈기 찢어놓을 듯 매서웠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소유를 잡은 손은 조심스러웠다.
그 괴리감이 소유를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태오 씨.”
태오가 빨려들 것 같은 시선으로 소유를 내려다보았다.
무어라 말을 하려고 했지만, 소유의 말문이 턱 막혔다.
“내 자존심이 좀 상해서. 둘 중 하나는 해줘야겠어요.”
딱히 연옥과 다해를 보호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모든 것을 으스러뜨릴 것 같은 그의 분노가 두려웠을 뿐이다.
불현듯 궁금해졌다.
비즈니스를 위한 결혼 상대에게도 이토록 최선을 다하는 남자인데, 정말 사랑하는 상대가 나타나면 얼마나 더 극진할지.
그의 힘에서 비롯된 소유욕은 뜨거웠고, 짙었다.
“누가 보면 태오 씨가 나를 진짜로 좋아하는 줄 알겠어요.”
괜한 착각을 하기 전에 소유 쪽에서 먼저 선을 그었다.
태오는 대답 없이 소유를 빤히 바라볼 뿐이었다.
“……자고는, 갈게요. 괜히 이상한 소문 도는 건 나도 사양이니까.”
결국 소유는 굴복하고 말았다.
그러자 태오의 단단한 손이 아래로 내려와 소유의 마른 손을 그러쥐었다.
역시나 아까처럼 조심스러웠다.
마치 연인 사이의 스킨십 같은 행위에 소유의 심장이 세게 뛰었다.
태오는 그녀를 데리고 성큼성큼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스위트룸.”
태오는 프런트 직원에게 다짜고짜 말했다.
“네. 여기 있습니다.”
부사장의 요구에 직원은 토를 달지 않고 공손하게 객실 카드키를 내밀었다.
소유가 그것을 잡으려고 손을 뻗었지만, 그녀보다 태오가 빨랐다.
소유가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우는 사이 태오는 다시 걸음을 움직였다.
“자, 잠깐만요. 태오 씨.”
엘리베이터에 함께 올라타고 나서야 무언가 일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태오는 소유를 잡은 손에 오히려 힘을 주며 무심하게 대꾸했다.
“왜? 강도를 잡으러 가는 대신 이 호텔에 묵기로 한 거 아닌가?”
“그건 맞지만…….”
소유가 말끝을 흐렸다.
불순한 생각이 그녀를 잠식했다.
곧 부부 사이가 될 거라 문제 될 건 없지만, 이건 너무 갑작스럽잖아.
“불편하진 않을 겁니다.”
소유가 그대로 얼어붙었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그와 맞잡은 손은 델 듯 뜨거웠다.
열기를 식히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타버려 죽을 것만 같은데, 그는 도통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소유가 안절부절못하며 태오를 힐끔 바라보았다.
태오의 얼굴을 그토록 자세히 본 것은 처음이었다.
잘생긴 건 알았지만 새삼스럽게 감탄이 나왔다.
실수조차 없이 매끈하게 그어진 얼굴선, 단정한 눈썹, 그 누구라도 홀릴 듯 매혹적인 눈동자, 이 호텔만큼이나 높은 코, 살짝 올라간 입꼬리까지.
앞으로 자신과 살 남자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뭘 그렇게 힐끔힐끔 봅니까?”
“……그런 적 없어요.”
시치미를 떼는 사이 엘리베이터는 야경이 훤히 보이는 고층에 도착했다.
소유는 앞장서는 태오를 따라 걸었다.
심장이 쿵쿵 뛰며 반응을 보내왔다.
두려우면서도, 뭔가를 기대하고 있는 것 같기도.
소유는 그런 자신이 낯설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진 본인도 도저히 알 수 없었다.
남자와의 밤이 처음이라 그런가.
아니면 눈앞의 이 매력적인 남자에게 끌려서인가.
“자, 그럼.”
태오는 카드를 가져다 대고서 문을 열었다.
그러곤 소유에게로 몸을 틀었다.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기에 소유는 어깨를 움츠리고서 눈을 감았다.
“……뭐 합니까?”
그러나 돌아온 건 다시 멀어진 체온과 조금의 흥분감도 느껴지지 않는 담백한 목소리였다.
태오는 소유에게 카드키를 내민 상태였다.
“……어?”
뒤늦게 상황 파악이 된 소유가 새빨갛게 물들었다.
태오는 단지 저를 데려다주었을 뿐이고, 방금 전의 밀착도 카드키를 전달해 주기 위함이었을 뿐이었다.
“아.”
이윽고 태오도 소유의 불순한 오해를 알아차렸다.
“혹시 다른 걸 기대하고 있었나?”
“그, 그런 거 아니에요!”
“예비 신부를 실망시키고 싶진 않은데.”
태오가 나른하게 말했다.
“지, 진짜 그런 거 아니에요!”
“내가 눈치가 없었네.”
소유는 당장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그래서 태오의 손가락에 걸린 카드키를 잽싸게 빼앗아 들고서 문을 쾅 닫았다.
너무 급하게 들어온 나머지 인사조차 하지 못했다.
소유는 부풀어 오른 가슴팍을 진정시키기 바빴다.
낮은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곧 발걸음이 멀어졌다.
소유는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창피해.
너무 창피해.
덕분에 다해와의 일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결혼식 전까지 갈 곳이 없다면 이곳에 계속 머물러도 되고.]
잠시 후 소유의 휴대폰으로 태오의 메시지가 날아들었다.